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맨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그책,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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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자에게 생일선물로 받은 퀴어문학 3종 중 하나. (나머지는 마틴 앤 존, 모리스. 셋 다 내가 골랐다.) 이 책이 가장 얇기도 했고, 세 책 중 가장 읽고 싶었던 것이기도 해서 아르바이트 가는 길에 집어들었다. 오며가며 하는 시간에 다 읽었다.

  이 책에 관심을 가진 건 당연히 영화 싱글맨 때문. 내가 콜린 퍼스도 좋아하고 니콜라스 홀트도 좋아하고 하다보니까 영화에 대해 알게 되었었다. 개봉하면 보러 가야지... 했는데, 개봉 전에 어째 원작을 먼저 읽게 되었다. 좋은 걸지 나쁠 걸지는 영화를 보고 나서 판단해야지. 하지만 책을 읽은 결과, 영화가 몹시 보고싶어졌다. 이 내용을 도대체 어떻게 각색했는지 너무 궁금해서.

  배경은 1962년의 미국. 주인공은 58세의, 이제 막 같이 살아오던 동성애 파트너를 잃은 영국인 교수 조지. 처음엔 1인칭 소설인 줄 알았는데 3인칭이다. 시종일관 조지는 -한다. 라는 투라서 1인칭이라고 생각해도 거의 무방했다. 책 한권이 조지의 하루 아침부터, 밤에 잠들 때까지의 이야기. 그만큼 묘사가 자세하고도 또 내용이 섬세하다. 당장이라도 부서질 듯한 조지의 내면을 보고 있자면 나까지 약해져버리는 기분이 든다.

  교통사고로 파트너 짐을 잃고, 이제는 나이까지 먹어버린 몸뚱아리로 혼자만의 고독한 삶을 이어가는 조지의 인생은 처음부터 무겁고 짓눌려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나마 조금조금씩 느낌이 바뀌긴 하지만 케니를 만나게 되기 전까지는 전체적으로는 음울하기 짝이 없었다. 그에게 짐의 빈자리는 너무나 크다.

  집, 고속도로, 학교, 도리스의 병실, 체육관, 슈퍼마켓, 샬롯의 집, 케니를 만나게 되는 바, 집으로 이어지는 조지의 하루 여정을 지켜보는 것은 무척이나 길고 인내를 요구한다. 하지만 동시에 흥미롭다. 이 하루 동안에 나는 조지가 지금 생각하는 일들 뿐 아니라, 최근에 겪은 일들까지 전부 알 수 있으니까.

  소설에 담긴 모든 것을 어떻게 풀어내기가 힘들다. 이건 한 꺼져가는 인간의 삶의 불꽃이 어떻게 흔들리느냐의 문제같았다. 다만 내가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침의 집과 도리스의 병실. 나머지 부분이야 조지의 늙고 힘든 몸뚱아리를 가누기 위한 여정에 기댄 바가 컸지만, 이 부분은 짐과 연관되어서 가슴 시리게 하는 것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전략) 이렇게 작은 집에서 조지는 오히려 안전하다고 느낀다. 외로움을 느낄 빈 공간이 없으니까.
  그래도……
  매일, 해마다, 이 좁은 장소에서, 작은 스토브 앞에 팔꿈치를 맞대고 서서 요리하고, 좁은 계단에서 간신히 서로 스쳐 지나가고, 작은 욕실 거울 앞에서 함꼐 면도하고, 계속 떠들고, 웃고, 실수든 고의든, 육감적으로, 공격적으로, 어색하게, 조급하게, 화나서든 사랑해서든 서로 몸을 부딪은 두 사람을 생각하라. 두 사람이 곳곳에 남긴, 깊지만 보이지 않는 길들을 생각하라! 주방으로 가는 문은 너무 좁다. 손에 그릇을 든 두 사람이 서둘러 가면 이 문에서 부딪치기 십상이다. 거의 매일 아침 계단 아래를 내려온 조지가 자기도 모르는 새 갑자기 참혹하게 꺾인 듯, 날카롭게 갈린 듯, 길이 산사태로 사라진 듯 느끼게 되는 곳도 여기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늘 처음인 양 또다시 통증을 느끼게 되는 곳도 여기다. 짐은 죽었다. 죽었다.
  통증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동안 선 채로 꼼짝도 않는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 혹은 기껏해야 짐승의 끙끙소리를 짧게 뱉는다. 그런 뒤 주방으로 걸어간다. 이 아침의 통증이 심인성일까? 그렇게 치부하기에는 너무 고통스럽다. 통증이 지난 뒤에는 약하게나마 안도감을 느낀다. 심한 경련이 일어났다가 사라진 것과 비슷하다.

『싱글맨』,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그책, 2009, pp.10~11

  내가 다 아팠던 묘사. 일상적인 부분에서의 상실감이 너무 잘 드러나 있었다. 책 중간중간 아픈, 그런 부분들이 있다. 담담하게 짐의 죽음을 전해듣고, 5분만에 샬롯을 찾아가 엉엉 울었던 조지의 모습이라던가.

  결말은 오히려 오늘의 조지에게 어울리는 일일런지도 모른다. 도리스를 방문했고, 샬롯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위안했고, 케니를 통해 자신의 존재와 욕망을 다시 한 번 일깨웠으니까. 그러니까 이제 남은 것도, 남을 것도 없다.
연금술사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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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창 책을 마구잡이로 사던 때가 있었다. 왜인지 그때에는 책에 미쳐서 한번에 몇 만원어치씩 마구잡이로 사들였는데, 그때 샀던 책 목록에 끼워져 있던 것이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였다. 그때는 책을 한꺼번에 많이 샀기에, 그 구매의 이유는 베스트셀러이기 때문에 라는 이유뿐이었다. 책을 두루 살피지 않고 샀던 것이다. 나는 그때까지 파울로 코엘료를 알지 못했고, 관심도 없었다. 아무튼 우연치 않게 내 손에 들어온 것이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이었다. 책의 표지는 왜인지 시선을 끄는 잔잔한 그림삽화였고 그 삽화를 통해 나는 책의 분위기를 어렴풋하게 짐작하기만 했다. 잔잔한 이야기. 그것은 내가 싫어하는 소재였다. 그래도 기대를 가지고 책을 읽어보았다. 여지 있을 리가. 읽고 나서 든 기분은 ‘그래서 어쩌라고.’뿐이었다. 이런 식으로 어설프게 교훈을 주는 소설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게 설교하고자 하는 뭔데? 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이다. ‘행복은 주변에 있어요’라는 것 말고는 도대체 뭐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게다가, 그런 식의 교훈은 『파랑새』만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나는 길고 긴 여행기를 읽고 그런 하찮은 교훈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 소설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나는 이 소설의 인기 요인(더군다나 전 세계적인)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이것은 단순히 내 취향의 차이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것이다. 그래서 주변 친구에게 물어보았더니, 작품 전체에 감도는 서정적인 분위기가 한편의 동화를 보는 것 같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랬던가? 책의 뒷면을 보니 평가가 대충 그런 쪽이다. 영혼적인 환상으로 인도한다는 평도 있다. 요컨대 이 책은 작가에게 책을 읽음으로서 평온함과 안정된 감각을 안겨주는 듯 하다. 문체가 그런 느낌은 있긴 했지만, 나는 그것을 소설의 주제적인 내용을 전달하기 위한 도구로만 생각했기 때문에 깨닫지 못했다. 나는 그렇지 않더라도 일반적으로 이 소설은 작가의 감성이 풍부하게 드러난 소설로 그려지는 것 같다. 또, 내가 생각하는 바로는 소설의 삽화도 한 몫을 하는 것 같은데 내가 산책은 구본이라 책 표지에만 삽화가 있는데도, 그 삽화 하나가 소설의 느낌을 잘 드러내고 있으며 책의 구매 욕구를 잘 살려주는 것 같다. 새로 나온 판본에는 소설 안에도 삽화가 있으니, 아무래도 이 이유 또한 꽤 맞는 듯 하다.

  소설 『연금술사』는 내게는 큰 감흥을 주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는 분명히 있고, 나는 그 이유를 잔잔하고 서정적인 내용, 그에 걸맞는 문체, 그리고 삽화에서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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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교 2학년때 쓴 감상. 지금도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다윈은 세상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카테고리 과학
지은이 피터 매시니스 (부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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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드 블로그에서 당첨되어 읽었다. 꽤 흥미가 있었기에 책이 왔을때는 굉장히 기뻤다. 애당초 흥미없는 책 리뷰를 신청할 리도 없지만.

  처음 받았을때 본 생각은 편집이랑 구성이 한눈에 착 들어오게 마음에 든다는 거였다. 나같이 '보기 좋은 것이 먹기도 좋다'를 믿고 따르는 사람에게 있어서 책의 디자인은 참 중요한 문제다. (내가 문학사상사의 책들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이유...) 여기에는 책의 표지 뿐 아니라 책 안의 편집, 폰트 같은 것도 꽤 큰 부분을 차지한다.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과학 교양도서를 꺼리는 것은 그 무거움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은 1859년의 고학과 기술로 그 범위를 한정 시킨 데서 그 무거움을 상쇄했는데, 내용 뿐 아니라 책의 디자인과 편집을 통해서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한권의 교양서로 보이게끔 만들었다. 이건 접근성에 대한 이야기일 뿐 당연히 내용이 가볍다는 소리가 아니다.


깔끔한 표지에 한 손에 잡히는 판형.
디자인이 기묘하게도 장난스러우면서 과학도서라는 분위기는 잃지 않았다.



각 장별로 이런 식으로 일러스트가 있었는데,
맨 초반에 일러스트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섬세함을 보여줬다.


소 파트마다 저런 식으로 암모나이트, 조개 같은 것들이 있는데 깔끔하면서도 예뻤다.

  이런 식으로 디자인을 해놨으니 우째 안읽을 수가 있단 말이냐. 난 소설 외의 책들을 굉장히 더디게 읽는 편인데 일단 디자인 덕에 빨리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래도 남들에 비하면 형편없이 느리게 읽었지만.

  내용 면에서는 1859년에 일어났던 과학적인 일들과 그것이 과학기술에 그치지 않고 사회전반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가를 알려준다. 따라서 1859년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1859년 이후에 어떤식으로 일이 발전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도 알 수 있었다. 완전히 과학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더니, 그보다는 기술쪽의 이야기와 그로 인한 사회의 변화상이 더 비중이 컸다고 생각한다. 무엇에 대한 기술이 발전하면, 그것 때문에 사회가 어떤 식으로 변화했는가에 대한 설명들이 많아서 잡학에 관한 역사서를 읽는 기분이 들었다.

서문
1. 새로운 원료와 착상
2. 속도의 추구
3. 빠른 여행
4. 에너지와 힘
5. 자유의 외침
6. 출세하기
7. 여유 있는 인생
8. 사회의 병폐들
9. 의학의 융성
10. 전문 과학자들의 등장

  차례의 분류대로 작게 작게 소파트가 묶여있다고 생각하면 되었다. 각 소파트는 짧아서 그 파트만 읽는 데에는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았다. 다만 한 챕터는 한번에 읽는 것이 나아보였다. 각각 발전에 따른 연계성이 있어서 그렇게 읽는 편이 이해하고 생각을 발전시키는 데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과학에 관한 도서라고 슬쩍 겁을 먹었던 것도 사실인데, 그보다는 이렇게 사회를 발전시킨 원동력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는 기분이라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그런 식의 이야기기 때문에 어려운 내용은 나오지 않고, 술술 아 이런 일이 있었구나 하면서 읽으면 되어서 편했다.

  가장 읽으면서 재미있었던 파트는 2와 3의 연계되는 부분. 속도의 추구로 인한 기술의 발전이 결국은 지금처럼 세계여행을 가능케 했다는 점이 즐거웠다. 1859년까지만 해도 세계여행을 해 본 사람이 드물었다는 사실. 그러나 이제 세계는 어디로든 금세 갈 수 있으니까. 처음에는 그 속도의 발전이 편지나 전화 같은 수단에만 머무는가 싶었더니 사람들에게까지 적용되는 예들이 재미있었다.

  흥미로웠던 파트는 8의 사회의 병폐들 파트. 발전의 밝은 면만을 보여주지는 않고, 어두운 면까지 써두었다는 게. 이 파트는 기술보다는 사회분석에 가까웠다. 빈곤과 기아, 종교문제까지 나왔으니까. 어둡지만 현재의 일이 아니라 그런지(...) 읽는 데는 재미있었다.

  가벼운 교양서. 전문적이진 않지만 그 당시의 시대에 대해 세부적으로 다루고 있다. 과학에 대한 공부보단 역사를 공부한 느낌. 그래도 그 당시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도 영향을 주고 이해될 만한 것들에 대한 내용인지라, '과거의 일이니 의미없어' 라고 치부하기엔 그 포용 범위가 넓었다. 하루에 한 파트씩 간단하게 읽는다 쳐도 열흘이면 읽고, 그렇게 더디게 읽히는 책도 아니었다.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F. 스콧 피츠제럴드 (웅진씽크빅,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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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은지도 산지도 좀 됐는데 이제 포스팅ㅋ 난 이런 인간인듯. 영화도 안봤는데 책부터 덜컥 샀다. 펭귄 클래식에서 나온 걸 산 건 단순히 표지가 예뻐서. 거기다 텀블러 이벤트까지 하고 있길래, 보고 싶었던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까지 같이 샀다. 웅진 아래에 있는 펭귄 클래식 시리즈 표지들이 다 명화들을 많이 써서 예뻤고, 아무튼 제본형태나 편집이 깔끔해서 아주 좋았다. 다만 주석이 페이지마나 달린 것이 아니라 맨 마지막 페이지에 몰려 달려있어서, 매번 뒤적뒤적 보느라 짜증나 죽을 뻔. 이 점 때문에 앞으로 펭귄 클래식을 살 때는 좀 망설일 것 같다. 뭐 쨌든 같이 온 텀블러는 아주 잘 쓰고 계심.

  스콧 피츠제럴드는 아무래도 '위대한 개츠비'로 유명한데, 이 책을 사기는 중학교때..인가 고등학교 초인가 샀었으나 아직까지 못읽었다. 매번 1/3 읽고 덮고, 그 다음에 또 1/3 읽고 덮고의 무한 반복. 재미업ㅂ다고 하루키 죽여버린다orz의 감정으로 매번 책장에 꽂힌 책을 바라보고 있다. 혹시 번역의 문제인가 싶었으나, 다른 애들도 다 재미없다고 하는거 보니 뭐 꼭 번역의 문제만도 아닌듯. 언젠간 읽겠지 흥얼흥얼.

  여튼 위대한 개츠비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단편이니 어떻게든 읽겠지 하는 마음가짐과 기무니로부터 재미있다는 추천을 들어서 샀다. 결과는 적당히 성공. 처음엔 좀 루즈한가 싶었는데, 단편마다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그런가(스콧 피츠제럴드가 세 챕터로 나눈 이유가 있다) 각기 나름의 재미와 멋이 있었다.

나의 자유분방한 그녀들
-젤리빈, 낙타의 뒷부분, 노동절, 자기와 핑크
판타지
-리츠칼튼 호텔만큼 커다란 다이아몬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칩사이드의 타르퀴니우스, 오 빨간 머리 마녀!
분류되지 않은 걸작
-행복이 남은 자리, 이키 씨, 제미나, 산 아가씨

  순서는 요렇게 나뉘어져 있다. 개인적으론 판타지 파트가 재일 유쾌하고 재미있었고, 그 다음은 나의 자유분방한 그녀들 파트가 재미있었음. 분류되지 않은 걸작 들은 행복이 남은 자리 빼고는 그냥 그랬다. 마지막 부분이라 내가 지쳤던 걸지도.

  판타지 파트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건, 의외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아닌, '리츠칼튼 호텔만큼 커다란 다이아몬드'였다. 말그대로 리츠칼튼 호텔만큼 큰 다이아몬드(...)를 가진 부자 친구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아 진짜 막판엔 엄청 웃었다. 황당한 소재인데 황당한 전개, 거기에 또 황당한 결말이 이어졌다. 그런데 막 이상한 게 아니라 유쾌하고 재미있었다. 판타지 파트의 이야기들이 대부분 뻔뻔스레, 이것은 현실이라는 듯 진행되어서 그런가보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도 물론 재미있었다. 굉장히 짧은 단편인데, 영화와는 달리 태어났을때 이미 꼬장꼬장한 노친네의 모습인 벤자민 버튼을 보는 재미가 좋았음. '오 빨간 머리 마녀!'도 꽤 재미있었다. 진짜 마녀일 줄 알았는데 또 그건 아니어서 조금 실망.

  나의 자유 분방한 그녀들 파트에서 가장 재미있던 이야기는 아무래도 '낙타의 뒷부분'이 아닐까 쉽다. 있을법한 이야기에 재치가 더해졌다. 두 사람과 결혼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이런 이야기는 좀 길게 서사를 바꾸어서 영화로 만들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 귀여운 로맨틱 코미디로 탈바꿈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젤리빈'이나 '노동절'도 꽤 좋았는데, 이 이야기들은 허무하거나 절망적인 느낌이 있어서 크게 내 취향이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꽤 괜찮은 단편집. 즐거웠다.
변신 시골의사(세계문학전집 4)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프란츠 카프카 (민음사,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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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지가 언젠데 완독한 건 얼마되지 않았다. 교양 수업 때문에 변신 하나만 읽고 꽂아두었던 기억. 변신은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는데도 왜 읽으려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그래서 잡고 읽었는데... 아... 번역이 이상한건지 내용이 이상한 건지, 내가 멍청한 건지 읽고 나서도 멍한 것들이 많았다. 허무. '변신'은 무척 재미있었지만, 나머지 작품 중에서 크게 기억에 남는 건 '굴' 정도.

  단편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마지막 부분은 거의 1, 2페이지 정도의 짧은 글들이었는데 몰입감은 좋았지만서도 역시 읽고 나니 크게 기억에 남는 것들이 없었다. 다만 전체적인 윤곽으로 기억에 남는건 메마르고, 허무하고, 무섭다는 느낌. 다 버석버석하고 읽고나서 안정감이 드는 소설이 드물었다.

  다만 마음에 들었던 안정적인 느낌의 구절은 이 부분.

   나의 잠을 깨우는 것이 옛시절의 습관인지 아니면 이 집도 역시 가지고 있는 위험들이 충분히 크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규칙적으로 문득문득 깊은 잠에서 깨어나 밤이나 낮이나 변함없이 이곳에 가득 깔린 정적을 엿듣고 또 엿듣다가는 안심하여 웃고 그러고 나면 전신에 맥이 풀려 더욱 깊은 잠에 빠진다.

「굴」, 『변신·시골의사』, 프란츠 카프카, 민음사, 1998, pp.122~123

  물론 이 뒤로는 불안감과 편집증에 빠져있는 듯한 묘사로 가득하지만, 굴 안에 있는 두더지인지 뭔지 하는 생명체가 느끼던 감정들은 그 묘사가 너무 세세해서 푹 빠져들었다. 이상하게 느리게 읽히던 것은 그 감정선을 따라가느라 그랬었나보다.

  '변신'과 '굴'만으로도 마음에 들었지만, 나머지는 글쎄... 카프카가 마음에 들어한 작품이라는 '시골의사'나 '판결'은 내겐 너무나 이상했다.

  요건 내가 대학교 1학년때인가 2학년 때 과제로 냈던, '변신'과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에 대한 짧은 감상문. 지금 읽으니 참 간단하고 허접하다.

서재 결혼 시키기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앤 패디먼 (지호,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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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리뷰는 쓰지 않는 스스로를 반성하며 시작. 막 다 읽은 서재 결혼 시키기라는 에세이다. 작가가 어떤 잡지에 연재했던 분량을 다시 편집하고 가름해서 엮은 책인데, 이게 참 술술 읽히는 내용이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책을 보는 작가와 작가 주변인의 시선이 담겨있는 책. 사실 이전에 알라딘에서 마음대로 책을 골라넣을 때, 50퍼센트 할인하고 있기에 집어넣었던 책이다. 가격과는 상관없이 내용은 참 재미있었다.

  앤 패디먼은 작가인 어머니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수많은 책에 둘러싸여 살았다. 가족과 단어 맞추기를 하는 어린 시절을 보냈으니, 앤 패디먼 또한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 놀랍지가 않다. 비싼 캐비어보다는 헌 책방에서 9kg어치 책을 사오는 것이 더 배부른 사람. 남편의 직업도 작가인지라 서로의 취향을 빗겨나 책에 대한 사랑만큼은 동일한 듯.

  책과 관련된 에세이로서, 사람마다 책을 분류하는 방법, 다루는 방법, 읽는 방법. 이런 걸 다루기도 하고 내용에 관련되어서는 문법, 단어 같은 것, 시대에 따라 묻혀져버린 옛 논리를 다루기도 하며, 넓게는 표절문제까지 이야기한다. 결코 무겁지는 않고 다 재미있었다. 때때로 영어권 책이기 때문에 확 공감되지 않는 문제들도 있긴 했지만, 뭐 이해는 할 수 있었다.

  나는 책을 다루고 분류하는 부분이 특히 재미있었다. 책을 다루는 부분에서 나는 책을 떠받는 쪽이었는데, 글쎄.. 이제부터 좀 막 다뤄볼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다.

  어수선한 꼴을 잘 견디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조지는 3차원 물체들에 대해 기본적인 신뢰를 갖고 있다. 자기가 뭘 원하면 그것이 저절로 나타날 것이라고 믿으며, 그렇게 믿어서 그런지 또 보통 그렇게 된다. 반면 나는 책, 지도, 가위, 스카치 테이프는 모두 믿을 수 없는 방랑자들이어서, 숙소에 꽉 붙잡아두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곳으로 튈 가능성이 높다고 믿는다. 따라서 내 책들은 늘 엄격하게 조직화되어 있다.

앤 패디먼, 『서재 결혼 시키기』, 지호, 2001

  제일 공감되었던 부분. 나는 앤 패디먼 쪽에 가깝다. 물론 작가만큼 세세한 분류를 하지는 않지만:P

  아, 그리고 개인적으로 편집은 별로였다. 들여쓰기가 너무 폭이 넓었고, 뭔가 모르게 거슬렸음... 아쉽다.
루머의 루머의 루머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제이 아셰르 (내인생의책,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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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드 블로그에서 당첨되어서 보았다. 소설인 데다가 전부 대화 + 화자의 마음 속 생각으로  이루어진 서술 덕에 몰입도는 꽤 높았다. 난 책 읽는 속도가 느린 편인데도 하루만에 다 읽었다. 서너시간 걸린 듯? 그만큼 가볍다는 느낌도 좀 들었긴 한데, 다루는 소재가 있다 보니까 그런 부분이 많이 상쇄된 듯 하다.

  진행 방식이 흥비로운 편이었다. 이게 나름의 과거 회상과 현재의 상황이 얽혀 있어서. 주인공이자 이 소설의 화자인 클레이가 자살한 해나 베이커의 목소리가 담긴 테이프를 받는 데에서부터 이 소설은 시작된다. 1인칭인 주인공의 생각과 상황묘사가 계속 진행되는 가운데, 테이프에 담긴 해나 베이커의 목소리가 교차되어 나오는 식이다. 

  작가로선 테이프 안의 이야기만 쓰는 편이 좀 더 편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렇게만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까, 아무래도 좀 전개가 무뎌진 감이 있었다. 주인공인 클레이는 모든 장소를 이동하며 하루만에 테이프를 전부 다 듣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작가가 급하게 이 소설을 끝내려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호흡조절이 좀 덜 되는 느낌? 뭐 중요한 것은 해나 베이커의 테이프 내용이니까, 사실 클레이야 어떻게 이동하건 말 건 상관이 없다. 다만 아쉬웠던 건 클레이가 해나 베이커의 리스트에 있는 악인이 아니었다는 거. 처음부터 잘못한 게 없다고 말하는 클레이가, 진짜 잘못한 게 없다는 식으로 흘러가니까 나로서는 좀 재미가 떨어졌다. 해나 베이커가 구원의 손길을 뻗었다면... 이라는 식으로 생각하게 하려는 의도는 알겠지만서도, 그 정도는 다른 사람들의 에피소드―이를테면 상담선생님―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으니까.

  원서 제목과는 달리 한국 번역본의 제목은 '루머의 루머의 루머'인데, 해나 베이커가 자살로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의 첫 시작은 저스틴이 만들어 낸 루머 탓이니까 저런 제목을 붙인 것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나는 저 제목 탓에 루머가 완연하게 퍼지는 과정 따위를 상상했는데 그런 식은 아니었다. 오히려 사람들이 생각치 못하고 벌이는 사소한 행동들로 인한 오해가 어떤 식으로 타인에게 작용하는 지에 대한 반성을 불러일으키는 소설이었다는 느낌. 물론 진짜 못된 행동들을 한 아이들도 있었고, 어떻게 보면 사소한 일을 벌인 아이들도 있었지만... 결국 모든 것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한 사람의 죽음―어떻게 보면 노인까지 합해야겠다만―을 초래했다.

  해나 베이커가 테이프 안에서 말하는 논리들이 다 옳은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건 클레이가 계속 짜증날 정도로 말해대는 '네가 손을 내밀었어야 했어'의 탓도 있겠지만, 아무튼 그 모든 일들이 본인의 죽음까지 바칠 만한 일이었는지에 대한 고민은 아직 내 속에 남아있다. 차라리 그 힘으로 살아서 모든 엇나간 상황을 바로잡아 보려 했다면 어땠을까, 그런 느낌도 있고. 죽으려는 사람에게 그런 의욕이 어디에 있겠느냐고? 그렇다면 애당초 테이프를 만들어 낸 것조차도 말이 안된다. 죽으려는 사람이 테이프까지 만들고 있으신가요. 쓰고 보니 내가 이 소설을 다 읽고 느꼈던 허전함 같은 게 여기에서 유래된 것 같다. 현실성이 조금, 떨어진다. 물론 모든 소설은 허구라지만 이건 설득력의 문제인 듯.

  뭐 이러저러한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몰입도나 흥미로서는 좋았다. 소재가 가볍지 않아서 내 주변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는 소설이었다. 개인적으로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해나 베이커의 죽음이 좀 더 안타까웠다.
 
잔소리 기술
카테고리 가정/생활
지은이 최영민 (고래북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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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드 블로그에서 받아서 읽었다. 애가 없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신청했던 이유는, 알바 하는 데 도움이 될까봐. 아무래도 초등학교 애들을 가르치는 일이다 보니까, 꽤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애들이랑 많이 친해지다 보니까 내 잔소리가 애들에게 먹히지 않을 때가 많고, 나도 너무 감정적으로 화를 낼 때가 많으니까... 목차를 봐서도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고, 도움도 될 거 같아서 신청. 읽어본 결과 신청하길 잘한듯. 꼭 내가 부모님 연배는 아니지만서도, 기본적으론 아이를 대할 때의 관계에 많이 도움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아이들을 대할 때 그렇게 친절한 편은 아닌 편이다. 아예 말 못하는 아이들은 예쁘다고 좋아하면서도, 입밖으로 말을 종알종알 내뱉기 시작한 아이들에겐 어떻게 대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달까. 아르바이트 하는 장소에서도 힘든 게, 아이들이 무언가를 하지 않고 내빼려 할 때 어떤 식으로 화를 내야 할 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아이들 행동 자체도 내가 이해하지 못해서 버럭 소리를 지르거나 화만 낸 적이 적지 않다. 상대는 고작 초등학생인데도 말이다.

  개인적으로 무언가를 가르치려 드는 학습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상당 부분에서 도움이 됐다. 실예를 많이 들어서 책을 구성한 점이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 준 게 많고, 또 아무래도 글쓴이들이 한국인이다보니 한국 부모와 아이들에게 맞는 예시를 들어주는 것 같다. 보통 애 기르는 책들은 아무래도 번역서도 많다 보니 정서가 맞지 않는 것들이 꽤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챕터별로 나눠진 부분들이 정리가 좋아 보였는데, 아이들의 특성 파악에서는 무릎을 탁 칠 정도로-_-ㅋㅋ 내가 느끼고 있던 아이들의 특성을 잘 보여줬고... 잔소리를 잘 하기 위한 부모의 지혜 편에서는 일단 잔소리를 하기 전, 부모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다잡게 해준다. 요는 잔소리가 그냥 잔소리가 아니라, 자녀에게 교육이 되는 훈계가 될 수 있도록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자식 교육에 대한 편견을 버리게 해 주는 챕터이다. 후반부 가서야 진짜 잔소리를 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데, 이도 전, 중, 후단계로 나누어서 잔소리가 효과적인 것이 될 수 있도록 돕는다. 전 단계는 그 상황이나 마음가짐에 대해 말하는 게 많았고, 중단계는 정말 잔소리를 할 때의 요령이 주가 되더라. 마지막 챕터 가서는 잔소리를 하지 않고도 아이와 의사소통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제시하는데, 책 제목을 생각하면 좀 우습게 느껴지기도 하는 파트였으나 사실 잔소리가 실제로 좋은 게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파트가 가장 중요한 파트가 아닐까 생각했다.
 
  어떤 부분에선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부분을 제시하는 것들도 많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음으로서 뭐 그것에 대해 한번 더 되새길 수 있지 않을까 싶었고, 몰랐던 부분도 물론 많았기 때문에 내게는 도움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부정어 사용이라던가, 감정을 일정하게 유지하지 못했던 점... 등 여러가지에서 반성할 부분이 많이 보여서-_-; 다음에 아르바이트 처에 갈 때에는 좀 더 마음을 다잡고 가야겠다고 생각했음이다.

  나쁘지 않았다. 난 고작 학생인데도 도움이 되었으니까, 아이가 있는 부모라면... 특히 초등학생 정도 연령의 자녀를 가진 부모에게라면 꽤 도움이 될 책인 것 같다.
 
인물상식
카테고리 역사/문화
지은이 김동섭 (하늘아래,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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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드블로그에서 리뷰어로 선정되어서 받아서 읽었다. 청소년은 아니지만-_- 상식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라 신청했었다. 책 읽는 속도가 다소 느린 편이기도 해서, 아무튼 느긋하게 읽었다. 아슬아슬하게 마감일에 맞춰 읽어서 다행.

  크게 문학/철학/예술로 나눠져 있고, 문학과 철학은 그 안에서 서양/동양으로 나눠진다. 예술의 경우에는 동양/서양의 구분은 미흡하다 할 수 있고, 그냥 미술/음악으로 나눠진다고 해야 옳을 것 같다. 예술 챕터에서 다룬 인물들도 동양인은 아예 없다. 이게 좀 아쉽다.

  처음 한 챕터를 들어갈 때, 그러니까 문학 챕터를 여는 부분에선 문학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이 들어간다. 그다지 긴 건 아니지만 짧은 수준에서 문학에 대해 많이 말하려 한다는 느낌? 문학에 대해, 문학의 목적과 대상, 방법론 이런 식으로 짧게 '문학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뭐 이 부분이 그렇게 도움이 된다고는 생각 안했고...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건, 서양문학/동양문학 이렇게 나눠서 들어가기 전에 그에 대해 시대별 설명을 해 놓은 부분이 있다는 것이었다. 시대별로 어떤 문학이 유행하고 어떤 식으로 발전했는지를 수월하게 알 수 있었다.

  이런식으로 첫 부분에서 간략한 설명이 있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인물소개에 나선다. 인물에 대해 뭐 아무렇게나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인물이 살았던 시대와 그 시대에서 중요했던 일들에 대한 설명을 잠깐 해주고 인물의 생애, 주요활동 및 업적으로 또 분류해서 인물에 대해 서술해 준다. 위인전을 읽고싶은 것이 아닌 이상에야 이 정도 수준이면 교양에 딱 알맞다 싶게 설명이 잘 되어 있었다. 이 인물이 왜 중요한지,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설명해 주면서 시대상을 잘 말해 준 것이 가장 좋았다. 역사 공부에도 도움이 되었달까. 그리고 인물에 대해 말하면서 중간 중간 따로 칸을 마련해 상식에 대한 서술이 많아서 좋았다. 모르고 지나치기 쉬운 상식들을 알려준다. 예를 들면 파시즘에 대한 설명. 이런 식으로. 그리고 그 인물에 관련된 일화 같은 것도 칸으로 설명해줄 때가 있어서 읽기 편했다.

  하나의 챕터가 끝나면 그와 관련한 핵심용어 정리로 챕터 마무리를 해준다. 주석같은 느낌인데, 이 부분 또한 시대로 나눌 수 있는 것은 나눠서 설명해 놓았더라. 이런 배려는 좋았다. 그냥 무작정 내용만 읽기 보다 시대와 관련해서 보면 기억하기도 훨씬 쉬우니까.

  교양도서이긴 하지만 '청소년을 위한'이라는 부제가 알려주듯이, 성인 대상이라기보단 청소년 대상으로 수준이 맞춰져 있었다. 그래서인지 어투도 '-했습니다.' 라는 식의 어투를 써서 처음엔 다소 읽기 불편했다. 무슨 옛날 이야기 들려주나 싶어서... 그래도 이것만 빼면, 고교 상식 선에서는 꽤 괜찮게 잘 빠진 것 같다. 그 수준에 맞는 교양에서 최대한 많이 보여주려 애쓴 것 같았다. 사실 청소년만 못한 교양을 가진 성인들도 많기 때문에... 성인이 읽어도 좋을 듯 하다. 꽤 마음에 들었다.

진단명 사이코패스(우리 주변에 숨어 있는...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로버트 D. 헤어 (바다출판사,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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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에서 사이코패스 하나 검색해서 빌려온 것. 범죄 관련한 책을 읽으려고 했는데... 걍 심리학 어려운거 쳐읽긴 싫어서 무난한 거 고르다가 골랐음. 교양서적인데 사이코패스에 대해 나름 자세히 다루면서도 적당히 쉽게 읽히더라. 두께에 비해서 빨리빨리 읽은 편. 원래도 관심있는 내용이기도 했고, 번역도 깔끔한 편이다.

  책 내용에서도 나오지만, 사람들은 범죄자에 대한 환상이 있는 것 같다. 특히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라는 소재는 최근 영화나 소설 등에서 많이 쓰였고. 물론 나 역시도 이런 설정 자체가 매력적이라 생각해서 이 책을 빌려온 것이었지만, 글쎄. 실제 사이코패스에게 반해서 팬레터를 쓴다던가 하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나서 생각한 바로는 사이코패스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자기절제가 없고, 충동적이고 뒷일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은 오히려 우습다. 그들은 범죄를 저지를 때 남을 생각하거나 감정적인 일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이 냉철한 이성과 사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바로 앞에 놓인 순간적인 욕망을 절제하지 못하고 뒷일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자기 욕망을 절제하지 못한다는 점은 오히려 캐릭터로서 매력이 없다. 적어도 내게는. 내가 좋아하는 것은 덱스터같은 욕망을 위해 머리를 짜내는 똑똑한 살인자 캐릭터이지, 무절제하고 충동적인 바보 살인자가 아니란 말이다. 그 살인방법이 얼마나 혐오스럽고 더러운 것인지는 상관이 없다. 내가 중요하게 보는 것은 캐릭터의 심리상태라서...

  뭐 이 책이 영화나 드라마 캐릭터를 다루는 것은 아니니까... 실제 사이코패스의 행동패턴이나 사고에 대해 설명한 바로는 꽤 재미있고 잘 읽혔다. 실제 사건의 예시를 들어준 것들이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사이코패스가 저지르는 악행의 수위에 따라 다를 뿐, 우리 주변에도 사이코패스는 있다고 말하는 부분도. 예시들과 이론들이 적절히 뒤섞인 책이었다. 딱 편하게 읽기 좋으면서도 이론적인 부분도 습득할 수 있으니까. 가볍게 보기에는 좋았음. 전문적으로 볼 때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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