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
감독 데이빗 예이츠 (2011 / 미국,영국)
출연 다니엘 래드클리프,루퍼트 그린트,엠마 왓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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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일에 보고 왔다. 나의 유년기가 끝나버린 이 느낌ㅋㅋㅋ... 인데 뭐 슬프고 그런 건 아니고 기분이 약간 미묘하긴 했다. 영화는 재밌게 보았다. 마음에 안드는 구석이 있었지만 뭐 큰 기대도 안했고, 원체 긴 이야기니까 요약본을 보는 기분으로 보았다. 중간 중간 개그컷들도 괜찮았고(아 사랑스러운 네빌(매튜 루이스)!) 요약도 괜찮게 되었다. 연애감정이 너무 축약되어서 헤르미온느(엠마 왓슨)와 론(루퍼트 그린트)의 키스 장면, 해리 포터(다니엘 래드클리프)와 지니(보니 라이트)의 키스 장면 모두 뜬금없다 싶게 진행되긴 했지만... 나는 뭐 이미 책을 봤기에ㅋㅋㅋㅋ 귀엽네 하고 말았다.

  작년에 개봉했던 1부에 이어지는 편이라서, 작년에 이어진 클라이맥스이며 시리즈 전체를 아우르는 클라이맥스인지라 2부는 정신없이 빨리 진행되더라. 사건 해결의 연속. 상영 시간 내내 눈을 뗄 수가 없는 스토리 진행이었다. 여태까지 나왔던 캐릭터들은 전부 출동하고, 비밀들이 밝혀지고, 싸움이 일어나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죽고... 하는 쉼 없는 진행이 나는 좋았다. 중반 까지는 계속해서 나오던 개그 컷들이 이야기에 집중해야 하는 부분에 와서는 전혀 나오지 않게 되는 것도 좋았고.

  캐릭터들을 다루는 방식들을이 길게는 다루지 않더라도 각자의 장점을 확실히 살려준다는 점에서 좋았다. 짧은 단역들도 낭비되지 않고 쓰였다. 교수님들과 학생들 모두의 캐릭터가 그 짧은 과정에서도 톡톡히 드러나더라. 주인공들은 길게 보아야 하는 캐릭터였으니까 생략하고, 음... (내 생각에) 가장 중요한 캐릭터였던 세베루스 스네이프(알란 릭맨)는... ㅎㅎㅎ 좋았다. 아 진짜 엄청 울음. 다 아는 장면인데도 왜이렇게 슬프니. 회상 하는 장면에서부터 펑펑. 역시 세베루스께서는 이 시리즈의 진짜 주인공이 아닐까... 순정남ㅜㅜ

  진행이 너무 휘몰아쳐서 볼드모트(랄프 파인즈)가 죽고 사건이 모두 해결된 직후의 진행이 허무하다는 느낌도 있었다. 그런데 그 허무함은 이 시리즈가 끝나버리고, 모든 사건이 종료된 것에서 비롯한 것이기도 한 듯. 뭔가 참... 아 이제 끝이구나... 뭐 그런 느낌을 주인공들 뿐 아니라 나도 느꼈다. 근데 19년 후 모습은ㅋㅋㅋㅋㅋ빵터짐... 제발 분장 좀....ㅋㅋㅋㅋㅋㅋ

  해리 포터 시리즈에 단점이 없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그렇게 말할 수도 없고. 이번 영화에서는 슬리데린 학생들을 전부 가둬버리는 맥고나걸(매기 스미스)의 태도에 약간 발끈하기도 했으니까... 근데 그건 원작에서 발현된 성격이라 말하기도 그렇네. 하여튼 선악을 다루는 기준점에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참 즐겁게 보았다.

  재미있었다. 1편이랑 이어서 또 보고 싶네...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
감독 데이빗 예이츠 (2010 / 영국,미국)
출연 다니엘 래드클리프,엠마 왓슨,루퍼트 그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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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봉했을 당시에는 내가 당연히 까먹겠거니 해서 안봤고, 슬슬 2편 이야기가 나오길래 봤다. 근데 너무 일찍 본 거 같아. 7월 개봉인데 언제 기다려...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되게 어두웠다. 내용을 감안하면 그럴만하긴했지만, 한편에 완곡없이 계속 어둡다는 느낌이 좀 있었음. 내용도 당연히 축약되었는데 루퍼스 스크림저(빌 나이)가 초반에만 반짝 나왔다가 사라졌고, 스네이프 교수(알란 릭맨)도 그랬고 심지어 볼드모트(랄프 파인즈)까지도 반짝. 전편의 중요 캐릭터들이 깜짝출연정도로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루나(이반나 린치)도 그랬고... 사람들이 다치는 과정들이나 전반 이야기들이 확 줄어들고 이야기가 해리(다니엘 래드클리프)와 론(루퍼트 그린트), 헤르미온느(엠마 왓슨)가 같이 호크룩스를 찾아나가는 부분에 집중되었다. 이렇게 했는데도 영화 내용이 축약되었다고 느낄 정도니 이렇게 편집하는 편이 훨씬 낫긴 했음. 그렇지 않으면 중요한 이야기들은 다 넘어갈 판이었으니... 상대적으로 말포이 집안 사람들은 조금 더 등장하긴 했다. 드레이코 말포이(톰 펠튼)의 찌질한 모습을 잠깐 보고 넘어갈 수 있어서 좋았어요. 루시우스 말포이(제이슨 아이삭스)는 이전에 비해 훨씬 모자라진 느낌... 제노필리우스 러브굿(리스 이판)이 조금 눈에 띄는 모습을 해 주었다. 근데 너무 티가 나잖아...ㅜㅜ 내가 같은 상황이라면 어둠에 굴복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세 아이들이 다투고 의지하면서 호크룩스를 찾아가는 과정에 집중되었는데 뭐 괜찮았다. 론의 찌질함을 참을 수가 없었지만 이건 십대다. 십대다... 열번 외우고 나니 이해할 만 했다. 질투할 만한 상황에서 질투를 해라 이 사람아... 헤르미온느는 여전히 영특하게 굴어서 좋았는데, 극 초반에 자기 흔적을 집안에서 지워나가는 장면은 나름 애틋했다. 뒤의 이야기가 덜렁 잘려나간지라 뭐라 확언하기 힘들지만 전편은 나름대로 몫을 해냈다고 봄. 어느새부터인가 해리포터 시리즈는 책을 본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가고 있는 거 같아서 그게 아쉽지만. 원래 드라마로 했어야 더 재미있었을 거 같기도 하다. 막판에 도비(토비 존스)의 활약이 나오는데 흑흑.. 알고 있으면서도 슬픈 느낌. 자유로운 집요정으로 살다 죽었으니 후회는 없을 듯.

  2편을 기다리는 중. 결과는 그 이후에 판단하고.


킹덤 오브 헤븐
감독 리들리 스콧 (2005 / 독일, 스페인, 영국, 미국)
출연 올랜도 블룸, 에바 그린, 리암 니슨, 에드워드 노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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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길어서 보느라 힘들었지만 오 다 보고나니 꽤 만족했다. 극장판에 비해 감독판이 49분 더 길대서 극장판으로 봐야했는데, 이거 극장판으로 본 사람들이 욕한 이유를 알겠더라. 이건 완벽히 감독판으로 봐야 하는 영화였다. 그래야 모든 서사구조가 눈에 들어 오겠더라. 아무튼 엄청나게 긴 탓에 내가 영화를 처음 보려던 목적이었던 제레미는 거의 한 시간이 지나서 나와...ㅎㅎ

  애초에 사극에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 편인데, 요새 나오는 역사물들은 거의 팩션에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물이나 사건 일면만 툭툭 따오는 거라고 생각해 버려서 그런지 완전히 바뀌는 것만 아니라면, 실제 역사와 어긋나도 크게 거슬려하지 않는다. 애초에 역사에 그렇게 관심 있는 타입도 아니기도 하고. 킹덤 오브 헤븐도 역사물이라고 하기엔 꽤 많은 것들이 실제 역사와 다르게 묘사되어 있다. 발리앙(올랜도 블룸)이 이십대의(!) 평민 대장장이 출신으로 되어있다던가, 시빌라(에바 그린)가 발리앙을 좋아한다던가... 또 뭐가 있지. 아무튼 요런 설정들은 현실과 다르긴 한데, 그걸 빼고 나면 이 전쟁에 대한 시선이 생각보단 객관적으로 그려져 있다고 생각했다. 과장된 영웅주의는 접어두고 기독교에 대한 신념을 잃어버린 발리앙이라는 청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움으로써 오히려 그 기독교적인 신념이란 것, 전쟁에 앞선 사람들의 마음 속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했다.

  여튼 재미있고 말이 되게 이야기를 만들어 놨다는 소리다. 리들리 스콧은 '글래디에이터' 볼 때도 느꼈는데 이런식으로 역사 서사시를 헐리웃 판으로 잘 만드는 것 같다. 이번에는 대놓고 영화 사이사이에 중간, 막간 이런 부분을 넣은 점이 흥미로웠다. 완급조절은 잘 된편일까... 상대적으로 화려한 전쟁신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득달같은 로맨스가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보는 내내 아 이거 재밌군,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십자군 3차 전쟁 직전의 이야기인데 사실 요 때 예수살렘이 살라딘의 손 안에 넘어갔을때, 주인공은 이벨린의 발리앙보다는 승리한 자인 살라딘(가산 마소드) 쪽이 헐리웃 스타일에 더 맞았다고 생각한다. 근데 이 영화에서는 남아서 예루살렘을 지키고 지키다 평화롭게 협상을 맺어(역사에선 어쨌건간에) 사람들을 구제했던 이벨린의 발리앙을 내세운단 말이다. 이 주인공 설정에서부터가 이 영화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알려주는 게 아닐까.

  기사 고프리(리암 니슨)의 사생아로서 원래는 평민이었던 발리앙은 이벨린의 영주 자리를 그대로 물려받게 되는데, 처음에는 죽은 아내(나탈리 콕스)의 천국행을 기원하고 동생(마이클 쉰)을 죽인 자신의 죄를 씻으려 한 것이지만... 막상 예루살렘에 가 보고 나니 별게 없단 말이다? 자기가 바라던 신은 모습은 커녕 목소리도 안 보이고 옆에서 아버지와 함께하던 자선단체 회원(데이빗 듈리스)이 아무리 신에 대한 믿음에 대해 좋게 설파해도 마음은 냉랭하기만 할 뿐인데 그런 거 치곤 자기 할 일을 잘 해나간다. 아버지의 친구이자 볼드윈 4세(에드워드 노튼)의 충실한 신하인 티베리아스(제레미 아이언스)와 만나고 나병에 걸린 볼드윈 4세를 받들며 자신의 영지인 이벨린을 개척해나가는 일들 말이다. 여기엔 다른 십자군과 같은 종교적 여지가 전혀 없어보인다. 요런 덤덤한 영웅이라는 설정이 오히려 신선했다.

  볼드윈 4세는 살라딘과 적절한 수준의 평화를 유지해나가는 왕인데 이거에 반발하는 부하들이 당연히 있고... 그게 기 드 뤼시냥(마튼 초카스)과 샤티용의 레이날드(브렌든 글리슨) 같은 애들. 아, 영화답게도 이 반대편인 기 드 뤼시냥의 아내이며 지금 왕이 죽으면 자기 아들을 통해 섭정을 할 여자가 시빌라란 말이다. 그런데 이 아들도 삼촌과 같이 나병에 걸려있다는걸 발견하고, 시빌라는 그런 아들을 차마 두고보지 못하고 자기 손으로 죽인다. 그리고 나서 왕위는 자연스레 자신에게서 기 드 뤼시냥에게로. (실제로 시빌라는 발리앙에게 반하지도 않았고 당연한 수순으로 기 드 리시냥에게 왕위를 넘겼다.)

  이 왕위 넘어가는 과정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던게 실제 역사와 다른건 차치하고, 시빌라의 마음 속이 그렇게 이해되는 편은 아니었어서 그랬다. 발리앙을 그렇게 사랑한다면서도 상황 판단 제대로 못하고 배신감 느꼈다고만 생각하는게... 그래서 나라 쫄딱 말아먹기 직전까지 가게 만드는 게 영. 뭐 그거 때문에 영화 진행되는거긴 하다만 아들 죽이는 것도 그렇고 여러모로 마음에 들진 않았다... 하지만 그 외의 스토리 진행이나 캐릭터 묘사는 참 좋았음.

  종교세계를 해탈한 듯한 발리앙의 묘사도 그랬지만, 인심 후했던 승리자 살라딘에 대한 묘사가 좋았다. 맡은 배우 가산 마소드는 이슬람교 연구하는 사람이기도 하다던데, 여로모로 카리스마가 넘쳤다. 예루살렘이 무엇이냐고 묻는 발리앙의 말에, 아무것도 아니다(nothing). 라고 말하고 연이어 하지만 곧 전부이지(everything) 라고 하는 모습은 이 성지가 가지고 있는 상징을 보여주는 듯 해 좋았다. 살라딘 주변 인물로 초반부에 등장하기도 했던 이마드(알렉산더 시디그)는 능글맞은 면이 있으면서도 진중한 면모가 돋보이던 캐릭터. 병마에 시달리며 얼굴이라고는 눈밖에 나오지 않았던 볼드윈 4세는 종교의 광기와 현실 사이에서 중도를 찾으려고 하는 거 같아서 그럭저럭 마음에 들었었다.

  음... 기대를 하나도 안하고 봐서 그런가 재미 있었는데, 남들이 봐도 재미있을 거 같다. 전쟁씬을 보려는 게 아니라 서사를 보기 위해 보는 영화였고, 그 역할을 잘 해낸 것 같다. 배우들의 연기도 참 좋았다. 다들 안정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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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8 -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Harry Potter And The Order Of The Phoenix, 2007)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감독 데이빗 예이츠 (2009 / 영국, 미국)
출연 다니엘 래드클리프, 엠마 왓슨, 루퍼트 그린트, 마이클 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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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봉 당일 날 본 건 처음인듯. 평일 오전에 봐서 한산하고 좋았다. 해리포터 시리즈도 점점 마지막을 향해 치달아가서 그런지 이전에 비해 보는 기분이 여유롭다. 어차피 6편은 7편의 내용을 위한 포석이라는 느낌이기도 해서 마음이 더 그랬었던건지도. 그래서인지 전체적으로 봤을때 확 끌어당긴다던가 하는 내용은 아니었다. 그냥 전반적으로 무난무난하고, 중간 중간 소소한 재미를 많이 넣었다는 느낌이었다. 전체 내용이 암울할 수밖에 없어서 중간 중간에 작은 재미들을 추구한 듯.

  그렇지만 그 중간 중간에 끼어있는 재미라는 것들이, 죄다 연애사인지라... 웃기면서도 동시에 '아 이건 로맨스 영화인가' 싶은 기분이 많이 들었다. 거기다가 주가 되는 해리(다니엘 래드클리프)와 지니(보니 라이트), 론(루퍼트 그린트)과 헤르미온느(엠마 왓슨) 사이의 연애는 생각보다 순탄해서 그닥 걱정할 거리도 없었고... 론이 아무리 라벤더(제시 케이브)와 썸씽이 있었다지만 론 자체의 성격이 영화에서 팔랑팔랑하고 철딱서니 없는 사춘기 남자애인지라, 헤르미온느야 어땠을지 몰라도 보는 나는 그냥 웃기고 말았어...

  연애노선은 뭐 그랬고,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많은 화인데 연애하는 와중에도 중요 이야기들은 제법 잘 끼워넣었더라. 스네이프(알란 릭맨)와 혼혈왕자의 이야기가 좀 더 나와줬으면, 하는 아쉬움 외에 다른 것들은 별로 불만 없었다. 슬러그혼(짐 브로드벤트)에게서 기억을 얻게 되는 과정이라던가, 해리와 덤블도어(마이클 갬본)이 호크룩스를 가지러 가는 이야기라던가... 스토리상 필요한 이야기는 다 나왔으니까. 말포이(톰 펠튼) 찌질대는 거야 말할 것도 없고. 덤블도어가 죽는 장면도 괜찮았다. 다만 이 때 왜인지 BGM이 좀 과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자잘한 장면 많이 잘라서 루핀(데이빗 듈리스)나 통스(나탈리아 테나) 같은 불사조 기사단 이야기는 거의 안 다뤄졌지만 뭐 괜찮다. 아, 네빌(매튜 루이스) 비중도 슬픔.

  나쁘진 않고 그렇다고 막 좋지도 않은 수준이었다. 어느 부분을 잘라내야하는 지는 잘 알았던 것 같은데, 연애 장면이 너무 많았다. 하긴 이런 연애장면이라도 안 넣으면 대중 영화로써 흥행할 수 없겠지. 위트를 잃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점수를 좀 주고 싶다.

  사족인데 어린 톰 리들(히어로 피네스-피핀)이랑 청소년 톰 리들(프랭크 딜레인)이랑 너무 닮아서 신기했다. 캐스팅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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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감독 데이빗 예이츠 (2007 / 영국, 미국)
출연 다니엘 래드클리프, 엠마 왓슨, 루퍼트 그린트, 이반나 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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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번 봤음. 나중에 기무니랑 한번 더 볼 예정... 보기 전에 미리 책을 읽고 갔다. 전에 읽긴 읽었는데 내용이 가물가물해서-_-; 다시 읽으니까 새로운 소설을 보는 느낌이던걸. 아무튼 그렇게 세부사항들을 파악하고 갔는데, 영화는 내가 기대했던 세부장면을 뭉텅뭉텅 잘라먹어서 조금 아쉬웠다. 주요 줄거리에 방해되는 요소는 거의 다 잘라버린 듯. 소소한 재미 보는 맛이 없었달까... 뭐 두시간 안에 내용을 밀어넣으려면 별 수 없었겠지만.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책이, 아무래도 해리(다니엘 래드클리프)의 성장기-_-를 아주 잘 비추고 있어서 애가 싸가지 없다못해 한대 치고 싶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걷고 있었는데- 영화에서는 세세한 설정을 잘라먹는 탓에 책보다는 훨씬 개념있고 싸가지 있는 애가 되어있더라. 영화 보면서 부글부글 화내면 어쩌지, 라고 생각했던 건 기우였다. 좀 짜증날거라 생각했던 론(루퍼트 그린트)이나 헤르미온느(엠마 왓슨)의 캐릭터도 짧고짧고 오히려 안도감을 주는 형식으로 되어 있었음.

  잔가지를 잘라내서 큰 스토리만 살린건 물론 잘한 거지만, 역시 아쉬운 점도 있다. 좋아했던 장면같은게 좀 허술해진 부분이 있어서... 대표적으론 위즐리 형제(프레드역-제임스 펠프스, 조지 역-올리버 펠프스)의 호그와트 탈출 씬. 책에서는 좀더 소동을 일으킨다는 느낌이었는데 뭐 여기서도 소동을 안벌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좀 약했으. 그리고 피브스에게 부탁하는 "우리를 대신해서 저 여자에게 지옥을 선사해 줘." 이 대사가 안나와서T_T... 또, 잔가지 잘라내면서 필요없는 캐릭터는 잘라낸 게 눈에 띄는데, 덕분에 초 챙(케이티 렁)의 캐릭터가 고생했음. 배신자 친구 캐릭터가 사라짐으로써 초 챙이 배신자가 되어버렸다; 캐릭터 비중도 좀 이상하게 배분되어 있었는데, 역할까지 저 모양이니까 춈 캐안습. 해리와 스네이프(알란 릭맨)의 오클러먼시 수업도 너무 짧아서 좀 슬펐다. 스네이프의 과거 영상으로 다시 봐도 완전 안습; 아 그리고 퀴디치 장면은 하나도 안나오더라. 론이 나름대로 활약하는걸 좀 보고 싶었는데. 론이랑 헤르미온느가 반장 되는 것도 안나오고; 해그리드(로비 콜트레인)의 비중도 안습. 어 쓰고보니 왜이리 안나오는 게 많아..; 잔가지 너무 쳤나. 그래도 볼 때 산만하지 않아서 좋긴 하던데.

  그리고 책을 압축하면서 벌어진 가장 안습인 사태가 바로 시리우스(게리 올드만)의 죽음장면인데, 이건 뭐;;; 슬퍼할 시간도 없이 슉슉 넘어가서 어이가 없었음. 거기에 해리가 비탄에 차서 땡깡부리는 장면 이딴게 하나도 안나와서... 해리 저새낀 대부님이 죽었는데 왜 저리 담담해; 이런 느낌을 주기도 했다. 덤블도어(마이클 갬본)의 타이름에 너무 쉽게 수긍...

  새 캐릭터... 통스(나탈리아 테나)는 좀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랑 달랐음. 좀더 팔락팔락 하는 헤어스타일 같은걸 생각했는데 좀 얌전한 느낌? 그래도 나중에 루핀(데이빗 듈리스)이랑은 잘 어울릴 것 같긴 함. 루나 러브굿(이반나 린치)는 완전 생각했던 이미지랑 딴판이었다. 좀 싸이코틱하고 이상한 애를 생각했는데, 뭐 이건 얼굴도 이쁘고 약간 몽롱-한 캐릭터지 완전 싸이코같지도 않았다. 얼굴이 이쁘니까 먹고 들어가는게 좀 있긴 하더라; 돌로레스 엄브릿지(이멜다 스턴톤) 캐스팅 잘했다. 히힛. 하는 그 웃음 소리 잊지 못해; 좀더 통통했으면 좋았겠지만 뭐 그래도 진짜 캐릭터 잘 살렸더라. 그리고 최고의 캐스팅은 역시 벨라트릭스 레스트랭(헬레나 본햄 카터)... 말이 필요없다() 보면 안다. 헬레나 본햄 카터 누가 팀 버튼 아내 아니랄까봐; 제대로 마녀 연기 잘해 주셨음. 팀 버튼 영화에서 맡았던 역할들이 아주 눈앞에 샤라락-_-;; 지나가더라. 특히 슬리피 할로우에서 마녀 역할로 나왔던게 머리에 파바박. 암튼 진짜 벨라트릭스 캐스팅 대박() 돌로레스 뺨치게 캐스팅 잘했음. 그리고 뭐.. 크리쳐... 크리쳐 왜나왔니, 응? 크리쳐 완전 그냥 배경; 하는 게 없다. 책에선 나름 중요한 역할인데 이 뭐 어이없는; 이야기 구조상 나름 중요했던 도비는 나오지도 않았어 흑흑.

  막판에 마법부 미스터리 부서 내에서 싸우는 장면 좋더라. 예언들 마구 무너지는 것도 이쁜 것이 보기 좋았고. 지니(보니 라이트) 세던데. 그리고 네빌(매튜 루이스)이 한 사람 몫을 제대로 하게 된 게 기쁘더라. 애들의 성장이 느껴졌음. 막판 덤블도어랑 볼드모트(랄프 파인즈) 싸우는 장면 간지 작살;; 덤블도어 뭔가 제대로 싸우고 계셔! 막 막 물날아가고, 불날아가고 재밌던데? 그리고 볼드모트는 코 없어도 목소리가 참 듣기 좋구나(...) 자, 이제 젊었을 때 모습으로 돌아가! 

  해리가 볼드모트랑 내면에서 싸우는 장면 괜찮았음. 회상 막 들어간건 별로였는데, 연기 참 잘하더라.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원래 아역때부터 연기 해오고 하긴 했지만- 참 잘하던데. 혼자 발악하는 장면 참 잘 찍었음. 다니엘 넌 키만 크면 될텐데. 본인은 이런 질문에 엄마가 키가 작아서 많이 안클 거 같아요- 라고 농담으로 넘기긴 했지만-_- 좀 아쉽지. 얼굴도 그 정도면 반반하게 잘 자랐는데. 뭐 일라이저 우드처럼 키 작아도 상관없긴 한데...

  책에 있었던 소소한 세부 사항이 많이 잘려나간 것은 아쉽지만, 이 정도면 각색 잘 한 듯. 두시간 동안 아주 재미있게 봤다. 나는 책을 보고 가서 이해하기 쉬웠는데.. 책 안 본 사람도 보는 데 별 지장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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