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링 포 콜럼바인
감독 마이클 무어 (2002 / 미국)
출연 존 니콜스, 딕 클라크, 에릭 해리스, 찰턴 헤스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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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기 때문에 목구멍이 막혀 죽을거 같아하다가, 우연히 일찍 일어났는데 케이블에서 이 영화를 틀어주고 있었다. 아무래도 며칠 전에 일어났던 조승희 사건 탓에 편성한 듯 싶다. (뭐, 한달 전부터 편성했을 수도 있고...) 1년 전인가 중간까지 보다가 못봤었기 때문에 부스스한 차림새로 눌러앉아 보았다. 

  이 다큐멘터리는 재미있다. 정말로. 지루하다거나 그런느낌이 들지 않는다. 사회비판 다큐멘터리가 재미없다는 편견은 마이클 무어를 통해 사라진다. 마이클 무어의 다소 막무가내식의 진행이라던가, 사우스파크 제작자가 만든 애니메이션을 끼워넣는다던가, 마릴린 맨슨과의 인터뷰. 그런 것 통해서 이야기를 진행해나가니까. 어찌되었건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 다큐멘터리이다.

  이 영화는 콜럼바인 고교에서 일어났던 고교생 총격사건을 다룬다. 그런데 그 사건 자체만 딱 다루는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는 그것을 통해 미국사회 전체를 비판하고 있다. 총기 규제에 관한 법, 총기 협회, 언론매체, 심지어는 관련없어보이는 사회보장법까지... 모든것이 그의 비판대상이다. 영화를 통해 본 미국사회는 바보같아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 영화 또한 온연히 진실된 것은 아니다. 콜럼바인 총격사건의 범인들이 아침에 볼링을 쳤다던가, 은행에 계좌만 만들면 곧바로 총을 준다던가(열흘 정도 걸린다고...) 하는 것들은 사실이 아니니까. 잘은 모르겠지만, 마이클 무어는 미국 사회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의 다큐멘터리를 여럿 만들어낸 사람이라고 한다. 그에게 영화감독은 그의 직업이기도 하지만, 그의 사상을 대표하기 위한 도구이기도 한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소 과격한 연출로 이루어졌으며 마이클 무어의 사상을 피력하는 도구이기도 한 이 영화가 제법 마음에 든다. 미국이 싫어서? 아니 그렇게 광범위한 것은 아니고. 일단은 정말 재미있고 흥미로운 소재거리를 던져주니까. 영화는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논란거리를 제공했다는 것 자체부터가 썩 능력이 있어 보인다. 나의 이런 생각 자체가 마이클 무어의 마수에 걸려든 거라고 말해도 하는 수 없지만.

  덧붙이는 것은 마릴린 맨슨과의 인터뷰. 마릴린 맨슨과의 인터뷰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 언급되곤 한다. 아마도 무대에서 보는 괴이한 그의 모습과는 반대의, 정말 얌전한 말투로 논리적이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그의 모습에 놀라서이리라. 나는 무대는 본적 없고, 그의 노래는 열심히 듣는 편. 화장만으로도 무대를 알 법 하긴 하지만-_-; 아, 실제로 마릴린 맨슨은 무대 밖에서는 아주 예의바른 사람이라고. 
 

마릴린 맨슨  : 어렸을 땐 음악이 탈출구였죠. 음악만은 편견이 없어요. 옷이 재수없다고 야유하지도 않고, 내 모습을 긍정하게 만들어주죠. 내일 공연을 본 자들이 폭력을 휘두르지 않겠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노'에요. 렉서스 광고를 본 사람 중 몇 명은 렉서스를 사겠죠. 왜 날 찍었는지 알아요. 노출된 표적이라 비난하기 쉽죠. 왜냐하면 난... 공포의 상징이니까요. 그들의 겁내는 것을 대변하고 거침없이 말하니까요.
  그 참사(콜럼바인총기사건)가 남긴 두 가지의 화두는 오락의 폭력성과 총기 규제인데, 다가올 선거에서 떠들어대기 좋은 건수가 생긴 거죠. 모니카 르윈스키도 잊고, 대통령이 미사일을 날린 것도 잊고, 락앤롤을 부르는 애꿎은 나만 악마 취급하겠죠. 내가 대통령보다 영향력이 클까요? 그럼 좋겠지만 대통령이 더 크죠. 웃기는 건 대통령이야말로 폭력의 주동자인데 언론은 그런 얘길 떠들지 않아요. 폭력이 그들의 장사 밑천이니까... 
  TV는 계속 공포를 조성하죠. 홍수, 에이즈, 살인, 중간 광고 아큐라 자동차를 사라, 입 냄새 나면  왕따 당한다, 여드름 나면 애인 떨어져 나간다... 공포심을 이용한 광고 일색이죠. 그런 게 우리 경제의 기초에요. 겁을 잔뜩 줘서 소비를 부추기죠. 아주 손 쉬운 방법이잖아요.

마이클 무어  : 콜럼바인 피해자가 여기 있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소?
 
마릴린 맨슨 : 말하는 대신 그들의 얘길 듣겠어요. 듣는 사람도 있어야죠.



Mr.히치: 당신을 위한 데이트 코치
감독 앤디 테넌트 (2005 / 미국)
출연 윌 스미스, 에바 멘데스, 케빈 제임스, 엠버 발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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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블에서 하길래 봤음. 나는 윌 스미스를 많이 좋아해서 개봉 당시 보러가려고 했으나-_-; 그당시에는 또 다른 영화를 보느라 못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긴 하고 싶은걸 다 살수는 없지. 어찌되었건 볼 운명이었으니 이제라도 본게 아닌가.

  로맨틱 코미디다. 포스터만 봐도 윌 스미스 원톱을 내세우고 있고, 영화는 윌 스미스에 의해 굴러간다. 스토리 자체가 그렇게 흥미있게 당기거나, 엄청 재미있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넘치지 않고 적절하다. 근데 미적지근도 하다. 그런 느낌. 뭔가 2% 부족해. 사교계 명사를 좋아하는 남자의 이야기나, 그런 남자를 코치하는 최고의 데이트코치의 꼬이는 연애담. 나름 흥미있을 법할 스토리인데 왜이리 뭔가 빠진 느낌이 들까.

  연기들은 편안해서 그냥 보기 좋았다. 알렉스(윌 스미스)와 사라(에바 멘데스)의 연애보다, 알버트(케빈 제임스)와 알레그라(엠버 발레타)의 연애 모습이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알버트 너무 귀엽다. 그렇다고 커플들끼리 엄청 상성이 맞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여기 나오는 커플들은 둘 다 왜이리 안어울려 보이지; 똑같이 못생긴 남자+예쁜 여자 조합(아니, 실상과 상관없이)이라도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의 잭 블랙과 기네스 펠트로는 정말 잘 어울렸는데. 무슨 차이인걸까.

  알렉스 히친스는 나름 연애에 대한 좋은 대사를 많이 내뱉는다. 단순히 데이트 코치로서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사랑에 대해 말할 때에는 그 대사들이 더 빛을 발했다. 나는 그냥 열정적인 모습이 보기 좋았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그렇게 뛰어 올라요. 날 수 있길 바라면서. 날지 못하면 바위처럼 떨어질테고. 떨어지는 내내 생각하겠죠. 도대체 내가 왜 뛰었을까.


  아, 그리고 짧게 나오는 알렉스의 과거-_-이야기는 정말(...) 참아줘...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감독 톰 튀크베어 (2006 / 독일, 스페인, 프랑스)
출연 벤 위쇼, 더스틴 호프먼, 알란 릭맨, 레이첼 허드-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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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일에 은자랑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봤다. 약도에서 지하철 출구를 잘 확인했음에도 나는 한참을 헤맸다. 알고보니 길 건너서 있는거였어...ㄱ- 뭐랄까 롯데 시네마, 생각보다 눈에 잘 안 띄는 장소에 있었다. 그래도 같은 건물에 있던 콜드스톤 아이스크림은 몹시 마음에 들었다. 상관 없지만.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는, 내 돈으로 처음 샀던 책이었다. 중학교 때 어딘가에서 줏어듣고 생각없이 사왔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냥 생각없이 사온 것 치고는 너무나 푹 빠져들어서, 하루만에 몰입해서 다 읽어버렸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씨 이야기도 읽어봤고, 깊이에의 걍요도 읽어봤고... 뭐 그랬다. 향수만큼 마음에 들었던 것은 없다. 아; 싫다는건 아니다. 오히려 좋아하는 축. 아무튼 향수는 내가 가장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책. 오죽하면 주인공 이름도 외우고 있었다. 나같이 줄거리도 잘 까먹는 녀석에게는 놀라운 일.

  그래서 이 소설의 영화화 소식을 들었을 땐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알다시피 영화화를 통해 망가진 작품들이 잘 된 작품들보다 많으니까. 나중에 캐스팅된 사람들을 보고는 더욱 그랬는데, 나의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는 키가 작고 얼굴이 흉물인 곱추(디즈니 애니메이션 '노틀담의 곱추'에 나오는 그 곱추정도?)였는데, 캐스팅된 벤 위쇼는 훤칠하고 잘생긴 청년이어서 실망했다. 알란 릭맨이나 더스틴 호프만의 캐스팅은 좋았지만 도무지 벤 위쇼의 캐스팅을 좋아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외국에서 개봉도 하기 전에, 알지도 못하는 독일어 티저 홈페이지-_-를 드나들기도 하면서 관심을 보였다.(이 내가 영어 만세..ㄱ-를 외칠 줄이야.) 애증이란 이런 것일까.

  어찌되었건 한국에서도 개봉. 보러갈까 말까 하면서도 딴 영화들이나 보고 있었는데, 마침 은자가 보러가자길래 생각없이 쫄래쫄래 갔다. 괜찮아, 영화가 이상해도 알란 릭맨과 더스틴 호프만은 볼수 있잖아? 라는 기분도 조금.

  어라, 이거 괜찮다. 책에선 담담하고 건조했던 스토리가 영화에서는 좀더 볼륨있게 꾸며진 느낌이 들지만, 이거 나름의 느낌도 나쁘지 않았다. 잔가지가 많은 부분을 과감하게 잘라내고, 건조한 느낌의 소설을 조금 더 풍성하게 만들어 보기 좋게 만들어 냈다는 느낌. 이 정도면 실패는 아닌 것이다. 중간 중간 나레이션이 들어간게 조금 신경쓰였지만, 주인공이 다 설명해 줄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책에서 볼땐 담담했던 장면들이 실제로, 거기에 잘생긴 주인공으로 옮겨지니까 스토커 일대기처럼 보이기도 했다...

  우려했던 주인공 벤 위쇼는 대사가 별로 없어서, 눈으로 말해요 신공을 펼쳐주었는데 그 때문인지 연기가 그닥 거슬리진 않았다. 그럭저럭 합격점. 캐릭터가 못생기고 흉물스럽지 않은것은 아쉽지만, 뭐 스토리에 영향을 줄만한 것은 아니니까. 이건 그냥 내 오기고.
  당연히 더스틴 호프만과 알란 릭맨의 연기는 좋았다. 향수 제조업자 주세페 발디니로 분한 더스틴 호프만은 다소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화장과 살짝 방정맞으면서도 어깨에 힘들어간 듯한 연기로 캐릭터를 소화해냈다. 원작의 발디니는 이렇지 않았지만, 뭐 마냥 귀여워서...
  안토인 리치스역의 알란 릭맨은 그야말로 딸바보 아버지 그 자체. 딸의 죽음을 확인하고 무너져내리는 장면에서는, 아 역시 알란 릭맨이구나. 싶었다.
  로라 리치스역의 레이첼 허드-우드야 그렇게 비중있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냥 얼굴이 예쁜 누구였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마지막 운명의 향수를 시험하는 그 장면에서, 진지하게 손수건을 흔들어대는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를 보며, 나는 왠지 300의 크세르크세스 생각나서 막 웃었다. 그리고 정말 마지막 부분, 나는 살갖이 찢어지고 살점을 줏어먹는 사람들을 상상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미끈하게 넘겨버리더라. 뼈다귀 하나도 안남다니.

  근데 어째서 이게 15금이냐. 영등위는 나름 기준을 완화해가고 있는 것인가...-_-;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감독 마크 로렌스 (2007 / 미국)
출연 휴 그랜트, 드류 배리모어, 브래드 가렛, 크리스틴 존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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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한 만큼의 로맨스 영화. 발렌타인 시즌에 개봉한 것으로 아는데, 딱 그 시기를 즐기고 싶은 연인들이 많이 찾았을 것 같다. 나는 이런 종류의 영화를 보러 갈때에는 뭔가 거창하고 대단한걸 바라는지 않는다. 연인, 혹은 데이트 상대와 그 시간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정도의 로맨스 영화를 바랄 뿐. 이 영화는 너무나 전형적이라서 좋았다. 정말 기대한 만큼을 내게 주었달까. 달달하고 시간을 재미있게 보낼 로맨스 코미디 영화를 바랬는데, 스쿠프 같은 영화를 보았다면 정말 배신감 느꼈을거다. 아무튼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은 정말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영화이다. 딱히 새로운 패턴이나 감흥을 던져주지도 않고, 그저 안전하다. 

  안전한 영화는 가끔 지루함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영화 자체의 안전함에 비하면 굉장히 재미있었다. 음악을 소재로 해서인가, 노래를 만들어내는 과정같은것이 재미있었달까(특히 도입부의 뮤직비디오는 정말 환상적이다ㅜㅜ). 그리고 배우들이 가진 기존의 이미지들을 잘 활용한 것 같다. 

  휴 그랜트의 살짝 백수이미지를 십분 활용한 퇴물가수 알렉스 플레쳐는 썩 마음에 들었다. PoP! 이라는 가상 그룹은 아마도 wham의 이미지를 활용한 것이라고 하는데(난 듀란듀란인줄 알았는데...ㄱ-) 나는 wham이 누군지 몰라서(...) 딱히 뭔가 말할 거리는 없다. 소피 피셔(드류 베리모어)는 그냥 적당히 밝은 성격에 어두운 면을 가지고 있는 여자주인공 정도. 야단스러운 소피 피셔의 언니가 더 눈에 띄던데; 드류 베리모어는 좋지만, 알렉스 플레쳐에 비해 이 캐릭터는 그냥 그랬다. 드류의 화사함에 이끌려 그냥 좋게 봤지만. 역시 비교하자면야.

  적당히 재미있는 영화. 기대한 만큼의 적절한 수준. 아, 그리고 한국 제목이 오히려 더 나은 것 같다. Music And Lyrics는 너무 심심하잖아;



스쿠프
감독 우디 앨런 (2006 / 영국, 미국)
출연 스칼렛 요한슨, 휴 잭맨, 우디 앨런, 이안 맥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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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자씨와 보고싶다고 난리를 쳤으나 상영관이 없어서(...) 못 본 영화. 영화를 보고 난 후 느낌은, 국내 포스터 왜 이래(...) 완전 달달한 이야기처럼 포장해놨다. 절대 아닌데. 우디 알렌 영화에는 뭔가 음흉스러운 느낌이 깃들어 있는 듯한 느낌이다. 외국 포스터쪽이 영화를 소개하기에 더 알맞다. 물론 국내에서 더 잘 팔리는건 달달한 포스터 쪽이겠지만-_-;

  아, 또 애증의 우디 알렌이다. '매치 포인트'때처럼 한방 먹지 않게 주시하며 보고있었는데, 어쩐지 또 당해버리고 말았다. 내가 이렇게 반전에 약한 타입이었던가? 오히려 우디 알렌이니까 이런 반전이 나올거야 라는 생각에 사로 잡혀서 한방 먹은 듯한 느낌. 사실 그 반전은 앞에서 이미 제시한 사건으로 인해 충분히 추론 가능한 종류의 것이었는데. 이래서 내가 시험에서 떨어진건가(...) 밉다 미워 우디 알렌. 우디 알렌의 영화는 항상 나를 갖고 노는 기분이다. 뭐 본 영화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는 적당히 흥미롭고 재밌었다. 뭐랄까 중심되는 스토리가 살인인 것 처럼 홍보해 놓고 사실은 아니어서 좋았다. 이야기에서 중요한 건 살인사건도 아니고, 로맨스도 아니고... 그냥 이야기 그 자체인 듯한 느낌. 사실은 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이야기이기도 한데, 수다스러운 시드(우디 알렌)와 헛똑똑이처럼 보이는 산드라의 조합 때문에 재밌었다. 피터 라이먼(휴 잭맨)의 비밀스러운 성격도 긴장감을 넣어줘서 좋았고. 어, 이렇게 써놓고 보면 캐릭터들도 상당히 스테레오타입이다.

  우디 알렌이 연기하는 것은 처음 봤다. 근데 너무 생각했던 것과 똑같아서ㅋㅋ 웃겼음. 그 수더분한 모습과 더듬는 말투(이게 연기라니 맙소사), 술 취한 듯한 모습들이 시선을 쏙쏙 끌더라.
  스칼렛 요한슨은, 어, 의외. 스쿠프 각본 자체가 스칼렛 조핸슨을 주인공으로 염두해 두고 쓴 것이라고 하는데... 맨날 이쁘장한 모습만 보다가 이런 평범한 분장의 모습을 보니 그것도 나름 재밌다. 근데 안경만 벗으면 다시 섹시녀가 되어있었음... 극중에서 피터가 산드라보고 안경 안쓰면 안되냐고 하는 것, 적극 이해한다. 수영장 장면에서 보니까 여전히 몸매는 유아몸매(...) 근데 가슴은 환상적. 뭔가 요상하게도 보였다.
  휴 잭맨은... 아이고 완소♡ 역시 이 남자는 수트입고 태어난거다ㅜㅜ 거기다 의외로 캐쥬얼도 잘 어울림; 역시 기럭지가 길면 뭔가 옷빨이 좀 받는건가... 맨날 강함을 강조하는 캐릭터들만 보다가 이렇게 여유롭고 비밀스러운 캐릭터를 보니, 그것도 잘 어울린다. 정말 뭔가 음흉스러워 보이는 캐릭터였다. 막판가서는 대놓고 음흉스러웠지만... 부드러운 말투같은게 참 좋았음. 호주 출신인데 영국 상류계급을 연기한게 재밌다. 나는 영어 말투같은건 잘 몰라서... 영국 상류계급의 악센트를 잘 연기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괜찮게 봤다. 근데 우디 알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거기다 로맨스영화라고 알고 본 사람이 있으면 화났을거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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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감독 장예모 (2004 / 중국, 홍콩)
출연 유덕화, 금성무, 장쯔이, 송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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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이렇게 찌질할데가(...)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였다. 아니아니, 영화 자체가 찌질하다는건 아니다; 주인공들이 찌질하다고. 특히 막판에 하는 짓들이 아주-_ㅜ;

  줄거리도 정말 단순하다; 반전도 생각보다 간단하고(이런 반전 무감각증). 볼 것은 주연배우들의 예쁜, 지나치게 예쁜 얼굴들과 배경들. CG의 남발은 그냥 저냥 무난한 수준. 아무래도 황후 花나 영웅보다는 규모가 작아서 CG가 상대적으로 좀 적지 않았나 싶다. 먼저 본 게 이 영화들이어서 CG가 그렇게 거슬리지도 않았고. 그래도 너무 노골적인 CG묘사는 좀 피해주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보면서 답답해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 임무를 맡았으면 사랑에 빠지질 말던지(하긴 사랑이 그리 맘대로 되는 것이더냐만은), 사랑에 빠졌으면 임무를 적절히 포기하고 도망가던지. 주인공들이 그 중 어떤 것도 선택하지 못하고 우왕좌왕 헤매는 꼴들이 참 답답했다. 그래놓고 또 나중엔 쫓아가고... 버리고 쫓아가고, 버리고 되돌아오고-_-; 그리고 반전이 튀어나왔을 때 레오에게는 그냥 그랬지만, 메이에게는 왠지 화가 났달까(...) 뭐야, 날 농락한거냐?

  포스터에는 무협멜로라고 되어있지만 이건 그냥 멜로. 우크라이나에서 찍었다는 배경이 참 아름답고(내가 또 대나무를 좋아한다), 배우들의 얼굴이 아름다워서 보기 좋았다. 줄거리는 그냥저냥 무난한 수준. 나는 케이블에서 해주는걸 봤는데 뭐 시간이 아깝진 않았다. 배경이나 얼굴 보기에 바빠서..; 옷들도 참 예뻤고.

  아, 그리고 이거 검색하면서 알았는데 금성무는 대만사람이 아니었다(...) 일본 국적이었고나. 일본에서 활동할 때 카네시로 다케시로 활동하길래, 난 그냥 비비안 수처럼 일본에서 활동한 건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아예 일본인 아버지가 있었음. 어머니는 중국인이라고. 광동어, 북경어, 일본어, 영어 완벽구사-_-... 장점을 발휘하여 중국과 일본에서 조금씩 다른 성격의 역할을 맡는다고. 쳇.

  나는 아름다운 걸 좋아하기에 이 영화는 그냥저냥 좋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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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감독 잭 스나이더 (2007 / 미국)
출연 제라드 버틀러, 레나 헤디, 데이빗 웬헴, 도미닉 웨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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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작을 우리나라에선 2007년에 개봉한 거고만요. 뭐 이런 건 상관없고. 오늘 봤시다. 대학로 판타지움에서-_-;; 하필 갔을때 앞에서 2번째자리 정도밖에 안남아서.. 기다리긴 싫고 그래서 앞에서 2번째 자리에서 고개 꺾으며 봤음. 고개 꺾는거까진 좋았는데, 의자 배치가 청소하다 망가지기라도 한건지 앉으니까 무릎이 앞 의자에 닿아서 몹시 당황. 길지도 않은 다리인데 닿으면 어쩌자그... 앞사람에게 매우 미안했다.

  기대 안했는데, 재밌고 유쾌했다'ㅂ'! 나는 선혈이 낭자하는 장면을 좋아하는 편이라 좋았음. 내가 못보는 건 불쑥불쑥 놀라는거랑 고어물인데, 뭐 슬로모션으로 목자르는거 빼고는 거의 괜찮았다. 전쟁물이라 많이 걱정했는데, 불쑥불쑥 장면은 별로 없어서 좋았음. 스토리 자체는 그렇게 매력있는 편은 아니지만, 넘치는 CG와 정신이 혼미해지는 근육들이 앞에서 아른거려서-ㅠ-... 스토리가 별로 안중요하게 느껴졌다. 

  배우들이 엄청 고생했겠더라. 그 근육들이라니; 300명의 남자가 검은가죽팬티-_-와 망토만 걸치고 전투를 하는데, 어이쿠 근육들이 불룩불룩. 8주간 단체로 혹독한 식이요법을 병행한 근육만들기를 하고 찍은 영화라던데, 진짜 그런갑다. 근육을 좋아한다면 꼭 관람해야할 영화; 근육 이야긴 아닌데, 페르시아 왕 크세르크세스 역할의 배우. 알고보니 백인. 태닝하느라 고생했겠다고 생각했다. 만화틱한? 그런 장면이 많아서 좋았다. 과연 프랭크 밀러 원작(...) 씬시티도 엄청 즐겁게 봤는데. 만화와 실제가 뒤섞인 듯한 장면들을 보여주는게, 참 잘찍었더라.

  이곳 저곳에서 역사 고증이니, 페르시아 비하느니 말이 많던데... 별로 그런건 중요하지 않게 보인다. 역사 고증이야 애시당초 기대하고 본 것이 아니라서 상관 없었다. 내가 그쪽 분야를 전공한 사람이라서 옷차림이 엄청 거슬리거나 했던 것도 아니니까. 전공자가 보면 괴로운 고증이겠지만. 그리고 뭐 인종차별쪽 논란에 대해선... 물론 내가 그쪽 나라 사람이면 기분이야 좀 나쁘겠지만, 어차피 이 영화 자체가 그런 차별을 통해 이슈를 만들어내려고 한 것도 아니고 게다가 원작이 그러한걸; 인터넷에서 서치해보니까 원작대로 아주 잘 표현해냈던데. 항의는 프랭크 밀러에게로.

  영화는 즐겁다. 재밌다. 우리 기술 이만큼 발전했어!라고 말하는듯한 CG도 좋고, 남자들 몸도 멋지고, 오락영화스럽게 별로 안무거운 주제감도 좋다.


오구
감독 이윤택 (2003 / 한국)
출연 강부자, 이재은, 김경익, 전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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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학년 2학기 한국 민속의 이해 시간에 냈던 영화 '오구'의 감상문. 사실 몇몇 부분이 거짓말로 점쳘된 감상문이다. 종교는 안믿지만, 굿같은거 아주 재미있어 하거든. 구비문학개론의 도환님(ㅋㅋ완전 사랑하는 강사님)이 많이 생각의 폭을 넓혀주긴 했지만, 이전부터 재미있어 한것은 확실히 맞음. 감상 부분은 뭐... 판에 박힌 감상문이지만, 진짜 저렇게 느꼈음. 영화 보면서 막울었다. 연극도 꼭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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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
; 산 자와 산 자의 화해와 만남.

  전 학기에 수강하던 전공 과목 중에, 구비문학에 관련한 과목이 있었다. 구비문학에 관련해 여러 가지를 배우던 중 ‘굿’에 관한 내용도 배웠다. 그러면서 영상자료도 하나 보았는데, 『영매』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그 다큐멘터리 영화는 나의 굿에 대한 이미지를 크게 바꿔놓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굿에 대해 다소 편협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무슨 말인고 하니, 굿을 예전의 미신으로 치부하여 미개의 것으로까지 보았다는 소리이다. 나는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다. 실재하지 않는 신의 존재를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교에 열중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거대한 종교에 대한 시각도 이러한데 굿에 대한 시각 또한 다를 바 없었다.
  『영매』는 굿을 하는 무당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굿은 민간신앙이다. 오늘날 우리는 무당을 두고, 단지 귀신을 불러들이는 터무니없는 존재로 볼 뿐이다. 『영매』에서는 이러한 부제가 붙어있다. ‘산 자와 죽은 자의 화해.’ 무당은 산 자와 죽은 자를 연결해주고, 그들 사이에 묵혀진 한을 해소하게 해 주는 자이다. 그렇다면 굿이라는 행위 자체는, ‘산 자와 죽은 자의 화해’가 된다. 영화 『영매』 속에서 보여지는 살아 있는 사람들의 한 맺힌 모습, 죽은 혼들이 말하는 한의 모습. 모든 것이 굿에 대한 시각을 바꿔놓는 계기가 되었다. 설령 저것이 사기라 하더라도 살아있는 사람에게 있어서 마음의 위로가 된다면 아무렇지도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더불어 사기꾼처럼 보였던 무당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된 영화였다. 굿과 무당을 하나로 전통 문화로 보게 되었다.
  그러던 중, 『오구』를 보았다. 처음에는 제목이 무엇인가 했더니, ‘오구굿’의 오구란다. 굿에 관련한 영화였다. 이전에 한번 광고를 본 적이 있었지만 재미없어 보여 보지 않았던 터였다. 지금에 와서 보자니 흥미가 생겨났다. 굿에 대한 시각이 바뀐 뒤였으니까. 그리고 굉장히 많이 울면서 보았다. 굿을 하는 모습 중간 중간에 눈물이 절로 났다. 정확히 이유를 설명하긴 힘들지만, 영화촬영을 위한 굿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그 한이 느껴졌다 하겠다.
  『오구』에서는 꿈에서 저승사자를 보고 죽음을 준비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나온다. 현대를 배경으로 굿을 하는 이 모습은, 황씨 할머니네 마을이기 때문에 더욱 특별하다. 황씨 할머니네 마을은 굿을 하지 않는 마을이기 때문이다.
  미연은 마을 청년들에게 강간을 당해 마을을 떠나고, 미연을 사랑했던 황씨 할머니의 자식 용택은 자살을 한다. 미연이 마을을 떠난 시점부터, 황씨 할머니네 마을에서 굿은 하찮은 옛것이 되고 말해선 안 될 금기가 되어버린다. 미연은 임신을 해 아들을 용택이라 이름짓고 읍내에서 산다. 그러나 황씨 할머니의 굿을 통해 미연이 마을로 돌아옴으로써 마을에는 커다란 파장이 일어난다. 첫째로는 금기시되었던 굿을 한다는 것과, 둘째는 자신들이 죄를 짓고서는 외면해 버린 미연이 돌아온다는 것에서 그러하다. 영화는 여러 가지 사건을 복합적으로 다루지만, 총체적으로 그 이야기들은 하나로 묶여져 있다. 이 ‘묶여진’ 이야기는 결국은 그들을 하나로 ‘묶는’ 역할도 하는 듯하다.
  황씨 할머니의 저승가기 위한 준비는 노망 난 늙은이의 모습 같기도 하다. 오구굿을 할 때 꽃단장을 해 시집가는 모습을 한 데서는 그 모습이 귀여워 웃음마저 나왔다. 왜 그런 옷을 입나 해서 찾아보았더니, 오구굿이 저승의 오구 대왕에게 시집가는 의식, '사혼死婚식'이라고도 불리기 때문에 그러한 것을 알았다. 결혼식을 하는 것인데 그냥 옷을 입고 갈 수는 없을 테니까. 옛 민속신앙을 절대적으로 믿는 모습 같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의 이승에서의 죄와 한을 모두 씻고 저승의 사람에게 가는 ‘산 자와 죽은 자의 만남’의 모습이었다.
  황씨 할머니의 이야기는 제목과 같은 ‘오구’의 의미를 나타내고 또한 ‘산 자와 죽은 자와의 만남’을 위해 등장했다. 그렇다면 미연의 이야기는 어째서 등장하는 것일까. 나는 『오구』라는 영화가 미연의 등장을 통해 ‘산 사람과 산 사람의 화해’를 이끌어 낸다고 보았다. 미연은 마을 사람의 범죄와, 마을 사람들의 침묵으로 희생된 이이다. 어쩌면 황씨 할머니가 굿을 한다는 것 보다는 미연이 마을로 돌아온다는 것의 파장이 더 컸을지 모른다. 자기 자식들의 범죄를 덮어놓기 바빴던 범죄자의 부모들과, 마을에 풍파가 이는 것이 싫어 무시했던 이들. 모두에게 있어서 미연의 귀향은 좋지 못하게 느껴졌을 테니까.
  그러니 그들은 종당엔 ‘굿’을 통한 화해를 이끌어낸다. 미연은 일단 돌아와 아버지 석출과의 만남을 통해 말 없는 화해를 한다. 앞서 싸우거나 틀어졌다는 서술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석출과 미연의 만남을 그렇게 보았다. 과거에 석출 또한 마을 사람들과 같이 자기 자식의 고통을 모른 체 했을 것이라고. 이제 와서 그들은 화합을 하는 것이라고. 미연은 굿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완전히 씻어낸다. 남이 좋은 곳을 가기를 빌어주면서 남의 죄를 씻는 동시에, 자신을 바로보고 용서하게 되는 것이다. 죄를 지은 자식을 둔 병규아빠는 훼방을 놓는다. 이제 와서 자기 자식의 죄가 드러나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때 황씨 할머니는 병규아빠를 야단치며 미연을 자기 며느리라 한다. 그러면서 굿 노래를 신청한다. 미연의 이 한스러운 노래는 그녀의 마음을 씻기고, 황씨 할머니의 한을 씻기고, 마을 사람들의 죄를 씻는다. 굿을 통해 그들은 모두 순결하게 하나 되는 것이다. 이런 씻김의 효과는 장례식장에서 이루어지는 병규 일당의 사과와, 황씨 할머니네 며느리의 ‘동서’라는 말에서 알 수 있을 것이다.
  『오구』에서 굿은 ‘산 사람과 죽은 이의 만남’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더 크게는 ‘산 사람과 산 사람들의 화해의 만남’을 의미한다. 굿을 반대하던 이들도, 정작 굿판에 있어서는 같이 즐기며 함께한다. 굿판이 벌어졌다 알리는 행렬에서 마을의 늙은이는 신이 나서 춤을 추어댄다. 굿이 없어진 후 마을에는 어쩌면 하나 되어 즐길 장소가 없었던 것 같다. 옛 마을에 있어서 굿판은 서로가 함께하여 즐길 장소로 적당했을 것이다. 『오구』에서 굿은 적막했던 마을을 불러일으키고,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를 회복시켜 놓는다. 굿판 자체에서도 사람들은 굿판에 끼어들고 참견하며 굿판을 즐겁게 만든다. 『오구』에서는 굿이 단순히 죽은 이를 불러내고 산 사람의 한을 씻게 하는 본연의 일에 그치지 않고, 산 사람과 산 사람의 매개라는 부가적인 가치를 창출한다. 이를 통해 굿은 단순히 민간 신앙이 아닌 전통 문화의 일부분이 된다.
  『오구』는 환상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현실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어 놓았다. 나는 이것을 굉장히 흥미롭게 보았다. 현실의 이야기만 있으면 내용이 자칫 너무 진지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영화는 저승사자라는 환상적인 존재를 등장시킴으로써, 이것이 현재인지 과거인지 알 수 없게 하고, 때로는 우습고 때로는 진지한 이야기가 되도록 강약을 조절해 준다.
  저승사자는 총 세 명이 나옴으로 인해 영화의 현재와 연결된다. 첫 번째 저승사자는 이미 해탈을 겪은 듯한 저승사자이다. 그는 황씨 할머니의 죽은 남편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황씨 할머니를 보며 미소짓고 포근하게 다가오라 일러준다. 그는 굳이 산 사람의 세계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저승사자의 모습만 아니라면, 죽음을 편안하게 받아들인 사람같다. 두 번째 저승사자는 미연을 사랑했던 용택의 모습을 하고 있다. 현재를 살았던 기억마저 가지고 있어 다소 삶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직 저승에 있으면서 해탈하지 못한 인간의 모습 같다. 세 번째 저승사자는 아둔한 모습을 하고 있다. 영화에서 별 하는 역할이 없이 느껴지다가 마지막에는 황씨 할머니네 큰 아들의 자식으로 환생한다. 이것은 어쩌면 돌고 도는 인간의 윤회를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세 저승사자는 죽은 뒤의 인간들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오구』에서는 굿에 관한 것 말고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죽음을 바라보는 의식을 엿볼 수 있다. 오구에서 황씨 할머니는 꿈에서 죽음을 보고 처음에는 두려워한다. 두려워서 나는 아직 죽을 수 없소 하다가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신의 죽음을 준비한다. 이 과정 자체는 조금은 암울하다.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굿이 시작되고 나서 보면, 황씨 할머니도 마을 사람들도 굿판 자체를 즐기며 황씨 할머니가 좋은 곳으로 가기를 축원한다. 늘어지고 슬픈 분위기는 별로 없다.
  장례식에 이르러서는 그것이 더하다. 황씨 할머니의 장례식 모습은 재미있기까지 하다. 한쪽에서 사람들은 고스톱을 치며 이야기를 나누고, 아낙들은 한쪽에서 음식을 만들며 이야기를 나눈다. 곡을 한창 해야 할 황씨 할머니네 장남과 며느리는 곡하는 이를 고용해 곡을 하지만, 엄청나게 슬프다던가 하는 분위기를 내뿜지는 않는다. 그들에게 장례식장은 장례식 자체를 통해 사람들이 만나는 장소 같다. 거기다 황씨 할머니네 며느리가 아기를 낳는 장면까지 포함하여 웃음을 더 해 주었다.
  『오구』는 현실적인 요소와 환상적인 요소를 잘 섞어낸 작품이다. 그 둘의 섞음을 통해 웃음을 자아내면서, 우리네 삶이 바라보는 죽음에 대한 의식과 굿판의 화합을 담아낸다. ‘산 자와 산 자가 화합하고 죽은 자와 만나는’ 굿의 모습과, ‘죽음은 하나의 축제, 다시 태어나기 위한 의식’이라는 의식. 두 가지 우리의 전통적인 생각의 모습. 그것이 잘 드러나 있다. 내가 감수성이 예민해서 그런 것인지, 내가 한국인이어서 그런 것인지 이 연극을 몹시 재미있게 보았다. 많이 울고, 많이 웃으며 보았다. 죽음에 대한 의식도 그렇지만, 화합을 전통 문화를 통해 바라보았다는 점에서 더 크게 점수를 주고 싶다. 본디 연극이라고 하는데, 그 연극을 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게 만든다. 볼 것 많고, 느낄 것 많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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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가의 기적
감독 윤제균 (2007 / 한국)
출연 임창정, 하지원, 주현, 정두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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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 며칠 됐음. 대학로 판타지움에서 봤다. 판타지움은 오래간만이었는데(반헬싱 이후 처음), 광고가 이상한것만 나오더라-_-;라고 말하면, 내가 너무 보수적인건가? 뭐 중요한건 이게 아니긴 하지만.

  영화 홈페이지에 소개된 줄거리랑 약간 다르다는 느낌이었다. 필제(임창정)가 마을 사람들에게 사악하게 군적이 있기는 한가. 만날 비굴비굴하더만. 명란(하지원)이도 필제를 주먹으로 쫒아내고 그런다길래 엄청 센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었으. 둘은 뭐 딱히 연애코드랄것도 없고... 서로서로 딱한 상황에서 공존을 이끌어낸다는 느낌이었다. 임창정은 비굴한 건달역에 잘 어울렸다. 그런데 하지원은 복서라기엔 별로... 복싱하는거 같다기보단 에어로빅 한다는 느낌이었음; 

  곁다리 이야기였던 선주(강예원)와 태석(이훈)의 이야기는 그냥 풋풋했음. 이훈이 넉살좋은 웃음을 잘 짓는것이 좋았다. 강예원은 그냥 그랬던거 같음; 그냥 나는 이훈이 넉살좋게 허허허 거리는게 보기 좋았다. 그러고보니 나는 어릴때도 이훈을 제법 좋아했군;

  영화는 솔직히 스토리보드만 보면 엄청 평범했다. 내가 운것과는 별도로(나는 눈물이 정말 많으니까-_-;; ) 스토리는 정말 평범했다. 이 영화는 일동(박창익)과 이순(박유선)을 빼놓고는 볼 수 없을 것 같다. 1번가의 기적의 코믹소스는 거의 다 얘들에게 나왔으니까. 감동소스 넣는것도 그냥저냥... 다 뻔해보여서 별로였다.(그래도 일동이랑 이순이 토마토 맞는 장면은 좋았다. 박창익 정말 아팠겠더라; 비열한 표정으로 토마토 던지던 애 아직도 밉다.)

  영화가 중간 중간 너무 지나치게 감동을 주거나 하려고 한 부분이 아쉽다. 그리고 결말도 조금. 나야 물론 해피엔딩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건 너무-_-... 잘풀리는거 아니냐. 그래도 복면달호보다 많이 웃었고, 복면달호보다 나았다.

Cine21 박창익·박유선 인터뷰


타짜
감독 최동훈 (2006 / 한국)
출연 조승우, 김혜수, 백윤식, 유해진
상세보기

  작년 추석에 개봉한 걸 올해 봐주는 센스. 사실 개봉했을때 달려가서 보려 했으나 어찌어찌 못보았던-_- 영화. 원작 만화를 보지는 못했으나, 안 봐도 영화를 보는데 큰 지장은 없다. 원작을 보면 영화랑 비교하는 맛이 있겠지만; 킹콩 오리지널을 못본 채 피터잭슨의 킹콩을 보는 것처럼 이상하진 않다는 말이다.

  나는 고니가 별명인줄 알았는데 이름이더라; 잠시 당황했음. 철없어 보일 때의 조승우나, 타짜가 된 후로의 조승우나 제법 잘 어울려서 좋았음.
  백윤식 완소;ㅂ; 갈때까지 간놈! 하는데 연륜이 느껴지던데. 콧수염도 너무 잘어울려;ㅂ;ㅂ;ㅂ; 완소 백윤식 완소. 그렇지만 평경장 그렇게 갑자기 가버리면 너무 슬프잖아orz
  김혜수는 여전히 아름답다. 저게 어디 삼십대 후반의 얼굴이란 말인가! 게다가 섹시한 정마담의 캐릭터가 잘 어울려서 좋았다. 조승우와 같이 벗고 있는 샷에서는, 조승우의 엉덩이보다 김혜수의 가슴에 더 시선이 가더라. 김혜수도 제법 연륜있는 연기를 보여주었다느 느낌.
  유해진은, 아우 너무 귀여워ㅋㅋㅋ 이장과 군수 개봉하면 유해진때문에 보러가야하는거 아닌가 싶다.
  요새 있을때 잘해!에서 나오고 있는 김윤석의 아귀 캐릭터. 아귀는 전라도 타짜인데, 전라도 사투리가 적당히 입에서 잘 놀아서 어색하지 않게 들렸다. 나는 서울인이지만, 울엄마 아빠는 전라도 사람이라-_-; 대충 어색한지 안어색한지는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수경과 김정난은 그냥그냥. 차라리 김정난이 더 눈에 띄던데. 이수경은 재미없고 밋밋한 캐릭터... 나는 왜 고니가 정마담을 버리고 화란에게 가는지 이해가 안되던데? 정마담이 훨씬 매력있지 않은가;

  도박관련 용어가 많다고 들어서 걱정됐는데, 뭐 그렇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더라. 섯다? 그런거 하는거였는데- 숫자만 크면 이기는 게임이라는건 보면서 잘 알 수 있었으니까. 감독이 전작 범죄의 재구성에서 써먹었던 촬영스킬을 타짜에선 적절히 활용한 듯한 모습도 있어서 좋았다. 진행이 쫙쫙 빠르고, 군더더기 없어보이고. 이모 저모 나는 참 좋던데. 아, 마지막 부분에서는 살짝 늘어지나 싶기도 하긴 했지만, 그래도 뭐 그 정도면 양호하지. 

  자, 감독. 타짜 2부를 제작하도록! 평경장을 살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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