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브레이커스
감독 마이클 스피어리그, 피터 스피어리그 (2010 /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출연 에단 호크, 윌렘 데포, 샘 닐, 이사벨 루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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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보았네, 실망할 줄 알면서도(...) 그래도 트와일라잇보단 약간 나았다고 위안을 하고 싶다...

  최근 나왔던 뱀파이어 설정은 다 섞어놓은 듯한 영화였다. 인공 혈액같은건 트루 블러드(HBO 드라마)가 바로 연상되니까... 그냥 유행 따라 나올만한 영화였고, 영화 자체에 특별한 노력이랄 게 보이지 않아서 실망스러웠다. 뱀파이어 영화 특유의 삶의 허무함같은게 별로 드러나있지 않은데, 왜 굳이 주인공 과학자인 에드워드(에단 호크)가 인간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지 이해가 안된달까. 뱀파이어에서 다시 인간이 된 엘비스(윌렘 데포)도 왜 인간이 된 걸 좋다고 여기는 지 알 수가 없다. 그러니까 이 영화에선 기본적인 설득력이 부족하다. 인간은 인간 그 자체만으로 숭고하니까? 차라리 그런 말이라도 해줬으면 싶었다.

  이야기 뿐 아니라 캐릭터들도 판에 박힌 듯 한데, 악역인 찰스 브롬리(샘 닐)는 전형적인 정치인+사업가 타입의 악역. 인공 혈액을 개발하는 데 그치면 안되나, 굳이 인간을 먹겠다고 말하냐 싶기도 했는데... 흠 이미 저런식으로 인간의 인권이 무시당한 지 한참 후의 사회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찰스의 딸인 앨리슨(이사벨 루카스)이 뱀파이어가 되길 거부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참 전형적이었다. 인간에게 동정심을 가지는 뱀파이어인 에드워드에겐, 당연하다는 듯이 뱀파이어가 된 상황이 만족스럽다는 데 의심이 없는 동생 프랭키(마이클 도어맨)도 있고... 에드워드를 인간 세계를 돕도록 이끄는 여자 주인공 오드리(클로디아 카번)도 있고... 조언자 엘비스도 있으니. 이 어찌 판에 박힌 캐릭터가 아닐 수 없으랴.

  이야기 자체를 많은 트릭을 쓰거나 꼬아놓은 게 아니라, 설정만 믿고 밀어붙이려던게 보여서 아쉽기 그지없다. 그냥 설정 설명하는 초반부분은 좋았는데 스토리 진행은 영... 아이가 더이상 자라지 않는 상황이 싫다고 유서쓰고 태양밖으로 나가서 자살하는 도입부나, 지하보도나 주간주행이 가능하게 하는 자동차 같은 것, 혈액이 함유된 커피 같은 설정들은 보는 재미가 있었지만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진 못했다. 설정짜는데 지쳐서 이야기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걸까... 결말 자체도 꽤 한심하게 흘러가서.

  킬링타임이라고 하기에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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