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 A
감독 존 크로울리 (2007 / 영국)
출연 앤드류 가필드, 피터 뮬란, 알피 오웬, 케이티 라이온스
상세보기

  문득 보고싶어져서 동생이랑 같이 봤는데 막판에 펑펑 울었다. 너무 안쓰럽고 불쌍하고 슬펐다. 사회가 과거에 악행을 저지른 개인을 얼만큼 포용하고 받아줄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쓰리게 다가왔다. 10살에 친구와 저지른 살인사건으로 14년을 복역하고 막 사회에 복귀하게 된 청년 잭 버리지(앤드류 가필드)가 보호감찰원인 테리(피터 뮬란)의 도움을 받아 사회로 복귀하고, 또 그 사회에서 버림받게 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 그러나 이런 단순한 사건의 라인으로 이 영화를 설명하기에는 아쉽다.

  영화에서는 잭의 사정을 보여준다. 왕따였고, 가정에서도 발붙일 틈이 없었던 외로웠던 소년 에릭(알피 오웬)곧 지금의 잭이기도 한 소년은, 비슷한 처지의 친구 필립(테일러 도허티)을 만나면서 제 삶의 희망을 얻는다. 아이들에게는 정당하지는 않아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옳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입장에서는 그들의 세상을 이해하게 만들어, 이해시키려 한다. 이런 부분에선 일본 영화 '아무도 모른다'가 생각났다. 왜냐하면 흉악했던 범죄를 미화하는 정당화하거나 혹은 미화하는 기능을 인물들의 과거사를 통해 부여하고 있으니까.

  그러나 이런 과거사는 부가적인 이야기일 뿐, 결코 이 영화의 주요한 포인트가 될 수 없다. 이 영화는 결국은 용서와 편견에 관한 이야기로 귀결된다. 과거가 밝혀지기 전까지 크리스(숀 에반스)라는 괜찮은 친구를 사귀고, 미쉘(케이티 라이온스)이라는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얻고, 교통사고를 당한 여자아이를 구해내 사회의 훌륭한 일원이 될 수 있었던 잭은 소년 A였던 사실이 밝혀지는 것과 동시에 그가 가졌던 모든 지위를 박탈당한다. 현재의 훌륭한 사회의 일원은 과거의 잘못으로 말미암아 모든 것을 잃는다.

   교도소가 범죄자들을 한 데 모아놓고 '반성과 사회에로의 재활'의 기회를 부여하는가? 비슷한 생각을 이전에 드라마 '오즈'를 보았을 때에 한 적이 있다. 대부분의 범죄자들은 교도소에서 재활의 기회를 얻기보다는 새로운 범죄에 눈을 뜨게 된다. 범죄자를 드글드글하니 모아놓고 교육은 허술하게, 관리 또한 허술하게 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시스템이 그들을 재활시키기에 역부족한데, 사회에 나와서는 사람들의 냉정한 편견을 맞닥드려야한다. 죄값을 교도소 안에서 치뤘음에도, 사람들은 그를 여전히 범죄자로 본다. 여기엔 그 사람이 가진 과거 행동의 과정은 드러나지 않으며, 오로지 서류에 적힌 결과만이 중요한 것이다. 때문에 교도소는 재활의 기회는 커녕 오히려 낙인을 찍어버리는 결과를 낳고, 그들은 다시 교도소로 되돌아가기 일쑤이다.

  모든 것이 드러났을 때 패닉에 빠진 잭은 외친다. "아냐! 난 예전의 그 소년이 아냐!" 라고. 그러나 이 말은 진실이 될 수 없다. 아무리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마음을 먹었어도 사람들에게 있어서 그는 예전의 그 소년이니까. 그런데 이게 참 모순적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결과만을 본다. '잭은 이전에 살인을 저질렀다' 이런 결과다. 그런데 잭의 현재 결과를 보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가 얼마나 잘 적응하고 있고, 얼마나 선량하게 굴고 있는지 그 결과는 보지 않는다. 오직 나쁜 결과만을 묻고 책한다. 잭을 꾸준히 지켜보고 그에게 기회를 부여했던 테리는, 아들인 젭(제임스 영)이 "그 애는 무슨 짓을 저질렀느냐"고 묻는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

지금 뭘 하고 있는가가 중요한 거잖아? 걔의 현재가 말야. 과거는 무의미하고.

  죄값을 다 치룬 사람을 우리는 용서해야 한다. 우리는 그 사람이 일을 저질렀던 결과를 중시하면서 현재의 결과는 중시하지 않는 이상한 모순에 휩싸여있다. 이것이 우리가 가진 편견이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사실 이겨내긴 힘들다.

  이 영화는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 서글프고 수더분한 표정의 연기자를 앞세워,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무시무시한 살인자를 두고 그에게는 사정이 있었다. 그는 벌을 받을만 하지만 그 이상의 것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이 영화를 기만적이라고 말하기에는 참 힘들다. 왜냐하면 이런 설득을 들어도, 결국 우리는 똑같이 행동할 것이기 때문에. 적어도 우리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주의를 환기시킬 필요는 있다.

  참, 앤드류 가필드라는 배우를 여기에서 처음 봤는데 정말 기가 막히게 연기를 잘했다. 그 수더분한 행동들이 모두 연기라면 그것 또한 놀라운 일이다.


잭 버리지 씨께

절 구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림의) 이건 당신의 칼이에요.
(그림의) 이건 당신의 날개예요.
난 당신이 천사라고 생각했어요.

캐서린 톰슨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