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니아 연대기 : 캐스피언 왕자
감독 앤드류 아담슨 (2008 / 영국,미국)
출연 벤 반스,조지 헨리
상세보기

  진짜 더럽게 길고 지루하네... 야밤에 뭐할까 고민하다가 고른 영화가 이거 빨리 보고 해치워버리자! 싶은 영화였는데 길이에서부터 실패. 지루한 영화가 길기까지 하면 이건 진짜 용서할 수가 없어요. 나니아 1편도 약간 루즈하긴 했지만 2편은 더 심하더라. 뭔놈의 싸움 씬이 이렇게 많은지... 게다가 그 전쟁이란 것이 그다지 멋이 나지 않아서 슬펐다. 대상 타깃이 좀 다르긴 하다만 그래도 반지의 제왕 같은 거 보다가 이런 싸움 씬 보면 김이 새기 마련이지 않겠나. 캐릭터 그리는 것도 꽤 단순하고... 캐스피언 왕자(벤 반스)가 잘생겼는데 좀 찌질하네ㅎㅎ 이런 매력 빼고는 별다른 게 기억도 안 날 지경.

  나니아가 멸망한 뒤 돌아온 고대의 왕들, 곧 페벤시 남매들. 피터(윌리암 모즐리), 수잔(안나 팝플웰), 에드먼드(스캔다 케인즈), 루시(조지 헨리). 그들은 다시 돌아온 세계에서 나니아가 이전에 멸망하고 텔마르 인이 세계를 다스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텔마르의 적통 캐스피언 왕자는 숙부 미라즈(세르지오 카스텔리토)의 아들이 태어나자 도피를 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사라졌다 여겨진 나니아인들을 만나 그들에게 도움을 구한다. 조건은 나니아인들의 해방. 캐스피언 왕자가 나니아인들을 이끌 때 페벤시 남매들이 도착해 피터를 중심으로 주도권은 이 쪽으로 넘어가고, 루시 외의 다른 아이들은 아슬란(리암 니슨)이 살아있다는 것을 확신하지 못해 먼저 선제공격을 시작하나 장렬히 패배. 때문에 중간에 적절히 피터와 캐스피언 왕자 사이의 신경전이 보여지고, 1편의 하얀 마녀(틸다 스윈튼)까지 잠시 등장하니 뭐 이 때가 가장 재밌었던 것 같다. 이어지는 전투에서 그들은 다시 결합하고 또한 아슬란을 찾기 위해 루시를 보내는데... 미라즈를 꾀내어 1:1로 전투해 승리했으나 미라즈의 부하들이 또 덤벼드는 탓에 전투씬만 세 번... 하지만 이 전투들이 모조리 재미 없었다! 이걸 어쩐단 말이냐! 제일 나은게 쥐 리피칩(사이몬 페그)의 싸움장면이야... 어쩔거야 이거...

  이게 보면서 기분이 이상했던 게 분명 재밌을 수 있는 이야기인데(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상이 끼어있다 한들 잘 만들면 재미있는 이야기인데) 진행이 이상하게 루즈했다. 그 많은 전투 씬을 보면서도 어째서 흥분되지 않는지ㅜ.ㅜ 나중에 아슬란 데려오면서는 오히려 더 싱거웠다. 아슬란 캐릭터도 얄미웠고... 이건 뭐야 자기 나라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두번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거란다 이러고 자빠지다니 이놈의 사자새끼가... 캐릭터 나와서 말인데 페벤시 남매들이야 뭐 어리긴 하지만 피터는 제일 맏형이라는 게 제일 유치해져서 놀랐다. 오히려 에드먼드가 더 어른스러워지다니 이게 무슨말이요... 캐스피언 왕자는 앞서 말했듯이 찌질한 매력이 흘러넘침. 적통이고 나발이고 적통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런 왕을 따를 거 같진 않은데... 싶었다. 그렇다고 미라즈 부하들이 잘했다는 건 아냐. 치려면 미라즈 때에 쳤어야지 무슨... 미라즈 죽고나서 바로 그러니.

  나니아인들의 비중에서 가장 큰 역할을 차지했던 트럼킨(피터 딘클리지). 투덜투덜 하는 것이 귀여웠다. 그리고 쥐... 캐릭터 이름 까먹음. 나오긴 했나? 너넨 너무 상상력이 부족해 할 때 귀엽더라. 그 이상 기억나는 인물 없음.

  아... 막 보면서 괴로울 정도로 엉망인 건 아니었는데 그래도 기대치보다 지루해서 혼났다. 전쟁 장면만 어떻게 했어도 훨씬 재미있었을 텐데. 아쉽네. 3편은 안 봐야지.

A-특공대
감독 조 카나한 (2010 / 미국)
출연 리암 니슨,브래들리 쿠퍼,퀸톤 렘페이지 잭슨,샬토 코플리,제시카 비엘
상세보기

  Alpha~Mike~FOXTROT! 음 이런 종류의 영화에 많은 기대를 하고 보진 않는다. 그저 재미있으면 그만인데 오 딱 고만큼이면서도 재미있게 풀어냈다. B급 영화를 A급으로 만들었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캐릭터빨이 절반 이상이고 나머지는 액션인데 크게 머리쓰지 않으면서도 이해가 팍팍 되는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스토리는 물론 단순하다. 그게 이런 영화의 미덕이죠.

  스토리는 크게 말할 거 없고, 머리 쓰지도 않는다. 특수부대 출신들이 모여서 액션을 보여주는 걸로 끝이라고 생각하면 될까. 리더인 한니발(리암 니슨)을 주축으로 뺀질뺀질한 성격의 멋쟁이(브래들리 쿠퍼), 정신 나간 조종사 머독(샬토 코플리), 우직한 B.A.(퀸튼 램페이지 잭슨) 넷이 합쳐져 만들어내는 조화가 아주 재미있었다. 초반 탈출 시퀀스가 아주 괜찮았는데, 아쉬운 건 이 이후에 이 장면을 넘어설 만한 재미가 크진 않았다는 거? 물론 계속해서 터지긴 하는데 난 초반부가 가장 재미있더라. 잊을 수 없는 머독의 유 스핀 미 어라운드ㅎㅎ

  가끔 한니발이 하는 일이 뭔가 의심스럽지만(..) 그래요 계획을 짜는 리더. 그리고 멋쟁이는 진짜로 멋쟁이... 초반부에 주먹 얻어맞고 '굿모닝?!!' 하는 거에서 빵터지고, 아디오스, 마더, 퍽... 하는 데에서도 엄청 웃었다. 이렇게 뺀질뺀질한 성격인데 이 부대에서 미친놈으로는 2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과격하기도 해서, 탱크에서 적들 격추하는 장면은 어이구 정말로... 신나보이십니다. 머독은 대놓고 미친놈인데 그러면서도 귀엽다. 시종일관 유쾌해 보여서 재미있음. B.A. 다루기 1급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B.A.는 첨엔 이놈도 또라이겠거니, 했더니만 의외로 가장 정상. 머독 때문에 생긴 비행 공포증으로 인한 에피들이 좀 있는데 볼 때마다 웃긴다. 초반 시퀀스에서 넋나간 비에이를 멋쟁이가 달래주는 장면은 일품이었다.

  소사(제시카 비엘)는 멋쟁이와 끈이 있긴 하지만 캐릭터를 좀 더 유용하게 쓰지 못한 감이 있었다. 뭐 조연이니까... 악역인 린치(패트릭 윌슨)는 단순하기 짝이 없었구요.

  몸으로 때우는 액션이 생각보다 비중이 안 커서 의외였는데, 뭐 다음 편엔 그런 거 많이 나왔으면 좋겠고. 그래도 재미있었다. 생각 없이 보는데 머리가 그냥 비워짐ㅎㅎ 머독 귀여워.. 머독.. 샬토... 필모가 두개뿐인 너란남자....

'마음의 양식 > 때때로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이 스토리 2 (Toy Story 2, 1999)  (2) 2010.08.23
토이 스토리 (Toy Story, 1995)  (0) 2010.08.17
아팔루사 (Appaloosa, 2008)  (0) 2010.08.09
피아니스트 (The Pianist, 2002)  (2) 2010.08.08
탑 건 (Top Gun, 1986)  (0) 2010.08.02

러브 액츄얼리
감독 리처드 커티스 (2003 / 영국,미국)
출연 휴 그랜트,리암 니슨,콜린 퍼스,로라 리니,엠마 톰슨
상세보기

  유명한 영화인데 이제서야 봤다. 그리고 본 뒤에서도 또 한참만에 감상을 쓰는구나. 그냥 생각한 만치의 영화. 옴니버스 식 영화는 산만해지기 쉬운데 인물들을 긴밀하게 잘 엮어낸 것 같다. 주제도 일맥상통하고... 그래서 옴니버스 영화 치고 꽤 흥행한 거겠지.

  낭만적인 장면도 많지만 묘하게 그 낭만이 껄끄럽게 보이는 장면들도 많다. 친구인 피터(치웨텔 에지오포)의 아내(키이라 나이틀리)를 좋아하는 마크(앤드류 링컨)의 이야기는, 마크의 행동에서 낭만이 묻어나면서도 피터 입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같은 입장에서 회사 사장 해리(알란 릭맨)을 꼬시는 직원 미아(하이케 미카취일)의 이야기는 미아의 입장에선 달콤할 수 있지만, 해리의 아내 캐런(엠마 톰슨)에게는 가슴찢어지는 상처를 남긴다. 모든 사람이 1:1의 관계를 맺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도, 사랑할 때 만큼은 서로만을 바라보는게 정석이라 그런지 남겨진 짜투리 사람들은 슬퍼지는 것 같다.

  전체가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있고 대부분은 가슴따뜻한 이야기인지라 딱히 할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재미있었던 커플이라면 포르노 배우 커플. 잭(마틴 프리먼)과 주디(조안나 페이지)의 이야기는 굉장히 싱그러웠다. 잘 사귀어 나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또 좋았던 건 작가 제이미(콜린 퍼스)와 가정부 오렐리아(루시아 모니즈)의 이야기.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피어나는 사랑이라는 게 참 미묘하다 싶으면서도 믿고싶고.

  영국 수상(휴 그랜트)과 비서(나탈리)의 이야기는 너무 판타지가 가미되었다 싶었고... 반대로 너무 현실적이었던건 사라(로라 리니)와 칼(로드리고 산토로)의 야이기인데, 연애가 사실적이었다는 게 아니라 사라의 상황이 그랬다.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오빠 탓에 끊임없이 울려대는 전화기와 그걸 놓지 못하는 여자라니. 가족이라는 이름의 사랑도 포기할 수 없는 사라의 인생에 자신만의 사랑이 있긴 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마 앞으로도 쭉 그런 상황이겠지. 해리와 캐런의 이야기도 나름대로 현실적이었고, 캐런의 대처 또한 그랬다. 해리가 한동안 사과하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을까 싶다.

  아, 머저리 영국남자인 콜린(크리스 마셜)의 미국 정복기(...)는... 난 반전이 있을 줄 알았는데 없어서 그게 더 놀라웠음.

  그냥 무난무난하다. 실망도 없고 대단한 놀라움도 없지만 그럭저럭 보기 괜찮은 영화.

'마음의 양식 > 때때로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피아니스트 (The Pianist, 2002)  (2) 2010.08.08
탑 건 (Top Gun, 1986)  (0) 2010.08.02
인셉션 (Inception, 2010)  (10) 2010.07.26
이끼 (2010)  (4) 2010.07.23
싱글 맨 (A Single Man, 2009)  (2) 2010.07.16


킹덤 오브 헤븐
감독 리들리 스콧 (2005 / 독일, 스페인, 영국, 미국)
출연 올랜도 블룸, 에바 그린, 리암 니슨, 에드워드 노튼
상세보기

  너무 길어서 보느라 힘들었지만 오 다 보고나니 꽤 만족했다. 극장판에 비해 감독판이 49분 더 길대서 극장판으로 봐야했는데, 이거 극장판으로 본 사람들이 욕한 이유를 알겠더라. 이건 완벽히 감독판으로 봐야 하는 영화였다. 그래야 모든 서사구조가 눈에 들어 오겠더라. 아무튼 엄청나게 긴 탓에 내가 영화를 처음 보려던 목적이었던 제레미는 거의 한 시간이 지나서 나와...ㅎㅎ

  애초에 사극에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 편인데, 요새 나오는 역사물들은 거의 팩션에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물이나 사건 일면만 툭툭 따오는 거라고 생각해 버려서 그런지 완전히 바뀌는 것만 아니라면, 실제 역사와 어긋나도 크게 거슬려하지 않는다. 애초에 역사에 그렇게 관심 있는 타입도 아니기도 하고. 킹덤 오브 헤븐도 역사물이라고 하기엔 꽤 많은 것들이 실제 역사와 다르게 묘사되어 있다. 발리앙(올랜도 블룸)이 이십대의(!) 평민 대장장이 출신으로 되어있다던가, 시빌라(에바 그린)가 발리앙을 좋아한다던가... 또 뭐가 있지. 아무튼 요런 설정들은 현실과 다르긴 한데, 그걸 빼고 나면 이 전쟁에 대한 시선이 생각보단 객관적으로 그려져 있다고 생각했다. 과장된 영웅주의는 접어두고 기독교에 대한 신념을 잃어버린 발리앙이라는 청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움으로써 오히려 그 기독교적인 신념이란 것, 전쟁에 앞선 사람들의 마음 속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했다.

  여튼 재미있고 말이 되게 이야기를 만들어 놨다는 소리다. 리들리 스콧은 '글래디에이터' 볼 때도 느꼈는데 이런식으로 역사 서사시를 헐리웃 판으로 잘 만드는 것 같다. 이번에는 대놓고 영화 사이사이에 중간, 막간 이런 부분을 넣은 점이 흥미로웠다. 완급조절은 잘 된편일까... 상대적으로 화려한 전쟁신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득달같은 로맨스가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보는 내내 아 이거 재밌군,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십자군 3차 전쟁 직전의 이야기인데 사실 요 때 예수살렘이 살라딘의 손 안에 넘어갔을때, 주인공은 이벨린의 발리앙보다는 승리한 자인 살라딘(가산 마소드) 쪽이 헐리웃 스타일에 더 맞았다고 생각한다. 근데 이 영화에서는 남아서 예루살렘을 지키고 지키다 평화롭게 협상을 맺어(역사에선 어쨌건간에) 사람들을 구제했던 이벨린의 발리앙을 내세운단 말이다. 이 주인공 설정에서부터가 이 영화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알려주는 게 아닐까.

  기사 고프리(리암 니슨)의 사생아로서 원래는 평민이었던 발리앙은 이벨린의 영주 자리를 그대로 물려받게 되는데, 처음에는 죽은 아내(나탈리 콕스)의 천국행을 기원하고 동생(마이클 쉰)을 죽인 자신의 죄를 씻으려 한 것이지만... 막상 예루살렘에 가 보고 나니 별게 없단 말이다? 자기가 바라던 신은 모습은 커녕 목소리도 안 보이고 옆에서 아버지와 함께하던 자선단체 회원(데이빗 듈리스)이 아무리 신에 대한 믿음에 대해 좋게 설파해도 마음은 냉랭하기만 할 뿐인데 그런 거 치곤 자기 할 일을 잘 해나간다. 아버지의 친구이자 볼드윈 4세(에드워드 노튼)의 충실한 신하인 티베리아스(제레미 아이언스)와 만나고 나병에 걸린 볼드윈 4세를 받들며 자신의 영지인 이벨린을 개척해나가는 일들 말이다. 여기엔 다른 십자군과 같은 종교적 여지가 전혀 없어보인다. 요런 덤덤한 영웅이라는 설정이 오히려 신선했다.

  볼드윈 4세는 살라딘과 적절한 수준의 평화를 유지해나가는 왕인데 이거에 반발하는 부하들이 당연히 있고... 그게 기 드 뤼시냥(마튼 초카스)과 샤티용의 레이날드(브렌든 글리슨) 같은 애들. 아, 영화답게도 이 반대편인 기 드 뤼시냥의 아내이며 지금 왕이 죽으면 자기 아들을 통해 섭정을 할 여자가 시빌라란 말이다. 그런데 이 아들도 삼촌과 같이 나병에 걸려있다는걸 발견하고, 시빌라는 그런 아들을 차마 두고보지 못하고 자기 손으로 죽인다. 그리고 나서 왕위는 자연스레 자신에게서 기 드 뤼시냥에게로. (실제로 시빌라는 발리앙에게 반하지도 않았고 당연한 수순으로 기 드 리시냥에게 왕위를 넘겼다.)

  이 왕위 넘어가는 과정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던게 실제 역사와 다른건 차치하고, 시빌라의 마음 속이 그렇게 이해되는 편은 아니었어서 그랬다. 발리앙을 그렇게 사랑한다면서도 상황 판단 제대로 못하고 배신감 느꼈다고만 생각하는게... 그래서 나라 쫄딱 말아먹기 직전까지 가게 만드는 게 영. 뭐 그거 때문에 영화 진행되는거긴 하다만 아들 죽이는 것도 그렇고 여러모로 마음에 들진 않았다... 하지만 그 외의 스토리 진행이나 캐릭터 묘사는 참 좋았음.

  종교세계를 해탈한 듯한 발리앙의 묘사도 그랬지만, 인심 후했던 승리자 살라딘에 대한 묘사가 좋았다. 맡은 배우 가산 마소드는 이슬람교 연구하는 사람이기도 하다던데, 여로모로 카리스마가 넘쳤다. 예루살렘이 무엇이냐고 묻는 발리앙의 말에, 아무것도 아니다(nothing). 라고 말하고 연이어 하지만 곧 전부이지(everything) 라고 하는 모습은 이 성지가 가지고 있는 상징을 보여주는 듯 해 좋았다. 살라딘 주변 인물로 초반부에 등장하기도 했던 이마드(알렉산더 시디그)는 능글맞은 면이 있으면서도 진중한 면모가 돋보이던 캐릭터. 병마에 시달리며 얼굴이라고는 눈밖에 나오지 않았던 볼드윈 4세는 종교의 광기와 현실 사이에서 중도를 찾으려고 하는 거 같아서 그럭저럭 마음에 들었었다.

  음... 기대를 하나도 안하고 봐서 그런가 재미 있었는데, 남들이 봐도 재미있을 거 같다. 전쟁씬을 보려는 게 아니라 서사를 보기 위해 보는 영화였고, 그 역할을 잘 해낸 것 같다. 배우들의 연기도 참 좋았다. 다들 안정되어 있었다.

'마음의 양식 > 때때로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사노바 (Casanova, 2005)  (0) 2010.05.30
빙 줄리아 (Being Julia, 2004)  (0) 2010.05.27
데이브레이커스 (Daybreakers, 2009)  (0) 2010.05.21
아이언 맨 2 (Iron Man 2, 2010)  (0) 2010.05.18
아바타 (Avatar, 2009)  (4) 2010.05.02
사용자 삽입 이미지


플루토에서 아침을
감독 닐 조단 (2005 / 영국, 아일랜드)
출연 킬리언 머피, 리암 니슨, 모간 존스, 에바 버시스틀
상세보기

  리얀이 보고 와서 강추했던 영화다. 리얀 말로는 '노래가 빠진 헤드윅'이라고. 그런데 이건 좀 더 환상적인 느낌이 강한 것 같다. 패트릭(킬리언 머피)의 캐릭터 자체가 빠져있고, 헐렁하고, 마약한 듯한 느낌으로 영화를 활보해서 그런가... 배경이 되는 현실마저 환상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이쪽 방식도 재미있긴 했지만, 나는 헤드윅 쪽이 더 재밌긴 했다. 가볍고, 손에 쥐려고 하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의 영화였다.

  패트릭이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너무나 간단해서 웃음이 나온다. 주인공 패트릭은 아일랜드의 정치적 상황이 어떻건, 성 정체성이 어떻건, 자신이 테러리스트로 지목되건 구애받지 않는다. 자신이 아일랜드 인이고, 드랙퀸이며(목소리를 가늘게 내는 걸 보면, 트렌스젠더 같기도 하고...), 범죄자로 오인받는 주체임에도 패트릭은 그러한 현실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환상 안에서 활보한다. 재미있는것은 패트릭이 그런 상황을 전혀 신경쓰지 않음으로 인해 그러한 상황들이 더 눈에 띈다는 것이다. 아일랜드의 정치적 상황, 성 정체성의 혼돈, 오인으로 인한 죄의 덮어씀... 이런 문제점들은, 패트릭이 전혀 그것에 신경쓰지 않기 때문에 더욱 도드라진다. 패트릭 본인은 문제의 변방에 있으나 문제의 중심에 있기도 하기 때문에. 때문에 영화는 가볍고 재미있지만, 가벼운 문제를 다루지 않게 되는 것 같다.

  패트릭의 캐릭터 정말 유쾌하다. 아무렇지도 않게 야한 소설을 써내는 능력이라든가, 악당들의 퇴치에 마법의 향수를 쓰는 장면이라든가, 감옥에 갖혀서도 감옥을 달콤한 곳이라고 표현하는 거라든가... 비현실적인 캐릭터가 이렇게 유쾌할 줄은 몰랐다. 다 킬리언 머피 덕분. 아 진짜 여장 왜이리 잘어울려(...) 여장만큼은 존 카메론 미첼보다 잘 어울렸다. 연기도 하늘하늘하게 잘했고. 이걸 킬리언 머피가 아니면 누가 했으려나.

  주제들 다루는 방식이, 캐릭터의 덕으로 하늘하늘하고 가볍다. 그리고 유쾌하다. 그러나 주제가 가볍지는 않았다. 재미있었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