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
카테고리 소설 > 독일소설
지은이 다니엘 켈만 (민음사, 2011년)
상세보기

  카피가 흥미로워서 샀던 소설. 컴퓨터, 인터넷, 전화 등의 소재를 통해 '나'를 규정하는 게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교묘히 뒤틀려 있어서 그 부분도 흥미롭다. 맨 처음 소설을 읽고 당황했던 게 이게 단편집이었나? 였는데, 서로 연결된 부분이 있으면서 또 각개의 소설로서도 말이 되는 연작 소설 모음집이더라. 그래서 그런가 크게 가로지르는 주제는 비슷한 듯 하다. 소재는 전부 다르고 각개의 소설로서도 매력이 있다.

  모든 단편들이 다 만족스러웠다 말하긴 힘들지만, 내게 엄청 매력적으로 다가온 단편들도 있어서 좋았다. '토론에 글 올리기'와 '내가 어떻게 거짓말을 하며 죽어 갔는지'는 정말 마음에 들었다. 전자의 경우 남 이야기 같지 않은(...) 트롤의 모습에 감탄했다. 인터넷과 현실 사이에서의 갭이 그리 크지 않은 캐릭터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이중적인 캐릭터보다는 이렇게 적당히 약점에 빠진 캐릭터가 좋다. 후자의 경우엔 모든 사람들이 쉽게 빠질 수 있는 거짓말과 그에 따른 결과들이 폭풍우처럼 몰아닥치는 점이 아주 좋았다. 파멸밖에 남지 않은 미래를 앞둔 주인공의 태도도 마음에 들었고. 그 외에 마음에 들었던 건 '탈출구'와 '목소리' 정도. 이 두 소설은 소설집 안의 소설 중에서도 꽤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되는데, 두 소설이 떠맡고 있는 주제가 '나'를 만드는 부분을 파고든다는 점에서 비슷했던 것 같다. 전화를 통해서 랄프가 될 수 있었던 에블링이나, 이미테이션 랄프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를 의심하고 또 잃게 되는 랄프의 이야기나 둘 다 재미있었다. 나머지 단편들도 무난무난하게 괜찮았지만 썩 취향이랄 건 없었고... 여튼 난 이런게 좋더라.

  구성이 가장 흥미롭고, 소재도 괜찮고. 마음에 든 편이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