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에서 추천으로 보게 된 영국의 시트콤. 빅뱅 이론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는 Nerd들의 이야기. 하지만 이 쪽이 좀 더 현실감이 있다. 이상한 물리학 이런 이야기도 안나오고, 아이티 관련 개그도 "컴퓨터 껐다 켜보셨어요?" 이런 거라서 다 웃겼다. 찌질한 천재...라고 해야하나, IT 멍청이라 할 수 있는 로이(크리스 오다우드)나 모스(리차드 아요아데)이 주인공이고 주요 소재긴 하지만, 정상인인 젠(캐서린 파킨슨)이 벌이는 일들도 만만치않게 웃겼다.

  회사의 지하에서 핍박받고 있는 IT부서에 컴퓨터에 관해서는 하나도 아는 바가 없는, IT의 약자도 모르는 젠이 발령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 처음에는 로이와 모스를 무시해대던 젠도 어느새 그들과 동화되어가고 있다. 발에 안맞는 신발 낑겨신는 젠을 보면 누구나 웃길 수밖에 없을 거고, 항상 열등감과 자뻑이 반반 섞여 있는 로이의 유쾌한 캐릭터도 마음에 든다. 로이가 회사에서 쫓겨난 지 두시간 만에 거지가 된 에피소드가 잊혀지지 않는다. 모스는 빅뱅이론에서의 쉘든같은 역할인데, 엉뚱하고 사회성이 결여되어 있어서 재미있었다. 사실 능력도 있는 듯. 텔레비전 발명품 대회에 자기가 만든 브래지어를 들고 나간 적도 있다. 결과는 보고 데굴데굴 굴렀다. 아무튼 모스는 한 번 보면 목소리가 계속 떠오른다. 'oh my god!'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오 마이 갓!

  이 회사 IT 부서만 특이한 게 아니라 사장인 덴홈(크리스 모리스)도 만만치 않아서, 만날만날 해고로 사원들 목졸라가는 덴홈아저씨도 엄청 웃기다. 얼굴이 굉장히 뻔뻔스럽게 생겼는데 하는 행동들도 그랬다. IT 부서를 너무 안챙겨줘서 눈물이 날 정도로 슬펐다. 덴홈의 아들인 더글라스(맷 베리)는 2시즌에 등장하는데 덴홈보다는 좀 더 직접적인 역할들로 등장해서 더 웃겨졌다. 성희롱을 일삼고 회사 경영능력도 없는 무뢰한이지만 그 뻔뻔스러움이 누구보다도 웃기다.

  아쉬운 건 IT부서의 유령, 고스족 리치몬드(노엘 필딩)가 3시즌부터 안보이게 됐다는 거? 또 나왔으면 좋겠다. 사실 리치몬드는 많이 나온 캐릭터는 아닌데 나올 때마다 존재감이 꽤 커서... 회사에서 멀쩡한 사원이었다가 고스족이 되고, 자기가 영향을 받은 데스메탈 밴드를 장례식장에서 덴홈의 어머니에게 추천하는 바람에(...) 좌천되어 IT부서 구석의 구석으로 처박히고 말았다. 불쌍한 리치몬드.

  여러모로 재미있는 시트콤. 어떤 면에서는 난 빅뱅 이론보다 재미있다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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