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코리안델리백인사위와한국인장모의좌충우돌편의점운영기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지은이 벤 라이더 하우 (정은문고,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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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무니가 재밌을 거 같다고 알려줘서 도서관에서 빌렸다. 워낙에 재밌고 가벼운(내용이야 어쨌건) 내용의 에세이라 두께와 상관없이 금방 읽었다. 부제에서도 알려주듯 한국인 아내와 결혼한 백인 중산층 출신 남성이, 한국인 가족과 함께 살고 또 편의점이라고 할 수 있는 '델리'를 운영하며 겪은 일들을 풀어나가고 있따. 단순히 가게 경영담이 아니라, 외국인이 바라본 한국 가정에 대한 문제도 들어가고, 델리를 운영하면서 겪는 일들과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인생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흥미롭고 재미있을 수 밖에 없다.

  중산층 백인 가정에서 자라난 벤은 대학 시절 아내 개브를 만난다. 개브는 어릴 때 미국으로 이민 온 한국인 가정의 자녀로, 그의 어머니 케이는 살아남기위해 억척스러워진 한국인 가정의 어머니이다. 개브는 나이 든 그녀를 위해 가게를 하나 차려주기로 결심하는데, 자신의 직업까지 관두어 가며 그녀에게 정상궤도에 오른 가게를 주고 자신은 다시 본업으로 돌아갈 생각을 한다. 그 가게가 바로 편의점과 같은 델리. 이 델리 사업에는 온 가족이 투입되고, 벤은 생소한 사업에 뛰어들며 갖은 일들을 겪게 된다. 여기엔 비단 가게 일 뿐 아니라 한국인 가정과 살며 겪는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에피소드도 큰데, 이 부분 또한 정말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벤은 자신이 일하는 파리 리뷰에서도 여전히 일하는데 두 직장 사이의 갭 또한 신기하고 재미있더라. 가정 이야기도 재밌지만 직장 사람들, 이를테면 파리 리뷰의 기둥이었던 조지 플림튼이나 델리의 만년 직원 드웨인 이야기에서 꽤 큰 축을 차지하고 있다.

  일단 소재도 소재고 글도 유머러스해서 읽는 데 재미있다. 근데 재미만 있는게 아니라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해줘서 더 좋았다. 마냥 행복하고 즐거운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맞닥뜨리고 사는 현실 이야기가 비중이 커서... 개브와 케이의 관계를 보면서 자연스레 나와 우리 엄마를 비춰보게 되더라. 희생적인 엄마를 가진 딸이라면 누구나 개브처럼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만나는 사람들 중에선 드웨인이 단연 흥미로웠다. 그의 부지런하면서도 느긋한 성격, 그의 마지막 길까지도 참 영화같은 사람이었다. 내가 만나본 사람은 아니지만... 기억에 남았다.

  재밌다. 꽤 추천하는 편.
빵굽는타자기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폴 오스터 (열린책들펴냄, 20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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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 오스터의 소설은 하나도 안읽어봤는데 어째 이것부터 읽게 되는구나. 카테고리가 소설이긴 한데 이거 에세이 아닌가? 본인의 이야기를 쓰고 있으니까. 뭐 소설처럼 쉽게쉽게 읽기는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재미있었음.

  작가가 되기 위한 길을 제시하는 소설이 아닌, 작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나와있어서 흥미로웠던 책. 이런 면에서는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를 읽었을 때 같은 느낌이 났다. 그 책은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사실 들여다보면 스티븐 킹이 작가가 되기까지 얼마나 고생을 했느냐가 더 재미있는 책인데 이 책은 아예 그런 테두리 없이 작가가 되기까지의 과정, 고난 뭐 이런걸 다루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기 인생사도 좀 다루는데, 중산층에서 가난을 모르고 자란 청년이 청구서를 걱정하는 지경이 되고, 돈이 너무나 급한 나머지 야구 카드 게임을 만들어 팔려는 생각을 하기까지의 그런 과정들이 남의 일이라 그런지 즐거웠다. 희희낙락했다는 게 아니라 과정이 흥미를 끌 만하고 아 이런 상황까지 몰아붙여졌구나 싶은 생각을 한 발짝 더 하게 되는.

  단순히 글만 쓴 게 아니라 경험을 많이 했다는 점이 내 시선을 끌었다. 남들이 다 겪는 그런 경험 외에도 파리에 가서 살아본다던가, 회사에도 다녀보고, 다른 작가의 영어본 책을 내는 걸 도와 본다던가, 희곡을 상연했던 경험 같은 것들이 한 데 모여 폴 오스터라는 사람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경험에서 얻게 되는 생각의 향연은 날 충분히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여튼 이런 복잡한 인생을 살아오면서도 글쓰기를 포기하거나 손에서 놓지 않았다는 게 주목할만한 일이겠지. 그런 부분이 있었는데, 생활고에 지쳐 번역 일만 하느라 글쓰기를 일주일 정도 놓게 되자 손에서 작가로서의 감이 떨어졌다고. 꾸준한 글쓰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꼈다.

  부끄럽지만 나도 글쓰기에 대한 욕망이 있는 편이라서 더 즐겁게 읽었다.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는 대부분 즐겁다.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움베르토 에코 (열린책들,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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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무니에게 작년 생일선물로 받았던 책. 정작 목표로 했던 책보다 곁두리로 골랐던 이 책이 훨씬 재미있었다. 생각의 방향이랄까 위트있게 풍자하는 방식도 좋았고, 말을 꼬아서 언어유희 한 것도 주석 읽으니 훨씬 재미있었어다. 언어 여러개 하는 천재라니 얄밉지만 재미있어...

001. [실용 처세법]
002. 여행하기
003. 서로를 이해하기
004. 스펙터클 사회에 살기
005. 새로운 테크놀러지에 대처하기
006. 정치적으로 반듯한 사람이 되기
007. 책고 원고를 활용하기
008. 전통을 이해하기
009. 미래에 대처하기
010. [성조기]
011. [카코페디아 발췌 항목]
012. [내 고향 알레산드리아]

  목차가 이거였는데 난 초반부가 훨씬 재미있었음. 아무래도 간단한 산문같기도 하고 그래서 읽기도 좋았고. 후반부로 갈수록 살짝 복잡해진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래도 영 이해못할 정도의 글이 나오는 건 드물었다. 카코페디아 발췌 항목 쪽만 좀 읽는데 더뎠고 나머지는 술렁술렁 잘 읽었다.

  움베르토 에코는 학술적으로도 대단히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지만 이런 식으로 글을 쓰는 데에도 확실히 재능이 뛰어나서 재미있다. 감성적인 걸 쓰는 건 아니지만, 이성적인 소재를 가지고 사람을 웃음짓게 만드는 글을 쓴다는 건 대단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연이어 읽을 필요도 없고 시간날 때마다 술술 읽어볼만 함. 두고두고 또 읽고 까먹고 읽고 까먹어야지...
한비야의 중국견문록
카테고리 여행/기행
지은이 한비야 (푸른숲,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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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비야의 중국 견문록은 신변잡기를 두루 늘어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이전에 한비야의 다른 책을 읽었을 때에도 느꼈던 것이지만, 몇 편의 중국 견문록 에피소드들은 더욱 그런 느낌을 주고 있다. 캄보디아의 이야기라던가, 구호활동 이야기 같은 것. 이러한 에피소드들이 굳이 중국 견문록에 들어가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이런 에피소드가 중국 견문록에 버젓이 들어가 있다는 것은 한비야의 책이 한비야의 일상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일 것이다. 여행기라기보다 일기 같다.

  남의 소소한 일상을 왜 사람들은 들여다보고 있을까. 그건 한비야의 책이 가진 당당한 느낌과 한비야가 전해주는 일상이 재미있고 호기심이 일게 하기 때문이리라. 한비야의 문체는 당당하다. 나는 이러이러하게 생각하고, 이러이러하게 느꼈다. 라는 식의 말투가 그녀의 외국 이야기에 신뢰를 더해준다. 또, 소소한 일상이라고 해도 한비야의 일상은 세계적이다. 외국에 나가서 겪게 되는 자그만한 난항이 읽는 이에게는 무척 신비로운 일로 다가온다. 한비야의 생각을 적어놓은 그저 일상인 것뿐이지만, 읽는 이에게는 재미있는 외국의 실상이다. 게다가 한비야는 그저 단순히 외국에서 겪게 되는 일상을 적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에피소드나, 정치적 문제를 담은 에피소드, 호기심이나 궁금증이 일게 하는 에피소드를 적어낸다. 이런 것에서 우리는 세계를 실질적으로 느낄 수 있다. 마치 우리 이웃의 이야기처럼 외국의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교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있어서 여행기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는 한비야의 중국 견문록은 무언가 빠진 듯한 느낌을 준다. 초기에 발간된 한비야의 책을 읽었던 내게 이 중국 견문록은 무언가 허전한 느낌을 주는데, 아무래도 그것은 한비야의 중국 견문록이 여행기, 견문록의 틀을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비야식의 당당한 문체도 좋고, 소소한 일상이야기도 좋지만 제목인 중국 견문록과 상관없는 에피소드는 내게 복잡하고 재미없는 구성을 만드는 요소로만 보인다. 한비야가 베스트셀러 작가로 뛰어오름과 동시에 그 본연의 색을 잃어버린 것만 같다는 생각을 머리 속에서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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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도 예전에 적어둔 감상. 이런 식의 옛감상이 몇 개 있어서 앞으로 올려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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