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개봉일에 영화를 보는 날이 오다니; 호주에서는 4월 25일이 개봉. 멜번 센트럴 호이트에서 봤는데 사람 되게 많았다. 여기 앤잭데이라고 휴일이어서 사람 더 몰렸던 거 같음. 아무튼간에 많이 기대하고 봤는데, 기대한 만큼 재미있었다! 어벤저스 시리즈를 위해 만들어졌던 영화 중 몇 개는 약간 별거 없는 시나리오를 써놔서 어벤저스 괜찮으려나... 했었는데 그런 건 기우였다. 완전 재밌었음. 한국 가서 자막있는걸로 또 봐야지...

  넷이 완전히 모이기까지가 시간이 쪼끔 걸리긴 하는데, 넷이 완전히 다 모인 후가 또 기가막히게 재밌어서 시간이 훅훅 갔다. 어떻게 생각하면 각자 다 개성이 강한 캐릭터들인데 은근히 잘 어울림. 캐릭터들을 진짜 잘 살렸다. 도덕성의 대척점에 있는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캡틴 아메리카 스티븐 로저(크리스 에반스)의 대립이 두드러지면서도 재밌었고, 데미 갓이라 한 발 떨어져 있는 듯 하면서도 말 잘듣는 토르(크리스 헴스워스) 캐릭터는 머리 빈듯하면서도 우직한게 여전히 좋고, 그 와중에 동생이라고 로키(톰 히들스턴) 설득하려고 하는 면도 좋았다. 로키 캐릭터는 이 영화의 악역으로써 날뛰고 미친듯이 구는 것들 좋았음. 그 와중에도 재미도 간간히 있었고. 어.. 나 듣고있는데? 이 때 진짜 빵터짐ㅋㅋㅋ 그리고 여기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건 의외로 헐크 브루스 배너(마크 러팔로). 헐크 역할을 그렇게 잘 살릴 줄 꿈에도 몰랐다. 진짜 이 네명 중에서 제일 파워 좋고 머리도 좋고 재미치도 높은 좋은 캐릭터였음ㅋㅋㅋ 막판에 로키랑 둘이 있을때 극장 사람들이 다 웃었음. 히어로급 힘은 아니었지만 블랙 위도우 나타샤 로마노프(스칼렛 요한슨)나 호크아이 클린트 바튼(제레미 레너)도 역할이 제법 있고 또 괜찮았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는 호크아이의 행동력이 또 좋았음ㅎㅎ 이 캐릭터 우직하고 좋았다. 블랙 위도우도 단순히 싸움만 잘하는게 아니라 생각도 있고 머리도 좋고 캐릭터 좋았다. 의외로 별거 없네 싶었던 게 사실 닉 퓨리(사무엘 L. 잭슨)였는데 이 사람은 초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관리급이니까... 근데 관리를 썩 잘한 것 같지도 않고... 음? 오히려 필 요원(클락 그레그) 쪽이 눈에 확 띄었다. 이렇게 작동하는 거군. 이거 할 때 막 웃고...ㅎㅎ 나름 닉 퓨리보다 활약한 것일지도. 여자 캐릭터로 블랙 위도우 있긴 해도 히로인 위치는 아니었고. 그러고보니 히로인이라고 할 만한 캐릭터가 없는 영화였는데 왜그런지 몰라도 그래서 더 재밌었네. 전편들의 히로인 중 유일하게 나오는 게 페퍼 포츠(기네스 펠트로)인데 간단간단히 등장해서 배경설명하는 데 그친 듯.

  개성강한 캐릭터들이 처음에 삐뚤빼뚤 싸우다가 서로 협력하게 되는 과정이 좋았다. 꼭 어린아이들 싸우듯이 굴다가도 결국은 위기에 닥치고 희생이 따르자 하나로 땅땅 뭉치는 게 너무 좋았음. 막판에 결국은 캡틴 아메리카의 통솔을 따르게 되는 장면에선 조금 감동할 정도... 그 뒤로 싸우는거 협력 쩔고 각자 능력에 맞게 싸우는 거 보기 좋았다. 오토바이 탈탈거리며 돌아온 브루스 배너가 헐크로 변신하는 장면에서 왠지 좋아서 팔짝팔짝 뛰고 싶었다. 비결이 뭐냐고 물으니까 난 항상 화가 나 있었다고 말하는데... 헐 멋있음.... 오빠... 사랑해요 헐크...ㅋㅋㅋㅋ 힘도 세고 머리도 좋고 다 좋았음. 아이언 맨도 나름 자기희생 쩌는 퍼포를 선보여서 좋았고ㅎㅎㅎ 이 부분에서도 헐크 활약이 쩌네요. 윽... 캐릭터 다 좋아ㅠㅠㅠ 캐릭터 다루는게 진짜 능숙하고 전체 스토리들도 아 이런 거 내놓으려고 전편들을 그렇게 허접하게 만들었냐! 싶을 정도로 좋았다. 마지막에 쿠키 영상까지 있으니까 그거까지 꼭 다 봐야함ㅎㅎㅎ 아 재밌다!


토르: 천둥의 신
감독 케네스 브래너 (2011 / 미국)
출연 크리스 헴스워스,나탈리 포트만,안소니 홉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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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대 안봐야지 했었는데 그놈의 어벤저스가 뭔지... 악평과 악평과 악평을 다 듣고도 보러간 건 처음인 듯. 각오를 해서 그런가 황당한 전개를 보여주는 내내 음 그래 배우가 참 잘생겼구나! 이러면서 봤다. 내용은 하나도 보지 않았다는 소리.... 사실 내용이랄 게 없어요.

  토르는 마치 어벤저스를 위해서 이 캐릭터가 필요한데, 사람들이 이 캐릭터에 대해 알고는 있어야 하니까 영화를 만들자! 라는 취지에서 만든 것 같은 영화다. 전체적인 스토리가 다른 영웅스토리들에 비해 얄팍하기 짝이 없다. 원래 이런 영화의 큰 뼈대는 복잡하면 안되는 거 아는데, 그 뼈대조차도 안보이니까 이건 뭐. 무례함과 거만함으로 아버지 오딘(안소니 홉킨스)에 의해 쫓겨났던 아스가르드의 후계자 토르(크리스 헴스워스)가 내적으로 성장하여 아스가르드로 귀환하는 이야기. 모든 힘을 빼앗기고 지구로 추방당했던 데에는 동생 로키(톰 히들스턴)의 장난질이 가미되어 있었고, 이건 큰 이야기가 될 것도 아니었지만... 로키의 출생비밀과 오딘의 병세과 맞물려 토르에게는 고난이 시작된다. 근데 이 고난이 고난으로 안 보인다 이거야...

  지구로 추방당한 토르는 그리고 추락하면서부터 자연현상을 관찰하고 있던 과학자 제인 포스터(나탈리 포트만)을 만나게 된다. 그녀의 주변에는 같은 과학자인 에릭 셀버그(스텔란 스카스가드), 인턴 다시 루이스(캣 데닝스)가 있는데 뭐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심지어 제인의 역할까지도 그래서 너는 뭔데? 싶을 정도다. 이런 영웅담에 나오는 여주인공의 역할은 한계가 있지만 토르에서는 더 심하게 역할이랄 게 없다. 그렇게 눈에 띄는 고통에 시달리지도 않거니와 사랑에 빠지는 개연성도 너무나 부족하다. 다 보고 나서 친구랑 얘기하길, "오분만에 사랑에 빠지고, 오분만에 키스하고, 오분만에 차. 근데 왜 갑자기 둘이 사랑하는지 모르겠어."

  토르의 매력은 한없는 백치미와 육체미일까... 처음 등장에서부터 아 얘 골비었다 싶었는데 지구 추방 직후는 더 웃겼다. 내가 누군줄 아느냐로 시작하는 개그, 동물가게에 가서 말을 주시오 하는 뭐 이런 것들. 한 마디로 스토리 빼면 볼 만한 캐릭터. 로키는 그에 비해 좀 더 캐릭터면에서 흥미로웠다. 흔해빠진 출생의 비밀이 있기야 있다만 원래 그런거 자세히 알기 전부터 장난기 많고, 속꿍꿍이 좀 있는 타입으로 보이니까. 선과 악이 묘하게 공존한 느낌이라서 좋았다. 킹 로피(콜므 포머)패거리를 들여보내 놓은 게 오딘을 완전히 해치려는 게 아니라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하기위한 거라는 거 보고 나서는 더 좋더라. 악역이지만 악에 찌들었다는 느낌보단 연민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 토르보다 더 공감이 갔다.

  조연들은... 그래요 오딘이 가장 나쁜놈이었습니다. 애한테 미리미리 알려주라고!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고, 헤임달(이드리스 엘바)은 뛰어난 문지기라면서 벌써 몇번 뚫리는거죠? 그 생각을 했고... 토르의 친구들인 볼스태그(레이 스티븐슨), 호건(아사노 타다노부), 팬드럴(조슈아 달라스), 시프(제리미 알렉산더)은... 토르 만큼이나 가벼웠습니다. 끼리끼리 논다는 게 어떤 것인지 보여줍니다. 지구의 조연들이 오히려 역할이 많아 보였음. 아, 쉴드의 에이전트 콜슨(클락 그레그)은 여태까지 중에 가장 많은 출연 하신듯 하지만 별로 또 역할은 안 보이는... 오히려 그보다 짧게 등장한 호크아이 클린트 바턴(제레미 레너)이 더 인상깊었어요.

  CG가 화려하긴 한데 묘하게 와닿질 않아. 우주 보여줄 땐 예쁜데 아스가르드 보여줄 땐 시큰둥~_~ 이렇게 되었다. 신의 세계라기보단 미래세계 같았다. 아 그리고 액션. 부족합니다...

  토르가 성장하는 일종의 성장담인데 성장이 별로 안느껴져서 슬픈 영화였다. 줄거리라도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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