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터스 본
감독 데브라 그레닉 (2010 / 미국)
출연 제니퍼 로렌스,존 호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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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누랑 볼 영화 알아보다가 이거 보기로 했다. 요새 볼 영화 너무 없어서 고르기 힘들었음... 윈터스 본은 얼마 전에 다류랑 보러가려다가 안 본 건데 어째 연이 닿아서 또 보게 되는구나. 사실 크게 기대 안했는데 오 나 엄청 재미있게 봤다. 다른 사람들이 많이 불평했던 결말까지도 나는 마음에 들었다. 왜냐면 이 영화는 리(제니퍼 로렌스)의 이야기이지, 리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니까. 나는 그의 이야기는 별로 궁금치 않았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 살고 있는 리. 리에게는 돌봐야할 아픈 엄마와 아직 어린 동생 소니(이사야 스톤), 애쉬리(애슐리 톰슨)들이 있다. 아버지는 가석방중이지만 이주 째 보이지 않는다. 여기까지는 힘들어도 살만할텐데, 어느날 마을의 보안관 바스킨(가렛 딜라헌트)이 와서 알리길, 아버지는 보석금을 내고 가석방 된 것이고, 그 보석금을 낼 때 땅과 부지를 포함해 냈기 때문에 아버지가 재판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집과 부지가 나라에 몰수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해결할 사람은 리 뿐이다. 리는 그동안 찾지 않던 아버지 제섭을 찾아나서려 한다.

  여기까진 평범한데, 그런 그녀를 보는 마을의 시선이 탐탁치 않다. 옆집 여자(쉘리 웨게너)는 와서 가만히 있으라 충고하고, 삼촌인 티어드롭(존 호키스)에게 찾아가 아빠와 친했던 리틀 아서(케빈 브레즈나한)를 찾아가려 한다고 하자 멱살을 잡으며 가만히 있으라 한다. 아버지의 친구였던 리틀 아서 또한 아버지의 행방을 모르며, 모든 길의 끝에 서 있다고 여겨진 텀프 밀튼(로니 홀)의 집에 찾아가지만, 그를 만날 수 없다는 그의 아내 메랍(데일 딕키)의 말만 매몰차게 듣는다. 모든것이 막혀서 힘들어 할 때 가석방 담당자(테이트 테일러)까지 찾아와서 모든 게 몰수될 거라 다시 한 번 말하고, 리는 다시 한 번 절박해진다.

  서로 혈연이든 무엇이든간으로 이어져 있는 마을 사람들이 '건들지 말라'는 일을 리는 건들 수 밖에 없다. 그 결과 메랍일가에게 호되게 당하고 티어드롭에게 구출되며, 아버지가 이미 죽었다는 사실, 티어드롭이 사실은 자신을 보호하려 애쓰고 있다는 사실들을 감지해나간다. 그 와중에도 힘든 삶은 계속되고, 어찌어찌 그 일들을 해결해나가는 이야기.

  리가 그렇게 강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리의 삶을 보면 알 수 있다. 범죄자인 아버지, 오히려 자신이 돌보아야 하는 어머니, 어린 동생들. 가지고있는 것은 서너푼인데 그것마저 빼앗길 지 모른다는 절박함은 리를 강하게 만든다. 리는 동생들에게 궂은 일을 하는 방식을 알려주고, 동시에 그들이 자신의 삶을 물려받지 않게 노력한다. (동생들의 교육에는 굉장히 신경을 쓰는 걸 보면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리는 학교에 다니지 않는 것 같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들을 보면 특히나.) 그녀에겐 너무 신경쓸 일이 많아서 약해질 수가 없다. 아버지의 팔을 잘라내는 그 순간에도 복수보다는 당장 살아가야 하는 삶을 생각할 뿐이다.

  리가 주체적으로 사건을 해결해나간다는 느낌보다는 상황을 헤쳐나간다는 느낌이 더 강했고, 그녀의 삶이 묻어나서 좋았다. 나는 보는 내내 굉장히 흥미진진해서 그런가 제섭이 어떻게 죽었는가에 대해서는 신경도 안쓰이더라. 영화에서 설명된 대로 배신한 것이 알려져 죽었겠지... 정도. 보면서 캐릭터의 느낌이 확 달라졌던 건 티어드롭. 초반에 리의 목을 움켜쥘 때만 해도 아니 저 사람은 뭔가 싶었는데 그게 다 리를 신경써서 한 행동이었다는 걸 알고나선 모든게 달라졌다. '마을의 규칙'에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는 티어드롭이었지만 그래도 제섭을 굉장히 아꼈다는 것도 보면서 느껴졌고. 차에서 보안관과 대치하는 장면 또한 멋졌다.

  그 이후는 어떻게 될까. 범인을 알았다고 말하던 티어드롭은 왠지 복수를 할 것 같기도 하지만... 그동안 그가 보여줬던 태도나 조카들을 생각하는 태도를 보면 안 그럴 거 같다. 리는 일단 동생들 곁을 지키겠지만 언젠가는 군대에 가겠지. 그 또한 동생들을 위한 행동일 것 같다.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영화 전반적인 분위기나 이끌어나가는 방식, 캐릭터의 상황들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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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감독 에단 코엔, 조엘 코엔 (2007 / 미국)
출연 토미 리 존스, 하비에르 바르뎀, 조쉬 브롤린, 켈리 맥도널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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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반 볼 땐 상당히 지루하게 봤는데, 중반 이후부터는 왠지 집중하게 하던 영화. 보고 나서 아 결말 왜이래. 하고 짜증을 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꽤 괜찮은 영화인 것 같다. 곱씹을수록 좋은 영화랄까. 너무 삭막하고 건조한, 메마른 분위기 때문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 게다가 난 이런 식의 결말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마저도 이제는 좋게 보이는구나. 리뷰 쓰길 미루길 잘했다.

  정적 같이 조용한 가운데 팡팡 터지는 강렬한 이미지들이 많다. 맨 처음 안톤 시거(하비에르 바르뎀)가 저지르는 살인부터서 팡 하고 터지는 느낌. 살인장면들은 빠르고 간결하지만 인상 깊다. 안톤이 쓰는 무기는 독특하며 인상에 남는다. 그 외 살인장면들도 굉장히 빠르고 신속하며, 이미지가 강렬했다. 팡팡 터지는 장면 외에도 조용하면서 가슴졸이게 하는 장면들이 많아서 숨죽이고 보게 된달까.

  모스(조쉬 브롤린)가 돈을 탐낸 건 당연하다. 그 정도 돈이라면 누구라도 탐냈겠지. 하지만 그 과정이 내겐 좀 바보같이 느껴졌다. 돈을 든 가방을 그대로 사용한다던가, 돈을 가져왔던 장소로 다시 돌아간다던가 하는 행동들. 그 나름대로 머리를 써서 도망치긴 하지만 그 과정이 그렇게 똑똑해 보이진 않았다. 필사적이지만 한 군데 씩 비어있달까. 어느정도까지는 그가 완전한 주인공인 것 같았는데, 지나고 보니 그것도 아니고. 쓸데없는 호승심으과 돈에 대한 욕심으로 자기 목숨 뿐 아니라 아내의 목숨까지 배팅한 꼴이 되고 말았다. 그게 너무 안타깝다. 그런 면에서는 완벽한 일반 사람과 같다. 모스는 그냥 보통 사람이다. 손에 쥐게 된 것을 지키려는 탐욕으로 범벅이 된 보통 사람.

  안톤 시거는 생김새 자체도 좀 독특하고―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호러스러운데, 그가 벌이는 살인들은 감정없이 원칙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는 게 더 두려움을 자극한다. 어떤 면에서는 그것이 안전해 보이기도 하지만. 주요소 직원처럼 쓸데없이 "어디서 왔어요?" 따위의 질문만 내뱉지 않는다면, 그는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진 않는다. 그 이유라는 것이 나름 원칙을 세우고 있는 이성적인 것들이라 마음에 든다. 남들을 돕지도 않지만 대가없는 도움을 받지도 않는다던가 하는 점도 자기 원칙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일들 같다. 교통사고를 당해 뼈가 보이는 와중에도 그는 돈을 지불하고 소년들의 옷을 샀다. 교통사고에 대해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대가 없는 도움을 받지 않으며 그 자리를 묵묵히 떠난다. 모스의 아내(켈리 맥도날드)가 "이럴 필요 없잖아요."라고 말할 때에도, 그는 자신의 원칙을 따랐다. 아마 칼라 진 모스는 죽었을 것이다. 동전을 고르지도 않았고, 그녀를 살려두면 오히려 안톤에게 해가 된다. 원작에서는 확실히 죽었다.

  보안관 에드(토미 리 존스)는 세상과 타협하는 늙은이가 되어버렸다. 그는 대대로 정의를 수호하는 자였지만, 그 역시 자신의 목숨과 안전을 위해 안톤을 캐내지 않는다. 세상을 관망하게 되어버린 것 같다. 마지막에 아내(테스 하퍼)에게 담담히 털어놓는 말들은 뭔가 안타까운 느낌을 준다. 그의 꿈들이 의미하는 바가 큰 것 같은데, 난 이해가 덜 된것 같다...
  
  해결사(우디 해럴슨)는 좀 웃겼다. 뭔가 허세만 가득해서 뻗대더니만 정말 허세로 끝났다. 죽음을 구걸하는 신세까지 되어버리다니. 사실 그가 뭔가 한 껀 하지 않을까 조금은 기대했건만...

  연기들이 다 좋았다. 살아남으려는 모스의 모습이 필사적이라 좋았다. 조쉬 브롤린 연기 좋았음. 특히 초반에 그 총맞으면서 살아남으려고 하는 거. 하비에르 바르뎀은 그냥 말할 필요 없는 듯. 진짜 안톤 시거 같다. 우디 해럴슨은 찾아보다 알았는데, 실제 친아버지가 돈받고 살인해서 감옥 복역...; 지금은 돌아가시긴 했는데 좀 어이없었음. 다른 영화에서 킬러도 했었던데, 연기하면서 기분이 어땠을까?

  뭔가 메타포가 많은데 그걸 다 파악하지 못해서 화가 남. 난 역시 좀 더 생각없는 영화 쪽이 맞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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