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셉션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2010 / 미국,영국)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타나베 켄,조셉 고든-레빗,마리안 꼬띠아르,엘렌 페이지
상세보기

  영화 끝나고 할 말을 잃음... 너무 재미있네ㅋㅋㅋ 상영시간이 꽤 긴데도 불구하고 지루한 적 없이 봤다. 여러모로 머리써야 하는 영화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뭐... 그런 부분이 있기는 해도 굳이 따지려 들지만 않으면 이해하는 데 무리는 없는 거 같다. 기본 베이스인 꿈 안에서 정보를 훔치거(디스트랙트)나 심을 수(인셉션) 있다는 배경을 알고, 토템(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하기 위한 자신만이 만질 수 있는 단순한 물체), 킥(꿈에서 깨어나기 위한 일종의 충격)과 림보(무의식 깊은 단계의 꿈)의 개념만 알면 괜찮다. 좀 더 분석하고 싶다면야 분석하면 되는데... 그런거 좋아하는 사람은 하시구 저는 별로 단계별 분석 이런거까진 하고 싶지 않으니 패스하겠습니다. 그 부분은 이 글을 보면 괜찮을 것 같음.

  내가 마음에 들었던건 이리저리 꼬아댄 공식들 보다도 인간관계라던가, 사랑, 죄책감, 회한... 뭐 이런 인간 내면의 표현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는 거다. 꿈이라는 무의식을 통해 구성되는 생각과 감정의 모습들이 좋았고, 또 그걸 기묘하게 비틀어대며 인물들의 과거를 들춰내고 거기에서 보여지는 감정들을 보여준다는 게 기가 막혔다..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맬(마리아 꼬띠아르)의 관계가 그 중에서 가장 크게 작용한 건 물론이고, 건축가인 아리아드네(엘렌 페이지)가 상황을 지켜보면서 배우는 것들과 느끼는 감정들이 좋았다. 또 좋았던 건 로버트 피셔(킬리언 머피)의 아버지(피트 포스틀스웨이트)에 대한 깊은 트라우마와 그 해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것. 개인적으로 피셔가 금고에서 바람개비를 발견하는 장면이 참 짠했다.

  캐릭터들에게 쓸데없는 설명을 많이 자제한 것 같다. 오히려 조연인 로버트 피셔의 성격 묘사가 몹시 잘 드러나는데, 그에 반해 주요 인물들인 아서(조셉 고든-래빗), 위장사 임스(톰 하디), 약제사 유서프(딜립 라오), 그리고 이 인셉션을 실행하게 만든 인물인 기업가 사이토(와타나베 켄) 모두가 어떻게 보면 참 단편적인 인물이다. 바탕이 되는 성격의 일면들만 착착 깔아두고(아서는 냉철하면서도 재치가 있고, 임스는 장난스러운 캐릭터. 유서프는 겁은 있지만 돈 앞에서 의외로 모험을 감수하는 편이고, 사이토는 사업가 치고 스스로 나서는 것을 좋아한다.) 내면 깊은 것들은 보여주지 않는데 이 정도가 딱 적당했다. 이야기 안에서 딱 신경쓰이지 않고 성격 판독이 가능하고, 그 때문에 중심 인물들의 이야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나머지 애들은 스핀오프로 내주십시오... 아서 이야기좀 제발...

  사람의 머리 속에서 무언가를 빼내는 것도 무섭지만 어떤 잠재의식을 심어준다는 게 참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그로 인해서 맬이 죽은 것이었고, 그 일로 인해 코브 또한 무의식의 압박을 받게 되었으니까. 아들 딸도 못만나고... 코브 장인(마이클 케인)은 보면 코브가 무죄인 걸 확신하고 있는 거 같던데 이런 쪽 증언은 씨알도 안먹히나ㅜㅜ 아무튼 사람 의식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 이런 기억의 조작 뿐 아니라,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감정이 어떤 식으로 무의식에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점도... 코브가 가진 죄책감이 어떤 식으로 발현되는 지 그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로버트 피셔는 인셉션의 피해자이긴 한데 어떻게 보면 자기 트라우마를 해소하게 되었다는 점에선 수혜자인 걸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아버지에게 한없이 눌려있고 아버지에 대한 배척이 가득하던 아들이, 아버지에 대한 증오를 해소하게 되었을 때 느낄 카타르시스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 같다. 근데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 그렇게 크면서 의외로 대부인 브로닝(톰 베린저)은 꽤 따르는 거 같은 느낌이더라...

  배경이나 액션이 생각보다 좋았다. 꿈이 붕괴되는 장면들도 인상깊었고, 그런 꿈 안에서 개고생을 하는 모습들도 재미있었다. 무의식이 적들에게 반응하고 그들을 제거하려 한다는 설정이 신기하고 좋았음. 꿈안의 개고생은 역시 2단계 꿈에서 아서가 무중력 상태에서 킥을 쓰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들이 가장 재미있었다. 이 상태에서 엘렌페이지가 머리를 묶고 있었던 건 무중력 상태에서의 머리카락을 표현하기 어려워서였다고ㅋㅋㅋ 아 그리고 처음에 코브와 아리아드네가 꿈속에서 만나고 그 꿈이 붕괴될 때의 모습은 CG가 아니라 실제...이고 고속카메라 촬영이더라. 무서운 크리스토퍼 놀란...

  처음 나왔던 배신자 건축가 내쉬(루카스 하스)는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다 했더니 크마ㅋㅋㅋㅋ 1시즌 1화에서 나왔던 말더듬이 연쇄살인마! 그래 얼굴이 너무 멀쩡한데 말더듬이 연기 너무 잘해서 기억하고 있었어...

  결말은 딱 좋은 것 같다. 아 물론 심장이 두근두근하고 미칠 지경이 된 건 맞는데 생각할 여지랑 여운을 많이 남겨주니까ㅋㅋㅋ 개인적으로 난 쓰러졌다 쪽에 한 표를 건다.

  재미있었다. 또 보러 갈 거 같음ㅋㅋㅋ

'마음의 양식 > 때때로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탑 건 (Top Gun, 1986)  (0) 2010.08.02
러브 액츄얼리 (Love Actually, 2003)  (4) 2010.07.30
이끼 (2010)  (4) 2010.07.23
싱글 맨 (A Single Man, 2009)  (2) 2010.07.16
폭력의 역사 (A History Of Violence, 2005)  (4) 2010.06.30
사용자 삽입 이미지


플루토에서 아침을
감독 닐 조단 (2005 / 영국, 아일랜드)
출연 킬리언 머피, 리암 니슨, 모간 존스, 에바 버시스틀
상세보기

  리얀이 보고 와서 강추했던 영화다. 리얀 말로는 '노래가 빠진 헤드윅'이라고. 그런데 이건 좀 더 환상적인 느낌이 강한 것 같다. 패트릭(킬리언 머피)의 캐릭터 자체가 빠져있고, 헐렁하고, 마약한 듯한 느낌으로 영화를 활보해서 그런가... 배경이 되는 현실마저 환상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이쪽 방식도 재미있긴 했지만, 나는 헤드윅 쪽이 더 재밌긴 했다. 가볍고, 손에 쥐려고 하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의 영화였다.

  패트릭이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너무나 간단해서 웃음이 나온다. 주인공 패트릭은 아일랜드의 정치적 상황이 어떻건, 성 정체성이 어떻건, 자신이 테러리스트로 지목되건 구애받지 않는다. 자신이 아일랜드 인이고, 드랙퀸이며(목소리를 가늘게 내는 걸 보면, 트렌스젠더 같기도 하고...), 범죄자로 오인받는 주체임에도 패트릭은 그러한 현실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환상 안에서 활보한다. 재미있는것은 패트릭이 그런 상황을 전혀 신경쓰지 않음으로 인해 그러한 상황들이 더 눈에 띈다는 것이다. 아일랜드의 정치적 상황, 성 정체성의 혼돈, 오인으로 인한 죄의 덮어씀... 이런 문제점들은, 패트릭이 전혀 그것에 신경쓰지 않기 때문에 더욱 도드라진다. 패트릭 본인은 문제의 변방에 있으나 문제의 중심에 있기도 하기 때문에. 때문에 영화는 가볍고 재미있지만, 가벼운 문제를 다루지 않게 되는 것 같다.

  패트릭의 캐릭터 정말 유쾌하다. 아무렇지도 않게 야한 소설을 써내는 능력이라든가, 악당들의 퇴치에 마법의 향수를 쓰는 장면이라든가, 감옥에 갖혀서도 감옥을 달콤한 곳이라고 표현하는 거라든가... 비현실적인 캐릭터가 이렇게 유쾌할 줄은 몰랐다. 다 킬리언 머피 덕분. 아 진짜 여장 왜이리 잘어울려(...) 여장만큼은 존 카메론 미첼보다 잘 어울렸다. 연기도 하늘하늘하게 잘했고. 이걸 킬리언 머피가 아니면 누가 했으려나.

  주제들 다루는 방식이, 캐릭터의 덕으로 하늘하늘하고 가볍다. 그리고 유쾌하다. 그러나 주제가 가볍지는 않았다. 재미있었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