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비에이터 (2005)

The Aviator 
7.8
감독
마틴 스콜세지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케이트 블란쳇, 케이트 베킨세일, 존 C. 라일리, 알렉 볼드윈
정보
로맨스/멜로, 어드벤처, 드라마 | 미국, 독일 | 169 분 | 2005-02-18


  마틴 스콜세지거 봐야지 하면서 보기로 했다. 이것도 런닝타임 미친듯이 길더라... 담은 내용에 비해서 너무 길지 않나 싶은데, 뭐 크게 지루하진 않았으니까 괜찮을지도. 나는 이거 보면서 내용 자체가 무겁거나 진중하다거나 대단하다거나 그런 생각은 안했는데 그럼에도 즐겁게 보긴 했다. 그건 주인공 하워드 휴즈(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탓이 클 듯. 자신이 노력해서 돈을 번 것이 아닌 재벌 2세인데 그 돈으로 자기가 꾸어왔던 꿈을 실현하는 과정이 영화의 전부이다. 물론 그 과정이란게 마냥 쉽지만은 않고 하워드 휴즈는 결벽증이랑 편집증 증세까지 가지고 있어서 나름의 드라마는 있지만... 딱 느낌은 되게 화려한 영화라서 그런 고민이 대단하게 불거진단 느낌은 아니었다. 위기로는 작용할 지언정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실존인물인 하워드 휴즈는 괴짜스러울 정도로 비행기에 미쳐있었고, 그 꿈을 실현할 재능과 돈이 있었다. 거기다가 생긴 것도 잘 생겼으며 내노라 하는 여자 연예인들과의 염문도 허다했다. 완벽한 영화 속 캐릭터 아닌가. 아무리 영화를 가볍게 그린다 해도 실존 인물을 다뤘다는 데서 오는 현실성이 이 영화의 가벼운 필치는 꾹 누르면서 서로 융합하고 있었다. 괴짜스러운 일면을 한 번 보여주었다가, 그 인물이 가진 고통과 시련을 보여주었다가 하니까 재미도 있고.

  주변 인물들 다루는 것도 하나의 재미. 이 괴짜 캐릭터가 자신의 의견을 다른 사람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관철시키는 장면들을 보면 웃음이 나온다. 인간관계의 하나인 연애담도 제법 괜찮았다. 후반부에 나온 에바 가드너(케이트 베킨세일)과의 연애담보다는 아무래도 캐서린 햅번(케이트 블란쳇)과의 연애담이 눈에 들어왔는데 캐릭터 탓이 아닐까 싶다. 케이트 블란쳇이 너무 연기를 잘해서 눈에 쏙쏙 들어오는데 어떡해...

  팬암쪽, 후안 트립(알렉 볼드윈)과의 대결과 브루스터 상원의원(앨런 알다)과의 청문회 모습은나름 결말 짓는데 재미있었다. 헤라클레스라는 거대 비행정을 완성해서 결국 띄우는 장면으로 교차해서 보여주는 것도 좋았고. 맨 마지막에 어릴 적을 회상하면서 거울을 보며 반복하는 말은 의미가 있으면서 동시에 하워드 휴즈의 강박증을 보여주더라.

  대단하게 매력적인 영화는 아니었다. 일반적인 이야기에서 기대하는 스토리 라인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그래도 그때 그 시절의 헐리우드와 미국 시대상, 하워드 휴즈라는 괴짜 인물이 버무러져 나오는 영화의 모습은 매력적이었다.

  그나저나 중간에 잠깐 나온 에롤 플린(주드 로)... 콩 줏어먹는거 왜 웃겼지...ㅋㅋㅋㅋ

  순전히 젠슨 때문에 보려고 맘먹은, 시즌 중간부터는 보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시즌 1부터 꼬박꼬박 본 드라마. 시즌 1때의 히트는 그냥 나온 것이 아니었는지, 소재나 그걸 끌어가는 방식은 상당히 재미있었다. 시즌 1까지는. 시즌 2부터는 갑자기 고삐가 풀려버린 듯 스토리를 제어하지 못하고 떡밥들만 잔뜩 날려놓은 채 그걸 수거하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하긴 내가 볼 때에도 시즌 1에서 라이데커(존 세비지)의 추격이, 시즌 2의 화이트(마틴 커밍스)의 추격보다 흥미진진했으니. 차라리 시즌 3가 나왔으면 좋았으련만 아쉽다.

  시즌 2도 그렇게 안좋은 시청률은 아니었는데 워낙에 시즌 1보다 시청률이 떨어져버렸고, 매 회 드는 제작비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재계약이 안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게 돈 많이 들인 특수효과는 지금으로서는 그냥저냥하다. 특수 분장쪽은 가끔 유치할 때도 있고, 괜찮을 때도 있고. 오래된 드라마다보니까 당시에는 대단했던 것들도 이제는 시시해져버린다. 제시카 알바의 화장과 특수효과에서 세월을 느끼게 하다니.

  뭘 더 써야 할까. 주인공 둘의 관계가 짜증스러운 연애의 절정을 보여주었다. 자기 출생에 심하게 얽매여있는 쓸데없이 착하기만 한 민폐 캐릭터 맥스(제시카 알바)와 세상을 다 구원하고 싶은 장애인 아이즈 온리 로건(마이클 웨덜리)은 분명 천생연분인데. 답답한 동족끼리 진짜 멋있다. 서로 오해하고 질투하고 하는 연애꼬라지가 답답해서 가슴을 쳤다.

  주변 평범한 레귤러 인물들이 꽤 좋았다. SF다루고 있는 이 시리즈가 칙칙하지 않게 만들어 준 인물들. 레즈비언인 오리지널 신디(발레리 래 밀러)는 매력이 톡톡 튄다. 맥스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든든한 응원자. 매일 사고만 치고 다니는 스케치(리차드 건)은 어리석은 캐릭터지만 그 때문에 쇼에 재미를 더해 준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노말(J.C. 맥켄지)! 나름 악역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 너무 귀엽다. 매번 애들을 쪼아대는 바이크 택배 회사의 관리인. 항상 너무너무 좋았다. 그렇게 밉상인 것만도 아니다. 솔직히 애들 하는 꼬라지에 비하면 노말은 착했지. 시즌 2 마지막 부분에서 돌연변이들을 위해서 인터뷰 하는 데서 또 감동하고. 기회주의자인 노말이지만 그래더 더 현실적이기도 했다.

  돌연변이 레귤러 인물들 중에서는 잭(윌리엄 그레고리 리)과 알렉(젠슨 애클스)를 빼놓을 수 없다. 아. 그리고 조슈아(케빈 듀란드)! 항상 큰오빠 역할이었던 잭은 이 드라마에서 가장 책임감 있어 보였으며 가슴아팠던 인물. 맥스와 함께 탈출한 일원들의 대장격이었는데 나중에 맥스와 만나고 나서도 맥스의 큰오빠 역할을 해줬다. 맥스가 벌이는 수많은 민폐짓거리를 해결하는 데에는 로건과 잭이 항상 함께했다. 맥스에게 반했었고 그게 잘 안됐었지만, 결국 맥스를 위해 목숨까지도 바쳤던 잭. 시즌 2에서 돌아왔을 땐 눈물날 뻔 했는데... 기억상실이니 뭐니 해서 어쨌든 다시는 나오지 않게 되어버렸다. 잭에게 그게 행복이었을까.

  알렉은 잭과는 반대로 책임감 없고 자기 인생만 아는 캐릭터. 그래도 민폐 끼치는 일은 맥스보다 적었다고 생각한다. 이기주의 캐릭터인 주제에 사랑하는 여자 때문에 임무에 실패해서 재세뇌 당했던 어두운 과거가 있고, 결국은 약간의 양심이라는 것도 갖추고 있어서. 맥스 입장에서야 무작정 밉겠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무작정 밉살맞지만은 않았던 캐릭터였다. 천덕꾸러기지만 매력있다.

  조슈아는 어떤 등장인물보다 순수한 캐릭터다. 염색체 조작에 실패해서 괴물같은 모양으로 태어났지만 순수한 마음과 타고난 재능을 발휘하려 했던 캐릭터. 멍청하고, 아둔하지만 그게 어리석어 보이지는 않았다. 배우가 내내 특수분장을 하고 있어야 해서 힘들었겠지만 나로서는 귀여웠다.

  시즌 1까지는 확실히 재미있었지만, 시즌 2에서의 시청률 하락은 피할 수 없었던 것이 자명했던 드라마. 그러나 뒷 이야기를 보지 못한 것은 정말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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