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가면의 제국:오리엔탈리즘 서구 중심의...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박노자 (한겨레신문사,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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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비문학류를 좋아하지 않는다. 일단은 그 딱딱한 문체가 싫고, 지식이 부족한 내가 집중하기 어려운 내용을 다루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틀만 두고 본다면 박노자의 『하얀 가면의 제국』 또한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박노자라는 인물에 대해 어느 정도의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으로 귀화해 박노자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러시아 출신의 사람. 그의 특이한 이력은 그의 소설을 흥미로운 눈으로 읽게 했다.

  『하얀 가면의 제국』은 한국 사회의 바닥에 은연중에 깔려 있는 오리엔탈리즘과 서구중심주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오리엔탈리즘은 서구의 시각에서 바라본 동양으로서, 그다지 긍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지 못한 용어이다. 서구중심주의는 동양에서 바라보는 이상적인 서구세계를 나타내는데, 결국 오리엔탈리즘이나 서구중심주의나 둘 다 우리 사회의 발전에 그다지 긍정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런 오리엔탈리즘과 서구중심주의가 우리 사회의 바닥에 깔려있다는 것을 박노자는 외국인이 가지는(외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가지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며 서술하고 있다.

  그 안의 챕터인 「하얀 가면을 벗자」는, 오리엔탈리즘의 배경이 되는 역사의 서술과 우리민족 자체가 가지고 있는 서구중심주의를 말하며, 현재 서구세계가 바라보는 한국에 대해 서술한다. 이로 인해 느낄 수 있는 것은 우리 사회, 그리고 세계의 시선에서 아직도 오리엔탈리즘은 뿌리 깊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론적으로는 그러한 오리엔탈리즘과 서구중심주의에서 벗어나라고 말하고 있다.

  박노자는 서구중심주의에서의 탈피를 외치며 오리엔탈리즘이 담론에 불과하다는 것을 밝혀 지적인 해방을 촉구하고, 서양흠모에 가까운 포지티브 옥시덴탈리즘의 배경을 밝혀 지적인 집착에서 벗어나도록 한다. 또한 서양에서의 자유정신을 하나의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 하며 서양에서의 자유의 틀이라는 것에 대해 말해 준다. 박노자는 ‘이상적인 서양’의 삭제를 말하며 오리엔탈리즘과 서구중심주의에서 해방된 진정한 평등 세계를 말한다.

  역사적 근거를 들어가며 말하는 박노자의 설명은 진실성을 띠게 되며, 책을 읽는 독자인 우리의 문제를 정확히 바라보게 해 준다. 한국인들이 정확히 깨닫지 못하고 있지 못하던 한국 사회의 문제를 어설프지 않은 몸짓으로 끄집어내어 줌으로서 한국인에게 변화를 촉구하는 이 책은 우리에게 어떠한 깨달음을 전해주는 데 부족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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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감상. 슬프게도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나무(개정판)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책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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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르나르 베르베르, 이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있던가. 그의 소설을 읽어보지 않았던 때의 나조차 그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그의 이름이 우스워서가 아니었음은 물론이다. 『개미』라는 소설로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베르나르 베르베르. 그의 글은 초기에는 과학적인 지식에 기반을 두고 글재주, 흥미를 덧붙인 것들이었다. 추리소설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사실적인 것을 더하고,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는 그의 이야기는 너무나 매력적인 것이었다. 그것은 딱 『뇌』까지 그래왔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소재에 지루한 감을 느낄 때 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단편집을 하나 내놓았다. 그것이 『나무』였다.

  『나무』는 앞서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내놓았던 소설과는 무언가 다른 느낌이었다. 『나무』는 그의 유쾌한 상상력과 더할 나위없는 비꼼을 버무려 놓은 소설이었다. 소설은 대부분 인간의 시선을 확장하여 다른 것의 시선을 택했고, 이것을 통해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비꼬아 놓았다. 이런 비꼬는 방식이 몹시 유쾌해 웃음이 비실비실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번역된 말투인지, 본래의 말투인지 탁탁 내뱉는 그의 문체에서 나오는 ‘웃으면서 비웃기’는 단편집 전반을 지배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보면, 「그들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는 애완동물을 키우는 입장인 인간을 반대로 키워지는 입장으로 만들어 본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외계인이 인간을 키우는 매뉴얼을 만든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인간의 성별을 식별하는 법, 인간의 이종 설명 부분과 같은 부분에서부터 인간의 생식, 임신, 관습… 많은 부분을 짧게 통달한 이 매뉴얼은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의 모습을 비웃고 있다. 외계인의 의도는 그렇지 않겠지만, 읽고 있는 독자는 그런 기분을 느낀다. 아주 단편적인 것에서 심층적인 것까지, 타인의 눈에 인간의 모습이 얼마나 우스운지를 이 소설은 보여주며 인간을 비꼬고 있는 것이다. 『나무』에 실린 단편들은 대부분 이런 식의 느낌을 독자에게 전해준다. 인간이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고 있는 일상에 변화를 준다거나, 그것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함으로써 인간의 모습을 다른 시각으로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냄새」와 같은 경우는, 나는 외계인을 인간에 덧댄 것으로 인식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원하는 바를 얻어내는 모습에서 인간의 모습을 발견했으며, 사치품 혹은 호화스러운 것을 좋아하는 모습에서 인간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이런 식의 구성은 또 다른 ‘웃으며 인간 비웃기’의 방법인 듯 싶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는 그의 이전 소설들과는 다른 방향의 상상력을 발휘하면서도 하나의 주제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빠른 전개와 위트 있는 상상력이 발휘된 이 단편집은 단편이기에, 재미있기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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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감상. 부담은 없지만 알맹이도 견고하진 않았다.
한비야의 중국견문록
카테고리 여행/기행
지은이 한비야 (푸른숲,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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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비야의 중국 견문록은 신변잡기를 두루 늘어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이전에 한비야의 다른 책을 읽었을 때에도 느꼈던 것이지만, 몇 편의 중국 견문록 에피소드들은 더욱 그런 느낌을 주고 있다. 캄보디아의 이야기라던가, 구호활동 이야기 같은 것. 이러한 에피소드들이 굳이 중국 견문록에 들어가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이런 에피소드가 중국 견문록에 버젓이 들어가 있다는 것은 한비야의 책이 한비야의 일상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일 것이다. 여행기라기보다 일기 같다.

  남의 소소한 일상을 왜 사람들은 들여다보고 있을까. 그건 한비야의 책이 가진 당당한 느낌과 한비야가 전해주는 일상이 재미있고 호기심이 일게 하기 때문이리라. 한비야의 문체는 당당하다. 나는 이러이러하게 생각하고, 이러이러하게 느꼈다. 라는 식의 말투가 그녀의 외국 이야기에 신뢰를 더해준다. 또, 소소한 일상이라고 해도 한비야의 일상은 세계적이다. 외국에 나가서 겪게 되는 자그만한 난항이 읽는 이에게는 무척 신비로운 일로 다가온다. 한비야의 생각을 적어놓은 그저 일상인 것뿐이지만, 읽는 이에게는 재미있는 외국의 실상이다. 게다가 한비야는 그저 단순히 외국에서 겪게 되는 일상을 적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에피소드나, 정치적 문제를 담은 에피소드, 호기심이나 궁금증이 일게 하는 에피소드를 적어낸다. 이런 것에서 우리는 세계를 실질적으로 느낄 수 있다. 마치 우리 이웃의 이야기처럼 외국의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교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있어서 여행기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는 한비야의 중국 견문록은 무언가 빠진 듯한 느낌을 준다. 초기에 발간된 한비야의 책을 읽었던 내게 이 중국 견문록은 무언가 허전한 느낌을 주는데, 아무래도 그것은 한비야의 중국 견문록이 여행기, 견문록의 틀을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비야식의 당당한 문체도 좋고, 소소한 일상이야기도 좋지만 제목인 중국 견문록과 상관없는 에피소드는 내게 복잡하고 재미없는 구성을 만드는 요소로만 보인다. 한비야가 베스트셀러 작가로 뛰어오름과 동시에 그 본연의 색을 잃어버린 것만 같다는 생각을 머리 속에서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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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도 예전에 적어둔 감상. 이런 식의 옛감상이 몇 개 있어서 앞으로 올려보려고 한다.
콘트라베이스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파트리크 쥐스킨트 (열린책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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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태어나서 제일 처음으로 내 돈주고 산 책은 '향수'이다. 그 두꺼운 소설은 하룻밤 새 읽을 수 있을 만큼 긴장감이 가득하고 소재 또한 재미있다. 제일 처음 읽었던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은 '좀머씨 이야기'이다. 고모 방 안에 있던 삽화가 예쁜 소설책은, 짧지만 기묘하게 마음을 울리는 것이 있었다. 내게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가장 좋아하는 작가, 하면 떠오르는 사람 순위권.

  콘트라베이스는 파트리크 쥐스킨트를 유명하게 만든 희곡이다. 1인극을 위해 쓰여진 이 희곡은 그의 글들이 항상 그렇듯 인간 내면의 깊은 곳에 든 생각까지도 낱낱이 풀어헤친다. 1인극이다 보니까 희곡적인 느낌이 많이 안나서 좋았다. 게다가 그냥 한 사람의 독백을 계속 듣는데도 지루할 새가 없어 금세 읽었다. 원체 얇기도 하지만, 몰입도가 끝내준다.

  오케스트라에서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악기인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는 사람이 주인공. 어느새 30대 중반을 넘어선 그는 '세라'라는 소프라노를 좋아하지만 그의 마음을 털어놓을 수도 없다. 틀에 갇힌 채 (거기에서도 신의 직장 공무원이긴 하다만)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고 있는 주인공에게는 모든 것은 자기를 옥죄는 틀과 같다. 심지어 자신이 연주하는 콘트라베이스조차도 그에게는 '언젠가 부수어리고 싶은' 대상이다. 그는 커다란 사회 구조 안에서도, 오케스트라라는 작은 사회 안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며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마지막에 가서는 세라의 눈에 들 만한 일을 하겠다 마음을 먹는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아마도 못했을 거라고 생각된다.

  (전략) 그런데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는―제가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어떤 시각으로 살펴보아도 최후의 쓰레기 같은 존재입니다!
  그런 까닭 때문에 저는 오케스트라의 구성을 인간 사회의 모형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세계에서나 그 세계에서나 쓰레기와 관련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멸시와 조롱을 받게 마련이지요. 더구나 오케스트라의 세계는 인간 사회보다 더 나쁩니다. 왜냐하면 인간사회에서는―이론적으로만 보자면―언젠가는 나도 최고의 위치까지 올라가서 꼭대기에서 내 밑의 벌레 같은 것들을 내려다볼 날이 있으리라는 희망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희망 사항을 말씀드리고 있습니다만…….

『콘트라베이스』, 파트리크 쥐스킨트, 열린책들, 1993, pp.62~63

  1인 희곡은 작게는 오케스트라에 속한 한 인간의 고뇌를 말하지만, 넓게 보면 사회 전체의 문제를 꼬집기도 한다. 그 부분에서 몇 부분 마음에 안드는 구석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묘사와 표현은 마음에 들었다. 혼잣말을 이렇게까지 심도있게 쓴다는 게 대단하게 느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상연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꼭 한번 보고 싶어졌다.
싱글맨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그책,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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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자에게 생일선물로 받은 퀴어문학 3종 중 하나. (나머지는 마틴 앤 존, 모리스. 셋 다 내가 골랐다.) 이 책이 가장 얇기도 했고, 세 책 중 가장 읽고 싶었던 것이기도 해서 아르바이트 가는 길에 집어들었다. 오며가며 하는 시간에 다 읽었다.

  이 책에 관심을 가진 건 당연히 영화 싱글맨 때문. 내가 콜린 퍼스도 좋아하고 니콜라스 홀트도 좋아하고 하다보니까 영화에 대해 알게 되었었다. 개봉하면 보러 가야지... 했는데, 개봉 전에 어째 원작을 먼저 읽게 되었다. 좋은 걸지 나쁠 걸지는 영화를 보고 나서 판단해야지. 하지만 책을 읽은 결과, 영화가 몹시 보고싶어졌다. 이 내용을 도대체 어떻게 각색했는지 너무 궁금해서.

  배경은 1962년의 미국. 주인공은 58세의, 이제 막 같이 살아오던 동성애 파트너를 잃은 영국인 교수 조지. 처음엔 1인칭 소설인 줄 알았는데 3인칭이다. 시종일관 조지는 -한다. 라는 투라서 1인칭이라고 생각해도 거의 무방했다. 책 한권이 조지의 하루 아침부터, 밤에 잠들 때까지의 이야기. 그만큼 묘사가 자세하고도 또 내용이 섬세하다. 당장이라도 부서질 듯한 조지의 내면을 보고 있자면 나까지 약해져버리는 기분이 든다.

  교통사고로 파트너 짐을 잃고, 이제는 나이까지 먹어버린 몸뚱아리로 혼자만의 고독한 삶을 이어가는 조지의 인생은 처음부터 무겁고 짓눌려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나마 조금조금씩 느낌이 바뀌긴 하지만 케니를 만나게 되기 전까지는 전체적으로는 음울하기 짝이 없었다. 그에게 짐의 빈자리는 너무나 크다.

  집, 고속도로, 학교, 도리스의 병실, 체육관, 슈퍼마켓, 샬롯의 집, 케니를 만나게 되는 바, 집으로 이어지는 조지의 하루 여정을 지켜보는 것은 무척이나 길고 인내를 요구한다. 하지만 동시에 흥미롭다. 이 하루 동안에 나는 조지가 지금 생각하는 일들 뿐 아니라, 최근에 겪은 일들까지 전부 알 수 있으니까.

  소설에 담긴 모든 것을 어떻게 풀어내기가 힘들다. 이건 한 꺼져가는 인간의 삶의 불꽃이 어떻게 흔들리느냐의 문제같았다. 다만 내가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침의 집과 도리스의 병실. 나머지 부분이야 조지의 늙고 힘든 몸뚱아리를 가누기 위한 여정에 기댄 바가 컸지만, 이 부분은 짐과 연관되어서 가슴 시리게 하는 것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전략) 이렇게 작은 집에서 조지는 오히려 안전하다고 느낀다. 외로움을 느낄 빈 공간이 없으니까.
  그래도……
  매일, 해마다, 이 좁은 장소에서, 작은 스토브 앞에 팔꿈치를 맞대고 서서 요리하고, 좁은 계단에서 간신히 서로 스쳐 지나가고, 작은 욕실 거울 앞에서 함꼐 면도하고, 계속 떠들고, 웃고, 실수든 고의든, 육감적으로, 공격적으로, 어색하게, 조급하게, 화나서든 사랑해서든 서로 몸을 부딪은 두 사람을 생각하라. 두 사람이 곳곳에 남긴, 깊지만 보이지 않는 길들을 생각하라! 주방으로 가는 문은 너무 좁다. 손에 그릇을 든 두 사람이 서둘러 가면 이 문에서 부딪치기 십상이다. 거의 매일 아침 계단 아래를 내려온 조지가 자기도 모르는 새 갑자기 참혹하게 꺾인 듯, 날카롭게 갈린 듯, 길이 산사태로 사라진 듯 느끼게 되는 곳도 여기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늘 처음인 양 또다시 통증을 느끼게 되는 곳도 여기다. 짐은 죽었다. 죽었다.
  통증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동안 선 채로 꼼짝도 않는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 혹은 기껏해야 짐승의 끙끙소리를 짧게 뱉는다. 그런 뒤 주방으로 걸어간다. 이 아침의 통증이 심인성일까? 그렇게 치부하기에는 너무 고통스럽다. 통증이 지난 뒤에는 약하게나마 안도감을 느낀다. 심한 경련이 일어났다가 사라진 것과 비슷하다.

『싱글맨』,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그책, 2009, pp.10~11

  내가 다 아팠던 묘사. 일상적인 부분에서의 상실감이 너무 잘 드러나 있었다. 책 중간중간 아픈, 그런 부분들이 있다. 담담하게 짐의 죽음을 전해듣고, 5분만에 샬롯을 찾아가 엉엉 울었던 조지의 모습이라던가.

  결말은 오히려 오늘의 조지에게 어울리는 일일런지도 모른다. 도리스를 방문했고, 샬롯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위안했고, 케니를 통해 자신의 존재와 욕망을 다시 한 번 일깨웠으니까. 그러니까 이제 남은 것도, 남을 것도 없다.
연금술사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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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창 책을 마구잡이로 사던 때가 있었다. 왜인지 그때에는 책에 미쳐서 한번에 몇 만원어치씩 마구잡이로 사들였는데, 그때 샀던 책 목록에 끼워져 있던 것이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였다. 그때는 책을 한꺼번에 많이 샀기에, 그 구매의 이유는 베스트셀러이기 때문에 라는 이유뿐이었다. 책을 두루 살피지 않고 샀던 것이다. 나는 그때까지 파울로 코엘료를 알지 못했고, 관심도 없었다. 아무튼 우연치 않게 내 손에 들어온 것이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이었다. 책의 표지는 왜인지 시선을 끄는 잔잔한 그림삽화였고 그 삽화를 통해 나는 책의 분위기를 어렴풋하게 짐작하기만 했다. 잔잔한 이야기. 그것은 내가 싫어하는 소재였다. 그래도 기대를 가지고 책을 읽어보았다. 여지 있을 리가. 읽고 나서 든 기분은 ‘그래서 어쩌라고.’뿐이었다. 이런 식으로 어설프게 교훈을 주는 소설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게 설교하고자 하는 뭔데? 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이다. ‘행복은 주변에 있어요’라는 것 말고는 도대체 뭐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게다가, 그런 식의 교훈은 『파랑새』만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나는 길고 긴 여행기를 읽고 그런 하찮은 교훈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 소설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나는 이 소설의 인기 요인(더군다나 전 세계적인)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이것은 단순히 내 취향의 차이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것이다. 그래서 주변 친구에게 물어보았더니, 작품 전체에 감도는 서정적인 분위기가 한편의 동화를 보는 것 같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랬던가? 책의 뒷면을 보니 평가가 대충 그런 쪽이다. 영혼적인 환상으로 인도한다는 평도 있다. 요컨대 이 책은 작가에게 책을 읽음으로서 평온함과 안정된 감각을 안겨주는 듯 하다. 문체가 그런 느낌은 있긴 했지만, 나는 그것을 소설의 주제적인 내용을 전달하기 위한 도구로만 생각했기 때문에 깨닫지 못했다. 나는 그렇지 않더라도 일반적으로 이 소설은 작가의 감성이 풍부하게 드러난 소설로 그려지는 것 같다. 또, 내가 생각하는 바로는 소설의 삽화도 한 몫을 하는 것 같은데 내가 산책은 구본이라 책 표지에만 삽화가 있는데도, 그 삽화 하나가 소설의 느낌을 잘 드러내고 있으며 책의 구매 욕구를 잘 살려주는 것 같다. 새로 나온 판본에는 소설 안에도 삽화가 있으니, 아무래도 이 이유 또한 꽤 맞는 듯 하다.

  소설 『연금술사』는 내게는 큰 감흥을 주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는 분명히 있고, 나는 그 이유를 잔잔하고 서정적인 내용, 그에 걸맞는 문체, 그리고 삽화에서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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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교 2학년때 쓴 감상. 지금도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다윈은 세상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카테고리 과학
지은이 피터 매시니스 (부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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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드 블로그에서 당첨되어 읽었다. 꽤 흥미가 있었기에 책이 왔을때는 굉장히 기뻤다. 애당초 흥미없는 책 리뷰를 신청할 리도 없지만.

  처음 받았을때 본 생각은 편집이랑 구성이 한눈에 착 들어오게 마음에 든다는 거였다. 나같이 '보기 좋은 것이 먹기도 좋다'를 믿고 따르는 사람에게 있어서 책의 디자인은 참 중요한 문제다. (내가 문학사상사의 책들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이유...) 여기에는 책의 표지 뿐 아니라 책 안의 편집, 폰트 같은 것도 꽤 큰 부분을 차지한다.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과학 교양도서를 꺼리는 것은 그 무거움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은 1859년의 고학과 기술로 그 범위를 한정 시킨 데서 그 무거움을 상쇄했는데, 내용 뿐 아니라 책의 디자인과 편집을 통해서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한권의 교양서로 보이게끔 만들었다. 이건 접근성에 대한 이야기일 뿐 당연히 내용이 가볍다는 소리가 아니다.


깔끔한 표지에 한 손에 잡히는 판형.
디자인이 기묘하게도 장난스러우면서 과학도서라는 분위기는 잃지 않았다.



각 장별로 이런 식으로 일러스트가 있었는데,
맨 초반에 일러스트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섬세함을 보여줬다.


소 파트마다 저런 식으로 암모나이트, 조개 같은 것들이 있는데 깔끔하면서도 예뻤다.

  이런 식으로 디자인을 해놨으니 우째 안읽을 수가 있단 말이냐. 난 소설 외의 책들을 굉장히 더디게 읽는 편인데 일단 디자인 덕에 빨리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래도 남들에 비하면 형편없이 느리게 읽었지만.

  내용 면에서는 1859년에 일어났던 과학적인 일들과 그것이 과학기술에 그치지 않고 사회전반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가를 알려준다. 따라서 1859년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1859년 이후에 어떤식으로 일이 발전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도 알 수 있었다. 완전히 과학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더니, 그보다는 기술쪽의 이야기와 그로 인한 사회의 변화상이 더 비중이 컸다고 생각한다. 무엇에 대한 기술이 발전하면, 그것 때문에 사회가 어떤 식으로 변화했는가에 대한 설명들이 많아서 잡학에 관한 역사서를 읽는 기분이 들었다.

서문
1. 새로운 원료와 착상
2. 속도의 추구
3. 빠른 여행
4. 에너지와 힘
5. 자유의 외침
6. 출세하기
7. 여유 있는 인생
8. 사회의 병폐들
9. 의학의 융성
10. 전문 과학자들의 등장

  차례의 분류대로 작게 작게 소파트가 묶여있다고 생각하면 되었다. 각 소파트는 짧아서 그 파트만 읽는 데에는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았다. 다만 한 챕터는 한번에 읽는 것이 나아보였다. 각각 발전에 따른 연계성이 있어서 그렇게 읽는 편이 이해하고 생각을 발전시키는 데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과학에 관한 도서라고 슬쩍 겁을 먹었던 것도 사실인데, 그보다는 이렇게 사회를 발전시킨 원동력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는 기분이라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그런 식의 이야기기 때문에 어려운 내용은 나오지 않고, 술술 아 이런 일이 있었구나 하면서 읽으면 되어서 편했다.

  가장 읽으면서 재미있었던 파트는 2와 3의 연계되는 부분. 속도의 추구로 인한 기술의 발전이 결국은 지금처럼 세계여행을 가능케 했다는 점이 즐거웠다. 1859년까지만 해도 세계여행을 해 본 사람이 드물었다는 사실. 그러나 이제 세계는 어디로든 금세 갈 수 있으니까. 처음에는 그 속도의 발전이 편지나 전화 같은 수단에만 머무는가 싶었더니 사람들에게까지 적용되는 예들이 재미있었다.

  흥미로웠던 파트는 8의 사회의 병폐들 파트. 발전의 밝은 면만을 보여주지는 않고, 어두운 면까지 써두었다는 게. 이 파트는 기술보다는 사회분석에 가까웠다. 빈곤과 기아, 종교문제까지 나왔으니까. 어둡지만 현재의 일이 아니라 그런지(...) 읽는 데는 재미있었다.

  가벼운 교양서. 전문적이진 않지만 그 당시의 시대에 대해 세부적으로 다루고 있다. 과학에 대한 공부보단 역사를 공부한 느낌. 그래도 그 당시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도 영향을 주고 이해될 만한 것들에 대한 내용인지라, '과거의 일이니 의미없어' 라고 치부하기엔 그 포용 범위가 넓었다. 하루에 한 파트씩 간단하게 읽는다 쳐도 열흘이면 읽고, 그렇게 더디게 읽히는 책도 아니었다.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F. 스콧 피츠제럴드 (웅진씽크빅,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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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은지도 산지도 좀 됐는데 이제 포스팅ㅋ 난 이런 인간인듯. 영화도 안봤는데 책부터 덜컥 샀다. 펭귄 클래식에서 나온 걸 산 건 단순히 표지가 예뻐서. 거기다 텀블러 이벤트까지 하고 있길래, 보고 싶었던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까지 같이 샀다. 웅진 아래에 있는 펭귄 클래식 시리즈 표지들이 다 명화들을 많이 써서 예뻤고, 아무튼 제본형태나 편집이 깔끔해서 아주 좋았다. 다만 주석이 페이지마나 달린 것이 아니라 맨 마지막 페이지에 몰려 달려있어서, 매번 뒤적뒤적 보느라 짜증나 죽을 뻔. 이 점 때문에 앞으로 펭귄 클래식을 살 때는 좀 망설일 것 같다. 뭐 쨌든 같이 온 텀블러는 아주 잘 쓰고 계심.

  스콧 피츠제럴드는 아무래도 '위대한 개츠비'로 유명한데, 이 책을 사기는 중학교때..인가 고등학교 초인가 샀었으나 아직까지 못읽었다. 매번 1/3 읽고 덮고, 그 다음에 또 1/3 읽고 덮고의 무한 반복. 재미업ㅂ다고 하루키 죽여버린다orz의 감정으로 매번 책장에 꽂힌 책을 바라보고 있다. 혹시 번역의 문제인가 싶었으나, 다른 애들도 다 재미없다고 하는거 보니 뭐 꼭 번역의 문제만도 아닌듯. 언젠간 읽겠지 흥얼흥얼.

  여튼 위대한 개츠비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단편이니 어떻게든 읽겠지 하는 마음가짐과 기무니로부터 재미있다는 추천을 들어서 샀다. 결과는 적당히 성공. 처음엔 좀 루즈한가 싶었는데, 단편마다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그런가(스콧 피츠제럴드가 세 챕터로 나눈 이유가 있다) 각기 나름의 재미와 멋이 있었다.

나의 자유분방한 그녀들
-젤리빈, 낙타의 뒷부분, 노동절, 자기와 핑크
판타지
-리츠칼튼 호텔만큼 커다란 다이아몬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칩사이드의 타르퀴니우스, 오 빨간 머리 마녀!
분류되지 않은 걸작
-행복이 남은 자리, 이키 씨, 제미나, 산 아가씨

  순서는 요렇게 나뉘어져 있다. 개인적으론 판타지 파트가 재일 유쾌하고 재미있었고, 그 다음은 나의 자유분방한 그녀들 파트가 재미있었음. 분류되지 않은 걸작 들은 행복이 남은 자리 빼고는 그냥 그랬다. 마지막 부분이라 내가 지쳤던 걸지도.

  판타지 파트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건, 의외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아닌, '리츠칼튼 호텔만큼 커다란 다이아몬드'였다. 말그대로 리츠칼튼 호텔만큼 큰 다이아몬드(...)를 가진 부자 친구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아 진짜 막판엔 엄청 웃었다. 황당한 소재인데 황당한 전개, 거기에 또 황당한 결말이 이어졌다. 그런데 막 이상한 게 아니라 유쾌하고 재미있었다. 판타지 파트의 이야기들이 대부분 뻔뻔스레, 이것은 현실이라는 듯 진행되어서 그런가보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도 물론 재미있었다. 굉장히 짧은 단편인데, 영화와는 달리 태어났을때 이미 꼬장꼬장한 노친네의 모습인 벤자민 버튼을 보는 재미가 좋았음. '오 빨간 머리 마녀!'도 꽤 재미있었다. 진짜 마녀일 줄 알았는데 또 그건 아니어서 조금 실망.

  나의 자유 분방한 그녀들 파트에서 가장 재미있던 이야기는 아무래도 '낙타의 뒷부분'이 아닐까 쉽다. 있을법한 이야기에 재치가 더해졌다. 두 사람과 결혼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이런 이야기는 좀 길게 서사를 바꾸어서 영화로 만들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 귀여운 로맨틱 코미디로 탈바꿈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젤리빈'이나 '노동절'도 꽤 좋았는데, 이 이야기들은 허무하거나 절망적인 느낌이 있어서 크게 내 취향이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꽤 괜찮은 단편집. 즐거웠다.
변신 시골의사(세계문학전집 4)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프란츠 카프카 (민음사,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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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지가 언젠데 완독한 건 얼마되지 않았다. 교양 수업 때문에 변신 하나만 읽고 꽂아두었던 기억. 변신은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는데도 왜 읽으려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그래서 잡고 읽었는데... 아... 번역이 이상한건지 내용이 이상한 건지, 내가 멍청한 건지 읽고 나서도 멍한 것들이 많았다. 허무. '변신'은 무척 재미있었지만, 나머지 작품 중에서 크게 기억에 남는 건 '굴' 정도.

  단편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마지막 부분은 거의 1, 2페이지 정도의 짧은 글들이었는데 몰입감은 좋았지만서도 역시 읽고 나니 크게 기억에 남는 것들이 없었다. 다만 전체적인 윤곽으로 기억에 남는건 메마르고, 허무하고, 무섭다는 느낌. 다 버석버석하고 읽고나서 안정감이 드는 소설이 드물었다.

  다만 마음에 들었던 안정적인 느낌의 구절은 이 부분.

   나의 잠을 깨우는 것이 옛시절의 습관인지 아니면 이 집도 역시 가지고 있는 위험들이 충분히 크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규칙적으로 문득문득 깊은 잠에서 깨어나 밤이나 낮이나 변함없이 이곳에 가득 깔린 정적을 엿듣고 또 엿듣다가는 안심하여 웃고 그러고 나면 전신에 맥이 풀려 더욱 깊은 잠에 빠진다.

「굴」, 『변신·시골의사』, 프란츠 카프카, 민음사, 1998, pp.122~123

  물론 이 뒤로는 불안감과 편집증에 빠져있는 듯한 묘사로 가득하지만, 굴 안에 있는 두더지인지 뭔지 하는 생명체가 느끼던 감정들은 그 묘사가 너무 세세해서 푹 빠져들었다. 이상하게 느리게 읽히던 것은 그 감정선을 따라가느라 그랬었나보다.

  '변신'과 '굴'만으로도 마음에 들었지만, 나머지는 글쎄... 카프카가 마음에 들어한 작품이라는 '시골의사'나 '판결'은 내겐 너무나 이상했다.

  요건 내가 대학교 1학년때인가 2학년 때 과제로 냈던, '변신'과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에 대한 짧은 감상문. 지금 읽으니 참 간단하고 허접하다.

서재 결혼 시키기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앤 패디먼 (지호,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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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리뷰는 쓰지 않는 스스로를 반성하며 시작. 막 다 읽은 서재 결혼 시키기라는 에세이다. 작가가 어떤 잡지에 연재했던 분량을 다시 편집하고 가름해서 엮은 책인데, 이게 참 술술 읽히는 내용이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책을 보는 작가와 작가 주변인의 시선이 담겨있는 책. 사실 이전에 알라딘에서 마음대로 책을 골라넣을 때, 50퍼센트 할인하고 있기에 집어넣었던 책이다. 가격과는 상관없이 내용은 참 재미있었다.

  앤 패디먼은 작가인 어머니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수많은 책에 둘러싸여 살았다. 가족과 단어 맞추기를 하는 어린 시절을 보냈으니, 앤 패디먼 또한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 놀랍지가 않다. 비싼 캐비어보다는 헌 책방에서 9kg어치 책을 사오는 것이 더 배부른 사람. 남편의 직업도 작가인지라 서로의 취향을 빗겨나 책에 대한 사랑만큼은 동일한 듯.

  책과 관련된 에세이로서, 사람마다 책을 분류하는 방법, 다루는 방법, 읽는 방법. 이런 걸 다루기도 하고 내용에 관련되어서는 문법, 단어 같은 것, 시대에 따라 묻혀져버린 옛 논리를 다루기도 하며, 넓게는 표절문제까지 이야기한다. 결코 무겁지는 않고 다 재미있었다. 때때로 영어권 책이기 때문에 확 공감되지 않는 문제들도 있긴 했지만, 뭐 이해는 할 수 있었다.

  나는 책을 다루고 분류하는 부분이 특히 재미있었다. 책을 다루는 부분에서 나는 책을 떠받는 쪽이었는데, 글쎄.. 이제부터 좀 막 다뤄볼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다.

  어수선한 꼴을 잘 견디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조지는 3차원 물체들에 대해 기본적인 신뢰를 갖고 있다. 자기가 뭘 원하면 그것이 저절로 나타날 것이라고 믿으며, 그렇게 믿어서 그런지 또 보통 그렇게 된다. 반면 나는 책, 지도, 가위, 스카치 테이프는 모두 믿을 수 없는 방랑자들이어서, 숙소에 꽉 붙잡아두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곳으로 튈 가능성이 높다고 믿는다. 따라서 내 책들은 늘 엄격하게 조직화되어 있다.

앤 패디먼, 『서재 결혼 시키기』, 지호, 2001

  제일 공감되었던 부분. 나는 앤 패디먼 쪽에 가깝다. 물론 작가만큼 세세한 분류를 하지는 않지만:P

  아, 그리고 개인적으로 편집은 별로였다. 들여쓰기가 너무 폭이 넓었고, 뭔가 모르게 거슬렸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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