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렐라인 : 비밀의 문
감독 헨리 셀릭 (2009 / 미국)
출연 다코타 패닝,테리 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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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에 할 거 없어서 발버둥 치다가 보았다. 크리스마스 악몽 악몽 감독 거라고 해서 관심은 있었는데, 이제야 보았네. 닐 게이먼의 소설이 원작이라고 하는데 원작은 안 봐서 모르겠고 영화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내 눈으로 보게 되는 세계도 썩 있을 법 했고, 나중 가서 움찔움찔 하면서 보게 되는 장면도 있었다.

  한적한 동네로 이사와 친구라고(해도 되나)는 갓 만난 와이비(로버트 베일리 주니어) 뿐이고, 부모님은 각자의 일에 바빠 외롭기만 한 코렐라인(다코타 패닝). 집에 있는 창문 갯수를 세거나, 이상한 이웃들(미스터 보빈스키(이안 맥쉐인), 미스 스핑크(제니퍼 사운더즈), 피스 포서블(돈 프렌치))을 방문하며 시간을 때우던 중 집에 있는 작은 문을 통해 또 다른 세계를 가게 된다. 작은 문 속 또다른 세계는 '단추 눈'을 한 완벽한 엄마(테리 해처)와 아빠(존 호즈맨)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 안에서 코렐라인은 행복하다. 잠시동안.

  그 세계를 다스리는 사람의 정체가 마녀라는 것을 알고 나서 행동하는 과정이 빨리 나와서 좋았다. 엄마 아빠를 구하기 위해 다시 그 세계로 돌아가고, 그 세계의 정체를 깨달아가는 과정이 제법 그럴싸 했다. 유령 아이들의 눈과 엄마 아빠를 찾아내는 과정은 좀 아쉬웠지만. 그게 좀... 이상하게 단순하게 느껴지고 또 쉽지 않았나... 싶다. 뭐가 저렇게 쉬워? 했으니까. 그래도 그 부분 빼고는 전체적인 연출이 마음에 들었다. 마녀가 본격적으로 거미줄을 치고 코렐라인을 쫓는 장면에선 나도 모르게 자고 있던 룸메 팔 붙잡음... 그리고 마녀의 손이 나와서 코렐라인을 끌고 갈 때에도 이게 다 끝난 게 아니네 그 생각에 좀 신선하기도 했고. 보통 애니메이션 플롯에 많은 걸 기대하진 않는데 완벽하진 않아도 나름 괜찮았다.

  기실 내용 보다는 표현 방식에 시선이 갔음. 보통 영화로 봤으면 짜증냈을 것도 같은데 뭐 그럭저럭 잘 보았다.


공주와 개구리
감독 론 클레멘츠, 존 머스커 (2009 / 미국)
출연 애니카 노니 로즈, 테렌스 하워드, 존 굿맨, 키스 데이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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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에서 최초로 흑인 공주를 내세운다기에 흥미로워 했었는데, 까맣게 잊고 있다가 기무니랑 같이 봄. 오래간만에 디즈니의 2D 만화를 보니까 기분이 좋더라. 향수도 자극하고... 무작정 기술을 앞세운 것보다는 이런 식으로 스토리를 살린 옛날 식 2D가 더 취향인 것 같다. 향수 자극... 물론 향수만 자극하면 안되고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건데, 기술 발전이 이러니 저러니 해도 왕도는 스토리텔링이라는 걸 확실히 보여준 영화 아닐까.

  디즈니판 동화의 재해석이 들어갔는데, 공주와 개구리 원 이야기의 단순한 플롯을 화려하게 확장시켰다고 해야하나. 여기에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 티아나(애니카 노니 로즈)는 원래 공주가 아닌데다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일중독 여자였다. 옆에 부자 친구인 샬롯(제니퍼 코디)이 있긴 하지만 라이벌 구도같은 걸 내세우는 건 아니고, 그녀와 자신의 인생을 비교해 우울해지는 일도 없다. 오히려 사이좋은 친구사이인데 둘이 같이 있으면 서로의 장점이 부각되어서 재미있다는 느낌이었다. 샬롯이 워낙에 애교가 많고 눈치가 없는 성격이기도 한데다, 이 영화의 티아라는 남들과 비교하며 자신의 불행이나 행복의 크기를 재는 인간이 아니어서 말이지.

  보면서 비교가 되는건 오히려 나빈 왕자(브루노 캠포스)와 더 비교가 됐다. 똑같이 가난의 정점에 서 있지만(빈털털이 망나니 찌질이 왕자 나빈이시여) 그걸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다르니까. 처음에 그들이 완연히 대립하는 것만 해도 그렇고 투닥투닥 대는 꼴을 보고있으면 아 둘이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완전히 다르구나! 이걸 느낄 수가 있다. 그렇게 안맞는 둘이 만나서 서로에게 자신의 성격을 조금씩 양보해가면서 긍정적으로 변화해가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처음엔 티아나가 평강공주처럼 바보온달 나빈을 교화시키는건가 싶었는데 뭐 그정도로 열정적이진 않고, 부지런한 티아나의 모습을 보면서 나빈도 영향을 받고, 나빈을 통해 티아나는 일 뿐 아니라 사랑도 돌아볼 수 있게되는 윈윈 관계.

  공주와 개구리 원작도 판타지같은 이야기였지만, 거기에 더 판타지가 더해져 알록달록한 색채가 나타나게 된 거 같은 느낌이다. 디즈니식의 악역은 닥터 파실리에(키스 데이빗)이라는 부두교 신자가 맡고 있는데 뭐 악역의 역할이 크게 역할이 부각된 거 같진 않았다. 초점이 개구리로 변한 후 티아나와 나빈이 어떤 식으로 변해가는지에 더 잡혀있어서 그런가...

  티아나와 나빈이 개구리가 된 뒤 만나게 되는 친구들인 레이(짐 커밍스)와 루이스(마이클-레온 울리)들은 적당히 흥을 돋워주는 조연들이었는데, 활기차고 엉뚱한 건 악어 루이스이긴 하지만 이상하게 레이 쪽이 더 시선이 갔다. 힘없는 반딧불이지만 이반젤린을 향한 사랑을 믿고 있고, 친구들간의 우정도 배신하지 않으며 사랑을 지켜주려 애쓰던 캐릭터. 디즈니 답지 않은 결말을 맞았지만(...) 최종적인 결과를 보면, 뭐 그래 어쩌면 괜찮은 것 같기도.

  디즈니 최초의 흑인공주를 내세웠는데 결과가 제법 만족스러웠다. 자신의 상황에 굴하지 않고 꿈을 '스스로' 키우는 공주상을 보여준 건 정말 즐거웠고, 통속적이지 않은 왕자의 모습을 보여준 것도 재미있었고. 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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