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born after sunset".. by nattu 저작자 표시

뼈아픈 후회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이동하는 사막 신전
바람의 기둥이 세운 내실에까지 모래가 몰려와 있고
뿌리째 굴러가고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린다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끝내 자아를 버리지 못하는 그 고열의
神像이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아무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한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내가 자청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을 아녔다
나를 위한 헌신, 한낱 도덕이 시킨 경쟁심
그것도 파워랄까, 그것마저 없는 자들에겐
희생은 또 얼마나 화려한 것이었겠는가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의 말을 넣어주는 바람이
떠돌다 지나갈 뿐
나는 이제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
그 누구도 나를 믿지 않으며 기대하지 않는다

- 황지우 (1952.01.25 - )
Did I say I love you ?
Did I say I love you ? by Kliefi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Green

그린

Voici des fruits, des fleurs, des feuilles et des branches
열매, 꽃, 잎, 가지들이 여기 있소
Et puis voici mon coeur qui ne bat que pour vous.
그리고 오로지 당신만을 향해 고동치는 내 마음이 여기 있소.
Ne le déchirez pas avec vos deux mains blanches
그대 하얀 두 손으로 찢지는 말아주오
Et qu'à vos yeux si beaux l'humble présent soit doux.
다만 이 순간 그대 아름다운 두 눈에 부드럽게 담아주오.

J'arrive tout couvert encore de rosée
새벽 바람 얼굴에 맞으며 달려오느라
Que le vent du matin vient glacer à mon front.
장미송이 온 몸에 얼어붙은 이슬 방울 채 가시지 않았으니
Souffrez que ma fatigue à vos pieds reposée
그대 발치에 지친 몸 누이고 그대 곁
Rêve des chers instants qui la délasseront.
소중한 휴식의 순간에 잠기도록 허락해 주오.

Sur votre jeune sein laissez rouler ma tête
그대의 여린 가슴 위 머물도록 해 주오
Toute sonore encor de vos derniers baisers
지난 번 입맞춤에 아직도 얼얼한 내 얼굴을
Laissez-la s'apaiser de la bonne tempête
그리고 이 선한 결심이 이대로 가라앉게 그대 달래주오
Et que je dorme un peu puisque vous reposez.
그대의 휴식 속에 가만히 잠들 수 있도록.

- 폴 베를렌 (Paul Marie Verlaine, France, 1844.03.30 - 1896.01.08)
귀로 웃는 집(창비시선 157)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임영조 (창작과비평사, 199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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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로 웃는 집의 시들은 소박하다. 임영조 시인의 시들은 소박한 삶의 느낌을 담고 있다. 내가 생활하는 삶의 터전, 그 생활 터전에서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들과 소소한 이야기들. 그것을 시로 표현하고 있다. 내가 겪고 있는 삶 혹은 내 주변의 삶의 모습이기도 한데, 이런 시들이 무작정 어렵게 느껴질 리 없었다. 작가 후기를 살펴보면 임영조 시인 자신은 ‘철학적 심각성이나 종교적 엄숙함을 표출하려는 것보다 세상과 친하려는 따뜻한 시선을 갖고 싶다’고 했다. 이러한 작가의 마음가짐은, 내게 그의 시들을 한층 편하게 다가오도록 해 준 듯하다. 실제로도 그는 삶의 모습, 곧 세상의 모습을 담은 시들을 썼다.

  귀로 웃는 집의 시들은 삶의 모습을 피가 뚝뚝 흐르는 날것마냥 무작정 던져놓지는 않는다.(그런 것은 시로 취급될 수도 없을 것이다.) 귀로 웃는 집의 시들은 자연물과 융합되어 삶을 나타내고 있다. 임영조 시인은 자신의 삶의 모습에 상상을 덧씌운다.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갈 수 있는 일상의 이야기는 작게는 곤충의 모습, 크게는 커다란 풍경 등에 빗대어지거나 하여 다듬어진다. 피가 흐르는 날것을 상상력으로 데치고, 비유라는 초록색 잎으로 감싸 쌉싸래한 삶의 맛이 나도록 내놓은 것이다.

  일상적인 삶의 모습이라고 해서 임영조 시인의 시들이 무작정 안락하고 편안한 삶의 모습을 설겅설겅 담았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우리는 삶을 살면서 얼마나 많은 것을 체험하는가? 그러한 체험을 통해서 얻게 되는 개인의 생각들은 긍정적인 것도 있지만 부정적인 것도 있다. 남진우 씨의 해설에서 이 부분을 자세히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곤충채집 시리즈는 변신을 거듭하며 사는 사람들의 문제성을 해학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는 것이다. 임영조 시인은 단순하게 일상적 감정만을 담아내지 않았다. 그는 여러 가지 문학적 표현을 통해 자신의 사상 또한 시에 담아낸다. 그렇게 하여 자신의 내면을 독자에게 시를 통하여 드러낸다. 편안하게 한번 읽고, 두 번째 정독을 하면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나는 고등학교 때까지의 낱개로 풀어보는 시 공부로 인해 시에 대한 막연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시는 무작정 어렵고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고. 시를 느끼려고 해 본적도 없으면서 말이다. 시는 전체적으로 그 시의 향을 맡으며 느껴야 한다. 분석은 그 뒤에 해도 늦지 않다. 어쩌면, 그것이 어떠한 형식을 통해 탄생했는지는 그 시에 담긴 향을 느낀 후에 하는 편이 더 수월할지도 모른다. 아니, 그게 올바른 순서라고 생각한다.

  임영조 시인의 시들을 통해 나는 시를 좀더 쉽게 대할 수 있게 되었다. 시가 쉽다는 말은 아니다. 시가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어렵고, 막연하고, 알 수 없는 말의 나열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귀로 웃는 집의 시들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을 통해 부담 없이 작가의 내면의 성찰을 세상에 뱉어낸다. 아주 조금이라도 소양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시를 친근하고 어렵지 않은 느낌으로 접할 수 있을 것이다.

-

  과제로 냈던 거 앞 뒤 뭉텅 잘라버린 중간 내용. 저 시집 아직도 갖고 있는데 편하다.
Fire in the sky
Fire in the sky by Ennor (unwell)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초혼(招魂)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빗겨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김소월 (1902.08.06 - 193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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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친다는 게 뭔지 알 것 같다.
이래서 시가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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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다의 유골을 뿌려주러 온 르넷과 맥클러스키 부인.
그 앞에서 맥클러스키 부인이 친구를 추억하며 읊는 시.
맥클러스키 부인의 그 퉁명스러운 말투가 이렇게 잔잔하게 들릴 줄이야.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Weep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weep
내 무덤가에 서서 울지 말아요
I am not there, I do not sleep
난 거기 없어요, 난 잠들지 않아요
I am a thousand winds that blow
나는 불어오는 천 갈래의 바람이에요
I am the diamond glint on snow
나는 눈 위에서 빛나는 다이아몬드에요
I am the sunlight on ripened grain
나는 영글은 곡식 위의 햇살이에요
I am the gentle, gentle autumn rain
나는 온화하고, 온화한 가을 비에요

Do not stand my grave and weep

내 무덤가에 서서 울지 말아요
I am not there, I do not sleep 
난 거기 없어요, 난 잠들지 않아요
When you awake in the morning hush

당신이 아침의 고요함 속에서 깨어날 때
I am the swift uplifting rush
나는 원을 지으며 날아다니는 조용한 새들의
Of quiet birds in circling flight
돌연한 날아오름이에요
I am the soft, soft starlight, starlight at night
나는 부드럽고, 부드러운 별빛, 밤의 별빛이에요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weep

내 무덤가에 서서 울지 말아요
I am not there, I do not sleep...
난 거기 없어요, 난 잠들지 않아요...

-

디씨 위주갤에서 퍼온 내용

  이 시는 작자미상으로서, 원작자가 누구냐에 대한 논란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지만 미국인 Mary Elizabeth Frye가 1932년경 썼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Mary Elizabeth Frye는 미국 볼티모어에 살던 주부였으며 그녀에게는 독일계 유태인인 친구 Margaret Schwarzkopf가 있었다 한다. Margaret Schwarzkopf의 모친은 본국에서 임종을 앞두고 있었는데 당시 독일 내에 널리 퍼져 있던 반유대 정서 때문에 Schwarzkopf는 모친을 찾아가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없음을 안타까워 했고 곁에서 지켜보던 Frye는 이에 영감을 받아 시를 썼다고 알려진다.

- 본래 시에는 별도의 제목이 없었기 때문에, 편의상 시의 첫 행인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weep"으로 알려져 있다.
-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Weep는 Fyre가 쓴 최초의 시였으며, 후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시상이 마구 떠올랐다"고 밝힌 바 있다.
- 이 시는 정식으로 출판된 적이 한 번도 없다. 해서, 오랜 세월을 거치며 여러 작가들이 행을 덧붙이거나 행의 순서를 뒤바꾸는 등의 시도를 하여, 원작자 및 원전에 대한 혼란을 야기하기도 하였다.
- Schwarzkopf의 모친의 사망한 후에 유가족의 지인들이 엽서에 시를 인쇄한 바 있는데, 구전 시가 유행하던 당시 상황과 맞물려 시의 파급 효과가 컸던 것으로 평가된다.
- 이 시는 본래 작자미상인 까닭에 '인디언이 쓴 것이다' 내지는 '전통민요다' 등의 다양한 설이 있다.

추모 엽서에 실린 원전은 다음과 같다.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Weep)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weep.
I am not there; I do not sleep.
I am a thousand winds that blow,
I am the diamond glints on snow,
I am the sun on ripened grain,
I am the gentle autumn rain.
When you awaken in the morning's hush
I am the swift uplifting rush
Of quiet birds in circled flight.
I am the soft stars that shine at night.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cry,
I am not there; I did not die.

i see the sky
i see the sky by Paulo Brandão 저작자 표시동일조건 변경허락


He Wishes for the Cloths of Heaven 
하늘의 천

Had I the heaven's embroidered cloths
Enwrought with golden and silver light
내게 금빛과 은빛으로 짠
하늘의 천이 있다면,

The blue and the dim and the dark cloths
Of night and light and the half-light,
어둠과 빛과 어스름으로 수놓은
파랗고 희뿌옇고 검은 천이 있다면,

I would spread the cloths under your feet:
그 천을 그대 발 밑에 깔아드리련만

But I, being poor, have only my dreams;
I have spread my dreams under your feet;
나는 가난하여 가진 것이 꿈뿐이라
내 꿈을 그대 발 밑에 깔았습니다.

Tread softly because you tread on my dreams.
사뿐히 밟으소서, 그대 밟는 것 내 꿈이오니.

- 윌리엄 예이츠 (William Butler Yeats, Ireland, 1865.06.13 - 1939.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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