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파리
감독 조엘 코엔, 에단 코엔, 알폰소 쿠아론, 구스 반 산트 (2006 / 프랑스, 리히텐슈타인)
출연 나탈리 포트만, 줄리엣 비노쉬, 스티브 부세미, 일라이저 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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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려 스무명의 감독이 참여해 18개의 짧은 에피소드로 꽉꽉 채운 옴니버스 이야기. 영화를 찍기 전 조건은, '파리 시내 20개 구 중 한 곳을 골라 최소한의 비용으로 5분 동안 사랑이야기를 찍기.' 였다. 랄까... 그래서 지겨운 감이. 뭔가 이야기를 더 진행해줬으면, 하는 것들도 금새금새 끝나버리니까 김이 샜다. 그리구 너무 감질맛나게 해놓은 것들이 많아서-_- 막 답답하기도. 난 결론내는 타입의 영화를 좋아하다 보니까. 단편들의 호흡이 너무나 짧고, 단편이 너무나 많아서 머릿속이 뒤죽박죽거리고, 프랑스어 발음은 지루(난 부드럽게 들리지 않았어..)했다. 시간 때우다가 잠들 뻔 했음... 몇 가지 이야기는 신선하고 좋았지만, 취향에 영 맞지 않는 것도 다수 존재한 영화였다.

  다음은 영화 홍보사에서 적었던 각각 단편의 소개. 사실 단편들이 다들 5분가량이기 때문에, 내용들은 저게 다인 것도 있다.

「몽마르뜨 언덕」 / 브뤼노 포달리데
몽마르뜨 좁은 골목에서 주차하던 남자, 운명의 여자를 만나다!
; 남자가 참 소심해 보였다. 근데 응급처치법을 배우고 그걸 실제로 쓰다니, 신기한걸.

「세느 강변」 / 거린더 차다
세느 강변에서 헌팅하던 프랑스 소년, 이슬람 소녀에게 마음을 빼앗기다!
; 남자애들 셋이 참 생각없이 노는 줄 알았는데, 그 중 한명은 귀엽구나. 이슬람 애 되게 예뻤다. 풋풋하니 귀여웠음.

「마레 지구」 / 구스 반 산트
프랑스 게이 청년, 불어가 서툰 미국 청년에게 사랑을 느끼다!
; 낄낄낄. 이거 홍보물이 내용을 다 스포일러하냐; 배우들이 본명을 써서 나왔다. 가스파르 울리엘이 프랑스어로 줄기차게 엘리어스 맥코넬에게 구애하는게 귀여웠다. 나중에 엘리어스가 가스파르를 좇아 달리는 장면에서 가슴이 두근두근. 구스 반 산트, 장편으로 만들어주세요...

「튈트리 역」 / 조엘 & 에단 코엔
소심한 미국인 관광객, 관광 가이드북에서 파리의 현실을 온몸으로 배우다!
; 아놔 스티브 부세미 완전 불쌍; 근데 정말 프랑스에서는 눈만 마주치면 그런 상황이 벌어지는거니... 둘이서 실컷 싸우고 상관없는 남만 휘말리게 하더니, 유유하게 가버리던 그들. 그야말로 민폐커플이었다. 대책없이 당하는 스티브 부세미 완전 안타까웠음. 그래도 귀엽다.

「16구역」 / 월터 살레스 & 다니엘라 토마스
젊은 이민자 여성, 자신의 아기는 보육원에 맡기고 다른 아이를 돌보게 되다!
; 어떻게 보면 좀 안타까운 에피소드. 가사를 알 수 없는 자장가가 좋았다. 자기 애는 보육원에 맡기고 남의 애 보는 심정이 어떨까... 그녀의 안타까운 심정과는 상관없이, 노래를 불러주니 환히 웃던 두 아이들.

「차이나타운」 / 크리스토퍼 도일
중년의 세일즈맨, 과격한 차이나타운 미장원 원장과 치명적 사랑에 빠지다!
; 좀 판타지적이라고 해아할까-_-; 뭐가 뭔지 어안이 벙벙했음. 차이나타운 미용실 원장은 확실히 흑발이 더 잘어울렸다.

「바스티유」 / 이자벨 코이셋
이혼을 선언하려던 남편, 부인의 백혈병 선고로 다시 터닝포인트를 맞이하다!
; 아, 조금 뻔한 이야기. 그래도 좋았다. 남자의 심정을 표현하는 나레이션이라던가... 아내가 흥얼거리던 멜로디가 좋았고, 빨간 트렌치 코트가 예뻤다. 혼자 남은 남편이 트렌치 코트를 보고 멈춰서는 장면이 좋았다.

「빅토와르 광장」 / 스와 노부히로
죽은 아들을 그리워하던 여자, 카우보이의 도움으로 아들과 마지막 만남을 갖다!
; 예고 없는 자식과의 이별. 마지막 기회를 갖게 되어 행복했을까... 좋게 보내주는 기회를 얻은 것 같다.

「에펠 탑」 / 실뱅 쇼메
외로운 마임 아티스트, 유치장에서 소울메이트를 맞닥뜨리다!
; 제법 유쾌한 에피소드. 판토마임하는 사람이 자신만의 세계에 사는 이방인 같았는데, 똑같은 짝을 만나게 되어서 다행이다. 그런데 자식은 얼굴이 하얀 칠을 하지 않았네. 애가 매고 있던 커다란 가방이 귀여웠음.

「몽소 공원」 / 알폰소 쿠아론
중년의 아버지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된 딸과 인생을 논하다!
; 별로 생각 없었음.

「앙팡 루즈 구역」 / 올리비에 아사야스
미국인 여배우, 무심한 듯 상냥한 마약 딜러에게 묘하게 끌리다!
; 메기 질렌할 귀엽다... 언제나 조금 위험해 보이는 여자. 그 마약 딜러랑 좀 잘됐어도 좋았을텐데. 나중에 혼자 자조적이 되었을 것 같다.

「축제 광장」 / 올리버 슈미츠
총상 입은 흑인 남자, 죽음의 순간 응급구조원 소녀에게 커피를 권하다!
; 뭐 저런 무서운 동네가. 근데 총상이 아니라 자상 아닌가. 홍보물을 대충대충 만들어놨어. 응급 구조원 소녀는 커피 두잔을 손에 들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피갈 거리」 / 리처드 라그라베네즈
애정 식은 중년부부, 파리의 홍등가에서 섹시한 러브게임을 시작하다!
; 음. 그냥 그랬음.

「마들렌느 구역」 / 빈센조 나탈리
미국인 관광객, 아름다운 뱀파이어에게 마음도 피도 모두 뺏겨버리다!
; 낄낄낄 이거 난 유쾌하게 봤음. 피 같은 것들은 완전 그래픽 티나게 해놨으면서(씬시티같이?), 미묘하게 고전 영화 느낌을 풍겨서 좋았다. 일라이저 우드 완전 귀여움.

「페르 라셰즈 공동묘지」 / 웨스 크레이븐
유머감각 없는 까칠한 남편, 오스카 와일드의 유령에게 한 수 배우다!
; 아직 결혼 안한 커플이었다-_-; 오스카 와일드가 별로 많이 가르쳐 준거 같지 않은데. 키스마크가 잔뜩 있는 오스카 와일드 무덤은 인상적.

「생 드니 외곽」 / 톰 튀크베어
아름다운 미국인 배우 지망생과 시각장애인의 거짓말 같은 사랑!
; 나탈리 포트먼은 예쁘구나. 남자 배우(이름 모르겠다)의 나레이션이 괜찮았음.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멀어지는 듯 했는데, 잘 된것 같다.

「라탱 구역」 / 프레데릭 우버르땅 & 제라르 드빠르디유
위기의 부부, 이혼의 순간 지나간 사랑을 회상하다!
; 지나간 사랑은 지나간 것. 그래도 추억은 쌉싸래하게 다가온다.

「14구역」 / 알렉산더 페인
무료한 일상을 탈출한 미국인 주부, 낭만의 도시 파리와 사랑에 빠지다!
; 이거 맘에 들었음. 산뜻하게 밝은 화면, 평범한 중년 여성. 담담한 나레이션. 일상적이면서도 그 일상에서 벗어나는 새로움. 좋았다.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감독 톰 튀크베어 (2006 / 독일, 스페인, 프랑스)
출연 벤 위쇼, 더스틴 호프먼, 알란 릭맨, 레이첼 허드-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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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일에 은자랑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봤다. 약도에서 지하철 출구를 잘 확인했음에도 나는 한참을 헤맸다. 알고보니 길 건너서 있는거였어...ㄱ- 뭐랄까 롯데 시네마, 생각보다 눈에 잘 안 띄는 장소에 있었다. 그래도 같은 건물에 있던 콜드스톤 아이스크림은 몹시 마음에 들었다. 상관 없지만.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는, 내 돈으로 처음 샀던 책이었다. 중학교 때 어딘가에서 줏어듣고 생각없이 사왔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냥 생각없이 사온 것 치고는 너무나 푹 빠져들어서, 하루만에 몰입해서 다 읽어버렸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씨 이야기도 읽어봤고, 깊이에의 걍요도 읽어봤고... 뭐 그랬다. 향수만큼 마음에 들었던 것은 없다. 아; 싫다는건 아니다. 오히려 좋아하는 축. 아무튼 향수는 내가 가장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책. 오죽하면 주인공 이름도 외우고 있었다. 나같이 줄거리도 잘 까먹는 녀석에게는 놀라운 일.

  그래서 이 소설의 영화화 소식을 들었을 땐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알다시피 영화화를 통해 망가진 작품들이 잘 된 작품들보다 많으니까. 나중에 캐스팅된 사람들을 보고는 더욱 그랬는데, 나의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는 키가 작고 얼굴이 흉물인 곱추(디즈니 애니메이션 '노틀담의 곱추'에 나오는 그 곱추정도?)였는데, 캐스팅된 벤 위쇼는 훤칠하고 잘생긴 청년이어서 실망했다. 알란 릭맨이나 더스틴 호프만의 캐스팅은 좋았지만 도무지 벤 위쇼의 캐스팅을 좋아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외국에서 개봉도 하기 전에, 알지도 못하는 독일어 티저 홈페이지-_-를 드나들기도 하면서 관심을 보였다.(이 내가 영어 만세..ㄱ-를 외칠 줄이야.) 애증이란 이런 것일까.

  어찌되었건 한국에서도 개봉. 보러갈까 말까 하면서도 딴 영화들이나 보고 있었는데, 마침 은자가 보러가자길래 생각없이 쫄래쫄래 갔다. 괜찮아, 영화가 이상해도 알란 릭맨과 더스틴 호프만은 볼수 있잖아? 라는 기분도 조금.

  어라, 이거 괜찮다. 책에선 담담하고 건조했던 스토리가 영화에서는 좀더 볼륨있게 꾸며진 느낌이 들지만, 이거 나름의 느낌도 나쁘지 않았다. 잔가지가 많은 부분을 과감하게 잘라내고, 건조한 느낌의 소설을 조금 더 풍성하게 만들어 보기 좋게 만들어 냈다는 느낌. 이 정도면 실패는 아닌 것이다. 중간 중간 나레이션이 들어간게 조금 신경쓰였지만, 주인공이 다 설명해 줄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책에서 볼땐 담담했던 장면들이 실제로, 거기에 잘생긴 주인공으로 옮겨지니까 스토커 일대기처럼 보이기도 했다...

  우려했던 주인공 벤 위쇼는 대사가 별로 없어서, 눈으로 말해요 신공을 펼쳐주었는데 그 때문인지 연기가 그닥 거슬리진 않았다. 그럭저럭 합격점. 캐릭터가 못생기고 흉물스럽지 않은것은 아쉽지만, 뭐 스토리에 영향을 줄만한 것은 아니니까. 이건 그냥 내 오기고.
  당연히 더스틴 호프만과 알란 릭맨의 연기는 좋았다. 향수 제조업자 주세페 발디니로 분한 더스틴 호프만은 다소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화장과 살짝 방정맞으면서도 어깨에 힘들어간 듯한 연기로 캐릭터를 소화해냈다. 원작의 발디니는 이렇지 않았지만, 뭐 마냥 귀여워서...
  안토인 리치스역의 알란 릭맨은 그야말로 딸바보 아버지 그 자체. 딸의 죽음을 확인하고 무너져내리는 장면에서는, 아 역시 알란 릭맨이구나. 싶었다.
  로라 리치스역의 레이첼 허드-우드야 그렇게 비중있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냥 얼굴이 예쁜 누구였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마지막 운명의 향수를 시험하는 그 장면에서, 진지하게 손수건을 흔들어대는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를 보며, 나는 왠지 300의 크세르크세스 생각나서 막 웃었다. 그리고 정말 마지막 부분, 나는 살갖이 찢어지고 살점을 줏어먹는 사람들을 상상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미끈하게 넘겨버리더라. 뼈다귀 하나도 안남다니.

  근데 어째서 이게 15금이냐. 영등위는 나름 기준을 완화해가고 있는 것인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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