감독 피트 닥터, 밥 피터슨 (2009 / 미국)
출연 이순재, 에드워드 애스너, 크리스토퍼 플러머, 조던 나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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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생과 본 영화. 평소에 내가 영화 틀면 좀 보다가 나가던데 이건 안나가더라. 뭐 평소에 동생과 나의 영화 취향은 거의 갈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긴 하지만.

  알록달록한 풍선을 통해 하늘에 떠 있는 집. 포스터만으로도 호감을 갖게 하는 이 영화는 포스터 뿐 아니라 영화까지도 알록달록한 느낌으로 재미있었다. 나이많은 노인 칼(에드워드 애스너)과 동양인 소년 러셀(조단 나가이)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어쩌면 마이너한 사람들이 주인공인 영화. 하지만 정말로 재미 있었다.

  아내 엘리(엘리자베스 닥터 (그렇다! 감독인 피트 닥터의 딸이다!))를 잃은 뒤 혼자서 무료하고 칙칙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칼. 그는 어릴 적, 아내 엘리와 함께 모험가를 꿈꾸던 소년이었다. 그들의 롤모델은 여행가 찰스 먼츠(크리스토퍼 플러머)고, 따라서 그들의 목적지는 남아메리카에 있다는 파라다이스 폭포. 그들은 커서도 꿈을 쫓지만 안타깝게도 시기가 늦어버리고 마는데, 이 모든 과정이 영화 시작 초반 몇 분 만에 다 설명된다(...) 그렇다고 이게 어색하고 그런 게 아니어서 이 요약본이 오히려 보는 재미가 있고 좋았다.

  아무튼 요런 칼의 집 근처 부지는 죄다 공사가 진행되고, 유일하게 남아서 자리를 지키던 칼은 어쩌다 보니 사고에 휘말려 요양보호소로 가야 할 처지가 된다. 쓸쓸히 짐을 꾸리던 칼은 집에 남은 아내와의 추억을 되새기다, 이제야말로 모험을 떠나야 겠다고 생각하고. 풍선장사를 하던 실력을 되살려 집을 풍선으로 띄우게 되는데... 요 여행의 과정에 보이스카웃인 동양인 꼬마 러셀이 끼어들면서 칼의 여행은 조금 정신산만해지게 되었다, 이거.

  생각보다 목적지까의 과정 내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크다기보다는, 오밀조밀하게 잘 짜여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적지인 파라다이스 폭포 근처까지는 정말 금방 도착하고 거기까지 가는 데에도 커다란 난관은 없는 셈인데... 그 목적지에서의 난관이랄 것도 결국 자기와의 타협이냐 아니냐 뭐 이런거에 가까웠다. 러셀과의 약속을 지키느냐 안지키느냐... 그런 것까지. 아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 답게 결말은 훈훈.

  악역으로 찰스 먼츠가 등장한 게 좀 의외라고 생각했다. 이 모험가는 자신의 야망에 혹해 다른 것들을 잃어버린 듯. 감초들인 동물들... 시종일관 까악까악 대기만 하던 케빈은 찰스 먼츠가 노리는 새이며 동시에 칼과 러셀이 지키려 하는 새라는 점에서 중요하기도 했지만, 그 외에도 조연으로서의 재미를 더해준 건 분명. 더그(밥 피터슨) 넘 귀엽고, 알파도 기계 고장나서 목소리 안나올때 귀여웠고... 베타(딜로이 린도)랑 감마(제롬 랜프트)도 제 할일 다 했다.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들이 새롭고 좋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의 속성을 지니고 있어서 더 재미있었다. 다람쥐!

  즐거운 애니메이션. 알록달록한 풍선들이 집을 끌고 올라가는 장면은 정말 너무 좋았다.


레이크 하우스
감독 알레한드로 아그레스티 (2006 / 미국)
출연 키아누 리브스, 산드라 블록, 쇼레 아그다쉬루, 딜런 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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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시월애 본게 벌써 7년 전이란 말인가 뜨악. 아무튼 그 시월애의 리메이크 작, 레이크 하우스다. 멜로는 별로 즐기는 편은 아닌데(아마도), 시월애 리메이크 작이라길래 궁금하기도 했고, 키아누 리브스도, 산드라 블록도 좋아하는 편이라 보는 데 별 지장 없었음. 바다가 아닌 호수 위의 집인지라 일 마레 라는 이름은 쓰지 않고 제목이 레이크 하우스라고. 이건 쫌 아쉽곤. 그래도 중간에 일 마레가 잠시 언급되는 장면이 있는데 굉장히 반가웠음.

  리메이크 작이다 보니까 기본 설정은 거의 비슷. 남자 주인공인 알렉스 와일러(키아누 리브스)가 건축가 아버지(사이먼 와일러 역/크리스토퍼 플러머)의 그늘에 가려있는 건축가라는 점, 남녀가 통하게 되는 우체통... 뭐 요런 거. 아 시월애가 가물가물해. 반면 여자 주인공인 케이트 포스터(산드라 블록)의 직업은 성우에서 의사로 바뀌었다. 성우가 좀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각본을 수정하면서 좀더 각본이 세밀해지고 그에 따라 의사로 바뀐 듯. 직업이 의사인 것을 통해 꾸며지는 것들이 있다.

  시월애는 확실히 좀 정적인 느낌이 있었다. 그 시월애만의 감각 같은 거. 근데 레이크 하우스는 그걸 좀 제대로 못 살린 거 같아서 안타깝다. 영상미가 더 떨어진다는 느낌이... 아니 물론 화면은 때깔나는데, 시월애의 아련한 느낌이 부족하다. 

  화면은 그렇긴 한데, 각본은 더 좋아진 느낌이다. 시월애가 도식적인 설정과 약간 텅 빈 듯한 느낌을 영상미로 채워 넣었다면, 레이크 하우스에서는 설정을 좀 더 활용한다. 알렉스가 케이트와의 접점을 열심히 만들어나가는 장면이 얼마나 재밌는데. 키스 한 번도 따 냈으니 아주 훌륭한 수확이다. 마지막의 급조된 듯한 해피 엔딩만 쫌 아쉬움.

  생각보다 매끄럽게 잘 리메이크 된 것 같다. 외국 평론가들 평이 아주 형편 없었는데(몇 명 빼고-), 생각보다 그렇게 지루하지도 않았고 난 마음에 들었음. 시월애의 그 느낌은 아니더라도, 잔잔한 감각은 확실히 살아있고... 괜찮다.

  시월애를 안 본 사람이라도 제법 편안한 기분으로 볼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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