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니아 연대기 : 캐스피언 왕자
감독 앤드류 아담슨 (2008 / 영국,미국)
출연 벤 반스,조지 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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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더럽게 길고 지루하네... 야밤에 뭐할까 고민하다가 고른 영화가 이거 빨리 보고 해치워버리자! 싶은 영화였는데 길이에서부터 실패. 지루한 영화가 길기까지 하면 이건 진짜 용서할 수가 없어요. 나니아 1편도 약간 루즈하긴 했지만 2편은 더 심하더라. 뭔놈의 싸움 씬이 이렇게 많은지... 게다가 그 전쟁이란 것이 그다지 멋이 나지 않아서 슬펐다. 대상 타깃이 좀 다르긴 하다만 그래도 반지의 제왕 같은 거 보다가 이런 싸움 씬 보면 김이 새기 마련이지 않겠나. 캐릭터 그리는 것도 꽤 단순하고... 캐스피언 왕자(벤 반스)가 잘생겼는데 좀 찌질하네ㅎㅎ 이런 매력 빼고는 별다른 게 기억도 안 날 지경.

  나니아가 멸망한 뒤 돌아온 고대의 왕들, 곧 페벤시 남매들. 피터(윌리암 모즐리), 수잔(안나 팝플웰), 에드먼드(스캔다 케인즈), 루시(조지 헨리). 그들은 다시 돌아온 세계에서 나니아가 이전에 멸망하고 텔마르 인이 세계를 다스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텔마르의 적통 캐스피언 왕자는 숙부 미라즈(세르지오 카스텔리토)의 아들이 태어나자 도피를 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사라졌다 여겨진 나니아인들을 만나 그들에게 도움을 구한다. 조건은 나니아인들의 해방. 캐스피언 왕자가 나니아인들을 이끌 때 페벤시 남매들이 도착해 피터를 중심으로 주도권은 이 쪽으로 넘어가고, 루시 외의 다른 아이들은 아슬란(리암 니슨)이 살아있다는 것을 확신하지 못해 먼저 선제공격을 시작하나 장렬히 패배. 때문에 중간에 적절히 피터와 캐스피언 왕자 사이의 신경전이 보여지고, 1편의 하얀 마녀(틸다 스윈튼)까지 잠시 등장하니 뭐 이 때가 가장 재밌었던 것 같다. 이어지는 전투에서 그들은 다시 결합하고 또한 아슬란을 찾기 위해 루시를 보내는데... 미라즈를 꾀내어 1:1로 전투해 승리했으나 미라즈의 부하들이 또 덤벼드는 탓에 전투씬만 세 번... 하지만 이 전투들이 모조리 재미 없었다! 이걸 어쩐단 말이냐! 제일 나은게 쥐 리피칩(사이몬 페그)의 싸움장면이야... 어쩔거야 이거...

  이게 보면서 기분이 이상했던 게 분명 재밌을 수 있는 이야기인데(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상이 끼어있다 한들 잘 만들면 재미있는 이야기인데) 진행이 이상하게 루즈했다. 그 많은 전투 씬을 보면서도 어째서 흥분되지 않는지ㅜ.ㅜ 나중에 아슬란 데려오면서는 오히려 더 싱거웠다. 아슬란 캐릭터도 얄미웠고... 이건 뭐야 자기 나라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두번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거란다 이러고 자빠지다니 이놈의 사자새끼가... 캐릭터 나와서 말인데 페벤시 남매들이야 뭐 어리긴 하지만 피터는 제일 맏형이라는 게 제일 유치해져서 놀랐다. 오히려 에드먼드가 더 어른스러워지다니 이게 무슨말이요... 캐스피언 왕자는 앞서 말했듯이 찌질한 매력이 흘러넘침. 적통이고 나발이고 적통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런 왕을 따를 거 같진 않은데... 싶었다. 그렇다고 미라즈 부하들이 잘했다는 건 아냐. 치려면 미라즈 때에 쳤어야지 무슨... 미라즈 죽고나서 바로 그러니.

  나니아인들의 비중에서 가장 큰 역할을 차지했던 트럼킨(피터 딘클리지). 투덜투덜 하는 것이 귀여웠다. 그리고 쥐... 캐릭터 이름 까먹음. 나오긴 했나? 너넨 너무 상상력이 부족해 할 때 귀엽더라. 그 이상 기억나는 인물 없음.

  아... 막 보면서 괴로울 정도로 엉망인 건 아니었는데 그래도 기대치보다 지루해서 혼났다. 전쟁 장면만 어떻게 했어도 훨씬 재미있었을 텐데. 아쉽네. 3편은 안 봐야지.


킹스 스피치
감독 톰 후퍼 (2010 / 영국,오스트레일리아,미국)
출연 콜린 퍼스,제프리 러시,헬레나 본햄 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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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싶다 보고싶다 했는데 이제야 봤음. 기대한 대로 잘 만들어진 영화였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은 언제나 어느 정도의 밑천이 되는 힘을 가지고 있기 마련인데, 이 영화 역시 그러했으며 동시에 그 힘을 묵직하게 잘 살려냈더라. 확연히 내 취향이라고 할 순 없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잘 재단되어 편안한 클래식 수트를 입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누가 보아도 괜찮을 것 같은 그런 영화고 동시에 내게도 괜찮은 영화였다.

  말더듬이었던 조지 6세(콜린 퍼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요크의 공작 이었을 시절부터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그가 훌륭하게 망친 괴로운 연설 장면으로 영화 속 주인공의 고민을 드러냈다. 옆에는 그를 헌신적으로 내조하는 엘리자베스(헬레나 본햄 카터)가 있고, 그녀가 언어 치료사인 라이오넬 로그(제프리 러쉬)를 찾아냄으로써 라이오넬과 '버티'의 만남이 이뤄진다.

  치료의 과정과 더불어 버티가 왕에 오르는 사건 등이 뒤섞여 괜찮은 진행을 보여준다. 아버지인 조지 5세(마이클 갬본)에게 치이는 것이나, 형인 에드워드 8세(가이 피어스)가 심슨 부인(이브 베스트)를 위해 왕위를 져버려 뜻하지 않게 왕위를 계승하게 된 상황 등이 버티 자신의 고난과 더불어 보이는데 뭐 하나 지나칠 것 없이 묘사된다. 그리고 그런 상황을 극복하게 되는 과정에 있어서 버티 본인의 노력과 아내, 그리고 라이오넬의 도움들이 힘들지만 부드럽고 재치있게 나타나더라.

  딱히 대단한 위협이랄 건 없는 영화였는데 그럼에도 차분히 보게 되었고 지루하지도 않았다. 조지 5세의 삶 자체가 왕족으로서의 긴장을 놓지 않아야 하는 삶이고, 그런 고민과 긴장감이 계속 나타나서 그런가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의 연설이 끝났을 땐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게 되는. 왕족이라는 화려한 일면 뒤에서 개인이 어떤 식으로 애쓰고 있는지를 보여주어서 좋았다. 뭐 난 이런 신분제에 껄끄러운 반감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요건 그 안의 고민을 보여주어서 보기에 거슬리지도 않았다.

  어떻게 보면 안전한 영화다. 하지만 모든 안전한 플롯을 따르는 영화들이 이 만큼의 색을 낼 수 있느냐 묻는다면 그건 또 다른 문제겠지. 좋았다.


코렐라인 : 비밀의 문
감독 헨리 셀릭 (2009 / 미국)
출연 다코타 패닝,테리 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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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에 할 거 없어서 발버둥 치다가 보았다. 크리스마스 악몽 악몽 감독 거라고 해서 관심은 있었는데, 이제야 보았네. 닐 게이먼의 소설이 원작이라고 하는데 원작은 안 봐서 모르겠고 영화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내 눈으로 보게 되는 세계도 썩 있을 법 했고, 나중 가서 움찔움찔 하면서 보게 되는 장면도 있었다.

  한적한 동네로 이사와 친구라고(해도 되나)는 갓 만난 와이비(로버트 베일리 주니어) 뿐이고, 부모님은 각자의 일에 바빠 외롭기만 한 코렐라인(다코타 패닝). 집에 있는 창문 갯수를 세거나, 이상한 이웃들(미스터 보빈스키(이안 맥쉐인), 미스 스핑크(제니퍼 사운더즈), 피스 포서블(돈 프렌치))을 방문하며 시간을 때우던 중 집에 있는 작은 문을 통해 또 다른 세계를 가게 된다. 작은 문 속 또다른 세계는 '단추 눈'을 한 완벽한 엄마(테리 해처)와 아빠(존 호즈맨)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 안에서 코렐라인은 행복하다. 잠시동안.

  그 세계를 다스리는 사람의 정체가 마녀라는 것을 알고 나서 행동하는 과정이 빨리 나와서 좋았다. 엄마 아빠를 구하기 위해 다시 그 세계로 돌아가고, 그 세계의 정체를 깨달아가는 과정이 제법 그럴싸 했다. 유령 아이들의 눈과 엄마 아빠를 찾아내는 과정은 좀 아쉬웠지만. 그게 좀... 이상하게 단순하게 느껴지고 또 쉽지 않았나... 싶다. 뭐가 저렇게 쉬워? 했으니까. 그래도 그 부분 빼고는 전체적인 연출이 마음에 들었다. 마녀가 본격적으로 거미줄을 치고 코렐라인을 쫓는 장면에선 나도 모르게 자고 있던 룸메 팔 붙잡음... 그리고 마녀의 손이 나와서 코렐라인을 끌고 갈 때에도 이게 다 끝난 게 아니네 그 생각에 좀 신선하기도 했고. 보통 애니메이션 플롯에 많은 걸 기대하진 않는데 완벽하진 않아도 나름 괜찮았다.

  기실 내용 보다는 표현 방식에 시선이 갔음. 보통 영화로 봤으면 짜증냈을 것도 같은데 뭐 그럭저럭 잘 보았다.


추격자
감독 나홍진 (2007 / 한국)
출연 김윤석,하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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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정우가 보고 싶어서 룸메랑 보았는데... 하정우를 미워하게 되었습니다. 응? 이게 아니고 그 정도로 연기 잘했다. 진짜 보면서 아오; 저 자식을 그냥! 이러면서 봄.

  각본이 진짜 흥미로웠다. 살인자를 잡는 과정이 아니라 이미 잡은 살인자에게서 무엇을 얻어낼 수 있고 그걸 어떻게 완전히 잡느냐에 가까웠다. 모든 패를 앞에 다 보여주고 내 앞에서 이리저리 섞어대는데 야 이거 재밌더라. 머리 쓴 시나리오라서 마음에 들었다. 그걸 표현하는 방식도 촌스럽지 않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영화였다. 경찰들에 대한 묘사가 현실성 있으면서도 너무 지나칠 정도로 몰고가지 않나 싶긴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그건 흠도 안 된다. 미행하는 장면만 없었으면 100점 만점에 100점. 미행 때문에 99점 정도...

  관객에게 완벽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해 주진 않는 것이 아무래도 미진(서영희)때문이긴 한데, 또 역설적이게도 그 때문에 맨 마지막에 가서 엄중호(김윤석)가 지영민(하정우)을 마침내 잡았을 때의 느낌이 더 살아났다. 슬로우 모션이 들어가는 장면 두 번이 모두 쓰라렸다. 수퍼마켓에서 현장을 발견했을 때 달려드는 중호의 모습과, 맨 마지막에 지영민을 망치로 내려칠까 말까 고민하던 그 찰나에 경찰들의 제지로 실패하는 모습. 두 씬 모두 슬로우 모션이 쓰였는데 이상하게 내 손안에 움켜쥐어 있던 긴장마저 슬로우 모션으로 꾹꾹 눌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캐릭터들을 다루는 방식이 좋았다. 특히 지영민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에는 호감이 갈 수밖에 없었던 게, 이렇게 현실적인 싸이코패스 살인마 역할은 또 오래간만에 보았다. 다른 곳에서 많이 나오는 '탁월한' 싸이코패스들을 볼 땐 다소 연극적이다 싶은 경우가 많았는데 이 살인마는 찌질한 그 일면까지도 참 현실적이더라. 웃다가 울다가 찌질했다가 냉혹해졌다가 이게 반복되는 모습을 보면서 그저 감탄만. 엄중호 캐릭터는 아무래도 내가 시선을 따라가게 되는 캐릭터인데 선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양심을 내팽겨쳐버리지도 않은 그런 적당한 속물, 특히 미진의 딸 은지(김유정)이 등장하면서 더 깊어진 인간적인 면모에 대한 묘사들이 마음에 들었다. 영민을 미친듯이 쫓을 때야 발휘되기 시작하는 숨겨져있던 형사의 감들도 좋았고.

  연기는 그냥 말할 필요가 없네요. 다들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하정우는 진짜... 이렇게 연기할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연기 잘하더라. 그렇게 이해가능한 캐릭터도 아니었을텐데 어쩜 이렇게 연기하나... 싶을 정도로 잘했다. 김윤석이야 언급할 필요가 있나... 서영희도 미진이 잡혀있을 때 묘사에서 나까지 소름끼치도록 연기 잘 했고, 다른 조연들도 좋았다. 오 형사 역의 박효주만 약간 아쉬웠는데... 왜 그렇게 느껴지나 모르겠다. 그 미행 연기 때문인가...

  무조건적인 해피 엔딩을 보여주는 영화도 아니었고 사실적인 묘사로 가득한 영화였는데 그 때문에 더 긴박하고, 더 슬펐다. 재밌었다.



킬 빌 2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2004 / 미국)
출연 우마 서먼,데이비드 캐러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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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2편 보기 싫을 정도로 마음에 차지 않았는데(영화의 질 이전에 내 취향이 아니라서) 룸메랑 같이 본 것이라 이어서 봄. 1편에는 화려한 복수의 모습이 강조되었다면 2편에서는 스토리에 치중하고 설명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내 감상은 2편이 더 좋았다.

  1편에는 일본 문화가 확확 보였다면 2편에서는 이 감독 어떡해... 홍콩영화 덕후기도 하네... 싶을 정도로 그 쪽 오마쥬가 엄청 보여서 눈물이 줄줄 흘렀다. 코믹하면서 내 심정 상 받아들이기는 더 편했다. 그리고 더 만화같아... 감독 너 이새기 진짜 덕후구나 이러면서 그냥 웃고 말았음. 그래 이건 개그영화야 이러면서 보았다... 사부 페이 메이(유가휘) 나올때마다 빵빵 터짐... 젤 빵터졌을 땐 페이 메이 죽을때... 죄송합니다.

  개그는 페이 메이 쪽에서 담당했다면 나름 버드(마이클 매드슨)나 엘(다릴 해나)이 나오는 장면은 진지한 구석도 있었다. 특히 버드의 개인 삶을 보면 그런 느낌이 아무래도 없잖아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킬 빌이죠...ㅎㅎ 버드 뱀에 물려 죽는거 보고서도 헐... 이런 클리셰 오래간만이다... 이러면서 보고.

  나중에 어린 딸 키도(펄라 하니-자딘)만나고 나서의 진행은 진짜 클리셰 극치인데 뭐 그떄 쯤 갔을 땐 이 영화 작정한 비급이었지 이걸 잊지 않게 되었었다. 빌 죽을 때는 내가 저거 나올 줄 알았다. 하고서도 맞춘 게 부끄러울 지경으로 뻔해서 슬퍼졌습니다... 그렇지 이건 스토리 보는 영화가 아니라 연출 보는 영화였지.

  다 보고 나서도 취향 아니지만 그래.. 그래도 보기는 잘했다...


킬 빌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2003 / 미국)
출연 우마 서먼,루시 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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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가 내 취향이 아닐 거라는 건 예상했는데 이렇게까지 아닐 줄은 몰랐다. 그래도 봐 두길 잘했다고는 생각함. 여러가지 연출 같은 게 재밌긴 했다. 스토리 말고. 스토리는 단순하기 짝이 없어서 설명할 것도 없다. 킬러였던 여자 더 브라이드(우마 서먼)가 달아나서 평범한 삶을 꾸려보려다 이전의 보스 빌(데이빗 캐러딘)과 그의 하수인들(오렌 이시(루시 리우), 버니타 그린(비비카 A. 폭스), 버드(마이클 매드슨), 엘(다릴 해나))에게 당하고, 4년 후 코마 상태에서 깨어나 복수를 하는 것.

  감독이름을 봤을 때부터 예상하긴 했는데 진짜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다 섞어놓았구나 싶었다. 일본 문화와 일본 애니메이션을 섞어놓은 것들을 보고 좀 웃으면서도 감탄하기도. 감탄튼 했는데 내가 이런 걸 좋아하는 건 아니란 말이지. 매 장을 나눠놓은 것이 만화책 보는 느낌이었음. 시간 순으로 연대기가 흐르지 않은 게 나았고(이건 내가 좋아하는 방식이기도 하니) 그냥 뭐라고 해야할까... 복수를 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 검을 얻고 수련을 하고 다시 복수를 하는 뭐 그런 일련의 과정들에서 재미를 얻어야 했는데 사실 난 좀 지루했어서... 애니메이션 뭐 이런거 신기하긴 했다만 그래서 뭐 어쩌라고... 싶었고. 복수를 하고 싶은 상황은 알겠는데 심정은 기가 막히 정도로 몰입이 안 되었다.

  선혈이 낭자하는 오렌 이시에게 복수하는 쪽은 그 과정이 화려하긴 하더라. 만화같이 사람들 팔다리를 뚝뚝 썰어대는 걸 보고 좀 할말을 잃긴 했다. 너무 만화같아서 잔인한 기분이 안 들어... 그렇게 많은 싸움이 나오는데도 싸움 장면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잘 안드는 게 만화적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분명 액션 자체는 힘들 거라는 게 보이는데도 판타지같다는 느낌 탓에.

  음. 내 취향은 아니었음. B급 영화를 A급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훌륭하긴 하지만...


인썸니아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2002 / 미국,캐나다)
출연 알 파치노,로빈 윌리엄스,힐러리 스웽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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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테랑 형사 윌 도머(알 파치노)가 내사를 피해 동료 햅(마틴 도노반)과 함께 알래스카로 수사협조를 하러 오면서 벌어지는 내용. 막상 그 사건 자체는 도머가 감당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었으나 작은 실수와, 그 와중에 실수로 햅을 죽이게 된 도머가 사건을 덮으려다가 그 사실을 살인마에게 들켜 곤란에 빠지게 되는 내용.

  자기가 자기 무덤을 파는 이런 내용을 썩 좋아하진 않는데 특이한 배경(알라스카의 백야)과 알 파치노가 좋아서 그럭저럭 상쇄되었다. 굉장히 머리 쓰는 지능물을 생각했었는데(놀란이라는 이름 탓에) 생각보다 생각 외로 그런 종류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엄청난 액션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런데도 괜찮은 느낌으로 다가왔으니 이걸 뭐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다.

  도머 캐릭터는 이해가 되면서도 답답해서 가슴을 치게 만들더라. 그렇게 영특한 감을 가지고도 순간의 실수로 모든 것이 틀어지는 꼴을 보니 내 속도 비틀림... 단순히 그 실수 뿐 아니라 그 실수의 배경이 되는 지점이 있다는 점에서는 이해도 갔다. 햅이 죽을 때 아예 그렇게 오해를 하고 죽었으니 본인이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하더라도 지레 찔리는 구석도 있었을테고. 불면증을 통해 그가 느끼는 감정들이 잘 표현되었던 것 같다. 말미에 가서 도머가 다른 모든 것들을 바로 잡을 기회를 주었으니까 스토리가 그에게 그렇게까지 냉혹한 건 아니었던 것 같기도...? 앨리(힐러리 스웽크)에게 끝까지 교훈을 주려는 점도 좋았고.

  윌터 핀치(로빈 윌리엄스)라는 살인자가 좀 독특한 느낌으로 다가왔던 게 머리를 바득바득 쓰고 있는데도 천재 냉혈한 싸이코는 아닌 느낌이 들어서 이상했다. 말투에서 망상증에 빠진 사이코패스 같은 느낌이 들기는 했어도... 몇 군데에선 실수를 하기도 했고(그만큼 영특하기도 했지만), 어떤 때엔 간신히 그 판을 이기고 안도하는 허세를 부리며 신나하는 것 같아서... 여기다가 천진무구라는 표현을 쓰면 안되는 거 아는데 그런 모습들이 보였다. 물론 거기서 더 진짜 살인마처럼 보이긴 했지만, 어떻게 보면 그냥 망상증에 빠진 거 아니야 이거... 싶기도 하고. 여전히 내 캐릭터에 대한 태도가 좀 갈팡질팡 하고 있다. 아, 그와는 별개로 그런 캐릭터를 연기한 로빈 윌리엄스는 대단하다고 생각함.

  나중에 찾아보니 노르웨이 영화가 원작이더라. 어쩐지...


조디악
감독 데이빗 핀처 (2007 / 미국)
출연 제이크 질렌할,마크 러팔로,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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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아앙 너무 재밌엉... 오 재밌다. 나 이 영화 좋았으요. 이 날 지나 언니랑 같이 영화 두 편 봤는데 둘 다 재밌었다. 둘 중에서 고르라면 난 요거. 핀처 스타일이 곳곳에 보이면서도 아 이 매끄러운 전개와 어두운 가운데 곳곳에 나오는 위트는 뭐냐, 좋다 하면서 봤다. 유명한 연쇄살인마 조디악과 관련한 실화를 다루고 있는데, 뭐 조디악이 나와서 살인하는 장면이 나오긴 하더라도 조디악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 이런 건 아니고, 조디악의 실체를 찾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나온 드라마에 가까웠다.

  주인공을 고르라면 신문사 크로니클에서 카투니스트를 하고 있는 로버트 그레이스미스(제이크 질렌할)이지만, 사실 초 중반까지는 그의 활약보다는 다른 사람들에게 더 시선이 간다.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수사관 데이빗 토스키(마크 러팔로)나 재기가 넘치다 못해 조디악에게 살해예고까지 받게 된 신문기자 폴 에이브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같은 사람들에게 말이다. 물론 주인공 로버트도 그 중간중간 나타나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기실 사건이 사람들에게 많이 회자되고 주목받던 그 순간엔 이런 사람들에게 눈이 가는 거다. 그리고 그 사람들 모두가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에 지치고 피곤해져버렸을 무렵, 끝까지 조디악에 대한 흥미를 놓지 않고 있던 그레이스미스가 본격적으로 무대 위에 등장하게 된다. 사람은 역시 끈질겨야해요... 가 아니고. 아니 그건 맞지만.

  수사관도 아니고, 유능한 기자도 아닌 그레이스미스의 추적에 고난이 없지만은 않는다. 직장도 때려치지, 그 와중에 아내 멜라니(클로에 셰비니)를 잃기도 하고, 만나는 증인들이 혹 조디악 본인일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그런 고난 속에서도 그레이스미스는 끝까지 추적을 끝내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추적이 어느 장면에 이르러서는 아 얘 어떡해. 안되는 것에 집착하다가 인생 망하는 거 아닌가... 싶은 그런 순간에, 드디어 그레이스미스는 미스테리를 자신의 방식으로 풀기에 이르른다. 그것이 정답인 지 아닌 지는 상관 없다. 다만 그레이스미스가 만족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범인을 지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여기에 완전한 답이란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모두가 알고 있다 싶이 조디악 킬러에 관한 건은 여전히 미해결로 남아있으니까. 그래도 그레이스미스는 자신의 답을 얻었고, 그것으로 출판도 했고, 적어도 영화 속에서는 그가 그렇게 끈질기게 찾던 문제의 답을 얻어낸 것처럼 보이니까. 이야기의 끝이 잘 맺어진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이 사건에 매달렸던 사람들이 얼마나 피로에 시달렸을 지 영화를 보면서 저절로 느껴지더라. 특히 수사관 데이빗... 얼마나 힘들었을 거. 그레이스미스는 자기가 좋아서 매달리기라도 했지...

  각본이 기가 막히게 좋았고 그걸 보여주는 방식도 능숙하고 나는 마음에 들었던 영화. 이런 거 좋음ㅎㅎㅎ

  별 건 아닌데 폴 에이브리 인생 나락으로 떨어져서 있을 때, 그레이스미스가 찾아와서 설득하던 그 장면에서 지나 언니랑 나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오... 왠지 저렇게 살아도 재벌일 것 같다. 왠지 집 어딘가에 아이언 맨 수트 있을 것 같다... 나락으로 떨어졌는데 그렇게 보이지 않아... 로다주 너 때문이에요.
2011/10/09 -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 존 르 카레 (열린책들, 2005)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감독 토마스 알프레드슨 (2011 / 영국,프랑스,독일)
출연 게리 올드만,콜린 퍼스,톰 하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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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렛 미 인의 팬이라는 건 이 영화를 볼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 된다. 한국에서 그다지 흥행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듣고 아 그럴만 하다 라는 생각을 했다. 감독의 전작은 그렇다치더라도, 원작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은 '스파이'라는 소재를 듣고 007 시리즈를 떠올리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 영화는 액션이 난무하고 박진감 넘치는 스파이 영화가 아니다. 박진감이라는 게 사람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은 내 딴에는 아주 조용히 숨을 죽이고 감상해야 했던 그런 영화였다. 원작을 봐서 모든 걸 알고 있었음에도 연출 방식과 전개 방식에 만족한 편이었다. 아, 그래도 짐 프리도(마크 스트롱) 캐릭터의 사소한 변화에 관해서는 섭섭한 마음이 남아 있기는 하다만...

  게리 올드만이 조지 스마일리에 캐스팅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잘 어울리겠다 생각은 했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더 마음에 들었다. 카를라를 회상하는 조지 스마일리의 모습은 책 속의 그것이었는데, 아무튼 회상 장면 하나 없이 그를 떠올리는 게리 올드만의 연기가 탁월했다. 좁은 어깨에 지워진 무거운 세월과 짙은 피로가 보이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 장면이랑, 피터 길럼(베네딕트 컴버배치)이 연인과 헤어지고 나서 우는 장면. 짧은 데도 참 인상에 남더라.

  피터 길럼 하니까, 피터가 자료실에서 자료를 빼오는 장면도 좋았다. 최대한 덤덤하게 그리고 어떻게 생각하면 얕은 수를 가장 교묘하게 썼어야 하는 거였는데... 그거 너무 잘해서 좋았음. 그 와중에 긴장할 만큼 긴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았고. 이 첩보 시리즈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건 조지 스마일리가 아니라 피터 길럼이었기 때문인가 보면서 더 애정을 주었던 것도 같다.

  책보다는 영화가 더 액션이 있었다. 그렇다고 물론 다른 스파이 영화처럼 그런 건 아닌데, 그래도 책에서 읽던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특히 리키 타르(톰 하디)의 작전 과정과 짐 프리도의 고문 과정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이리나(스베트라나 코드첸코바) 캐릭터 다뤄지는 거 보고서 깜짝 놀랐다. 아니 뭐 이리나를 이리저리 곱게 다뤄주어야 한다는 건 아닌데, 그래도 좀 놀랐다.

  정보국 고위 간부급에 침투된 스파이를 찾아내는 만큼 그 고위 간부급 캐릭터들도 가볍게 다뤄질 애들이 아니었는데... 로이 블랜드(시아란 힌즈)는 좀 심심하긴 했는데 나머지는 다 좋았다. 뻔뻔스러운 신사 느낌의 빌 헤이든(콜린 퍼스)야 말할 것도 없고, 무거운 인상으로 하지만 머리를 가장 많이 굴리고 있을 것 같은 퍼시(토비 존스)도 좋았고... 의외로 가자 좋았던 건 토비 에스터헤이즈(다비드 덴칙). 어떻게 보면 가장 먼저 조지에게 걸려든 것 같은 느낌이지만 그 때의 연기도 발군이었고ㅎㅎ 난 이런식으로 비굴할 때 비굴한 캐릭터들이 사랑스럽기도 해서 그른가.

  범인 밝혀졌다고해서 우와! 뭐 이런 건 전혀 없었다. 내가 미리 책 읽어서는 아니고... 그냥 내용이 그랬다. 누가 봐도 그렇지 않았을까. 그 범인이 드러나기 직전까지 장소를 드나드는 사람들을 보면서 다들 누가 범인인가, 누가 범인인가 이거에 집착하진 않게 되지 않았을까. 범인이 누구냐보다는 범인이 왜 그런 길을 선택했느냐가 더 듣고 싶었다. 그리고 그 역할을 그 분은 뻔뻔스레 잘 해내더라. 하지만 동시에 그 설명을 들으면서 그렇게 느낄 만도 하다는 수긍이 간다면 나쁜 것일까.

  콘트롤(존 허트)이 살아있을 때의 마지막 파티 장면이 계속 교차되는데 정보국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의 캐릭터가 보여지기도 하고, 동시에 그런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겪을 내면의 복잡함까지도 보이는 편집이었다. 짐 프리도와 빌 헤이든, 조지 스마일리를 보며 느끼는 감정은 또 달랐고.

  별거 아닌데 리키 타르 영화 내에서 제일 젊은 데 제일 촌스러웠다. 뭐 임마... 하긴 젊은 애들이 유행을 따르는 법이겠지요.
2010/08/13 - 완득이 / 김려령 (창비, 2008)



완득이
감독 이한 (2011 / 한국)
출연 김윤석,유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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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보니 룸메랑 보았다. 원작을 좋아해서 보고 싶긴 했는데 이거 개봉일이 나 출국일이었나ㅋㅋㅋㅋ 그랬었음. 그래도 어떻게 보게 되네. 한국 영화 되게 오래간만에 보았다 싶다. 한국영화 싫어하는 거 아니고 오히려 좋아할 땐 몹시 좋아하고, 보고 싶어하는 것들도 꽤 많은데 이상하게 막상 보려 하면 한국 영화 피하게 된다. 왜 그런지 모르겠네.

  보고 난 느낌은 원작의 멀끔한 각색이라는 느낌이었다. 일인칭이었던 소설을 어떤 식으로 그려나가려나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원작 느낌이 더 많이 나서 좋았다. 일인칭이 가져다주는 사춘기 소년의 틱틱대는 말투가 크게 드러나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꽤 재미있지 않은가. 도완득(유아인)이라는 캐릭터는 영화 속에서는 좀 더 수줍고 청순한 느낌이 났지만 여전히 완득이었다. 개구지고 까불까불한 면도 강한 그런 십대 소년. 동주(김윤석)는 책보다 더 진짜 선생님같은 느낌이었다. 찾으려면 또 흔히 찾을 수 있는 고등학교 선생님인데, 동주라는 캐릭터의 가벼움과 진지한 면모를 둘 다 잘 섞어놓은 그런 모습이었다.

  스토리 진행 자체는 글쎄, 내가 원작을 봐서 그런가 신기할 거 하나 없었지만서도 이것 저것 뒤섞여진 이야기들을 하나로 잘 모아놓아서 좋던데. 완급이 괜찮은 드라마 한편을 본 기분이었다. 따지고 보면 이거 무거운 소재일 수도 있었는데 그런 부분들을 허투르지 않게, 그러나 가벼운 모습으로 그려주어 좋았다. 때로는 이런 것들을 무겁지 않은 시선으로 보아야 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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