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자에게걸려온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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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존 르카레 (열린책들,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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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근처 도서관에서는 요 책이 없어서 테일이에게 부탁해서 빌려 본 소설.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도 같이 빌려오긴 했는데 일단 순서대로 이거부터 읽었다. 사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때문에 읽은 소설이다. 영화 개봉하기 전에 원작을 보고 싶었고, 원작을 보려고 보니 앞에 시리즈랑 어느정도 주인공이 겹치고 연계되는 부분이 있다길래. 책 초반부에 조지 스마일리에 대한 묘사(와 그리고 어느정도 등장할 것도 같은 앤 서콤과의 관계)가 제법 있어서 읽길 잘한 것 같다.

  스파이 소설이라고 하지만 화려한 첩보물이 아니라 끈질긴 인내를 요구하는 실제 스파이의 생활을 그린 듯한 소설이었다. 난 추리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가 소설 안의 비밀에는 사실 몰입하지 않았는데, 조지 스마일리의 성격과 사고방식을 묘사한 것에는 꽤 매력을 느꼈다. 이 소설은 스파이 생활이 많은 매체에서 그려지듯 매력적이고 화려한 것이 아니라는 걸 확실히 보여주는데, 얼마나 한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하는지, 상급자인 매스턴과의 관계를 통해 보이듯 그 사회가 다른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얼마나 경직되어 있고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여주는지를 담담하게 그려낸다. 존 르카레 본인이 스파이였기에 가능한 생생한 그래서 빛바래 있으면서도 힘있는 묘사들이었다. 책에 있는 묘사를 본다면 조지 스마일리를 떠올렸을 때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은 지치고 힘든 중년 회사원의 모습이다.

  조지 스마일리가 조사했던 새뮤얼 페넌이 자살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당연하게도 스마일리가 조사할 수록 새뮤얼 페넌이 자살하지 않았으리라는 정황사정이 드러난다. 죽은 그에게 모닝콜이 온 것을 스마일리가 받게 되면서 시작된 의심은 뒤에 숨어있는 스파이의 정체까지 닿는데... 뭐 사건 자체는 앞서 말했듯 난 그다지 신기하진 않았고 흥미롭게 읽을만은 했다. 이 해결 과정에서 페넌 부인, 조지가 스파이 활동을 할 당시에 협조했던 독일의 디터 프라이, 또 디터와 함께 일한 문트 등이 사건에 연관된 인물로 드러나는데 디터 프라이에 대한 묘사가 괜찮았다. 문트 사실 별 관심 없었는데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에 등장하는 인물이길래 한 번 더 살펴보는 정도긴 했다.

  조지를 돕는 인물로 멘델과 피터 길럼이 있는데, 멘델이 힘있는 육체파의 느낌이라면 피터는 좀 차분하면서 영특하게 머리를 굴리는 느낌이었다.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에서 피터 길럼 역을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맡았기에 대입해서 읽었더니 더 그런 느낌이더라... 여튼 두 캐릭터 다 소란스럽지 않게 마음에 드는 캐릭터들이었다.

  시작 치곤 나쁘지 않았다. 존 르 카레 소설을 읽을 거라면 아무래도 순서대로 다 읽는 편이 괜찮을 거 같으니... 근데 요거 하나만 읽으라고 하면 내 취향일 것 같진 않고. 더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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