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 건
감독 토니 스콧 (1986 / 미국)
출연 톰 크루즈,켈리 맥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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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6년 영화라서 상큼 풋풋한 톰아저씨를 볼 수 있다. 근데 난 지금 모습이 더 좋은듯...? 이땐 너무 깎아놓은 밤톨마냥 반질반질해서. 키가 작건 말건 참 훈훈하고 잘생겼어요...

  이야기 진행이 너무 전형적이어서 따로 언급할 필요도 없을 정도.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가진 젊은 조종사 매버릭(톰 크루즈)가, 탑 건이라는 비행사 훈련학교에 입학하면서 맞이하는 일들 인데... 적당해 재미난 친구 구즈(안소니 애드워즈), 매력적인 여자친구 찰리(켈리 맥길리스), 싸가지없는 라이벌 아이스맨(발 킬머)... 그리고 멘토가 되어주는 교관 바이퍼(톰 스커릿). 등장하는 인물만 봐도 대충 촉이 서지 않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안 좋은 기억이고, 그 때문에 약간 날라리가 된 매버릭이 성장하는 스토리. 이 성장 스토리에선 구즈의 죽음으로 좌절을 겪기도 하고, 찰리와의 연애도 흔들리고, 뜻밖에 아이스맨을 돕기도 하며 좋은 조종사로 거듭난다는 이야기. 아 너무 그대로의 이야기라 가감할 것이 없어!

  그런데도 그냥저냥 무난하게 봤다. 워낙에 옛날영화이기도 하고, 청춘영화라고 생각하고 보니까 그럭저럭 볼 만 했다. 그 시절엔 이 영화가 신선했을지도 모른다고 믿고 싶다... 나는 이걸로 톰 크루즈가 스타가 되었다길래 뭔가 더 있을 줄 알았더니, 스토리빨이 아니라 그냥 청춘영화 빨. 트와일라잇으로 뜬 로버트 패틴슨 같은 거 아닐까. 아 그건 비유가 너무 심한가... 그렇지 너무 심하지...

  구즈는 등장할 때 부터 아 쟤 죽겠다 싶었는데 정말 죽더라. 그럴거면 아내나 보여주지 말지...ㅜ.ㅜ 맥 라이언같은 예쁜 아내를 두고 아들을 두고 죽어버리면 어떡하누. 아이스맨은 딱히 엄청 못된 애라는 느낌도 아니었기 때문에 결국은 쟤랑 서로서로 돕겠고만 이런 느낌 당연히 들었고, 찰리 캐릭터도 뻔하고.

  그냥 시간 많으면 봐도 좋은데 히트작이라고 찾아볼 거까진 아닌 그런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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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감독 롭 라이너 (1989 / 미국)
출연 빌리 크리스탈, 멕 라이언, 캐리 피셔, 브루노 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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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인가 봤는데, 어제 케이블에서 하길래 또 듬성듬성 봤음. 초등학교 때부터 이름만 무성히 들었지 제대로 본건 작년이 처음이었는데, 뭐 재미있네... 라고 생각했었던 작품이었다. 근데 그건 내가 그동안 본 로맨틱 코미디가 있었기 때문에 그렇고, 영화 개봉 당시의 상황을 생각하면 굉장히 신선한 작품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어제 또 보고서야 했다. 식당에서 오르가즘을 연기하는 여자라니, 그건 지금도 조금 신선한 소재. 게다가 어제 두 번째로 본 거였는데도 재밌었다;

  생각보다 해리(빌리 크리스탈)와 샐리(맥 라이언)의 만남이 오래도록 지속되어서 놀랐다. 나는 여타 로맨틱 코미디처럼 짧은 기간을 다룰 줄 알았는데, 십년이 넘는 시간을 옥신각신하면서 정이 드는 걸 보여주고 있다. 둘이 친구가 되는 과정까지가 특히 재미있었다. 그냥 둘이 친구로 남았어도 좋았을 것 같다. 해리 말대로 남녀 사이에는 섹스가 존재하기 때문에 친구가 될 수 없는 것처럼 되어 버린 꼴이 되어서, 그게 좀 안타까웠음. 저런 남자 친구 한명 쯤 있어도 되게 좋을 것 같아. 우리 나라에선 좀 어려울까?

  한번에 푹 빠져드는 것이 사랑일 수도 있지만, 서서히 스며드는 것도 사랑. 해리와 샐리는 우정과 사랑의 경계가 모호하다 싶을 때 섹스라는 매개를 통해 사랑으로 건너 뛰어 버린 것 같아서 그게 조금 아쉽다. 왜 다른 행동으로는 사랑으로 뛰어넘지 못할까... 서로의 취향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서로의 연인에게 미묘하게 신경쓰이는 상태를 왜 깨닿지 못하는걸까. 왜 말로는 서로의 진심을 전하지 못할까. 역시 언어는 즉흥적인 행동보다 어려운 걸까. 이렇게 말하는 나도, 섹스를 통한 관계의 급진전은 팬픽에서 자주 써먹는 방법이긴 하지만() 음 역시 뭔가 아쉬워. 무엇보다도 해리와 샐리니까.

  이런 아쉬움을 모두 덮어줄 수 있었던 건 역시 해리의 마지막 대사. 은연중에 스며든 사랑을 고백하는 이 덤덤하고 얄미운 고백이 얼마나 진솔하게 다가오던지.  

I love that you get cold when it's seventyone degrees out,
I love that it takes you an hour and a half to order a sandwich,
I love that you get a little crinkle above you nose when you're looking at me like I'm nuts,
I love that after I spend a day with you I can still smell your perfume on my clothes
and I love that you are the last person I want to talk to before I go to sleep at night.

무더운 날씨에 감기나 걸리고,
샌드위치 하나를 주문하는데도 한시간반은 걸리는 널 사랑해.
날 바보 취급하며 바라볼 때 코에 작은 주름이 생기는 네 모습과
너와 함께 지내고 난뒤 돌아올 때 내 옷에 밴 네 향수 냄새를 사랑해.
내가 잠들기 전에 마지막으로 대화하고 싶은 사람이 바로 너이기에 널 사랑해.

 
  귀엽고 괜찮은 로맨틱 코미디. 지금까지 회자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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