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16 - 적벽대전 1부 - 거대한 전쟁의 시작 (赤壁: Red Cliff, 2008)



적벽대전 2 : 최후의 결전
감독 오우삼 (2009 / 중국)
출연 양조위, 금성무, 장첸, 장풍의
상세보기

  1편 잊어버릴까봐 빨리 봤다. 적벽대전 이야기는 누구나 알고 있듯이 조조군의 패로 끝난다. 다 아는 이야기를 어떻게 각색하느냐에 따라서 몰입도와 작품성이 달라질텐데, 그 몰입이란 게 퍽 잘 된것 같지는 않았다. 이미 내용을 다 알아서 그런가보다 생각했었는데 흐룃이 말하길, '다 알고 책으로 적벽대전을 볼 때에도 몰입이 그렇게 잘되었었는데, 영상에서 이 정도로 안 된다면 문제'라고 해서 수긍하고 말았다. 확실히 영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렇게 몰입도가 좋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각색이 아주 잘 된 것 같지도 않아서 아쉬울 따름이다.

  원작에 비해 많이 각색이 되었는데 음, 원래 역사를 바탕으로 한 픽션이야 재창조에 재창조를 거듭하는 것이라지만... 손상향이 위군으로 숨어들어가 손숙제(동대위)와 우정을 쌓는다든가, 감녕(나카무라 시도)이 전쟁중에 죽어버린다든가 하는 일은 참 별로다 싶었다. 손상향을 어떻게든 비중있게 넣고 싶어서 넣은 건 좋은데, 짧은 시간 내에 손숙제와 그 정도로 친밀한 관계가 되어버린다는 게 조금 그랬고 손숙제 캐릭터도 너무 어리숙하기 짝이 없어서 설득력이 떨어졌다. 누구라도 손상향을 스파이로 의심할 상황인데 그렇게 놔준다는게. 그리고 감녕은 오의 큰 장수인데 물론 멋있게 죽었지만 그렇게 적벽대전에서 죽여버린다는 게 살짝 놀라웠다. 별로 좋은 의민 아니다.

  가장 큰 본 스토리에 없는 부분은 1편에서부터 도드라진 소교의 역할인데, 소교가 홀로 조조군에 가서 동남풍이 불어올 때까지 조조를 말리는 부분은 이 모든 각색 중에서 그나마 나았던 거 같기도 하다. 이미 1편에서 포석을 깔고 들어가서 그런가 그런 역할을 맡은 부분에 있어서는 어색함이 없는 편이었달까. 익숙해진 탓인지는 몰라도 말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본 작품과는 어긋나는 부분이 생겨버렸다. 노장 황개의 투혼이나, 조조를 놓아주어야 하는 관우의 모습 같은 것들이 사라진 것도 결국 이 스토리에서 기인한다.

  적벽대전이 어떤 결말이 날 줄 알고 있었다는 걸 치더라도 재미가 그냥저냥 했는데, 막판에 조조를 살려주는 부분은 조금 어이가 없었다. 차라리 비굴하게 도망해서 목숨을 건졌다면 말이 된다만 전쟁을 저 판국까지 벌인 마당에 조조같은 인물을 살려둘 리가 만무하다. 원작과 다른 방향으로 조조 캐릭터를 세우려다 보니 비굴한 도망모습같은건 그리지 못한걸까? 하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설득력을 잃어버렸다. 관우가 뒤쫓는 부분까지 그리려면 벌려놓은 영화 진행과 안맞는 건 알지만, 음... 이래서야 삼국지연의에서 내용을 빌려왔다 할 수 있을지.

  제갈공명이나 주유에 관한 해석은 신선하고 좋았지만서도 그 때문에 나머지 캐릭터들의 의미가 사라지거나 망가진 점, 그리고 크게는 주제까지도 이상하게 나아가버린 점이 아쉽다.

  이건 보다 그냥 웃겼던 부분(...)

버릇_없는_남매.jpg

적벽대전 : 거대한 전쟁의 시작
감독 오우삼 (2008 / 중국)
출연 양조위, 금성무, 장첸, 린즈 링
상세보기

  어제 아침에 케이블에서 하길래 비몽사몽간에 봤다. 며칠 전부터 보고싶다 했더니 마침 딱 하길래 참고 봤는데, 그냥 저냥 괜찮았다. 삼국지의 백미인 적벽대전에만 집중한 영화인데, 긴 삼국지에서 이야기를 추렸다 해도 그 앞뒤 사정을 알려야 하다보니까 2편짜리 영화가 된듯. 1편을 다 본 감상은 2편을 봐야 알겠다... 정도. 2편짜리 영화라고 생각한다 쳐도 프롤로그가 꽤 길다는 느낌이 들었다. 쓸데없는 장면도 많고, 시간을 할애한 데 비해서 제갈량(금성무)이나 주유(양조위) 외의 캐릭터 설명도 원활치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두시간이 조금 넘는 상영시간이 지루한 감을 주기 쉬웠다. 이걸 2편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보았을 땐 허무했을 거 같기도 하다. 당장 1년 뒤에 2편이 나온다는 것을 알아도, 그 전에 1편 내용을 다 잊어버릴 정도로 1편에는 그다지 중요한 이야깃거리가 없었다. 여러 편으로 나누어진 다른 영화들이 앞의 한 작품만 보더라도 괜찮은 영화들의 예가 꽤 있다는 점에서 이건 단점이 아닌가 싶다. 전투장면이라는 것도 진을 짜고 이용하는 건 물론 흥미로웠지만 너무 길어지고, 진에 대한 설명보다는 장면을 전달하고자 하는 의지가 커서 그런가 초반에만 신선했다지 지루한 느낌이었다.

  삼국지연의에 바탕을 두었다지만 영화가 정말로 제갈량과 주유에 집중을 두었기 때문에 유비(우용), 관우(파삼찰포), 장비(장금생)는 훨씬 뒷전으로 물러난 느낌이며, 그 조조(장풍의)조차도 고작 여자 때문에 전쟁을 일으키는 소인배가 되고 말았다(...) 오히려 이런 주요 인물보다 더 집중되어 살아난 것은 조자룡(후쥔)이나 손권(장첸)이었는데 재미있는 것이 삼국지연의에서는 그렇게 패기 있던 손권에게, 아버지와 형의 업적에 억눌려있는 모습을 부여했다는 거. 이거 신선하면서도 설득력 있었다. 손상향(조미)은 원작에서는 이 부분에선 거의 나오지도 않았던 거 같은데 로맨스 라인때문인가 나왔나... 여장부 표현하려고 한 건 좋은데 미묘하게 안 어울린다는 느낌? 주유 아내인 소교(린즈링)는 그냥 예쁘다는 생각은 참 많이 했다.

  제갈량과 주유는 원작에서처럼 주유가 '하늘은 어찌하여 주유를 낳고, 또 제갈량을 낳았단 말인가!' 하고 탄식할 만큼 차이가 나는 상대처럼 보이지 않았다. 물론 재주가 뛰어난 것은 맞지만, 다만 우유부단한 군주 아래에서 이리뛰고 저리뛰는 모습을 보여줘 노력하는 천재같은 모습을 보여주어 좋았다. 주유의 경우엔 아직 제갈량의 적이라던가, 제갈량의 능력을 위험요소로 생각한다던가 하는 모습보다는 진지하게 그 순간의 동료로 인정해주는 대인배적 면모가 보여서 좋았다. 원작의 주유는 어쩔수 없는 열등감에 사로잡힌 캐릭터 같았는데 영화에서는 좀 더 여유롭고 능력있는 책사이자 장수처럼 보이더라.

  그냥 좋았던 장면은 의외로 한무제가 나오는 장면. 그 억눌린 궐 안의 분위기에서 긴장에 파묻혀 목숨을 이어가는 어린 황제의 모습이 잘 표현된 것 같다. 새가 오게 하려고 휘파람을 부는 장면이 조금 슬펐고 안쓰러운 기분을 자극했다. 주유와 제갈량의 거문고 연주 장면은 음... 감독이 뭘 의미하려고 한 지는 알겠는데 생각보다 크게 다가오지 않아서 아쉬웠던 부분.

  일단은 프롤로그. 1편 전체가 프롤로그란 느낌. 2편을 봐야지 알겠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