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본 법정 드라마. 노래방 갔다가 거기 화면에서 하고 있는걸 봤는데, 그때 장면이 앨런과 데니가 발코니에 앉아 서로에게 농을 주고받는 장면이었다. 재미있겠다 싶어서 기억하고 있다가 봤다. 엄청 몰입해서 본 건 아니지만 그럭저럭 재미있게 본 시리즈. 수사물처럼 한 편 한 편이 달라서 몰아보기 힘들었다.

  말할 필요도 없는 투탑 드라마. 앨런 쇼어와 데니 크레인이 주연이고, 나머지는 모두 다 조연같다. 굳이 한 명 더 끼우자면 셜리 정도? 그 외의 인물들은 정들만 하면 바뀌어서대서 짜증이 날 지경이었다. 앨런과 데니가 사귀는 여자들은 모조리 갈아치워지며, 그 외의 변호사들도 얄짤없다. 좀 비중이 있다 생각했던 브래드 같은 경우에도 중간에 하차에서 화가 났었다. 나는 브래드와 드니즈의 결혼생활을 보고 싶었단 말이다... 인물들이 바뀌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면 피해야 할 드라마. 나도 좋아하진 않는데 시작하면 끝까지 봐야한다는 오기가 조금은 있어서 봤다. 재미도 적당히 있었고.

  소송의 나라 미국에서 나온 법정 드라마라지만 진짜 말도 안되는 소송들도 많은데, 그 이유를 들어보면 이해가 갈 법한 것들을 바탕에 깔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그리고 방영 당시의 시대조류(라고 하면 너무 거창한가)에 이슈가 되는 소재를 차용해서 그 흥미가 배가 되었다. 이런 식으로 소재 차용된 것 중 가장 흔하면서도 또 현실적으로 다가왔던 것들은 미군과 관련된 것들. 특히 방영시기가 이라크전 시기와 겹쳤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군관련 이슈들을 볼 수 있었다.

  아무튼 이런 현실과 연관된 소재 설정은 이 얼토당토 않은 극을 통해서 '이건 픽션이야, 그러니 화내지 마'라는 식의 방패를 내세우면서도 '현실이 이렇게 거지같아'라고 까발리는 느낌이었다. 얼핏 보면 가볍기 짝이 없는 극이지만 그 내면에 깔고 있는 사상은 다소 진보적이면서도 설득력이 있어서 좋았다.

  주인공 둘의 성향이 판이하게 다르면서도 절친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 또 하나 포인트인듯. 매사 비슷하기만 한 친구들이라면 도리어 재미가 없었을텐데, 이 둘은 성격은 비슷하면서도 그 성향은 완전히 달랐다. 앨런 쇼어는 완벽한 진보주의자. 데니의 경우엔 완벽한 보수. 공통점이 있다면 둘 다 여성을 낮춰보는 경향이 있다는 것? 앨런의 경우야 그렇다쳐도 데니의 경우에는 정말 짜증이 날 정도다. 이게 드라마인데도 이렇게 짜증이 나다니. 실제로 앞에 있다면 용서안될 타입인듯. 사실 초반엔 데니 캐릭터에 정이 안들어서 혼났다. 뭐 막판가서는 그나마 좀 사그라들었다만...

  언제나 좋아했던 건 앨런. 사실 앨런조차도 몇 번 정도는 마음에 안드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는데 기본적으로는 사상면에서 마음에 들었고, 은근히 잔정많은 행동들이 마음에 들어서 항상 좋았다. 깐죽대는 그의 캐릭터는 한 번 적응을 하고 나면 빠져나올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었다.

  주위 캐릭터들은 앞서 말했다시피 정을 주면 떠나가버려서(...) 딱히 누구누구 꼽기가 힘들다. 하지만 진보와 보수를 반반 섞어놓은듯한, 그러면서도 명확한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 셜리 슈미트는 꼭 기억해줘야 할 듯하다. 곱게 나이든 이 셜리를 등장부터 끝까지 항상 좋아했다. 따지고보면 앨런 다음으로 좋아하는 캐릭터였다. 데니보다도 항상 더 좋아했으니까. 그리고 항상 앨런의 도움을 받아가며 나중에는 한 사람의 당당한 변호사로 성장한 제리도. 뭐 이런 식으로 기억하면 조연들을 다 기억해야할 것 같지만...

  괜찮았던 법정 드라마.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로 느슨하게 풀려있는 듯 하면서도, 소송에 관련해선 주제를 명확하고 간결하게 다룰 줄 알았다.

이게 3시즌. 왼쪽부터 제프리 코호(크레이그 비에코), 드니즈 바우어(줄리 보웬), 브래드 체이스(마크 밸리), 앨런 쇼어(제임스 스페이더), 폴 르위스턴(르네 오버조노와), 클레어 심즈(콘스탄스 짐머), 데니 크레인(윌리암 샤트너), 셜리 슈미트(캔디스 버겐)

이건 4시즌. 왼쪽 위부터 칼 색(존 라로케트), 데니 크레인, 앨런 쇼어, 셜리 슈미트, 로레인 웰러(세프론 버로우스), 케이티 로이드(타라 서머스), 제리 에스펜슨(크리스찬 클레멘슨), 클라렌스 벨(게리 안소니 윌리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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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치 아담스
감독 톰 새디악 (1998 / 미국)
출연 로빈 윌리엄스, 모니카 포터, 리차드 킬리, 다니엘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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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밍기적 거리다가 집에서 봤음. 케이블 만세. 영화 느낌이 참 따뜻해서 좋았다. 로빈 윌리엄스 영화에서는 왠지 모르게 이런 것을 기대하게 되는데, 실망하진 않았음. 어떻께 어떻게 된다- 라는 전형적인 스토리라고 생각하면서 봤는데, 실화라고 하길래 조금 놀랐다. 중년이 되어가는 나이에, 암울했던 과거사를 딛고 남들에게 행복을 주기 위해 의술을 배운다니. 죽기 직전까지 간 사람의 의지일까. 어찌 되었건 대단하다.

  헌터 아담스(로빈 윌리엄스)는 영화상에서 자신을 패치라고 불러달라고 한다. 나는 그게 무슨 뜻인가 했는데, '상처를 치유한다'는 뜻의 Patch라고. 이것 저것 따뜻한 선행들의 베품, 그리고 다소 세게 느껴졌던 좌절, 그리고 다시 일어서는 것. 정말 흔한 이야기이지만 이것이 실화라는데에서 큰 힘을 느낀다. 물론 영화 전체가 모두 사실인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이 뻔한 스토리가- 사람에게 감동을 주기 위한 이 영화가 실화라고 한다면 '아, 세상은 아직까지 따뜻하구나'라는 위안을 더불어 얻게 되니까. 

  따뜻하고 편한 영화였다. 그리고 9년전의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은 너무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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