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
감독 강우석 (2010 / 한국)
출연 정재영,박해일,유준상,유선,허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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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에 연재되었던 윤태호의 웹툰 '이끼'를 영화로 옮긴 작품. 토요일에 항졸이랑 다류랑 봤다. 이제야 리뷰를 쓰는 이유는 바쁘기도 하고 게으르기도 해서. 개인적으로 악평을 엄청 듣고 가서 각오하긴 했는데, 으 생각보다 후졌다. 배우들은 호연이긴 한데 캐릭터 보면 낭비된 캐릭터도 많았고... 특히 박민욱 검사(유준상). 나의 박검사는 이러치 아나!

  아버지 유목형(허준호)이 죽은 뒤 외딴 마을에 오게 된 유해국(박해일). 마을에는 마을 안의 모든 일을 통솔하는 이장 천용덕(정재영)과 그 아래로는 수상하기 짝이 없는 세 사람, 전석만(김상호), 하성규(김준배), 김덕천(유해진)이 수족노릇을 하며, 또 알 수 없는 여자 영지(유선/윤아름)가 있다. 기본적으로는 아버지의 죽음에 의문을 가진 해국이 마을의 기반에 관련된 비밀을 파헤쳐간다, 이건데... 해국의 끈질긴 성격은 박민욱 검사를 좌천되게 만든 그의 악에서 잠깐이나마 드러난다. 영화에서 이 부분의 효과는 적절히 괜찮았지만서두 좀 더 심리적인 밑바탕이 드러나지 않아서 아쉬웠다. 런닝타임이 3시간에 육박하는데도 중반 이후로는 그 시간을 적절히 이용해먹지도 못했는데, 그럴 바엔 차라리 배경 밑밥을 더 깔던지.

  욕을 하고는 있는데 그래도 중반까지의 진행은 나름 마음에 들었었다. 원작에 입각해서.. 물론 쓸데없는 장면이 많긴 했지만 그럭저럭 재미있게 잘 이끌어냈는데, 중반 이후의 각색은 설득력도 설득력이거니와 재미없고 늘어져서 진짜 보느라 지치더라. 그리고 스릴런데 왜 가슴이 떨리질 않니. 잔뜩 긴장해야 할 부분에서 계속 과거 회상이나오고 또 나오고... 제발 나 떨리게좀 해줘. 아무리 스토리 알고 본다지만 이건 아니잖아...

  해국의 역할이 원작에서보다 악착같은 감이 적어서 좀 슬펐다. 그리고 좀 더 수동적인 느낌도 있었고... 뭐 박해일은 예쁘다. 유목형은 원작의 캐릭터가 훨씬 낫다. 여기에서는 그냥 사람좋고 인내심 좋은 사람으로만 보인다. 특히 각색때문에 더욱 더. 기도원 사건은 그렇게 각색해선 안되는 거였는데. 전석만이나 하성규는 원작가 나름 비슷한 느낌인거 같았고.. 특히 하성규가 어울렸다. 김덕천은 원작의 세밀한 부분을 그려내기 어려워서 각색한 건 좋은데 그의 죽음에 관한 부분은 좀 억지였지 싶다. 천용덕이 그런 사람이 아니란 말이지... 아, 천순경(임승대)은 원작과 꽤 비슷. 뭐 더 비틀것도 없고. 제일 어이없는건 이영지인데 으 그 마지막의 반전이라는게 어이가 없어서... 항졸과 어이없다고 소리침ㅋㅋㅋ 아냐 영지는 이런 캐릭터가 아냐.... 전체적으로 캐릭터들 매력을 폭삭 죽여놨다.

  영화버전에서의 각색이야 어느정도 필요한 거고, 뭐 캐릭터나 스토리의 변형까지도 이해할 만 한데 문제는 진행. 상태가 너무 안 좋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긴장할라치면 그걸 꼭 꺼트리는 뭔가가 있고... 스토리를 산만하게 만드는 구성을 택해서 글쎄. 후반으로 갈수록 지루하고 늘어진다. 각오했지만서도 슬펐어...

  보려면 원작 보지 말고 볼 것.


과속스캔들
감독 강형철 (2008 / 한국)
출연 차태현, 박보영, 왕석현, 황우슬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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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 3주가 다 되어가는데 어떻게 포스팅을 또 하는구나. 그냥 넘길 줄 알았는데... 아무튼 꽤 뒤늦게 봤다. 처음 광고를 봤을 때에는 또 이런 영화인가? 싶었었다. 차태현 또 이런 영화 찍나...? 이런 느낌. 연기 잘하구 스펙트럼이 되게 넓은 배우라고 생각하는데 너무 비슷비슷한 역할만 하다 보니까 좀 이미지가 고정되어가서 슬펐었다. 그런데 또 요런 영화야? 이런 느낌이었다구.

  그런데 이 영화가 요상하게 입소문을 잘 타는거다. 쫄딱 망할 줄 알았거늘,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고. 뭐 요렇다는 식이었다. 사실 이런 영화가 재미있고 감동도 있어야지 없으면 어떡하니?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그렇게 말한다면, 진행이 잘 되었겠구나. 뻔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들어 놓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호의적인 기분이 되었다. 그래도 영화관까지 보러 갈 생각은 별로 안했는데, 듣는 강좌에서 강사님이 표를 싸게 해주셔서-_-ㅎㅎ 보러갔다.

  그래서 봤는데, 오 재미있었다. 물론 어느 정도의 뻔한 플롯이야 각오하고 들어간 거고, 그런 스토리에 대해선 큰 불만이 없었다. 진행시켜가는 방식이 중요한거지. 라따뚜이 때 같은 느낌이었다. 전형적인걸 어떻게 지루하지 않게 풀어내는가가 중요한 것 같음... 라따뚜이보다는 조금 더 뻔한 감이 있었지만, 뭐 그래도 쉴 새 없이 터지게 해줘서 재밌었다.
 
  차태현이야 항상 안정감 있었는데 남현수라는 배역 까지 너무 잘 어울려서. 쩝. 미혼모 역할의 황정남(박보영)은 자칫 까다로울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보다 좀 더 무디면서도 어떤 부분에선 섬세한 역할이었다. 손주 황기동(왕석현)은 아이구 그냥 막 귀여웠어요. 사위(..)인 상윤(임지규)은 너무 찌질해서 할 말이 없어... 보는 내내 찌질해만 연발했다. 임지규씨 이럴 때 보면 참 연기 잘하는 것 같아. 유치원 선생님(황우슬혜)은 뭐 생각보다 쿨한 여자네. 요 정도 느낌이었고, 황우슬혜씨는 예뻤다. 연예부 기자 봉필중(임승대)은 이 평탄한 영화에 그나마 하나 사건 터트릴만한 요소 때문에 나온 거였다고 생각하고... 임승대 씨는 참 순한 역할도 잘 어울리고, 이런 나쁜놈 역할에도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전에 박수칠 때 떠나라에서 빙의 걸린 연기 보면서 놀랐던 기억이 잠깐 나는구나;

  요는 많은 기대 없이 보면 꽤 재미있는 영화라는 거. 즐거웠다. 영화에 비해 홍보가 참 거지같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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