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희곡작품론 때문에 본 작품. 연극을 보러가기는 좀처럼 쉽지 않은데, 좋은 기회였다. 저번 학기 연극 '일주일'을 본 이후 처음. 연극 '일주일'을 봤을 땐 몹시 실망했었다.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다. 그렇지만 그 대본의 촌스러움과 비논리성에 우리 나라 연극계의 수준에 대해 잠시 고민했었을 정도.(니가 뭔데) 그렇지만 이번 작품은 꽤 좋았다!

  사전 정보 하나도 없이 끌려들어가서 본 거라 모노드라마인줄도 몰랐다. 극장에 들어가고 나서야 알았는데, 아 판타스틱. 혼자서 그 많은 배역을 소화하는 재주도 뛰어나지만, 그런 인물이 바뀔 때의 상황도 매끄러워서 참 좋았다. 모노드라마라서 식상해지기 쉬운것을 관객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서 시종일관 웃음을 짓게 만드는 재주도 참 놀라웠다. 대본의 힘도 힘이겠지만, 배우의 힘이 몹시 컸다. 어쩜 그리도 연기를 잘하는지. 아 생생한 연기는 그야말로 감동 또 감동. 극이 끝난 뒤 보니 유순웅씨 등짝이 다 젖어있더라. 조명 탓도 있겠지만, 그 긴 시간동안 혼자 극을 이끌어나가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으리라. 중간에 간택(?)되어서 연기한 네명의 일반인들에게 박수를.

  그야말로 입담과 연기력으로 이끌어지는 이 극에 안타까운 면이 없지는 않다. 유쾌하게 잘 이끌어지던 극이 마무리를 짓기 위해 신파로 이끌어지는 것이 바로 그것. 그게 크게 거슬리는 것은 아닌데, 다른 방향으로 마무리를 했어도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새삼스러운 설정은 나를 조금 민망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런 사소한 단점은 그냥 넘어가고 싶을 만큼 이 극은 참 재미있고, 유쾌했고, 어느 정도의 설득력이 갖추어져 있었다. “죽는 거 무서워들 말아. 잘 사는 게 더 어렵고 힘들어.” 라는 등의 알맹이 있는 대사도 참 좋았고. 연극 보러 간다는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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