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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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메리 W. 셸리 (열린책들,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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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고 내린 결론은 빅터 프랑켄슈타인 이 개새끼야....

  뭔가 내가 상상했던 프랑켄슈타인이랑 달라서 놀랐다. 난 괴기영화에 나오는 이미지에 익숙해져있어서 프랑켄슈타인이, 정확히는 이름도 가지고 있지 않은 '이 것'이 이런 생물일 줄은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만들어지는 것도 중반부 이후의 일일 줄 알았었다. 근데 그게 아니고 초반에 후딱 만들어지고 그 이후의 상황으로 가더라. 참고로 프랑켄슈타인은 이 이름없는 괴물을 만든 사람의 이름. 빅터 프랑켄슈타인. 그에게는 이름조차 없다.

  초반엔 1인칭으로 시작되는데도 불구하고 주인공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느끼는 모든 감정들에 이입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것'의 입에서 나오는 진술을 듣게 되면 그가 저지른 모든 잘못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것에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오로지 겉모습만으로 창조자에게 버림받고, 사람들에게 오해받고, 사랑의 한 조각조차 얻지 못하는 그 것을 볼 때면 가슴이 아파진다. 그가 아무리 믿을만한 말을 내뱉어도 아무도 그를 믿어주지 않는다. 그의 창조자조차 그의 생김새때문에 그를 혐오하는 마당에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단지 이해받고 기댈 곳이 필요했던 그가 세상에 분노하게 되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창조자인 빅터가 그를 혐오하고, 마을 사람들이 그를 혐오하는 데에는 오직 외모라는 이유 하나만 존재할 뿐이다. 더군다나 '그 것'이 가지고 있는 지적 수준과 마음씨를 본다면 그를 동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리 빅터가 수많은 핑계를 대도 그렇다.

  쫓고 쫓기는 막판의 상황은 오히려 '그 것'에게 삶의 이유를 주었을 것 같다. 자신을 찾는 유일한 단 한사람 빅터가 죽게 됨으로써 그로서도 더 이상의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게 된 것이겠지. 여튼지간에 읽는 내내 이런 식으로 서술자가 아닌 객체에게 이입하게 된 소설도 흔치 않을 듯.

  뭐 괜찮았다. 생각만치 괴기소설은 아니다. 오히려 그냥... 좀 안쓰럽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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