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감독 팀 버튼 (2010 / 미국)
출연 조니 뎁, 미아 와시코우스카, 헬레나 본햄 카터, 앤 헤더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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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 본다 본다 했는데 약속이 자꾸 미뤄져서 이제야 봤다. 별로 평이 좋진 않아서 볼까말까 했는데, 그래도 좋아하는 감독이고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다 보니 봤는데... 생각보다는 훨씬 별로였다. 시각적으로는 어느정도 만족시키는 부분이 있지만 스토리 진행에서는 이게 뭔가, 싶었던 부분이 많았다. 굳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아니었어도 될 것 같은? 그런 부분들.

  이리저리 합쳐지거나 뭉뚱그려지거나 해서 각자의 특색을 띠게 된 캐릭터들은, 물론 매력이 있다. 배우들도 잘 데려다 썼으니까. 이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배경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면 말이다. 기본 속성은 따왔지만 심화시켜서 보면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매드 해터(조니 뎁)의 경우는 정말은 미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줘서 나름대로 실망했다. 새롭게 판타지 세계를 구축하고 싶었으면 그렇게 할 것이지 여기에 앨리스의 캐릭터들을 따와 접목시키다가 이도 저도 안 된거 같은 느낌이었다. 이건 앨리스도 아니고 팀버튼도 아녀...

  그걸 빼놓고 보면 적당히 중간은 가는 판타지 세계. 사실 판타지세계에서 앨리스(미아 와시코우스카)가 벌이는 모험보다는, 그 모습 자체에 눈이 가게 되었다. 하지만 때문에 판타지 세계 안에서 지켜내고자 하는 의미는 별로 크게 와닿지 않아서, 앨리스가 싸움에 참여하게 되는 그 전반적인 과정과 심리변화 설명은 참 별로. 어쨌든 판타지 세계를 보는 재미는 있었다. 매드 해터는 아무래도 비중이 커서 그런가 눈에 많이 띄었고, 멍청한 느낌의 하얀 여왕(앤 해서웨이)나 중후한 목소리의 압솔렘(알란 릭맨), 작달막하고 깡이 센 쥐(바바라 윈저), 하얀 토끼(마이클 쉰)나 미친 토끼(폴 화이트하우스), 트위들디와 트위들덤(맷 루카스)... 다 특이하고 좋았지만, 역시 백미는 붉은 여왕(헬레나 본햄 카터)이었다.일단 그 모습에서부터가 충격이 큰데 역할 또한 강렬해서 좋았다. 그리고 사실 하얀 여왕 쪽보다는 붉은 여왕쪽의 심리상태가 더 이해가 갔다. 사랑받지 못해서 땡깡을 부리는 어린애 같지 않은가... 하트의 잭(크리스핀 글로버)은 비굴비굴한 캐릭터가 좋았지만, 딱 거기까지. 재바워키(크리스토퍼 리)는 비중이 더 컸어야 할 것 같았는데 그다지 설명도 없고, 그냥 쓰러지기 위해 나온 악당 같았다. 아, 그리고 체셔 고양이(스티븐 프라이)... 사실 얘는 왜 나왔는지 더 모르겠는 캐릭터. 중립적인 입장을 취할 줄 알았더니만 그게 아니고 요술같은 모양새만 부려대서.

  크게 만족시키진 못했어도 그래도 판타지 세계의 내용은 나름대로 오밀조밀 즐겁게 본 편이었는데, 이거에 연결된 진짜 현실세계 또한 불완전한 판타지 같아서 불만족스러웠다. 차라리 완연한 판타지로 갔으면 좋았을텐데... 현실 세계로 나온 순간 재미가 팍 없어지고 말았다. 판타지 세계에서의 사건을 발판으로 삼아 현실 세계의 앨리스가 눈을 뜨고 독립적인 여자가 된다, 라는 내용을 그리고 싶었던건 알겠는데 그 여성이 독립적인 여성이 되는 부분이 그다지 설득력도 없고. 일단 중국이야기가 나오는 데에서 어이를 잃고 말았다. 제국주의의 발판을 깔아주나요...

  그냥 전체적으로는 별로였다. 하지만 헬레나 본햄 카터를 위해서라면 또 봐주고 싶은 마음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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