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줘서 봤다. 요새 영화 잘 안봤는데 딱 맘잡고 봐야지... 하고 침대에 누우니 28분짜리 단편영화였다. 스웨덴 영화라서 말 하는건 단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자막이 있어도 귀에 익은 언어를 듣는 것과 안그런 언어를 듣는 것은 느낌이 사뭇 다르다.

  퀴어영화이긴 한데 되게 담백하고 마음에 들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느낌의 영화다. 스웨덴 산 한가운데에 있는 캠프장은 조용하기 짝이 없다. 그 안에 아빠와 같이 사는 올레(토비아스 뱅츠손)의 성격도, 자신이 사는 곳과 꼭 걸맞게 얌전하다. 전구를 엮어 무대 장식이나 만들며 아빠와 조용히 캠프를 꾸려나갈 뿐이다. 여행을 다니며 캠프에 해년마다 찾아오는 바브로 아주머니(브리타 앤더손)는 이번엔 조카인 케빈(톰 로프터주드)과 함께 캠프를 방문한다. 올레와 케빈은 미묘한 감정을 대하고, 약은 듯 하지만 자기 감정을 제대로 돌아보지 않으려 하는 케빈과, 수줍고 어색하지만 자기 감정을 정확히 알고 있는 올레의 줄다리기가 재미있다. 내가 왜 요약을 하고 앉아있냐... 아무튼 제목인 럭키 블루는 케빈(과 바브로 아주머니)이 키우는 새 이름. 새장속에 갖혀 있는 것을 올레가 꺼내서 같이 놀다가 날려보낸다. 하지만 뒤에 되돌아 옴. 이걸로 뭔가 사랑의 상징을 주려고 했던 듯.

  올레 캐릭터는 되게 수줍고 내성적이지만, 은근히 다부진 면이 있어서 좋았다. 올레가 무대에 올라가서 F. R. David의 Words를 부르는 게 되게 좋았다. 내성적인 올레이지만 자기 감정에 있어서는 솔직하고 직설적이었다. 배우도 케빈 역 배우에 비해 좀 더 섬세해 보였다. 케빈은 솔직히 처음엔 좀 얄미웠다. 자기가 먼저 꼬셔놓고 딱 모르는 척 하는 건 우습다. 사실 그 마음도 이해는 가는데, 그 이후에도 또 찔러보는 건 뭐니 이 녀석아. 자신만만한 척 하지만 사실 올레보다도 용기 없었고 약은 척만 하는 애였다. 그래도 막판 가서는 가까스로 자기 감정 인정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 이 정도는 해줘야지.

  그냥 가볍고, 조용하고, 물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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