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
감독 데이빗 예이츠 (2011 / 미국,영국)
출연 다니엘 래드클리프,루퍼트 그린트,엠마 왓슨
상세보기

  토요일에 보고 왔다. 나의 유년기가 끝나버린 이 느낌ㅋㅋㅋ... 인데 뭐 슬프고 그런 건 아니고 기분이 약간 미묘하긴 했다. 영화는 재밌게 보았다. 마음에 안드는 구석이 있었지만 뭐 큰 기대도 안했고, 원체 긴 이야기니까 요약본을 보는 기분으로 보았다. 중간 중간 개그컷들도 괜찮았고(아 사랑스러운 네빌(매튜 루이스)!) 요약도 괜찮게 되었다. 연애감정이 너무 축약되어서 헤르미온느(엠마 왓슨)와 론(루퍼트 그린트)의 키스 장면, 해리 포터(다니엘 래드클리프)와 지니(보니 라이트)의 키스 장면 모두 뜬금없다 싶게 진행되긴 했지만... 나는 뭐 이미 책을 봤기에ㅋㅋㅋㅋ 귀엽네 하고 말았다.

  작년에 개봉했던 1부에 이어지는 편이라서, 작년에 이어진 클라이맥스이며 시리즈 전체를 아우르는 클라이맥스인지라 2부는 정신없이 빨리 진행되더라. 사건 해결의 연속. 상영 시간 내내 눈을 뗄 수가 없는 스토리 진행이었다. 여태까지 나왔던 캐릭터들은 전부 출동하고, 비밀들이 밝혀지고, 싸움이 일어나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죽고... 하는 쉼 없는 진행이 나는 좋았다. 중반 까지는 계속해서 나오던 개그 컷들이 이야기에 집중해야 하는 부분에 와서는 전혀 나오지 않게 되는 것도 좋았고.

  캐릭터들을 다루는 방식들을이 길게는 다루지 않더라도 각자의 장점을 확실히 살려준다는 점에서 좋았다. 짧은 단역들도 낭비되지 않고 쓰였다. 교수님들과 학생들 모두의 캐릭터가 그 짧은 과정에서도 톡톡히 드러나더라. 주인공들은 길게 보아야 하는 캐릭터였으니까 생략하고, 음... (내 생각에) 가장 중요한 캐릭터였던 세베루스 스네이프(알란 릭맨)는... ㅎㅎㅎ 좋았다. 아 진짜 엄청 울음. 다 아는 장면인데도 왜이렇게 슬프니. 회상 하는 장면에서부터 펑펑. 역시 세베루스께서는 이 시리즈의 진짜 주인공이 아닐까... 순정남ㅜㅜ

  진행이 너무 휘몰아쳐서 볼드모트(랄프 파인즈)가 죽고 사건이 모두 해결된 직후의 진행이 허무하다는 느낌도 있었다. 그런데 그 허무함은 이 시리즈가 끝나버리고, 모든 사건이 종료된 것에서 비롯한 것이기도 한 듯. 뭔가 참... 아 이제 끝이구나... 뭐 그런 느낌을 주인공들 뿐 아니라 나도 느꼈다. 근데 19년 후 모습은ㅋㅋㅋㅋㅋ빵터짐... 제발 분장 좀....ㅋㅋㅋㅋㅋㅋ

  해리 포터 시리즈에 단점이 없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그렇게 말할 수도 없고. 이번 영화에서는 슬리데린 학생들을 전부 가둬버리는 맥고나걸(매기 스미스)의 태도에 약간 발끈하기도 했으니까... 근데 그건 원작에서 발현된 성격이라 말하기도 그렇네. 하여튼 선악을 다루는 기준점에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참 즐겁게 보았다.

  재미있었다. 1편이랑 이어서 또 보고 싶네...

트랜스포머 3
감독 마이클 베이 (2011 / 미국)
출연 샤이아 라보프,로지 헌팅턴-휘틀리
상세보기

  심야로 보고 왔다. 평이 워낙 안좋아서ㅎㅎ 집에 모든 기대를 놓고 갔다. 그래서 좀 덜 실망한듯. 실망 안했다는 건 아닙니다. 일단 로봇 싸우는 거 보러 가는 영화니까 3D로 봄. 내 돈.. 내 돈...

  내 감상을 세가지로 요약하자면 1. 너무 쓸데없이 길어. 2. 차라리 인간 나오지마... 3. 나의 미카엘라쨔응을 돌려줘 로 요약 가능. 혹은 이것은 장편 미국 홍보영화인가... 싶은 뭐 그런 기분이었다.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많은 기대를 하면 안되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1편의 그 재기발랄했던 느낌이 사라졌다는 게 너무 아쉽다. 이모저모 모든 것은 미국과 관련되어 있고...ㅎㅎ

  샘(샤이아 라보프)은 왜 그렇게 정나미 떨어지는 청년으로 자랐는지 모르겠다. 과거의 영광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을 보는 것 같았다. 복사나 하란 말이에요? 하면서 면접보는 회사의 브루스(존 말코비치)에게 대드는 걸 보면서 아니 그럼 신입사원이 뭘 한단 말인가? 하고 되묻게 하질 않나. 여자친구 칼리(로지 헌팅턴 휘틀리)와의 관계에서도 영.. 칼리도 말이지, 이렇게 무매력한 여자 주인공은 처음 봤다. 뭐야 하는게 없다... 시몬스 전직 요원(존 터투로)도 이전에 비하면 역할이 하잘것없어졌고, 켄 정은 그래... 개그하러 나왔겠지. 그래도 싸구려 게이조크 좀 지겹지 않나. 국방부쪽 인물인 샤롯 미어링(프란시스 맥도맨드)는 답답의 극치라서 이게 뭐야 싶었고. 보는 사람이 이게 뭐야 싶을 정도인데 대체 시나리오 쓰는 사람은 무슨 생각을 했단 말인가. 인간 쪽 악역이었던 딜런(패트릭 뎀시)은 그 상황은 이해가 가면서도 뒤로 갈수록 역할 이상으로 찌질해졌다는 느낌. 많이들 등장하는 군인들은.... 음... 그래요 수고하셨습니다. 아 그리고 가족 좀 제발 안나왔으면 했다. 엄마(줄리 화이트)고 아빠(케빈 던)고 대체 왜 나왔는데...? 아 내가 인간 나오는 거에 질려버렸나.

  그러나 이것은 로봇이 싸우는 영화가 아닙니까. 아무리 인간이 삽질을 해도 로봇끼리 싸우는 장면만 많으면 괜찮다 이거야. 근데 이건 뭐 중반까지 지루의 극치를 달려서 참 그랬다. 그 이후의 싸움장면도 썩ㅎㅎ 나의 옵티머스는 그런 냐냐냥이 아닌데 말이죠.

  센티널 프라임(레너드 니모이)가 등장하면서 뭔가 활기차지려나 했는데 엉엉 이런 허접한 배신자 컨셉 좋지 않아. 게다가 센티널 덕에 메가트론(휴고 위빙)의 역할이 엄청 눈물나게 되어버렸고, 옵티머스(피터 쿨렌)가 이끄는 오토봇 쪽의 사상도 썩 이해가 되진 않아서 슬펐다. 아 그래, 인간 쪽에서야 참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지. 근데 내가 오토봇이라면 센티널 쪽에 긍정하지 않았을까...ㅎㅎ 너무 정의만 내세우는 것도 좋지 않아요. 게다가 막판 마무리..를 확실히 해 준 건 좋은데 그닥 설득력도 없고, 재미도 없고...

  감상만 보면 총체적 난국이네요. 아 근데 실제로도 그랬지!

사랑을 카피하다
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2010 / 프랑스,이란,이탈리아)
출연 줄리엣 비노쉬,윌리엄 쉬멜
상세보기

  이전에 코파카바나 볼 때 같은 영화관에서 하길래 관심 좀 생기네 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보게 되었다. 감독이름을 참 많이 들어서 그렇기도 했고, 줄리엣 비노쉬도 뭐 데미지에서의 연기를 잊을 때라는 생각도 들어서. 그땐 역할이 워낙에 뻣뻣해서 매력이 진짜 반감됐을거라고 생각하기도 했다만...

  근데 이 영화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진행의 영화더라. 요컨대 비포 선라이즈/선셋 타입의 두 남녀가 만나서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길을 걷는 그런 영화. 그래서 처음 시작하고 십분쯤 만에 아 난 죽었다, 하긴 했으나 그럭저럭 재밌게 보았다. 영국인 작가 제임스 밀러(윌리엄 쉬멜)이 자신의 책 '기막힌 복제품'의 강연 차 이탈리아에 들렀다가 팬인 엘르(줄리엣 비노쉬)와 만나며 진행되는 이야기. 엘르가 하루동안 근교의 시골 지역을 소개해주겠다고 하여 그 곳에 들러 많은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는데 그 부분에서부터 두 사람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더라. 다소 철학적인 담론일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개인의 경험 차이에서 묻어나는 간단한 대화일 수도 있지만 두 사람은 참 달랐다. 가볍게 보면 남녀차이일 수도 있겠고.

  비포 선라이즈/선셋 시리즈와 달랐던 거라면 중간부터 펼쳐지는 역할극. 이게 또 재미난데 15년간 산 부부처럼 역할극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극은 실제와 교묘하게 맞물려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아닌지 헷갈리게 만든다. 무엇이 사실이어도 상관없겠지만 연기와 진행되는 내용이 맞물려 처연한 기분을 내는 데 참 묘하더라. 식당에서 립스틱을 바르던 엘르의 모습은 여느 사랑에 빠진 여성 같아서 귀여웠고, 침대에 누워 가지 말라고 애원하던 모습은 차분하면서도 깊게 슬펐다. 제임스는 똑똑하면서도 어눌한 느낌이 있었는데 그런 서투름이 마음에 들었지만, 뭐 9시 기차 이야기로 단호함을 엿볼 수도 있었지. 사랑 이야기로 보려면 그렇게 볼 수도 있고, 아니라고 해도 별 상관없는 그런 이야기. 다만 두 사람이 나누던 수 많은 대화 안에서 나는 오히려 제임스의 쪽에서 생각하게 되는 걸 보니 이전부터 그랬듯 내 사고방식도 참 남성쪽에 가깝구나 하는 생각은 했다.

  촬영이 좀 신기한 게 이야기를 하게 될 때면 내가 말하는 상대방을 보게 되는 촬영방식을 택했다. 예를 들면 엘르가 말을 할 때면 나의 시선은 제임스가 보고 있는 것을 담고 있는 것. 몰입하는 데에는 도움이 됐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담론을 좋아한다면 추천. 연기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감독 매튜 본 (2011 / 미국)
출연 제임스 맥어보이,마이클 패스벤더,케빈 베이컨
상세보기

  헐 사랑과 전쟁 본 줄 알았네... 만남/불화/화해/입양/양육/성장배경과 극복할 수 없는 성격차이로 인한 갈라섬/양육권분쟁/결별인줄...은 요새 다들 하는 드립이고 일단 재밌었다ㅋㅋㅋㅋㅋㅋ 근래에 본 수퍼히어로물중에서 가장 재미있었음. 물론 조금씩 묘사가 촌스러운 장면이 있긴 하지만 전개가 미친듯이 빨라서 다른 생각할 틈이 없고, 액션도 좋고 간간히 들어가는 개그씬들도 대부분 마음에 들었다. 즐겁게 보았다.

  엑스맨 시리즈를 (울버린 빼고) 다 보긴 했지만 사실 나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2, 3편에는 흠좀-_-이러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는데 과거로 회귀한 이 프리퀄은 놀라울 정도로 흥미로웠다. 엑스맨 시리즈에서 적대적인 관계였던 프로페서 X/찰스 자비에(제임스 맥어보이)와 매그니토/에릭 렌셔(마이클 패스벤더)가 함께 했던 젊은 시절 이야기라느 흥미로울 수밖에. 시리즈 내 캐릭터들 중 가장 멋진 캐릭터로 손꼽을 수 있는 레이븐/미스틱(제니퍼 로렌스)의 과거 이야기까지 더해져서 더 좋았다. 미스틱이 시리즈 내에서 찰스나 에릭보다 한참 어렸었는데 어떻게 요 프리퀄에 나오나 싶었지만 그것도 나이가 다른 사람에 비해 덜 늙는다, 로 스무스한 설명과 함께 넘어가 주더라. 반가운 얼굴이 하나 더 있는데 그건 바로 비스트. 사실 (포스터에 있음에도) 이 인물이 (특히나 어떤 방식으로) 나올 지 몰랐기 때문에 꽤 반전이었다.

  새로운 캐릭터들을 다루는 방식도 좋았음. 나찌의 과학자 세바스찬 쇼우(케빈 베이컨)는 어느 면에서 촌스러운 캐릭터였다. 사고 방식이 돌아가는 꼴이 꼭 옛날 영화에서 나오는 그런 캐릭터. 그런데도 보는 재미가 있는 이 느낌은 뭔가... 악역 쪽의 단순함이 너무나 명쾌한 나머지 오히려 다른 이야기에 더 집중도 할 수 있고, 그 쪽 이야기도 영 지루한 것은 아니어서 좋았음. 닥터 엠마 프로스트(재뉴어리 존스)가 오히려 세바스찬보다 더 영리해 보이는 게 흠이라면 흠이었을까. 이 캐릭터도 나름 좋았다. 찰스와 에릭이 찾아낸 뮤턴트는 대부분 10대였는데 그렇기에 그 애들을 가르칠 때 더 느낌이 좋게 느껴졌다. 천재인 행크 맥코이(니콜라스 홀트)의 반전에서부터 시작된 뮤턴트 찾기는, 하복/알렉스 서머스(루카스 틸), 다윈/아만도 무노즈(에디 가테지), 밴시/숀 캐시디(케일럽 랜드리 존스), 엔젤(조 크라비츠)들을 찾아내는 걸로 이르는데 이 캐릭터들 나름대로 괜찮았다. 다 철없는 십대인지라 활기찬 것이 보기 좋더라. 얘들이 하나하나 배워나가는 과정들도 참 재밌었고 이 과정에서 나오는 깨알같은 재미들도 빠뜨릴 수 없었다. 다만 다윈이 그렇게 허무하게 가버린 것은 참 아까워... 세바스찬 편의 아자젤(제이슨 플레밍)이나 립타이드(알렉스 곤잘레스)도 나름 괜찮은 캐릭터였는데 영화 내 활용도는 좀 적었다. 아무래도 캐릭터가 많다 보니...

  찰스와 에릭의 케미스트리가 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했는데, 찰스의 텔레파시 능력을 통한 공감과 이해가 사실 나로서는 마음에 드는 방식은 아니었고, 찰스의 태도도 그랬지만... 여튼 두 배우의 조합이 참 좋았다. 같이 울면서 하는 장면에서 헉 함. 그리고 에릭..ㅎㅎ 힘 쓸때 얼굴 빨개지는데 두피까지 빨개져서 깜짝 놀람. 마이클 패스밴더 연기 참 잘하데. 그리고 두 역할들이 말하는 각자의 논리에서 어느 쪽에 힘을 실어야 한다면 나라면 매그니토 쪽을 택할 것 같았다. 그렇게 한 순간에 자신들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어버리는 사람들 앞에서 선한 마음씨를 유지하는 것도 큰 일일 것 같더라. 그래서 저라면 매그니토요.

  빼놓을 수 없는 까메오. 뮤턴트들을 찾는 과정에서 울버린을 보여준 것도 좋았고, 난 보면서는 잘 몰랐는데 거기에 사이클롭스랑 스톰의 어린시절도 있었다고 하더라. 미스틱이 나이든 모습으로 변신할 때 레베카 로메인 나왔던 것도 재미만점.

  뮤턴트 아닌 캐릭터 중 나름 중요했던 CIA의 닥터 모이라 맥타거트(로즈 번)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네요. 이 여자의 등장이유는 찰스를 불구로 만들기 위함이었을까.... 음?

  재밌게 봤다. 새 시리즈로 리부트 하려나 싶긴 한데ㅎㅎ 울버린 캐릭터가 아쉽긴 하지만 그것도 나름 재밌을 듯. 아, 찰스가 대머리 개그할때 빵터짐. 이모저모 앞선 시리즈를 보고 보는 게 더 재미있을 것 같은 영화였다.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
감독 롭 마샬 (2011 / 미국)
출연 조니 뎁,페넬로페 크루즈
상세보기

  악평을 많이 듣고 가서 그런가 생각보다는 무난했다. 근데 뭔가 쫀득쫀득하게 사람 끌어당기는 맛은 덜했음. 여전히 잭 스패로우(조니뎁)는 매력있지만, 그 외의 인물들이 좀 활약이 덜 했던 것 같다. 검은 수염(이안 맥쉐인) 캐릭터가 약간 흥미가 생길 뻔 했는데 그 이상이 안나오고 좀 뻔한 악역으로 가서 안타까웠다. 갑작스레 등장한 전여친이자 검은수염의 딸 안젤리카(페넬로페 크루즈)는 왜 마냥 선한 것인가. 이래서 어떻게 잭을 사귀었었나 하는 생각을 했다. 바르보사(제프리 러쉬)가 이전같은 모습이라 그나마 더 좋았음. 이전 같은 모습은 잭의 아빠 티그(키스 리차드)가 더 심한가..ㅎㅎ 이 쪽은 특별출연이었기 때문에 뭐. 새 캐릭터에서 주연급은 이게 전부. 조연에서 선원 스크럼(스티븐 그레이엄)이 있지만 딱 눈에 띄는 장면은 한 컷 정도였고, 목사 필립(샘 크라플린)은 저게 왜 나왔을까 날 고민하게 했고, 인어 시레나(아스트리드 베흐제-프리스베)는 예쁘긴 했다. 목사와 인어의 연애담 낭만적이고 좋은데 이 이야기에 끼기에 되게 뜬금없고 엉망으로 끼어 있다는 느낌이어서 아쉬웠다. 목사 나름의 개그샷은 웃기긴 했다만, 둘의 "넌 다르잖아" 드립에서는 오그라드는 손발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 외엔 또... 인어 타마라(젬마 워드)의 짧은 출연이 기억에 남고, 마차 안의 장면에서 특별 출연해주신 주디 덴치가 눈에 띄었다. 더 이상은 없음.

  완전 다른 새로운 이야기긴 했는데 그게 매력이 별로 없었다. 젊음의 샘이라는 소재를 찾아 떠나는데 별다른 흥미가 돋는 장면이 부족했다. 싸움도 좀 지지부진 지루했고... 잭이 이전처럼 재기발랄해보이지 않았는데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나름 젊음의 샘을 찾는 패거리가 셋이나 되는데 그 셋의 명확한 대립이 썩 눈에 안띄어서. 아, 그리고 초반 장면이 너무 길다. 탈출장면은 흥미로워야 하는데 이건 좀 길어서 지루해지는 감이 있었다. 썩 영리하지도 않았고. 검은 수염의 배에 탄 뒤의 이야기도... 검은 수염이 대단한 선장이라는 게 확 안들어오더라. 또 마술을 부리네.. 요 정도였음. 오히려 2, 3편의 문어가 더 눈에 기억이 났어요.

  잭 캐릭터가 좀 의아했던게 젊음의 샘에서의 그 선함은... 뭐지? 이것은 내가 아는 잭 선장이 아닌데. 원래 선과 악을 넘나들었지만 여기서는 너무 착한 듯 하여 놀랐음. 마지막에 키스했으면 정말 실망했을 텐데 그건 아니었네. 뭐랄까 안젤리카와의 관계를 말로만 설명하고 넘어가니까 왜 저 여자를 사랑했을까... 고런 생각을 했다. 안젤리카는 예쁘긴 한데, 잭의 애인으로서의 그런 기질이 잘 안보였음.

  아 그리고 이거 무슨 엉뚱한 종교드립 나와서 멍때렸다....ㅎㅎㅎ 스페인 사람들 어이없게 나옴ㅋㅋㅋㅋㅋ 오직 신만이 영생을 주신다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얔ㅋㅋㅋ이거 캐리비안의 해적 맞냐고.... 멍..... 하긴 목사 캐릭터도 너무나 너무나 뜬금 없었음...ㅎㅎㅎ 인어 뭍에서 다리 생기는거만 좀 신기했나...

  기존 시리즈를 본 사람들이라면 아쉬울 수 있는, 그러나 또 기존 시리즈를 본 사람들이 아니라면 이걸 왜 봐야하나 싶은 영화였다. 기대 안하면 재밌음. 여전히 잭 캐릭터는 재미있었다.


코파카바나
감독 마르끄 피투시 (2010 / 프랑스)
출연 이자벨 위페르,롤리타 샤마
상세보기

  위드블로그 시사회에 당첨되어서 갔다 왔다. 카피 탓에 모녀의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속았다. 이건 모녀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제 중년마저 지나가려 하는 엘리자베스 '바부'(이자벨 위페르)의 인생 이야기다. 바부가 갑자기 변화하려 애쓰는 데엔 딸 에스메랄다(롤리타 샤마)의 역할이 크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모녀에 관한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식의 카피에 뒷통수맞기는 몇번 당해봤지만 독립영화쪽에서도 이럴 줄은 몰랐어서 좀 당황했었다.

  카피와 상반된 영화라고 해서 이 영화가 별로다 라고 말하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영화는 적당히 현실과 판타지가 섞인 듯한 모습으로 가벼운 즐거움을 끊임없이 제공한다. 그 점이 어떤 이에게는 좋을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게는 싫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내게는 무리없이 받아들여지는 것이어서(나는 개연성만 있으면 약간의 판타지적 요소도 괜찮으니까) 결말을 보고서도 아, 이건 뭐 데우스 엑스 마키나도 아니고 되게 쉬운 해결방식이지만... 뭐 어울리네. 싶었다.

  이 영화는 개인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인데, 정확히는 여태까지 자유롭게만 살아왔던 바부가 세상과 마주치는 이야기이다. 바부는 가볍다. 재미가 없으면 금세 관두는 인생을 살아왔다. 그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폐도 많이 끼쳤다. 어떤 직장이든 금세 관뒀던 바부이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가 없다. 딸 에스메랄다가 바부에게 자신의 결혼식에 오지 말기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에스메랄다의 입장은 이렇다. 엄마의 가볍고 돌발적인 행동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폐가 될 수 있다는 것. 그 속에는 결혼식 비용에 관한 것도 얽혀 있어서, 뻔히 결혼식 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엄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바부에게 상처를 주면서까지 그녀를 오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당연히 바부는 이에 격분하여 자신도 스스로 앞가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콘도를 파는 직장을 구해 벨기에까지 떠나온다.

  놀랍게도 이런 바부의 인생은 생각보다 잘(!) 풀려나간다. 살가운 성격 탓에 가림없이 친구를 사귀어 나가고, 그 와중에 남자친구 바트(유겐 델나트)도 만나고(바부 자체는 남자친구라기보다는 섹스프렌드로 생각하는것 같지만), 친구들의 도움으로 좋은 지점을 찾아 고객을 많이 유치해 승진도 하고, 직장 상사 리디(오레 아티카)의 눈에도 든다. 물론 질투를 하는 성격 안좋은 직장동료 이렌느(챈털 밴리어)도 있지만 이 정도는 우습게 넘길 수 있는 배포가 있어서 괜찮다. 자기 인생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을 챙길 줄도 알아서 길거리 노숙 여행자인 소피(마갸리 보크)와 커트(귀욤 고익스)에게 지나칠 정도로 호의를 베풀기도 한다. 이런 팔랑팔랑한 진행은 바부의 캐릭터와 맞아떨어지면서 영화를 보면서 약간의 청량감을 느끼게 해준다. 동시에 아슬아슬한 기분도 들고.

  바부의 캐릭터는 한없이 가볍다. 본인의 가벼움 탓에 악의가 있어서라기보단 생각없이 민폐를 끼친다. 도서관에서 떠드는 것, 친구 파트리스(루이 레고)의 구애를 가볍게 무시하는 것, 수잔(노에미 르보브스키)에게 차를 빌린다거나, 남자친구 같은 바트의 입장은 생각치도 않고 자신의 인생 경로를 결정해 버리는 것 같은 일들. 그러나 결코 나쁜 사람은 아니다. 소피와 커트에게 베푸는 호의만 봐도 그렇다. 물론 거기에는 자신이 원하는 자유로운 모습이 투영되어 있긴하지만, 바부가 그들에게 제공하는 것들은 일반적인 동정을 넘어선 호의이다. 한마디로 바부의 성격은 전형적인 '애는 착해요' 타입.

  영화를 보는 나로서는 한번 스쳐지나가는 인물이지만 주변 사람의 입장에선 그럴 수가 없다. 바부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딸 에스메랄다와의 충돌은 여기에서 발생한다. 딸을 무척 사랑하지만 자기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바부이기에 그녀는 많은 인생의 결정들을 스스로만을 위해 내려왔다. 그 때문인지 에스메랄다는 정착하고 싶어 쥐스탱(조아킴 롬바드)과의 결혼을 서두르게 된다. 그나마 십대 시절에는 서로의 시선이 맞았던 것 같지만 딸이 성장한 이후로는 그럴 수 없어진 것 같아 약간 안타깝기도 했다.

  에스메랄다가 어머니를 무조건 나쁘게 보고 있진 않다. 그렇기에 벨기에까지 어머니를 보고 오고, 또 엄마의 무심함에 화를 내고 그랬던 거겠지. 결혼식에 오지말라고 해놓고서는 바부를 염두에 둔 계획을 짜는 것도 그랬다. 바부는 참 재미있는게 연애사에 있어서는 빠삭해서 그런가 에스메랄다가 왜 화가 났는지 잘 파악해 쥐스탱에게 조언을 주는 캐릭터면서, 정작 자신과 딸 사이의 문제는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했다. 나는 그런 마주치지 않는 평행선이 영화 끝까지도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영화는 하늘하늘한 감각으로 어려운 문제들을 지나가기에, 둘 사이의 마주치는 부분만을 강조하여 행복한 여운을 남겨 준 거겠지.

  영화에 큰 사건은 없는데 긴장감이 조금은 있다. 왜냐하면 지켜보기엔 바부의 행동들이 너무나 아슬아슬하기 때문이다. 그런 행동으로 인해 벌어지는 바부 커리어의 종말은 예상된 것이었다. 언제 오느냐가 중요했을뿐. 사실 바부가 직장을 관두고 나온 돈으로 카지노에 들어갔을 땐 이 영화 정말 이렇게 끝내려는 건가 싶었는데 판타지를 마음껏 발휘하여 해피하게 돌린 건 좀 의외였다. 카지노를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쓰다니! 보통이라면 질색할 전개인데 이 영화에서는 묘하게 어울렸으니 다행.

  전반적으로 다들 연기가 편안해서 좋았다. 이자벨 위페르의 연기가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이 영화를 혼자서도 잘만 이끌어나가더라. 마치 바부가 이자벨 위페르 본인인 것처럼. 딸 에스메랄다 역은 이자벨 위페르의 친딸인 롤리타 샤마가 연기했는데 비슷한 수준의 편안함을 보여줬다. 둘이 있을때 아무래도 분위기다 더 자연스러웠던 게 좋았다.

  생각했던 것 같은 모녀의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재미있었다. 바부의 진정한 행복찾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바부에게는 하루하루를 즐기면서 사는 것이 행복이니까.


토르: 천둥의 신
감독 케네스 브래너 (2011 / 미국)
출연 크리스 헴스워스,나탈리 포트만,안소니 홉킨스
상세보기

  절대 안봐야지 했었는데 그놈의 어벤저스가 뭔지... 악평과 악평과 악평을 다 듣고도 보러간 건 처음인 듯. 각오를 해서 그런가 황당한 전개를 보여주는 내내 음 그래 배우가 참 잘생겼구나! 이러면서 봤다. 내용은 하나도 보지 않았다는 소리.... 사실 내용이랄 게 없어요.

  토르는 마치 어벤저스를 위해서 이 캐릭터가 필요한데, 사람들이 이 캐릭터에 대해 알고는 있어야 하니까 영화를 만들자! 라는 취지에서 만든 것 같은 영화다. 전체적인 스토리가 다른 영웅스토리들에 비해 얄팍하기 짝이 없다. 원래 이런 영화의 큰 뼈대는 복잡하면 안되는 거 아는데, 그 뼈대조차도 안보이니까 이건 뭐. 무례함과 거만함으로 아버지 오딘(안소니 홉킨스)에 의해 쫓겨났던 아스가르드의 후계자 토르(크리스 헴스워스)가 내적으로 성장하여 아스가르드로 귀환하는 이야기. 모든 힘을 빼앗기고 지구로 추방당했던 데에는 동생 로키(톰 히들스턴)의 장난질이 가미되어 있었고, 이건 큰 이야기가 될 것도 아니었지만... 로키의 출생비밀과 오딘의 병세과 맞물려 토르에게는 고난이 시작된다. 근데 이 고난이 고난으로 안 보인다 이거야...

  지구로 추방당한 토르는 그리고 추락하면서부터 자연현상을 관찰하고 있던 과학자 제인 포스터(나탈리 포트만)을 만나게 된다. 그녀의 주변에는 같은 과학자인 에릭 셀버그(스텔란 스카스가드), 인턴 다시 루이스(캣 데닝스)가 있는데 뭐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심지어 제인의 역할까지도 그래서 너는 뭔데? 싶을 정도다. 이런 영웅담에 나오는 여주인공의 역할은 한계가 있지만 토르에서는 더 심하게 역할이랄 게 없다. 그렇게 눈에 띄는 고통에 시달리지도 않거니와 사랑에 빠지는 개연성도 너무나 부족하다. 다 보고 나서 친구랑 얘기하길, "오분만에 사랑에 빠지고, 오분만에 키스하고, 오분만에 차. 근데 왜 갑자기 둘이 사랑하는지 모르겠어."

  토르의 매력은 한없는 백치미와 육체미일까... 처음 등장에서부터 아 얘 골비었다 싶었는데 지구 추방 직후는 더 웃겼다. 내가 누군줄 아느냐로 시작하는 개그, 동물가게에 가서 말을 주시오 하는 뭐 이런 것들. 한 마디로 스토리 빼면 볼 만한 캐릭터. 로키는 그에 비해 좀 더 캐릭터면에서 흥미로웠다. 흔해빠진 출생의 비밀이 있기야 있다만 원래 그런거 자세히 알기 전부터 장난기 많고, 속꿍꿍이 좀 있는 타입으로 보이니까. 선과 악이 묘하게 공존한 느낌이라서 좋았다. 킹 로피(콜므 포머)패거리를 들여보내 놓은 게 오딘을 완전히 해치려는 게 아니라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하기위한 거라는 거 보고 나서는 더 좋더라. 악역이지만 악에 찌들었다는 느낌보단 연민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 토르보다 더 공감이 갔다.

  조연들은... 그래요 오딘이 가장 나쁜놈이었습니다. 애한테 미리미리 알려주라고!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고, 헤임달(이드리스 엘바)은 뛰어난 문지기라면서 벌써 몇번 뚫리는거죠? 그 생각을 했고... 토르의 친구들인 볼스태그(레이 스티븐슨), 호건(아사노 타다노부), 팬드럴(조슈아 달라스), 시프(제리미 알렉산더)은... 토르 만큼이나 가벼웠습니다. 끼리끼리 논다는 게 어떤 것인지 보여줍니다. 지구의 조연들이 오히려 역할이 많아 보였음. 아, 쉴드의 에이전트 콜슨(클락 그레그)은 여태까지 중에 가장 많은 출연 하신듯 하지만 별로 또 역할은 안 보이는... 오히려 그보다 짧게 등장한 호크아이 클린트 바턴(제레미 레너)이 더 인상깊었어요.

  CG가 화려하긴 한데 묘하게 와닿질 않아. 우주 보여줄 땐 예쁜데 아스가르드 보여줄 땐 시큰둥~_~ 이렇게 되었다. 신의 세계라기보단 미래세계 같았다. 아 그리고 액션. 부족합니다...

  토르가 성장하는 일종의 성장담인데 성장이 별로 안느껴져서 슬픈 영화였다. 줄거리라도 있었으면...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
감독 데이빗 예이츠 (2010 / 영국,미국)
출연 다니엘 래드클리프,엠마 왓슨,루퍼트 그린트
상세보기

  개봉했을 당시에는 내가 당연히 까먹겠거니 해서 안봤고, 슬슬 2편 이야기가 나오길래 봤다. 근데 너무 일찍 본 거 같아. 7월 개봉인데 언제 기다려...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되게 어두웠다. 내용을 감안하면 그럴만하긴했지만, 한편에 완곡없이 계속 어둡다는 느낌이 좀 있었음. 내용도 당연히 축약되었는데 루퍼스 스크림저(빌 나이)가 초반에만 반짝 나왔다가 사라졌고, 스네이프 교수(알란 릭맨)도 그랬고 심지어 볼드모트(랄프 파인즈)까지도 반짝. 전편의 중요 캐릭터들이 깜짝출연정도로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루나(이반나 린치)도 그랬고... 사람들이 다치는 과정들이나 전반 이야기들이 확 줄어들고 이야기가 해리(다니엘 래드클리프)와 론(루퍼트 그린트), 헤르미온느(엠마 왓슨)가 같이 호크룩스를 찾아나가는 부분에 집중되었다. 이렇게 했는데도 영화 내용이 축약되었다고 느낄 정도니 이렇게 편집하는 편이 훨씬 낫긴 했음. 그렇지 않으면 중요한 이야기들은 다 넘어갈 판이었으니... 상대적으로 말포이 집안 사람들은 조금 더 등장하긴 했다. 드레이코 말포이(톰 펠튼)의 찌질한 모습을 잠깐 보고 넘어갈 수 있어서 좋았어요. 루시우스 말포이(제이슨 아이삭스)는 이전에 비해 훨씬 모자라진 느낌... 제노필리우스 러브굿(리스 이판)이 조금 눈에 띄는 모습을 해 주었다. 근데 너무 티가 나잖아...ㅜㅜ 내가 같은 상황이라면 어둠에 굴복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세 아이들이 다투고 의지하면서 호크룩스를 찾아가는 과정에 집중되었는데 뭐 괜찮았다. 론의 찌질함을 참을 수가 없었지만 이건 십대다. 십대다... 열번 외우고 나니 이해할 만 했다. 질투할 만한 상황에서 질투를 해라 이 사람아... 헤르미온느는 여전히 영특하게 굴어서 좋았는데, 극 초반에 자기 흔적을 집안에서 지워나가는 장면은 나름 애틋했다. 뒤의 이야기가 덜렁 잘려나간지라 뭐라 확언하기 힘들지만 전편은 나름대로 몫을 해냈다고 봄. 어느새부터인가 해리포터 시리즈는 책을 본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가고 있는 거 같아서 그게 아쉽지만. 원래 드라마로 했어야 더 재미있었을 거 같기도 하다. 막판에 도비(토비 존스)의 활약이 나오는데 흑흑.. 알고 있으면서도 슬픈 느낌. 자유로운 집요정으로 살다 죽었으니 후회는 없을 듯.

  2편을 기다리는 중. 결과는 그 이후에 판단하고.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감독 줄리 테이머 (2007 / 미국)
출연 에반 레이첼 우드,짐 스터게스
상세보기

  다류네 갔을 때 다류가 보여줘서 봄. 음... 테일이와 다류는 만족한 거 같았는데 나는 별로였다. 비틀즈 음악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영화인데, 스토리를 너무 영화에 짜맞췄다. 베트남전이 벌어지던 당시의 미국 상황을 녹여내고 뭐 이런 시도들은 좋았지만 그 구성이 영 내 마음에 들지는 않더라. 나는 꼭 짜여진 구성이 좋다. 갑자기 등장인물들이 사라지기도 하고, 나타나기도 하고 그러는데 영 혼란스럽기만 하더라. 그렇다고 내가 옴니버스 영화를 싫어하는 건 아닌데 이건 좀 산만하고 별로였다. 감독이 비틀즈 음악으로 뮤지컬을 만들고 싶었구나... 영상미를 실현해보고 싶었구나 뭐 그런 생각은 들었음. 꼴라쥬 같은 게 나올 때마다 예쁘긴 한데 미쳐버릴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틀즈 노래로 만든 영화 아니랄까봐 주인공 이름은 주드. 여자 주인공 이름은 루시... 뭐 이런 식이었다. 아버지(로버트 크로헤시)를 찾아 미국으로 밀입국한 주드가, 아버지가 일하는 교내에서 맥스(조 앤더슨)라는 애를 만나 절친한 친구가 되고, 그의 여동생인 루시를 소개받고... 그리고 맥스와 뉴욕으로 떠난다. 뉴욕에서는 집주인인 세이디(데이너 푸치스)를 만나고, 기타리스트 조조(마틴 루더)를 만나고, 레즈비언 친구 프루던스(T.V. 카피오) 같은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모두가 그 당시의 풍조에 흔들리고 영향을 받으며 그로 인해 그들의 삶에 변화가 나타난다. 베트남전 당시의 상황을 담고 있어서 군문제나 전쟁, 평화 뭐 이런 소재들이 버무려져서 제법 무게감도 있다. 

  전체적인 맥락이 단순하고(남자와 여자가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그 안에는 전쟁에 관한 이념, 개인의 투쟁이 들어있고 뭐 그런식)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는 아니다. 전체적인 스토리보다는 짤막짤막한 장면들이 더 마음에 들었다. 사실 보면서는 이건 고문이야... 이러면서 봤다. 뮤직비디오 서른개를 연달아 보는 기분이었으니까. 보고나서 시간이 좀 흐르니까 그래도 괜찮았다, 하는 생각이 든다. 노래를 부르는 장면들에는 뮤지컬감독인 감독의 역량이 미친듯이 발휘되는데 그 자체로는 훌륭하지만 이야기 안에서 보면 쓸데없거나, 혹은 너무 단순하거나, 너무 설명이 없기도 했다. 난 전체 구성이 이어지는걸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이 영화가 안 맞았던 거고. 그렇다고 이 영화가 별로다 라고 말하고 싶진 않은게 이건 단순히 내 취향이 아닌 거라서.

  주드 캐릭터가 은근히 형체가 잡히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버지 하나 보자고 밀입국까지 한 청년인데 낯선 곳에서 어리숙한 느낌이 있었다. 루시 캐릭터는 음... 물들지 않겠다더니 평화 사상에 물들어서 운동까지 해서 좀 웃겼음ㅋㅋㅋ 나쁘진 않았다. 주체적인 여성상이라서 그런가ㅋㅋㅋ 서로 흔들리고 있긴 했지만 주드를 좀 더 잡아주길 바랐다. 세이디와 조조는 다시 합칠 줄 알았고... 캐릭터가 재니스 조플린이랑 지미 헨드릭스에서 따온게 너무 보여서 재밌었음. 세이디 역 배우 목소리 너무 좋았다. 프루던스는 할 말이 없네요... 등장부터 퇴장까지 애매모호하게 처리되고 말았다. 조연 로버트로 나왔던 보노ㅋㅋㅋ 소소하게 웃김. 가장 좋았던 캐릭터는 맥스. 히피정신에 빠진 이 대책없는 청년에겐 싱그러운 매력이 있었다. 전쟁 후에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모습이 그래서 더 좋았고.

  비틀즈 팬이라면 더 즐겁게 볼 수 있을 영화. 전체적인 이야기의 구성이 중요하다면 별로 추천하지 않고, 개별 장면은 좋았다.

윈터스 본
감독 데브라 그레닉 (2010 / 미국)
출연 제니퍼 로렌스,존 호키스
상세보기

  지누랑 볼 영화 알아보다가 이거 보기로 했다. 요새 볼 영화 너무 없어서 고르기 힘들었음... 윈터스 본은 얼마 전에 다류랑 보러가려다가 안 본 건데 어째 연이 닿아서 또 보게 되는구나. 사실 크게 기대 안했는데 오 나 엄청 재미있게 봤다. 다른 사람들이 많이 불평했던 결말까지도 나는 마음에 들었다. 왜냐면 이 영화는 리(제니퍼 로렌스)의 이야기이지, 리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니까. 나는 그의 이야기는 별로 궁금치 않았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 살고 있는 리. 리에게는 돌봐야할 아픈 엄마와 아직 어린 동생 소니(이사야 스톤), 애쉬리(애슐리 톰슨)들이 있다. 아버지는 가석방중이지만 이주 째 보이지 않는다. 여기까지는 힘들어도 살만할텐데, 어느날 마을의 보안관 바스킨(가렛 딜라헌트)이 와서 알리길, 아버지는 보석금을 내고 가석방 된 것이고, 그 보석금을 낼 때 땅과 부지를 포함해 냈기 때문에 아버지가 재판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집과 부지가 나라에 몰수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해결할 사람은 리 뿐이다. 리는 그동안 찾지 않던 아버지 제섭을 찾아나서려 한다.

  여기까진 평범한데, 그런 그녀를 보는 마을의 시선이 탐탁치 않다. 옆집 여자(쉘리 웨게너)는 와서 가만히 있으라 충고하고, 삼촌인 티어드롭(존 호키스)에게 찾아가 아빠와 친했던 리틀 아서(케빈 브레즈나한)를 찾아가려 한다고 하자 멱살을 잡으며 가만히 있으라 한다. 아버지의 친구였던 리틀 아서 또한 아버지의 행방을 모르며, 모든 길의 끝에 서 있다고 여겨진 텀프 밀튼(로니 홀)의 집에 찾아가지만, 그를 만날 수 없다는 그의 아내 메랍(데일 딕키)의 말만 매몰차게 듣는다. 모든것이 막혀서 힘들어 할 때 가석방 담당자(테이트 테일러)까지 찾아와서 모든 게 몰수될 거라 다시 한 번 말하고, 리는 다시 한 번 절박해진다.

  서로 혈연이든 무엇이든간으로 이어져 있는 마을 사람들이 '건들지 말라'는 일을 리는 건들 수 밖에 없다. 그 결과 메랍일가에게 호되게 당하고 티어드롭에게 구출되며, 아버지가 이미 죽었다는 사실, 티어드롭이 사실은 자신을 보호하려 애쓰고 있다는 사실들을 감지해나간다. 그 와중에도 힘든 삶은 계속되고, 어찌어찌 그 일들을 해결해나가는 이야기.

  리가 그렇게 강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리의 삶을 보면 알 수 있다. 범죄자인 아버지, 오히려 자신이 돌보아야 하는 어머니, 어린 동생들. 가지고있는 것은 서너푼인데 그것마저 빼앗길 지 모른다는 절박함은 리를 강하게 만든다. 리는 동생들에게 궂은 일을 하는 방식을 알려주고, 동시에 그들이 자신의 삶을 물려받지 않게 노력한다. (동생들의 교육에는 굉장히 신경을 쓰는 걸 보면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리는 학교에 다니지 않는 것 같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들을 보면 특히나.) 그녀에겐 너무 신경쓸 일이 많아서 약해질 수가 없다. 아버지의 팔을 잘라내는 그 순간에도 복수보다는 당장 살아가야 하는 삶을 생각할 뿐이다.

  리가 주체적으로 사건을 해결해나간다는 느낌보다는 상황을 헤쳐나간다는 느낌이 더 강했고, 그녀의 삶이 묻어나서 좋았다. 나는 보는 내내 굉장히 흥미진진해서 그런가 제섭이 어떻게 죽었는가에 대해서는 신경도 안쓰이더라. 영화에서 설명된 대로 배신한 것이 알려져 죽었겠지... 정도. 보면서 캐릭터의 느낌이 확 달라졌던 건 티어드롭. 초반에 리의 목을 움켜쥘 때만 해도 아니 저 사람은 뭔가 싶었는데 그게 다 리를 신경써서 한 행동이었다는 걸 알고나선 모든게 달라졌다. '마을의 규칙'에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는 티어드롭이었지만 그래도 제섭을 굉장히 아꼈다는 것도 보면서 느껴졌고. 차에서 보안관과 대치하는 장면 또한 멋졌다.

  그 이후는 어떻게 될까. 범인을 알았다고 말하던 티어드롭은 왠지 복수를 할 것 같기도 하지만... 그동안 그가 보여줬던 태도나 조카들을 생각하는 태도를 보면 안 그럴 거 같다. 리는 일단 동생들 곁을 지키겠지만 언젠가는 군대에 가겠지. 그 또한 동생들을 위한 행동일 것 같다.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영화 전반적인 분위기나 이끌어나가는 방식, 캐릭터의 상황들이 흥미로웠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