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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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창 책을 마구잡이로 사던 때가 있었다. 왜인지 그때에는 책에 미쳐서 한번에 몇 만원어치씩 마구잡이로 사들였는데, 그때 샀던 책 목록에 끼워져 있던 것이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였다. 그때는 책을 한꺼번에 많이 샀기에, 그 구매의 이유는 베스트셀러이기 때문에 라는 이유뿐이었다. 책을 두루 살피지 않고 샀던 것이다. 나는 그때까지 파울로 코엘료를 알지 못했고, 관심도 없었다. 아무튼 우연치 않게 내 손에 들어온 것이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이었다. 책의 표지는 왜인지 시선을 끄는 잔잔한 그림삽화였고 그 삽화를 통해 나는 책의 분위기를 어렴풋하게 짐작하기만 했다. 잔잔한 이야기. 그것은 내가 싫어하는 소재였다. 그래도 기대를 가지고 책을 읽어보았다. 여지 있을 리가. 읽고 나서 든 기분은 ‘그래서 어쩌라고.’뿐이었다. 이런 식으로 어설프게 교훈을 주는 소설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게 설교하고자 하는 뭔데? 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이다. ‘행복은 주변에 있어요’라는 것 말고는 도대체 뭐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게다가, 그런 식의 교훈은 『파랑새』만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나는 길고 긴 여행기를 읽고 그런 하찮은 교훈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 소설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나는 이 소설의 인기 요인(더군다나 전 세계적인)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이것은 단순히 내 취향의 차이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것이다. 그래서 주변 친구에게 물어보았더니, 작품 전체에 감도는 서정적인 분위기가 한편의 동화를 보는 것 같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랬던가? 책의 뒷면을 보니 평가가 대충 그런 쪽이다. 영혼적인 환상으로 인도한다는 평도 있다. 요컨대 이 책은 작가에게 책을 읽음으로서 평온함과 안정된 감각을 안겨주는 듯 하다. 문체가 그런 느낌은 있긴 했지만, 나는 그것을 소설의 주제적인 내용을 전달하기 위한 도구로만 생각했기 때문에 깨닫지 못했다. 나는 그렇지 않더라도 일반적으로 이 소설은 작가의 감성이 풍부하게 드러난 소설로 그려지는 것 같다. 또, 내가 생각하는 바로는 소설의 삽화도 한 몫을 하는 것 같은데 내가 산책은 구본이라 책 표지에만 삽화가 있는데도, 그 삽화 하나가 소설의 느낌을 잘 드러내고 있으며 책의 구매 욕구를 잘 살려주는 것 같다. 새로 나온 판본에는 소설 안에도 삽화가 있으니, 아무래도 이 이유 또한 꽤 맞는 듯 하다.

  소설 『연금술사』는 내게는 큰 감흥을 주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는 분명히 있고, 나는 그 이유를 잔잔하고 서정적인 내용, 그에 걸맞는 문체, 그리고 삽화에서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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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교 2학년때 쓴 감상. 지금도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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