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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귀레, 신의 분노'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다.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이 31세때 찍은, 1972년 개봉작이다. 헤어조크 감독의 영화는 극한의 상황과 극단적인 목표, 그리고 고생하고 상처받은 주인공들을 내세워 기이하고 폭력적인 영화를 만들기로 유명하다. 그리고 아귀레, 신의 분노 역시 이 틀을 벗어나지 않는, 아니 그 틀을 구축하는 영화이다. 

  이 영화는 실제 페루의 아마존강 유역에서 찍은 영화로, 지금처럼 CG가 없었기 때문에 실제로 고생하면서 찍은 영화였다. 주변 환경도 그렇고, 아무튼 연기자들과 스텝 모두 극한상황에 내몰렸다고 한다. 

  영화의 주인공인 클라우스 킨스키는 헤어조크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할 만한 이였는데, 성격이 까탈스럽고 괴팍했다고 알려진다. 그러나 연기에 있어서만큼은 천재였다고. 그렇게 연기에서만큼은 악바리였던 그조차도 아귀레, 신의 분노 촬영현장에서 도무지 참을 수 없었는지 "더이상은 못해먹겠다."라고 손을 놓으려 했었다.

  그런 클라우스 킨스키에게 헤어조크 감독이 어떤 태도를 취했느냐, 바로 총을 겨누며 "촬영할래, 여기서 죽을래." 

  그래서 촬영은 계속되었고, 영화는 호평을 받았고, 클라우스 킨스키는 헤어조크 감독의 페르소나로 남았다. 뭐 이 부분에서는 헤어조크 감독의 승리로 보이지만, 사실 평소에는 클라우스 킨스키의 괴상한 성격에 질려 헤어조크 감독이 많이 고생했다고 한다. 헤어조크 감독 스스로 말하길 클라우스 킨스키 살해 계획까지 세웠었다고. 그러나 그들은 깊은 애증의 관계같은 것을 맺고 있어서, 클라우스 킨스키 사후에는 헤어조크가 '나의 친애하는 적 - 클라우스 킨스키'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어 그에 대한 깊은 그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리고 요새 가끔, 누군가가 내 머리에 총을 겨눠줬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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