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터 보려고 했는데 오늘에서야 봤다. 과학자 스티븐 호킹을 다룬 드라마인데, 루게릭이 막 발병했을 젊은 시기의 이야기. 사랑을 다뤄서 약간 낭만적이기도 하고, 막 발병했을 시기라는 점에서 절망적인 정서도 있고(하지만 실제 인물이 살아있기 때문에 썩 비극적이진 않았다), 인간 스티븐 킹을 픽션 소재로 잘 활용 한 부분은 좋았다.

  스티븐 호킹(베네딕트 컴버배치)은 막 박사 과정에 들어간 이십대 초반의 청년. 제인 와일드(리사 딜론)를 만나 막 연애를 시작하는 시점이다. 과학학도로서의 재능도 있고 노력도 해서 꽃을 만개해야 하는데, 이 시기에 병이 발병한 것. 고작해야 2년을 버틸 수 있는 병 탓에 스티븐은 위축되기도 하지만 뭐 포기하지 않고 자기 꿈을 밟아나가는 그런 이야기.

  물론 이런 사람 곁엔 주변 도움이 꽤 있다. 아버지(아담 고들리)와 어머니(피비 니콜스)의 도움은 대단한 것이라기 보단 은연중에 깔려 있는 것이었다. 또 학문적인 면에서 이야기가 많이 이뤄지다 보니 담당 교수인 데니스 시아머(존 세션즈), 동료 학자라 할 수 있는 로저 펜로즈(톰 와드)와의 조합이 꽤 괜찮았음. 제인 와일드는 따지자면 부모님과 같은 노선이었는데 그보다는 더 나은 입장이었던게, 루게릭 발병 후인 스티븐 고백을 듣고도 그를 받아 들였다는 점에서 그랬다. 학문적인건 거의 스스로 만들어 낸 업적이지만 영화 보는 입장에선 주변의 은근한 도움이 눈에 띄었음.

  프레드 호일(피터 퍼스)의 이론을 반박하면서 대립하게 되는 모습은 좀 재밌었음. 프레드 호일을 너무 경박하게 그려놓은 게 아닌가 싶다만... 뭐 학문계의 싸움이야 독해지려면 얼마든 독해질 수 있으니까. 좀 더 유치하게 그려진게 안타까운 정도.

  아노 펜지어스(마이클 브랜든)와 밥 윌슨(톰 호킨스)의 어수선한 노벨 상 인터뷰 장면은 왜 나오나 했더니, 빅뱅 이후의 복사열 증명이 되는 거라서 나오는 거더라. 난 처음에 아 이거 때문에 진행이 막 끊기네 싶어서 짜증이 났었는데 뒤에 호킹의 이론을 뒷받침할 증거가 따단, 하고 나타나는 거라서 놀랐다.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그래도 그걸 집어넣은 구성은 여전히 별로라고 생각함.

  보면서 음 베네딕트 연기 좋네... 하긴 했는데 사실 내용은 그에 못 미친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리 얘네가 이론 설명해봤자 나는 알지 못할 뿐이야... 그냥 발견했네. 오, 이론을 찾았네. 이 정도밖에 이해를 못해서 그런가 보면서 약간 시큰둥. 그게 아쉬움. 난 좀 더.. 뷰티풀 마인드 같은 느낌을 바랐었던 거 같다. 그건 굉장히 매끄럽고 헐리웃느낌이 나게 각색이 된 작품이고, 이건 예산 적은 TV영화긴 하다만 아쉬운 느낌을 버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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