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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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신경숙 (창비,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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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프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내가 힘없는 문체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고... 신경숙 소설을 썩 좋아하지도 않아서 읽을 생각 없었다. 신경숙 소설에는 뭐라고 하지, 어제 선영이랑 이야기 하면서 나온 말인데, 90년대 초반의 감성이라는 게 느껴진다. 뭐 그에 비하면 이 소설은 워낙 타깃이 전연령에다가 소재 때문인지 그런 건 좀 덜했지만... 어쨌든 할아버지 댁에 갔는데 이 책이 있길래 그냥 가져옴. 할아버지 책은 내 꺼, 내 책도 내 꺼(오해마시라, 난 할아버지가 승인해준 책도둑이다.).

  마침 읽고 있던 소설을 다 읽은 참이라서 바로 읽기 시작했다. 그게 어제 출근길. 출근 내내 눈물 콧물 흘리며 지하철에 있던 사람들을 불편한게 만들었다. 퇴근길에도 역시... 그래도 퇴근길엔 휴지라도 챙겨서-_-; 음... 원래도 내가 잘 울긴 하는데 소설 초반부터 이렇게 울 줄은 몰랐었다. 장마다 작가인 딸, 큰아들, 남편 식으로 화자가 달라지는데 각자가 바라보던 엄마인데도 기본적인 바탕이 무섭게 닮아 있어서... 오히려 각 사람과 엄마 사이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바라볼 수 있어서 좋았다. 엄마가 화자인 장에서는 엄마가 가지고 있던 비밀을 알아서 좋았고... 근데 뭐 상대적으로 이 장보다는 앞의 세 사람의 입장에 선 장들이 더 재미있다. 너는 -했다. 라는 식의 서술을 해서 초반엔 불편하게만 느껴지던 딸 입장의 1장이 가장 재미있었던 것 같다. 남편의 입장에 선 3장에서는 남편의 아들인 '균'의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었고...

  희생적인 어머니 상이라는 흔한 소재를, 솔직히 말하면 조금 흔하게 써먹었다는 생각은 들었다. 별로 독특하거나 특별날 건 없다는 소린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재미있다. 어쩌면 그래서 재미있는 것일 지도 모른다. 공감하기 쉽고 어렵지 않으니까... 엄마를 잃은 뒤 다른 사람들이 떠올리는 엄마의 모습과 참회하는 과정은 마치 내가 소설 속 인물이 된 것 처럼 느끼게 만든다. 문장도 어렵게 쓰인 것이 아니라서 술술 읽혔다. 딱히 두 번 보고 싶진 않은데 읽는 동안에는 눈물 콧물을 쏙 빼놓았다. 좀 거슬렸던 건 며느리가 얄밉게 그려졌다는 건데 가족이라는 테두리의 설정까지도 흔한 걸 택한 것 같아서 아쉬웠다.

  보고 나서 엄마한테 전화하고 싶어서 혼났다-_-; 우리 엄마랑 좀 닮아 있는 거 같아서... 외할머니 생각도 났고, 친할머니 생각도 났고. 보고 나서 재미있으면 엄마 보여주려고 했는데 못보여 줄 것 같다. 나보다 더 우실 것 같다. 소설에서 엄마가 화자인 4장 마지막 부분이 이랬다. 엄마는 알고 있었을까. 나에게도 일평생 엄마가 필요했다는 것을. 쉬운 건데 잊고 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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