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감독 매튜 본 (2011 / 미국)
출연 제임스 맥어보이,마이클 패스벤더,케빈 베이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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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헐 사랑과 전쟁 본 줄 알았네... 만남/불화/화해/입양/양육/성장배경과 극복할 수 없는 성격차이로 인한 갈라섬/양육권분쟁/결별인줄...은 요새 다들 하는 드립이고 일단 재밌었다ㅋㅋㅋㅋㅋㅋ 근래에 본 수퍼히어로물중에서 가장 재미있었음. 물론 조금씩 묘사가 촌스러운 장면이 있긴 하지만 전개가 미친듯이 빨라서 다른 생각할 틈이 없고, 액션도 좋고 간간히 들어가는 개그씬들도 대부분 마음에 들었다. 즐겁게 보았다.

  엑스맨 시리즈를 (울버린 빼고) 다 보긴 했지만 사실 나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2, 3편에는 흠좀-_-이러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는데 과거로 회귀한 이 프리퀄은 놀라울 정도로 흥미로웠다. 엑스맨 시리즈에서 적대적인 관계였던 프로페서 X/찰스 자비에(제임스 맥어보이)와 매그니토/에릭 렌셔(마이클 패스벤더)가 함께 했던 젊은 시절 이야기라느 흥미로울 수밖에. 시리즈 내 캐릭터들 중 가장 멋진 캐릭터로 손꼽을 수 있는 레이븐/미스틱(제니퍼 로렌스)의 과거 이야기까지 더해져서 더 좋았다. 미스틱이 시리즈 내에서 찰스나 에릭보다 한참 어렸었는데 어떻게 요 프리퀄에 나오나 싶었지만 그것도 나이가 다른 사람에 비해 덜 늙는다, 로 스무스한 설명과 함께 넘어가 주더라. 반가운 얼굴이 하나 더 있는데 그건 바로 비스트. 사실 (포스터에 있음에도) 이 인물이 (특히나 어떤 방식으로) 나올 지 몰랐기 때문에 꽤 반전이었다.

  새로운 캐릭터들을 다루는 방식도 좋았음. 나찌의 과학자 세바스찬 쇼우(케빈 베이컨)는 어느 면에서 촌스러운 캐릭터였다. 사고 방식이 돌아가는 꼴이 꼭 옛날 영화에서 나오는 그런 캐릭터. 그런데도 보는 재미가 있는 이 느낌은 뭔가... 악역 쪽의 단순함이 너무나 명쾌한 나머지 오히려 다른 이야기에 더 집중도 할 수 있고, 그 쪽 이야기도 영 지루한 것은 아니어서 좋았음. 닥터 엠마 프로스트(재뉴어리 존스)가 오히려 세바스찬보다 더 영리해 보이는 게 흠이라면 흠이었을까. 이 캐릭터도 나름 좋았다. 찰스와 에릭이 찾아낸 뮤턴트는 대부분 10대였는데 그렇기에 그 애들을 가르칠 때 더 느낌이 좋게 느껴졌다. 천재인 행크 맥코이(니콜라스 홀트)의 반전에서부터 시작된 뮤턴트 찾기는, 하복/알렉스 서머스(루카스 틸), 다윈/아만도 무노즈(에디 가테지), 밴시/숀 캐시디(케일럽 랜드리 존스), 엔젤(조 크라비츠)들을 찾아내는 걸로 이르는데 이 캐릭터들 나름대로 괜찮았다. 다 철없는 십대인지라 활기찬 것이 보기 좋더라. 얘들이 하나하나 배워나가는 과정들도 참 재밌었고 이 과정에서 나오는 깨알같은 재미들도 빠뜨릴 수 없었다. 다만 다윈이 그렇게 허무하게 가버린 것은 참 아까워... 세바스찬 편의 아자젤(제이슨 플레밍)이나 립타이드(알렉스 곤잘레스)도 나름 괜찮은 캐릭터였는데 영화 내 활용도는 좀 적었다. 아무래도 캐릭터가 많다 보니...

  찰스와 에릭의 케미스트리가 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했는데, 찰스의 텔레파시 능력을 통한 공감과 이해가 사실 나로서는 마음에 드는 방식은 아니었고, 찰스의 태도도 그랬지만... 여튼 두 배우의 조합이 참 좋았다. 같이 울면서 하는 장면에서 헉 함. 그리고 에릭..ㅎㅎ 힘 쓸때 얼굴 빨개지는데 두피까지 빨개져서 깜짝 놀람. 마이클 패스밴더 연기 참 잘하데. 그리고 두 역할들이 말하는 각자의 논리에서 어느 쪽에 힘을 실어야 한다면 나라면 매그니토 쪽을 택할 것 같았다. 그렇게 한 순간에 자신들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어버리는 사람들 앞에서 선한 마음씨를 유지하는 것도 큰 일일 것 같더라. 그래서 저라면 매그니토요.

  빼놓을 수 없는 까메오. 뮤턴트들을 찾는 과정에서 울버린을 보여준 것도 좋았고, 난 보면서는 잘 몰랐는데 거기에 사이클롭스랑 스톰의 어린시절도 있었다고 하더라. 미스틱이 나이든 모습으로 변신할 때 레베카 로메인 나왔던 것도 재미만점.

  뮤턴트 아닌 캐릭터 중 나름 중요했던 CIA의 닥터 모이라 맥타거트(로즈 번)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네요. 이 여자의 등장이유는 찰스를 불구로 만들기 위함이었을까.... 음?

  재밌게 봤다. 새 시리즈로 리부트 하려나 싶긴 한데ㅎㅎ 울버린 캐릭터가 아쉽긴 하지만 그것도 나름 재밌을 듯. 아, 찰스가 대머리 개그할때 빵터짐. 이모저모 앞선 시리즈를 보고 보는 게 더 재미있을 것 같은 영화였다.

윈터스 본
감독 데브라 그레닉 (2010 / 미국)
출연 제니퍼 로렌스,존 호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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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누랑 볼 영화 알아보다가 이거 보기로 했다. 요새 볼 영화 너무 없어서 고르기 힘들었음... 윈터스 본은 얼마 전에 다류랑 보러가려다가 안 본 건데 어째 연이 닿아서 또 보게 되는구나. 사실 크게 기대 안했는데 오 나 엄청 재미있게 봤다. 다른 사람들이 많이 불평했던 결말까지도 나는 마음에 들었다. 왜냐면 이 영화는 리(제니퍼 로렌스)의 이야기이지, 리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니까. 나는 그의 이야기는 별로 궁금치 않았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 살고 있는 리. 리에게는 돌봐야할 아픈 엄마와 아직 어린 동생 소니(이사야 스톤), 애쉬리(애슐리 톰슨)들이 있다. 아버지는 가석방중이지만 이주 째 보이지 않는다. 여기까지는 힘들어도 살만할텐데, 어느날 마을의 보안관 바스킨(가렛 딜라헌트)이 와서 알리길, 아버지는 보석금을 내고 가석방 된 것이고, 그 보석금을 낼 때 땅과 부지를 포함해 냈기 때문에 아버지가 재판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집과 부지가 나라에 몰수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해결할 사람은 리 뿐이다. 리는 그동안 찾지 않던 아버지 제섭을 찾아나서려 한다.

  여기까진 평범한데, 그런 그녀를 보는 마을의 시선이 탐탁치 않다. 옆집 여자(쉘리 웨게너)는 와서 가만히 있으라 충고하고, 삼촌인 티어드롭(존 호키스)에게 찾아가 아빠와 친했던 리틀 아서(케빈 브레즈나한)를 찾아가려 한다고 하자 멱살을 잡으며 가만히 있으라 한다. 아버지의 친구였던 리틀 아서 또한 아버지의 행방을 모르며, 모든 길의 끝에 서 있다고 여겨진 텀프 밀튼(로니 홀)의 집에 찾아가지만, 그를 만날 수 없다는 그의 아내 메랍(데일 딕키)의 말만 매몰차게 듣는다. 모든것이 막혀서 힘들어 할 때 가석방 담당자(테이트 테일러)까지 찾아와서 모든 게 몰수될 거라 다시 한 번 말하고, 리는 다시 한 번 절박해진다.

  서로 혈연이든 무엇이든간으로 이어져 있는 마을 사람들이 '건들지 말라'는 일을 리는 건들 수 밖에 없다. 그 결과 메랍일가에게 호되게 당하고 티어드롭에게 구출되며, 아버지가 이미 죽었다는 사실, 티어드롭이 사실은 자신을 보호하려 애쓰고 있다는 사실들을 감지해나간다. 그 와중에도 힘든 삶은 계속되고, 어찌어찌 그 일들을 해결해나가는 이야기.

  리가 그렇게 강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리의 삶을 보면 알 수 있다. 범죄자인 아버지, 오히려 자신이 돌보아야 하는 어머니, 어린 동생들. 가지고있는 것은 서너푼인데 그것마저 빼앗길 지 모른다는 절박함은 리를 강하게 만든다. 리는 동생들에게 궂은 일을 하는 방식을 알려주고, 동시에 그들이 자신의 삶을 물려받지 않게 노력한다. (동생들의 교육에는 굉장히 신경을 쓰는 걸 보면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리는 학교에 다니지 않는 것 같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들을 보면 특히나.) 그녀에겐 너무 신경쓸 일이 많아서 약해질 수가 없다. 아버지의 팔을 잘라내는 그 순간에도 복수보다는 당장 살아가야 하는 삶을 생각할 뿐이다.

  리가 주체적으로 사건을 해결해나간다는 느낌보다는 상황을 헤쳐나간다는 느낌이 더 강했고, 그녀의 삶이 묻어나서 좋았다. 나는 보는 내내 굉장히 흥미진진해서 그런가 제섭이 어떻게 죽었는가에 대해서는 신경도 안쓰이더라. 영화에서 설명된 대로 배신한 것이 알려져 죽었겠지... 정도. 보면서 캐릭터의 느낌이 확 달라졌던 건 티어드롭. 초반에 리의 목을 움켜쥘 때만 해도 아니 저 사람은 뭔가 싶었는데 그게 다 리를 신경써서 한 행동이었다는 걸 알고나선 모든게 달라졌다. '마을의 규칙'에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는 티어드롭이었지만 그래도 제섭을 굉장히 아꼈다는 것도 보면서 느껴졌고. 차에서 보안관과 대치하는 장면 또한 멋졌다.

  그 이후는 어떻게 될까. 범인을 알았다고 말하던 티어드롭은 왠지 복수를 할 것 같기도 하지만... 그동안 그가 보여줬던 태도나 조카들을 생각하는 태도를 보면 안 그럴 거 같다. 리는 일단 동생들 곁을 지키겠지만 언젠가는 군대에 가겠지. 그 또한 동생들을 위한 행동일 것 같다.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영화 전반적인 분위기나 이끌어나가는 방식, 캐릭터의 상황들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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