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아들의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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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정미경 (문학동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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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포스팅을 안해서 포스팅 할 게 쌓였네요. 그와 별개로 기억은 점점 흐려져서 이거 내용이 확실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게 슬픈 일. 그래도 뭐 대략적인 감상만 말해보자면...

  여성적인데 굉장히 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동시에 들었다. 아무리 화자가 남자여도 문장에서 느껴지는 것들이 되게 여성적이었는데, 그와 별개로 다루고 있는 소재나 표현하고 있는 감정들은 현실의 극에 치달아 있다는 느낌이 있었다. 꽤 편한 감정은 아니었스요. 그래도 잘썼다는 생각을 했다. 단편집이라지만 단편에 따라 각각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었는데, 뭐 그 호불호 이전에 소설 자체는 꽤 괜찮고만. 그랬음. 너무 통속극 스럽지 않나? 했던 것들도 따지고 보면 뭐 그래 그 통속극이 우리 사는 일상이니까. 있을 수 있겠네. 그런 생각을 하게 되고... 빤한 소재 가지고도 괜찮게 썼어서 적어도 읽고나서 후회하진 않았다

  기억나는거만 몇 개 말하면... '너를 사랑해' 같은 경우엔 진짜 소설집의 처음을 장식하는 단편인데도 썩 맘에 안들었었는데, 그 소재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이런 식으로 비참하다 싶은 남녀 짝이 벌이는 일들은 결말이 좋지 않을 것만 같아서 즐기지 않는 편이라서. 근데 또 막상 다 읽고나면은 얘네의 감정에 꽤 이입하게 되어서 나쁘지 않았음. '내 아들의 연인'은 진짜ㅋㅋㅋㅋ 이거 뭐야 드라마야? 하면서도 좋았다. 부유한 중년 여성의 시선에서 보여지는 아들의 가난한 여자친구. 담담한 묘사 안에서도 억눌린 감정의 틈새가 조금씩 보여서 좋았다. 나는 여전히 아들 녀석이 핑계대는 짓거리가 유치하고 또 어이없다고 생각한다. 꾸미지 않는 편이 좋다. '매미'는... 이런 건 솔직히 내가 좋아하는 스토리라 할 말이 없다. 내가 공연 후에 이명을 꼭 겪는 편이라서 그런가 약간 더 공감하기 편하기도... 그리고 인문계 남자의 현실 같은 것들도 좋았고, 여자와의 관계에서 나오는 그런 것들... 밑에서 헤엄치고 있는 어두운 것들이 막판에 튀어나온 것이 좋았다. 뭐 그게 희극적인 결말을 낳진 못하더라도. '시그널 레드'는 그냥 정신적으로 장애있는 남자 보는 것 같았고. '밤이여, 나뉘어라' 같은 경우엔 뒷부분에서 소름이 쫙쫙 끼치는데 주인공이 그 친구를 만나지 않았다, 그런 기억이 없다 하며 뒤돌아서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내가 한 평생을 쫓으며 이기자고 했던 천재가 그런 식으로 살고 있다면 나라도 잊을 것 같다. 그가 몰락한 게 기쁘기 이전에, 그를 쫓는 열망을 잃어 몰락하는 날 보는 게 더 슬플 것 같다.

  나쁘지 않았다. 엄청 좋진 않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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