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이건 말도 안되지 말입니다
자세한 후기는 나중에... 내가 칼 만나서 이야기하고 사진도 찍었다니...
내가 만도 디아오 공연봤다니 셋리스트랑 비욘 피크 얻었다니... 아 이것이 언리얼 언리얼

  새삼스레 이제와서 이걸 리뷰하다니. 뭐 쨌든. 나는 19일 공연만 갔다왔었다. 사실 금요일 공연의 프로디지가 더 보고 싶었지만 외박은 절대 안되기 때문에(...) 부모님이 지방에 놀러가셨던 때를 틈타 토요일 공연을 가기로 했었음. 공연 가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타임테이블 한 번 쳐다보지 않고 갔고, 따라서 언더월드가 나온다는 것만 알고 갔다. 나머지가 누가 나오든 관심이 없었다... 이렇다 보니 가기 전까지도 되게 망설였던 공연. 티켓은 하루 전에 샀고, 팔찌 교환 직전까지도 나 집에 갈래를 외쳤었다. 게다가 그 날 컨디션은 최악이었으니.

  공연 많이 가 본 건 아니지만 글로벌 개더링 코리아의 진행은 정말 형편 없었다. 일단 장소부터가, 난지 지구는 차 없이는 갈 수 없어... 그렇다고 홈페이지에 셔틀버스에 대해서 자세히 정리해 둔 것도 아니었고. 배째라는건지. 팔찌 같은 건 열두시에 교환해 주면서 입장은 두시라는 것도 이상했고, 두시에 딱 입장 시작을 안한 것도 짜증이 났다. 뭐 하나 제대로 해주는 게 없어. 일렉 페스티벌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설렁설렁하긴 했지만서도 진행 자체가 구닥다리였다는 데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여튼 열한시부터 가서 설쳤던 나와 친구들은 가운데 펜스를 정ㅋ벅ㅋ 느물느물하게 공연을 기다렸다. 공연은 세 시부터. 각 팀 당 한시간 정도의 시간이 배분되어 있었고, 언월도까지 하면 새벽 2시에 끝나는 공연이었다. GOGOSTAR, E.E, Beejay & Stereo, Fantastic Plastic Machine (Feat. VERVAL), G-Dragon & 2NE1, Royksopp, Underworld 순.

  첫 타자였던 GOGOSTAR. 멤버들이 독특한 화장과 옷차림을 하고 있어서 눈에 띄었다. 뭐지 이거, 하면서 공연을 기다렸는데 오...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보컬이 되게 분위기 띄우려고 노력하는게 보였다. 낮시간이라 사람이 너무 없어서 아쉬울 지경이었음. 사람만 좀 더 많았어도 더 재미있었을 거 같은데. 본인들 말대로 홍대 작은 클럽에서 관객과 가수 모두 섞여 놀 때 더 재미있을 것 같았던 밴드. 이모저모 신경쓴 구석이 보여서 좋았다.

  E.E 왜 난 타임테이블을 보면서도 내가 아는 그 E.E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을까. 무대에 이윤정씨이 나온 순간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잖아도 40분의 짧은 공연이었는데 시간이 슉슉 지나갔다. 백댄서들도 잔뜩 등장했었고 (백댄서라고 해도 될까, 행위 예술인?) 노래도 신나고. 무대 매너도 좋고... 즐거웠음.

  Beejay & Stereo... 남자 둘이 나와서 내내 디제잉만 했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되게 싫었다. 일단 보컬 없이 디제잉만 하면 좀 쳐지길 마련인데 노래 자체도 뭔가 느낄라 치면 축 가라앉아버려서. 사람 지치게 만들었던 그룹. 심지어 타임테이블을 완전 무시하고 시간을 넘겨버려 판타스틱 플라스틱 머신의 공연을 늦춰버렸어. 옆에서 스탭들 화나서 발 동동 구르는게 보였는데 그래도 멈추질 않더라. 재미 이전에 매너도 없었다.

  히히. 가장 재미있었던 FPM-flo. 판타스틱 플라스틱 머신과 엠플로의 버벌이 나왔다. 으윽 엠플로. 나의 고3 시절 애스트로맨틱 앨범을 얼마나 돌려들었었던지. 둘이서 옷을 국가대표 축구팀 옷에다가 등번호는 나이, 앞에는 자기들 이름을 적어서 나왔었다. 일단 자세 좋고. 워낙에 무대 경험이 많은 엠플로다 보니까 이것 저것 반응을 유도하는 것들이 좋았다. 스케치북에 어설프게 적은 서리질러라던가, 고마와요. 같은 것들. 보는 사람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가. 중간엔 각자 핸드폰을 꺼내게 해 불빛으로 일루미네이션을 만들게 하기도 하고. 노래들이 너무너무 좋았고, 공연자의 태도도 좋았고, 사람들의 반응도 좋았던 정말 재미있는 공연이었다.

  G-Dragon & 2NE1. 일렉 페스티벌에 왠 아이돌이냐 하고 반발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도 난 좋았는데... 내가 이 때 컨디션이 그냥 바닥을 친 데다가 내 양 옆에 있는 애들이 GD를 별로 안좋아해서...(라고 말해도 될까) 확 즐기진 못한 기분. 나야 보기 좋았지만 아쉬운 부분을 꼽자면 전반적으로 관객과의 호응보다는 스스로의 공연만 만들어 놓은 느낌었다는 것. 시종일관 지용이가 연예인스러운 표정을 유지하는게 재미 있었다. 사진이 수천장이나 계속 찍히니까 그 마음도 알만 하지만, 조금만 더 여유있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2NE1은 음... 산다라 박의 머리가 정말 작아서 깜짝 놀랐다는 것, 공민지가 너무 귀여웠다는 거... 그 정도. TV에서 보던 때랑 다를 것 없었다.

  서브 헤드였던 Röyksopp! 전에 노래 듣다가 아 취향 아냐 하면서 말았던 기억이 나는데, 기묘하게 얘네 공연이 참 좋았다. 우주인같이 꾸미고 나왔을 떈 뿜을 뻔 했지만, 공연이 워낙 좋았고 반응도 상당했다. 본 멤버 두명도 반응이 이렇게 좋을 지 몰랐던지 시종일관 웃음상에 thank you를 연발해댔고, 세션일 베이스 오빠는 바로 앞 쪽에 로익솝 플랜카드를 든 사람들에게 팬서비스가 굉장했음. 그리고 베이스 칠 때 자기 세계로 가버리더라. 보컬이던 언니도 카리스마 있고 좋았음. 중간에 부엉이 가면 쓰고 부르는 노래가 있었는데 분명 웃겨야 하는데 카리스마가 있었다. 스벤은 딱 전형적인 미남상으로 성격도 재미있어 보였다. 중간에 무대에서도 역시 내려와 줬고... 토르뵤른은 금발이 찰랑찰랑해서 예뻤는데 빼는지 계속 안내려오다가 결국은 막판에 무대에서 뛰쳐내려와 바로 내 손을 꽉 잡아줬음. 게다가 만연에 웃음을 꽃피운 표정이었어서 그 표정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가운데라 행복했어요... 자신은 분명 살짝 잡은 것일텐데 손이 얼얼했었다. 좋았음. 매우매우.

  대망의 언월도... 무대 꾸미는 게 심상치 않았다. 하얀 봉들을 길길이 세워서 다양하게 이용하더라. 하지만 이때 쯤 나는 이미 정신이 반 쯤 나가 있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칼만 보고 펜스를 빠져나가야지. 이랬었다. 너무 아프고 너무 힘들어서... 그런데 중간에 반지를 떨어뜨렸어. 줏을 때까지 나갈 수가 없었다.... 가뜩이나 목소리가 안들리는 이상한 음향시스템이었는데 트랜스 음악인지라 가슴만 쿵쿵쿵쿵 계속 뛰어서 죽을 것 같았음. 그와중에도 칼의 허리 돌리기는 예술이었다... 아무튼 끝나고 나서는 반 기절 상태였음.

  날이 새기를 기다려 지하철을 타고 오려고 했었는데, 결국은 거기서 다같이 택시타고 신촌 테일이네 방까지 가서 잤다. 그 짧은 거리를 택시비 이만원.... 비싼 건 둘째 치고 기사가 난폭해서 끝까지 기분이 좋지 않았음. 테일이네서 두어시간 뻗어 있다가 아침에 집에 들어왔다. 점심때쯤 돌아오신 엄마아빠가 어제 몇시에 들어왔어, 라고 하길래 '늦게...'라고 대답했었음. 거짓말은아니었어요...

  확실히 락페보다는 빡빡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사람들 거의 설렁설렁 공연을 보는 분위기였고 육체적으로는 덜 힘든 공연임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정신적으로 굉장히 피곤했다. 내 컨디션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진행의 비유연성, 매너없는 외국인 관객들,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사운드가 짜증났으니까. 공연 자체가 재미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서도 또 확 내 취향은 아니어서... 첫 날 프로디지와 팟벨리즈를 봤으면 좀 나았을까? 모르겠다. 반 반 정도로 공연들의 호오가 갈렸고. 다음에 일렉페스티벌을 갈 거냐고 물어본다면... 대답은 아니오올시다.

  갔다왔다. 솔직히 지금도 아무 생각 안난다. 일단 A구역에서 펜스를 잡았고, 유네랑 같이... 지옥같은 곳에서 미친 듯이 놀다가 온 것 같은 기분. 6시 반 부터 입장 시작해서, 8시 45분 정도까지 꼼짝없이 있었는데도 마냥 좋았다. 기다리는 내내 노래가 나왔는데, 막판 즈음에 KOL의 Molly's Chamber가 나와서 기분 좋았음. 혼자 막 따라부르고ㅋㅋㅋㅋㅋ

  여튼 조명 꺼지고... 오프닝 송 나올 때부터 진짜.. 혼 나갔다. 사람들이 전부 미쳐서 압박도 쩔었음. 펜스 아니었으면 사망했을 것 같다... 공연 중간 중간에도 그 열정 그대로 끝까지 갔기 때문에, 경호원들이 사람들 빼 가고.. 난 A구역 펜스였는데, B구역에선 어떤 여자 기절해서 노엘 놀랐다고도 하더라.

  뭐라고 길게 쓰고 싶었는데 잘.. 뭐라고 써야 할 지 모르겠다. 곡 하나하나가 너무 좋았고, 원더월이랑 수퍼소닉 같은 거 땐 혼이 나갔다. 오프닝 때부터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였으니까... 곡 하나하나 뭐라고 말해야 할 지. 앵콜은 30분이나 했는데, 노엘이 한국팬들을 위해 리브 포에버 어쿠스틱으로 불러줬다. 그냥.. 넘 좋아서 날아갈 뻔. 노엘 혼자 노래부를 때 리암이 구석에서 핸드폰으로 찍고 있었다. 뭐..뭐하는거지 너.. 사람들이 노엘 노엘 연호하니까, 리암이 자기도 불러달라고 막 그랬단다ㅋㅋㅋㅋ 귀여움.

  마지막 곡에서는 아예 리암이 무대 아래로 내려오는 사태가... 중간에 있던 슥헤가 그 장면 고대로 찍었다. 진짜.. 놀라운 일이었다. 영상으로 다시 봐도 숨 멎을 거 같구나. 리암이 내려와서 시선집중 됐을때 노엘이 발 쾅쾅 굴렀다는데 그건 못봐서 모르겠다. 리암에게 정신이 쏠려있었어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

  한국 공연 답게 공연 내내 떼창 쩔었고, 모두가 다 미쳐있었다. 내가 점프 안해도 내 몸이 저절로 뛰어오르더라. 다른 사람들에게 쓸려서... 신기한 경험이었음. 너무너무 즐거웠다. 오아시스 멤버들 모두도 기분 되게 좋아서 공연장 대기실에서 두시까지 술펐다고 하니 ㅋㅋㅋ... 무슨 말이 필요할까. 앤디는 바로 자기 페이스 북에 이번 투어 중 가장 좋은 공연이었다고 썼고, 리암은 트위터에 90년대로 돌아간 것 같았다고, 7월에 돌아오겠다고 했다. 노엘 또한 일기에 열광적이었던 한국 공연에 대해 써 줬고. 그런 반응들을 보니 더 기분이 좋았음.

  공연이 끝나고 집에 오니 티셔츠 앞부분이 뜯어져 있었다. 무슨 공연 갈 때마다 옷이 헤져(...) 거기다 이번엔 이명으로 모자라서 난청까지 잠깐 생겼다. 깜짝 놀랐음. 다행히 사라지긴 했지만 나름 급 쫄았다. 또 다시 그런다고 해도 다시 가고 싶다. 정말, 정말 좋았다.

 
이건 슥헤가 찍은 리암이 무대 아래로 내려오는 영상.
말이 필요 없다.

2009/02/11 - 오 민음사 이벤트 당첨ㅎ.ㅎ


  민음사 이벤트로 받은 초대권으로 은자랑 같이 뛰는놈 위에 나는놈(아이고 자꾸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이렇게 띄어쓰고 싶다)을 보러 갔다. 장소는 대학로 낙산 씨어터. 역에서 가까워서 좋더라. 연극은 아무래도 자주 보는 타입은 아니니까, 오래간만에 보는 거라 설렜다. 낙산 씨어터 안에 들어갔을 땐 관이 생각보다 작아서 좀 놀랐다. 내가 봤던 연극 중에서 관이 가장 작지 않았나 싶다.

  연극 정보를 찾아보고 간 건 아닌데, 아무래도 제목이 제목이다 보니까 반전이 많이 있겠구나 싶었음. 그리고 그 예상대로 계속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연극이었다. 그런데 반전이라는 게 보통 있을 지 모르다가 허를 찔려야만 효과가 큰 건데, 이 연극은 그런 느낌은 크게 없어서... 아 그랬구나. 싶은 정도의 감각이었다. 

  망나니 리샤르(최재현)와 그에게서 벗어나려는 귀부인 프랑소와즈(정주희), 가정부인 루이즈(양선영)와 그녀의 남자친구이자 리샤르의 동생이라는 설정의 착한 캐릭터 미쉘, 뭔가 좀 변태스러운 변호사 싸르토니(곽태영). 이 캐릭터들이 극을 이끌어 나가는데, 뭐 극을 보면 어느 쪽과 어느 쪽이 서로 편으로 묶이는 지는 잘 알 수 있는 편. 그 중에서도 혼자 동떨어진 캐릭터가 프랑소와즈로 보였는데... 결국 다른 팀/프랑소와즈의 대립으로 이어지더라. 수사반장 캐릭터(박병욱)와 형사(손세경) 캐릭터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극의 반전을 만들어 내는 데 역할을 맡고 있기는 했다.

  계속 반전과 반전이 일어나는 탓에 일일이 적기도 그런데, 뭐 보다 보면 어느 정도는 거의 예상할 수 있는 반전이 대부분이다. 가장 큰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가장 마지막 반전은 글쎄. 극을 비극으로 만들지 않기 위한 억지스러움이 있어서 크게 와닿지는 않았달까. 딱 마지막 반전 전까지는 그래도 이해는 돼.. 였다가, 제일 마지막에 가서는 어.. 이건 좀.. 이라는 느낌이 들었었다. 하긴 그대로 끝났어도 엄청 찝찝했을 테지만.

  배우들 연기의 질과는 상관 없이, 연극 자체가 굉장히 잘 만들어졌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앵콜 공연까지 뛸 정도로 좋은 연극이다. 라고 하면 잘 모르겠다. 위트있는 대사들도 있었지만 그것도 빈번한 것은 아닌지라.

  그래도 뭐 실제로 보는 연극의 맛은 살아있어서 좋았다. 외국 작품의 번안이라 배우들 이름이 죄다 외국어였는데도 연극 배우들 발음이랑 발성이 좋아서 거슬리지 않았다. 가정부 루이즈역의 양선영씨가 특히 발음이 또박또박 들려 좋더라. 다른 분들도 좋았지만 이 분이 가장 눈에 띄었음. 초반에 극 소개해주시던 재미있으신 분이 극에 형사로 등장하셔서 좀 놀랐음ㅋㅋㅋ

  그렇게 재미있는 극은 아니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것은 치밀함을 필요로 하지만, 동시에 관객이 그것을 전혀 예상치 못하고 있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한데다가, 잦은 반전은 되려 지겨움을 만들어내더라.


   테일신의 가호로 24, 25번을 잡아 펜스를 잡았습니다. 여튼 공연 얘기는 좀 뒤로 하고, 프라이빗 커브 패버리고 싶었다. 무슨 팔찌제도 같은걸 갑자기 시행해서; 팔찌를 먼저 배부 받고 팔찌와 티켓을 같이 제시해야만 입장할 수 있었다. 완전 쓸데없는 걸...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던데 그 팔찌. 차라리 순서대로 세우면서 표를 일일이 확인하고 들어갈 때 한번 하는 게 더 낫지 않았나 싶었음. 너무 일찍 도착해서 진행이 조금씩 늦어지는 것도 다 짜증이 났었지만서도, 아무튼 그 팔찌 만큼은 용서할 수 없을 정도로 쓸데없어 보였다. 그리고 이번엔 경호팀이 수호대? 라는 쪽이었던 거 같은데 그렇게 일을 싹싹 빠르게 처리하는 것 같지도 않았음. 동방신기 콘서트와 날이 겹쳐서 강친들이 다 그쪽으로 빠진듯... 공연 중에 물 나눠주는 것도 중간에 딱 한번, 완전 허접하게 나눠줬다. 이게 뭐야. 진행 좀 제대로 해주실래요?

  자 됐고, 아무튼 셋리스트는 이러하다. 


  참고로 저 셋리스트는 공연이 끝난 후 케빈(가명, 얼굴은 히어로즈 클레어 아빠) 아저씨가 남자분들 손을 다 치우고 내 손에 쥐어 준 셋 리스트. 너무나 친절했던 메탈리카 재킷을 입은 스탭 아저씨. 감사해요-_-ㅎ 그쪽 공연 스탭들이 전체적으로 친절했다. 다른 외국 스탭은 어떤 여자분이 뭐라도 달라고 하니까, '아무것도 없어요. 티슈라도 줄까요?' 하면서 물어보고 달라고 하니 티슈 챙겨주더라. 역시 주변 남자분들 손 다 거두고 여자분 손에 쥐어주셨음;

  아오 므라즈 무대에 등장한 순간 그냥 천사 내려온줄ㅜㅜ 앞줄에서 세 여자는 그냥 정신을 잃었다. 반응도 굉장히 좋았거니와 므라즈 본인도 공연을 즐기면서 하는 타입이라 공연 내내 행복했다. 므라즈가 유명해지긴 유명해 진건지 일반 팝 듣는 여성분들도 많이 오셔서 공연장 안에서 그렇게 힘들지도 않았다. 그게 좀 신기했는데 덕분에 맨 앞줄의 내 일행 셋은 완전히 눈에 띄어서 혼났다. 드럼인 마이클이 우릴 보고 완전 소리내서 웃어대서 민망할 정도로. 베이스 아저씨도 막 웃어준 데다가... 색스폰인지 아무튼 카를로스 아저씨인가도... 드럼 마이클 아저씨가 대박이었던게 우리쪽에 대놓고 하트로 손가락 모양 만들어서 날려줘서 우린 또 날리고... 하... 키보더인 에릭은 우리가 불러대서 우리쪽을 힐끔 보면서도, 의식적으로 이 쪽을 안봤다는 느낌이... 그래놓고 사진은 이쪽으로 각고 돌려서 찍는 게 완전 츤데레 같았다. 헉. 공연 보러가서 우리가 구경거리 된 듯. 아무튼 공연 내내 남들이 보면 뭐야 저여자들. 할 만한 짓을 하고 온 듯한 기분도 드는구나. 비싼 공연 가서 안즐기는게 더 이상한데 나는...

  처음부터 아무튼 난.. 되게 떨려 있었는데 난 되게 뭐라고 할까; 발랄한 곡만 좋아해서 얌전한 곡 들으면 내가 힘들 줄 알았다. 그런데 므라즈 가사가 좀 그런게 있잖아. '다 괜찮아질거야.' 이런 식으로 나가는 느낌. 그래서 The Ramedy랑 If it Kills Me 부를 때 눈물이 나려고 해서 혼났다. 내 처지가 갑자기 불쌍해지면서 다 괜찮아질거야 싶어서 ㅋㅋㅋㅋㅋ 뭐 이런 인간이 다 있지. 아무튼 그건 그랬고, 전체적으로 그루브가 넘쳐서 좋았다. 앨범 그대로 부르는건 없고 이런저런 식으로 많이 변형해서 부르니까 더 신나고 좋았다.

  공연 전날 므라즈가 타블로 라디오에 나와서 Geek in the Pink를 안부르겠다고 했었단다. 자기는 싱얼롱 하는게 좋은데, 긱 인더 핑크는 너무 빨라서 관객들이랑 같이 못부른다고. 무슨소리야!!!!!!!!!!!!!!! 타블로가 극구 말린 힘이 작용한건지 셋리스트에 긱 인더 핑크 포함. 진짜 전주 나온 순간 머리에 퓨즈 나가는 줄 알았다. 그렇잖아도 우리 일행은 완전 손 계속 흔들어대면서 공연 즐겼는데, 긱 인더 핑크 나온 순간 정신을 잃었다. 진짜 처음부터 끝까지 다 따라하고... Baby we could rock the night alone 이런 가사 부르는데 다들 자기가 본인이고 Baby가 므라즈가 된 것처럼 가사에 빙의한 것 같았다. 나라곤 말 안할게. 라디오 탓에 겁먹었던 사람이 아무래도 많았는지 공연장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그 순간만큼은 나 펜타포트 돌아간 것 같았음-_-ㅋㅋㅋ 진짜... 공연 중에서 그 부분이 너무 좋았다. 그건 너무 좋아서 울 뻔.

  Lucky 부를 때 므라즈가 그러더라. 듀엣곡인데 자기 듀엣 상대가 없다고. 같이 불러줄사람? 당연히 사람들 다 미친듯이 다 손들고 ㅋㅋㅋㅋ 므라즈가, 아무래도 전부인거 같네요. 이러더니 모두 다같이 불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라이 귀여워ㅋㅋㅋㅋㅋ 그래놓고 전광판 쪽을 손으로 척 하고 가르키는 거다. 보니까 럭키에는 가사가! 모두들 보면서 따라부르고 되게 좋았다. 아무튼 초반에 듀엣 같이 할 사람 찾을 때 난 순간적으로 요번에 리틀조이 공연에 불려올라간 포럼 팬이 떠올라서 가슴이 덜컹함 ㅋㅋㅋㅋㅋ

  The Dynamo Of Volition는 진짜 미친듯이 좋아하는 곡인데ㅋㅋㅋ 전반부는 물론 사람들이 따라하기 불가능한 파트다. 너무 빨라서... 외국인도 힘들 듯. 후반부야 무난하니까 괜찮은데, 아무튼 이 때 따라하라고 므라즈가 춤을 알려줌. 위로 손올리고 아래로 내리고... 여러 동작을 알려주고 모두 따라해 달라고, R석 사람들에게도 지금이 일어설 타이밍이에요! 하면서 일어나도록 하고.. 모두가 일어나서 진짜 춤추고 재미있었다. 긱 인더 핑크 때만큼 행복해지고 정신없이 춤췄다. 근데 므라즈 이사람 이걸 부르면서 긱인더 핑크 싱어롱 안된다고 못부른다고 했단말야???

  I'm Yours 부를 때 파장 분위기라서 되게 길게 끌기도 했고... 막판에 너무 행복해졌음. 므라즈 공연마다 하는 폴라로이드로 멤버들과 본인 사진찍어 날리기도 그 때 했는데, 다들 귀여운 표정을 막 지어줘서 재밌었다. 그리고 므라즈는 폴라로이드 사진 날리기의 달인... 너무 잘 날려서 놀랐다. 휙휙 날아가더만. 밥 먹고 저글링이랑 사진 날리기만 연습한 듯...

  본 공연 끝나고 잠시 텀 뒤에 다시 앵콜 시작. A Beautiful Mess에서 또 눈물 찔끔 날 뻔 하고, No Stopping Us에서 기분 좋게 이어지다가... 마지막 곡 Butterfly에서 그냥 정신을 놨다 또. 내가 3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곡이라서... 전주 나온 순간 그냥 또 멍해짐. 후반부 완전 다 따라부르고, 감으로라도 마지막 곡인걸 아니까 진짜 정신없이 불렀다. 버터플라이에서는 그냥... 좀 울었던 것 같다. But you don’t fold, you don’t fade, you’ve got everything you need Especially me Sister you’ve got it all 이 부분부터 펑 터져서; You’ve got it all 외칠 때마다 막; 또 서러워져서ㅋㅋㅋㅋ 아놔 공연 보는데 왜 서러운건지 아무튼 기분이 그래져서 진짜.. 막 그랬음. 끝곡이 Butterfly라 좋았다.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공연 당일에 므라즈 공연가는길을 잃어서 헤매는 꿈을 꾼 덕분에 기분이 그랬는데 ㅋㅋㅋㅋ 그런 걱정따윈 한방에 날려주는 공연이었다. 너무너무 행복했다! 


제이슨 므라즈는 이미 예매 완료
오아시스까지 오다니 ㄷㄷㄷ 세상에 당연히 예매할거다
알바해서 모은 돈 내한 공연으로 쫄쫄쫄 날릴 듯

근데 햄볶아

포스터 큰게 안보여서-_-;


  흐룃이 표생겼대서 갔다. 초대권은 좋구나ㅜ_ㅜ... 12월 18일, 시험 끝난 날이었음. 국제전자센터에서 순대국먹고-_-ㅋㅋㅋ 예술의 전당에 갔던 후줄근한 청년들. 내가 언제 예술에 전당에 갔었는지 기억은 안나는데, 뭔가 왔었다는 기분은 들더라. 도대체 언제 갔었지; 암튼 가서 표 받았는데 생각보다 비싼 표여서 깜놀. 그.. 그래 흐룃 고맙다.. 자리는 3층 맨 앞줄이었는데, 경사가 쩔더라. 계단 내려갈 때 무서워서 혼났음. 오빠들 콘서트 이런거 온것도 아니고 해서 음악듣는 데 자리는 전혀 상관 없었다. 오히려 3층에서 내려다보는 기분이 좋았음.

  딱 클래식만 하는 공연이 아닌 퓨전 스타일의 공연이었음. 1부는 클래식 위주, 2부는 뮤지컬과 재즈음악 위주였다. 둘 다 좋았지만 개인적으론 1부가 더 재미있었다. 성량들이 후덜덜 하셔서 듣기에 더 재미있었달까... 

  1부 처음 시작은 서울아트오케스트라가 오프닝했다. 오케스트라 처음 봐서 재미있었음. 첫 무대인 팝페라 진정훈씨는 목소리 되게 다정다감한 느낌이라 좋았다. 노래도 내가 좋아하는 지킬 앤 하이드 OST 'This is the moment'라서 기분좋게 들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이어진 건 테너 김동원씨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 성량이 진짜... 대단하시더라. 정말 정말 너무 좋았음. 진정훈씨와 김동원씨가 함께 한 이중창 'You Raise me up'에선 진정훈씨 목소리가 좀 묻히는 느낌이었음. 그래도 두 목소리 조화는 상당히 좋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 다음이 바리톤 김동규씨 노래였는데... 이 분 되게 유쾌하시더라. 말 하는 재주도 되게 좋았고, 관객들 호응 이끌어내는 재주도 좋았다. '투우사의 노래' 부르실 때 관객들에게 올레! 를 부탁하셨는데 그거 하는 재미도 있었음. 소프라노 강혜정씨는 음... 내가 소프라노 목소리를 그다지 좋아하는 타입이 아니어서 그런지 그냥 그렇게 들었다. 두 분이 하시던 유쾌한 과부의 '침묵하는 입술'도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에 두 분 춤추시는 모습 재미있었음.

  1부 마지막 순서였던 팝페라그룹 라스페란자 무대는 앞에 있던 포스들에 조금 밀리지 않았나 싶다. 물론 목소리는 다들 좋았고, 노래도 좋았음. '대성당들의 시대' 보다는 '고백'이 더 좋았는데, 아무래도 '대성당들의 시대'는 한국어로 듣기엔 가사가 민망해서 그랬다.

  2부 시작은 1부처럼 서울아트오케스트라가 열었고, 그 다음에 시각장애인인 재즈 하모니카연주자 전재덕씨의 무대였다. 하모니카 단독 무대는 처음 봐서 신기했음. 일상적으로 알려진 곡들을 많이 연주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네마 천국의 러브테마 같은 것들.

  뮤지컬 배우 민영기씨의 'Impossible dream' 단독무대와, 뮤지컬배우 김선경씨의 'once upon a dream' 단독무대가 이어졌다. 나는 김선경씨 무대가 더 좋았다. 더 또렷또렷하고 활기차게 들렸다. 두 분의 듀엣 곡이던 뮤지컬 클레오 파트라의 '당신의 사랑 내게 있으니'는 지금 공연하는 것으로 아는데 그래서 그런지 더 생동감이 있었다.

  마지막은 재즈싱어 윤희정씨 무대였다. 처음 시작이 프로그램 순서와 다르게 '리베르탱고'였는데, 내가 아주 좋아하는 곡이라서 눈이 확 뜨였다. 그 전까지 가늘가늘하거나 또렷한 여자가수 목소리만 듣다가 굵고 힘찬 목소리 들으니까 또 신기하더라. 다른 곡들도 괜찮게 들었다.

  평생 이런 공연 언제 또 볼까 싶은데-_-ㅋㅋㅋ(보라면 관심은 있는데 돈주고 보고싶진 않은 기분) 아무튼 재미있고 좋았다. 오페라 보고싶어졌당...

  펜타포트 3일째만 갔다왔다. 아침부터 일찍 가기도 했고, 미리 가 있던 일행 덕분에 결국 펜스 잡았다. 그것도 정 가운데. 거의 열두시간을 펜스 앞에서만 서있었는데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빅탑 무대에 있었는데, 27일은 윈디시티 - Ozomatli - 오! 부라더스-Hard-Fi - 델리스파이스 - Kasabian - Underworld 순. 지하철 시간 때문에 카사비안까지 보고 나왔다. 

  사실 하드파이부터 관심이 있었어서 그 전 밴드들은 즐기지 못할까 걱정했는데... 진짜 걍 뻑감. 윈디시티만 빼고 다 괜찮았다. 윈디시티는... 음악은 좋았는데 보컬이 허세가..ㄱ- 왜 계속 영어를 하는 지 알 수 없었던 데다가, 이상하게 펑크 정신이 깃든 발언을 계속 해대서 짜증났었음. 난 또 외국인인줄-_-...

  오조메틀리는 짱이다. 처음 들어서 걱정했는데 진짜 너무너무 재밌더라. 장르가 좀 뒤섞인 음악을 했는데 너무너무 신났다. 관객들 반응도 너무 좋아서 오조메틀리 결국 관객석 안으로 멤버 전원 들어와서 공연하고 올라가고. 짱이었음. 멤버들은 라틴 쪽 사람이 많은 것 같았는데 그래도 다 뒤섞여 있고. 악기도 엄청 다양하게 다루고. 최고최고.

  오! 부라더스 볼 때쯤엔 이미 앞에 공연 때문에 완전 지쳐 있었다. 그래도 다시 밴드 나오면 뛰고 발광하고. 사운드 체크 할 때에는 다시 죽어가고. 아무튼 오! 부라더스 처음 봤는데 노래 좋고 재밌고 그렇더라. 락앤롤이 최고다. 밴드들 옷도 딱 맞춰서 차려입고 즐겁게 연주하는데 노래들이 제법 다 좋았다. 그리고 멤버들이 재치있고 즐거웠다. 앞줄에서 기타 김정웅씨 성희롱이 쩔었는데ㅋㅋㅋ... 기타 곱다! 예쁘다! 이런 건 아주 걍 예사로 ㅋㅋㅋㅋㅋ.. 근데 그 분 자기가 예쁜 거 알고 있는 것 같았음...? 암튼 오! 부라더스 완전 재밌고 좋았다. 찾아 볼 듯.

  하드 파이는 예상 했던 것 보다 반응이 좋았음. 원래 내가 좋아하던 밴드라 완전 즐겼다. 다리 힘 다 풀렸는데도 힘이 나더라. 관객 반응이 너무 좋아서 그런가 보컬인 리처드 완전 신나서 날뛰었음. 리처드 눈 색깔 쩔었다. 벽안도 뛰어 넘은 것 같은 신기한 색이었음. 라이브도 많이 늘었고. 하드 파이 자기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놀란 것 같았다. 막 리처드가 계속 씨유순 이러고, 땡큐쏘머취 엄청 많이 하고, 다시 온다고. 컴백한다고 막 그러고. 진짜 하드 파이때 관객 반응 되게 좋았음.

  델리스파이스때는... 솔직히 나는 델리 음악을 엄청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해서 그냥 펜스에 몸 많이 기대고 들었다. 조용한 음악이 많아서 그런지 힘들었다. 가뜩이나 많이 지쳐 있었으니까. 그래도 챠우챠우 노래 나올 땐 진짜 대단했다. 모두가 아는 노래라 그런지 떼창도 쩔구. 마지막에 김민규씨가 기타 부쉈는데 그거 조각내서 막 관객한테 줬다. 재밌었음.

  카사비안은... 진짜 할 말이 없다. 내가 카사비안 때문에 간 거기도 한데, 그때부터 압박이 미쳤음. 뒤에서 막 밀어서 압사당할 뻔 했다. 그리고 공연 시작 전에 막 써지가 나와서 사진을 찍어서... 써지 목이 터져라 외치구. 써지 그동안 내가 병신 취급 한거 미안해. 넌 왕자님이었어... 무대 시작하는데 그 순간부터 사람들이 막 점프점프. 노래는 진짜 모조리 떼창했다. 톰.. 가까이서 보는데 진짜 혼이 나가더라. 카사비안도 막 한국에서 반응 별로 생각 안했어서 준비 많이 안했는데, 반응 너무 좋아서 놀랐다고. 진짜 좋다고. 막 그래서... 기분 너무 좋았음. 카사비안은 팬들 깔려 죽을까봐 내려오지도 못했다. 써지가 잠깐 내려왔는데 보디가드들이 올려보냄-_-... 톰 진짜 딱 영상에서 보던 그대로 해줬음. 너무 좋아. L.S.F 떼창 할 때 너무재밌었음. 올 투게더! 할 때 기분 째졌다. 톰 막 너무 신나서 춤도 계속 추는데... 미치는 줄 알았다. 아 써지 진짜 모델 포스 쩔고. 이안은 역시 귀여운 표정으로 드럼치더라... 크리스도 기분 좋아서 막. 제이랑 써지랑 계속 웃으면서 서로 말하는데... ㅇ미ㅏ어리마ㅓㄴㅇ 으앙 카사비안 으앙ㅣㅏㅓ미아럼... 그리고 막 앞줄에 이티 사진에 I'm Right Here 현수막 만든 사람 있었는데, 그거 써지가 톰보고 보라고 해서 막 둘이 웃었다. 그 현수막 결국 톰이 가져감. 아 짱이야.... 아직도 나는 어제의 흥분에....

  언더월드도 엄청 재밌었다는데 못보고 와서 눈물난다... 그리고 오늘 일어난 순간 비명지름. 온 몸이 욱신욱신... 그래도 너무 재밌다. 진짜.. 최고였음. 또 가고싶어 흑흑흑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연출 : 박근형

 
  2006년 5월 즈음 학교 과제 때문에 봤던 작품. 그때 냈던 건데... 결론부터 말하면 악평이올시다. 올해에도 배우 몇 명이 바뀌어서 상영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무튼 난 되게 별로였던 작품. 연극 보고 실망한 적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날 처음으로 다운시켰다.
  제출용이라 역시 거짓 점철 부분이 좀 있음. 지금 보니 되게 어설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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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내에서 연극 「일주일」의 포스터를 본 적이 있었다. 검은 배경에 덩그러니 놓인 네 남자의 얼굴은 다들 사뭇 진지하고 어두워 보였기에, 연극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두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포스터의 분위기가 독특해서 언젠가 보러가야지 하면서도 게으름에 가지 않고 있다가 수업의 과제로 선정되어서야 무거운 엉덩이를 들었다. 게을러서 자주 찾지는 않지만 연극은 내게 두근거림을 안겨준다. 몇 편 보았던 연극들이 전부 좋은 기억으로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운이 좋았는지 보았던 연극들이 전부 짜임새 있고 재미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살아있는 연기를 눈앞에서 본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경험이던지. 연극 ‘일주일’은 그런 기대감을 안고 보았던 연극이었다.
  연극 ‘일주일’을 상연하는 극장에 들어서자 마자 든 생각은 ‘너무나 작다’였다. 내가 전에 보았던 연극들도 전부 소극장이었지만, 이정도로 협소하고 불편한 좌석을 가진 소극장을 본 일이 없었다. 그러나 상연하는 장소가 무슨 대수일까, 한 시간이 넘을 시간 동안 내가 좌석의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좋은 연극이 상연된다면야 좌석의 불편함은 참을 수 있다. 작은 상연 장소야 연극을 가까이서 느끼는 데에 도움이 될 터이고. 무대는 몹시 간단한 도구들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커다란 책상 하나와 의자 두개. 의자는 의자라고 하기엔 민망한 그냥 네모난 나무상자였다. 단순히 네모였던 것은 나중 상황에 따라 의자에서 수납장으로 변모했기 때문이었지만 막 보았을 때에는 허술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벽은 푸르스름하여 자못 암울한 느낌을 주었고, 조명은 상연 전이라 그런지 그냥 단순한 오렌지 빛이었다. 극장만큼이나 참 간소한 무대였다.
  극의 시작은 한 여자의 설명과 함께 시작되었다. 연극 외적인 설명을 하다가 갑작스레 연극 안으로 파고들어서, 처음엔 어리둥절했지만 상황을 파악한 뒤에는 신기한 느낌을 주었다. 극의 시작에 한 사람의 설명을 두는 게 박근형 연출의 특징이라고 하는데 처음 겪는 나는 신기할 수밖에 없었다. 여자의 자지러지는 비명 후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연극의 처음 부분에서 나는 또 하나의 신기한 연출 방법을 하나 보았는데, 양쪽에 자리 잡은 문을 통한 빠른 화면 전환이 그것이었다. 보통은 짙은 어둠 뒤에 화면 전환이 이뤄지기 마련인데 이 두 쪽의 문을 통한 빠른 화면 전환은 몹시 신기했고 극의 긴장감을 팽팽히 조여 주었다.
  그러나 이목을 집중시키는 이러한 연출이 초반에 이루어졌음에도, 극은 불행히 나의 기대치를 따라가지 못했다. 나의 이해력이 남들보다 많이 떨어진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이 연극은 도대체 이해 할 수 없는 논리로 구성되었다고 할까. 아니 논리성이라고 할 만한 게 시나리오에서 많이 결여되어 있었다. 원인과 결과가 이렇게 명확하지 않을 수도 있을지. 시나리오가 본래 이렇게 쓰여진 것인지, 연출가가 가감하면서 본래의 것이 바뀌어 이렇게 흐트러진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전문적이지 않은 내가 느끼기에는 몹시 허술한 시나리오였다. 왜 네 사람이 반항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가도 형사들의 말도 안 되는 말에 금세 좌절하고 마는지, 형사들이 내뱉는 말들은 도대체 무슨 논리로 그런 결과가 도출되는지 그 어느 것도 나를 이해시킬 만한 논리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이것은 너희들의 운명이다.’라는 말은 그 아이러니에 짜증마저 났다. 충분하지 않은 논리를 이건 그냥 운명이야 라는 말로 덮어씌우려는 듯하다는 느낌이었다. 진실이 거짓이 되는 게 싫다는 그들의 말도 이해 불가의 매커니즘이었다. 중간 중간 극이 매끄럽지 못하게 연결된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시나리오의 완성도 부족 탓인 듯 하다.
  이러한 막무가내 논리의 시나리오 탓에, 극을 다 본 후에는 과격하게도 ‘그래서 뭘 어쩌라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이 극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이란 말인지. 겉으로 딱 봐서 그 내용을 알 수 없다고 그 시나리오가 형편없다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일단 논리의 구성의 부족함으로 인해 이야기의 개연성 부족이 매우 컸고, 나를 설득시킬 만한 논리가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시나리오는 총체적으로 몹시 불안정했고, 그것을 덮어줄 만한 것은 없었다. 연극은 배우의 연기와 그 시나리오에 기초를 하고 있고,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시나리오, 혹은 담고 있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나는 소극장에서 하는 연극은 배우의 연기와 시나리오가 그 성공을 좌우한다고 생각하는데, 일주일은 시나리오 쪽에서는 실망이었지만 배우의 연기 부분에서는 만족했다. 내가 그토록 실망한 시나리오였지만, 시나리오 덕에 배우의 연기가 산 부분도 있다. 시나리오에 기반하고 있는 캐릭터들의 특성이 뚜렷했기 때문이었다. 주인공을 네 명이나 내세우고 있는 작품이지만, 누군가 한 사람에게 치우침 없이 각 캐릭터들은 자신들의 매력을 발산한다. 사회에 대한 반항적인 모습이 돋보이는 길수(홍성인)나 다혈질에 삶에 대한 의지를 보이는 영배(이호웅), 전형적인 순한 바보 캐릭터인 덕배(김진용), 그리고 정신지체아인 삼식이(이민웅). 네 명의 캐릭터는 너무나 각자의 개성이 독특해 배우가 배우 자신의 재능을 밖으로 드러낼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러나 단순히 시나리오 안의 캐릭터가 독특하다고 해서 공연되는 캐릭터가 독특해 진다는 법은 없다. 내게 네 명의 배우가 몹시 독특하고 매력적으로 보인 것은 그들의 열연 탓이 컸다고 할 수 있다. 모두가 캐릭터와 하나가 되어 열연해주었는데, 그 중에서도 다혈질인 성격이 잘 드러나며 유달리 몸짓이 많았던 영배 역의 이호웅씨와 정신지체아 삼식이 역의 이민웅씨가 눈에 잘 띄었다. 다른 두 배우가 모자랐다는 건 아니지만, 영배 역은 다혈질인 그 성격 탓에 무대에서 많이 날뛰는, 그러니까 관객에게 많이 어필하는 연기가 많아서 눈에 띄었고 삼식이 역은 단순한 바보가 아닌 정신지체아의 모습이다 보니 영화 「오아시스」의 문소리처럼 정신지체아의 몸동작을 해야 했는데 그것을 잘 해냈기에 눈에 띄었던 것이다. 어찌 되었든 네 사람의 주연 배우는 연계가 부족한 시나리오 안에서도 자기 몫을 잘 해주었고, 그 결과는 몹시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오히려 시나리오에 비해 배우들의 연기가 더 좋았기 때문에 시나리오가 더 좋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더욱 들었다. 뒷부분에 잠시 느껴졌던 캐릭터의 현실성에 관한 문제는 아무래도 시나리오 탓이기 때문이었다.
  극의 전개 외, 무대 장치 부분에서 조명은 처음 보았던 때의 단조로운 느낌에서 크게 변화하지 않는 모습을 내내 보여주었다. 몇 가지 변화 말고 획기적인 느낌의 조명의 변화는 없었던 것 같다. 배경음악에 관한 부분은 형편없게 느껴졌다. 조명만큼이나 단순한 배경음악의 삽입이 이루어졌지만, 그다지 슬프지 않은 장면을 슬프게 느끼게끔 하려는 의도가 너무나 명확해 불편하게만 느껴졌다. 나는 일주일을 보고는 밋밋함만을 느꼈고, 내가 시나리오에서 느낀 밋밋함 때문에 배경음악을 짜증과 함께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연극이 끝난 뒤에는 ‘관객과의 대화’라는 다소 생소한 일이 벌어졌다. 이 때 한 관객이 연극의 제목 ‘일주일’의 의미를 물어보는 일이 있었는데, 답변자는 천지 창조의 일주일의 의미로서 창조와 인간의 파괴 등을 다룬 것이라고 했었다. 나는 이 때, 시나리오를 통해 말해야 할 것이 타인을 통해 대답되는 것에서 아이러니를 느끼며 시나리오의 실패를 보았다.
  나는 내 자신이 훌륭한 관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모든 것에 쉽게 감동하는 편이고, 비평에 약하다. 그것이 모두가 손가락질 하는 3류 작품이라도 쉽게 나를 울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에 비해 연극 「일주일」은 밋밋하다. 내게 어떠한 감동이나 혹은 교훈을 안겨주지도 못했다. 그 부족을 나는 시나리오에서 찾고 싶다.

연출 : 변정주


  9월11일, 지누가 보여줘서 보러 갔다옴. 평일 공연은 여덟시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 살인의 추억 안봤다. 그 유명한 작품을 왜 안봤냐느냐면... 뭐 인연이 안닿았나 보지; 아 그래도 아예 쌩짜 안본건 아니고 드문드문 보긴 봤음. 앞에 뭉텅 짤린 채로도 봐보고, 뒤에 뭉텅 짤린 채로도 봐보고, 중간이 뭉텅 잘린 채로도 봐보고. 그래서 대충은 안다. 매끄럽게 연결이 안돼서 그렇지 본 거나 다름 없... 아, 이렇게 말하면 영화 하시는 분들에게 실례; 아무튼 그래서 본 연극이 영화랑 어떻게 다른가는 확인하면서 볼 수 있었다. 보러 가기 전에 무섭다는 소릴 들었는데 무서운건 아니고 깜짝 놀란 장면이 하나 있긴 했음;

  살인의 추억에서는 송강호와 김상경의 캐릭터 대비가 심했는데, 연극에서는 일단 캐릭터도 좀 달랐고, 그런 대비보다는 사람들 전체를 고루고루 잘 다룬 느낌. 김형사(정승길)와 조형사(이협)의 대비가 있긴 했지만, 뭐 그렇게 심한 정도는 아니었다.

  김형사 서울대 나온 엘리트 출신인데, 생각보다 그렇게 냉철하거나 엘리트스럽지 않았음. 가을 1, 가을 2할때는 웃겨서 데굴데굴 굴렀다. 아 막판 가서는 좀 비열하기도 했는데, 그래도 또 그 와중에서 귀엽고 막. 조형사는 무식하고 다혈질인 캐릭터. 그렇게 입체적으로 보이는 인물은 아니었다. 서울에서 내려온 김반장(손종학)에게서는 살인의 추억 속 김상경의 캐릭터가, 또 송강호의 캐릭터가 함께 보였다. 그렇지만 반장이라고 해놓고 별로 하는 거 없는 거 같아서 짜증났음. 아무튼 연극이랑 영화는 캐릭터가 일치한다고 하기엔 어려웠다.

  극 내내 싸움이 참 잦아서, 버럭버럭 하는 씬이 어찌나 많은지. 감초 역할인 박형사(유연수)가 계속해서 말리지 않았다면 싸움판. 박형사 캐릭터는 참 감초 역할도 잘했고, 상황을 마무리 하는 역할도 잘 했고. 또 그래서 그런지 배우의 능청스럽고 자연스러운 연기가 참 눈에 띄더라.

  보면서 짜증났던 캐릭터는 박기자(최유선); 아 정말 난 저런 캐릭터 너무 싫다. 완전 민폐 그 자체의 인간. 사건에 뭐 큰 도움을 주긴 주는거냐. 도대체 왜 서 내부로 들이는 건지 이해할 수 없어... 로맨스 라인을 곁들여 주며 웃음도 자아냈던 미스김(이유선)은 뭐 그냥 그냥 소소한 재미를 엮는데 좋더라. 귀여웠음. 또 공장에서 보낸 사내, 정신병자 용의자의 친구 우철로 나왔던 김형중씨. 아 참 순박하고 어리버리하고, 그러면서도 좀 얍삽해 보이는 그런 연기를 했는데 잘하던걸.  

  맨 처음 용의자였던 정신병자(영화에서의 '향숙이'를 외치던 그 분;), 두 번째 용의자였던 술꾼 남씨, 그리고 정말 범인으로 추정되는 용의자. 이 셋의 역할은 이현철씨가 1인 3역을 해 냈다. 처음과 두 번째 용의자가 너무나 바보같고, 모자란 캐릭터였기에 웃음 내는데는 정말 최고였다. 나올 때마다 쳐웃었음; 그런데 마지막 진짜 범인같던 용의자 역할을 할 때에는 정말 사람이 확 바뀌더라. 마지막에 조소를 흘리며 고개를 드는 장면에서는 소름 돋을 정도로 잔인해 보였다. 헐, 영화에서 박해일은 좀 뭐랄까 무덤덤한 느낌이었는데 이 캐릭터는 정말 소름끼쳤어; 그만큼 이현철씨가 연기를 잘 하기도 했고...

  내가 기절할만큼 놀랐던 김형사 미치는 씬(...) 아 나 진짜 극장에서 기절하는 줄 알았네. 갑자기 불쑥불쑥 이런거에 놀라는 나로서는, 그 문 열리는 거에서 얼어버렸다. 그림자가 흩날리는 그런 장면도 완전 소름 쫙-_-; 엄청 무서운건 아닌데, 연극이잖아. 바로 앞에서 꽝꽝 거리는데 영화보다 더 놀라서 완전 혼 날아가시는줄. 

  아, 이 연극, 배경이 경찰서 사무실 셋트에서 바뀌지 않는다. 보면서 은근슬쩍 장면 전환하는 연극도 꽤 봤는데, 하나의 배경에서 이렇게 다채롭고 재미있게 사건을 그릴 수 있다는 게 참 놀라왔다. 그러면서도 흥미를 잃지 않도록 잘 설정해 놓은 것이, 굉장히 신기했음.

  오래간만에 본 연극인데, 실망하지도 않았고 참 좋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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