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감독 이정범 (2010 / 한국)
출연 원빈,김새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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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빈씨 영상 화보 잘봤습니다. 감상 끝. ...아니 이게 아니고.. 아니다. 진심이야...

  그래도 뭐 더 써보라면 이 영화엔 스토리라고 할 게 별로 없다. 비밀에 휩싸인 듯한 전당포 아저씨 차태식(원빈)이 범죄에 휘말려 들어 납치된 옆집 아이 소미(김새론)를 구하기 위해 나선다. 그리고 구한다. 그게 끝이야... 정말 그게 다였다. 악당들인 만석(김희원)과 종석(김성오)는 아주 얄팍한 악역일 뿐이고, 다루고 있는 마약이 중요한 것도 아니다. 악역중에 그나마 약간이라도 인간적인 깊이를 보여주는 건 람로완(타나용 웡트라쿨)인데 너무 짧게 지나가서. 악당들을 쫓고 동시에 태식의 정체를 밝혀나가는 경찰 쪽 인물들인 김치곤(김태훈)이나 노형사(이종필)의 배역도 아쉬울 만큼 적다. 더 깊이있게 그릴 수 있었을 캐릭터들이었는데 이 영화는 조연들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오로지 원빈의 얼굴을 잡기 바쁠 뿐.

  기본적인 골격을 잡아놓고 살을 안 붙인 영화를 보는 줄 알았다. 사건들이 너무 단순해서 의아할 지경이었음. 악역이라도 잘 활용할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고, 이건 진짜 원빈 원톱 영화로구나. 문제는 태식의 캐릭터조차 제대로 잡힌 게 아니었다는 거. 태식의 행동기반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뻔한 과거 트라우마야 그렇다 쳐도, 소미와의 관계라도 제대로 그려줬어야 하는거 아닌가? 대체 왜 그렇게 목숨 걸어가며 소미를 구하러 가는 지 이해가 안될 지경. 단순히 아이를 좋아하는 따뜻한 마음_☆ 이라기엔 이건 뭐 순수한 사람도 아니고. 대충 레옹 식의 감동 스토리를 구상하려 한 것 같았는데 이건 그 쪽으로는 꽝이었다. 태식과 소미는 입 좀 다물어줬으면 하고 소원함. 주변 인물들보다 주인공인 이 둘의 대사가 너무나 작위적이어서 오글오글. 만석과 태식의 대화를 듣다 보면 이게 한 현실 속의 인물이 맞나 싶었다. 화보인데 말하지 마세요.

  문제 해결도 참 쉽게 쉽게 가버렸고. 람로완의 시선만 봐도 소미가 멀쩡할 줄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타이밍에 거기서 나타나는 건 정말 이 영화가 다른 건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느낌만을 가중시켰고ㅋㅋ 어 결말 부분에서 가장 최악이라 할 만한 것은 사운드트랙. 제발 이딴 데 웅장한 음악 깔지 말아라... 차라리 아무것도 깔질 마.

  액션은 좋았다. 개인적으로 총을 가지고 액션 하는 것보다 칼을 다룬게 좋았음. 람로완과의 대결에서 태식이 칼을 쓰는 솜씨를 보면서 감탄. 그런 의미에서 만석은 너무 쉽게 죽인 것 같아요. 총은 너무 단순하잖아... 걔가 가장 나쁜 애였는데 다른 애들에 비해 쉽게 죽었다 싶었다. 액션 전체적으로 좋긴 한데 막 잔인하다는 느낌은 못받았다. 짝패 봐서 그런가...? 난 짝패에서 그 손가락이 후두둑 떨어져나가는 장면이 너무 인상깊게 남아버렸나보다. 아, 내 생각엔 액션도 짝패 쪽이 나았다.

  원빈을 보기 위해 보는 영화. 그 이상의 의의를 가지면 안될 것 같다.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2008 / 미국)
출연 해리슨 포드,샤이아 라보프,케이트 블란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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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드디어 마지막 시리즈. 사실 이걸 보기 위해 앞의 3편을 시작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확실히 이걸 보려면 1-3편을 보아야 더 재미있다. 간간히 앞 시리즈에서 이어져 온 것들로 재미를 구성하고 있으니까. 마리온(카렌 알렌)의 등장만 해도 말할 필요 없지만... 뭐 교내의 마커스 동상이 머리가 날아가는 장면이라던지, 뱀 잡기 싫어하는 인디아나(해리슨 포드), 헨리 존스의 사진, 주니어 호칭의 대물림 뭐 이런 거는 앞 시리즈를 봐야 이해가 되는 요소니까. 그런 간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만...

  ...그건 앞 시리즈의 추억에 의지한 거고. 4편 자체만으로 보면 가끔 이게 뭔가 싶은 진행이 엿보였다. 하긴 내가 1-3편 보면서도 대단한 구성을 느낀 건 아니니까 이건 상관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앞선 시리즈에 비해 뭔가 어긋났다고 느낀 건 다루고 있는 소재 때문인 것 같다. 1-3편에서 나왔던 물품들은 나름 (뭐 그 황당함은 차치하더라도) 현실 세계의 물건 같은 느낌이 드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4편의 크리스탈 해골은 뭔가 엉뚱하다 싶더라. 감독 이 외계인 덕후자식...!

  시대배경이 1957년 이때라서 감각이 좀 이상하긴 했다. 원래 1-3편도 찍은 상황보다 과거를 배경으로 하고 있긴 하지만, 이건 나름 오래간만에 돌아온 인디아나 시리즈인데 배경이 먼 옛날이니까 뭔가ㅋㅋㅋ.. 여튼 나이 먹어서도 인디아나 존스는 고생을 하고 계신다. 갑자기 나타난 머리 빗어대는 건방진 청년 머트(샤이아 라보프)가 자신의 어머니의 상황을 알리면서 남미로 가서 벌이는 모험을 다루는데, 소재는 앞서 말했든 크리스탈 해골과 관련된 것. 간간히 마야족 이야기가 섞여 있긴 한데 거의 인간의 이야기라기보단 외계인 이야기가 주였고... 주 적은 소련군 이리나 스팔코(케이트 블란쳇).

  딱히 뭐라 말할 게 없는 시리즈의 재탕이었다. 진행 방식도 그렇고... 액션 장면까지도 복제된 느낌이 있어서 막 즐겁진 않았다. 마지막 부분 즈음에 계단을 빨리 빨리 내려가야 하는데 입은 패스터! 패스터! 이러는데 발걸음은 한없이 슬로우라서 왠지 슬펐음. 몇몇 묘사들은 쓸데없다 싶은 것도 있었고... 캐릭터는 인디나 마리온은 과거 캐릭터 그대로인데, 새로 등장한 캐릭터들의 개성을 또 모르겠어서 아쉬웠다. 머트는 뭐 보자마자 이 자식 아들이네 싶었다. 건방진 속성은 그대로 물려받았음. 옥슬리 교수(존 허트)는 미친 연기는 좋았습니다만 그래서 뭐? 그런 느낌. 친구 맥(레이 윈스톤)은 뻔한 배신캐릭터였는데 다시 허탈. 이리나 스팔코는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는 몹시 좋았습니다만, 앞서 나왔던 적들만큼의 깊이는 없었던 것 같다. 막판에 외계인들에게 모든 걸 알고싶다며 버티는 모습을 보며 3편의 엘사가 잠깐 떠오르긴 했다. 그래도 엘사 절반도 못가는 캐릭터였다.

  올드팬들의 추억 되새김질용. 외계인만 아니었어도 내가 이렇게 쓰진 않았을 것 같기도 하네요. 그나저나 난 이걸 보려고 1-3편을 꾹꾹꾹 다 봤단 말인가...OTL

인디아나 존스 - 최후의 성전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1989 / 미국)
출연 해리슨 포드,숀 코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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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아나 존스의 판타지 섞인 세계관도 익숙해졌고, 2편의 짜증나는 오리엔탈리즘이 사라지고 나니까 좀 재미있다. 세 편의 올드 시리즈 중에서 가장 만족스럽게 보았다.

  도입부에 항상 모험 장면이 들어가는데, 이번에는 인디아나 존스의 어릴 때 이야기. 배우는 리버 피닉스가 맡았는데 신선하더라. 인디아나 존스가 왜 채찍을 쓰게 되었는지, 중절모라는 마스코트는 왜 생겨났는지, 뱀에 관한 트라우마는 어디서 기원한 것인지가 다 나오는 도입부였다. 젊은 시절 이야기라는 데서 좀 신선하기도 했고... 나름 발랄한 시작이라 마음에 들었다. 아, 여기서 아버지 헨리 존스(숀 코너리)가 있다는 것과 인디아나 존스와 그 와의 관계도 대충 알려주더라.

  3편은 최후의 만찬에 쓰인 성배를 찾는 모험. 서구권의 이야기인지라 2편 같은 오리엔탈리즘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오 좋아요. 1편과 마찬가지로 나치가 악역으로 등장하고 이를 이용한 잔개그가 재미있었음. 히틀러한테 사인 받는 장면이라던가... 나치가 악역이긴 한데 1편 보다는 좀 더 자세하게 악역설정을 했다. 나치 비밀 경찰 포겔(마이클 바이른) 같은 나치와 직접 관련된 인물이 아닌 악역들이 도드라졌음. 윌터 도노반(줄리안 글로버)이나 엘사 슈나이더(앨리슨 두디) 같은 역할들이 그랬다. 그래봤자 단순한 악역에서 간단하게 한 꺼풀 씌운 정도긴 했지만 앞선 편들에 비해 감각이 발전했다고 느꼈다.

  인디아나 존스와 아버지의 투닥대는 관계가 재미있다. 여기에서 가장 잔재미를 느꼈다. 엘사를 두고 두 부자가 경쟁하는 듯한 모습 보여주는 것도 그랬고, 인디아나 죽은 줄 알고 헨리가 슬퍼할 때도 웃을 뻔. 서로 닮은 듯한 두 캐릭터가 투닥투닥 대는 행각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웃음이... 조연으로는 닥터 마커스 브로디(덴홈 엘리어트)와 1편의 살라(존 라이스-데이비스)가 다시 등장. 살라는 별 역할 크게 없었고... 마커스는 옆에서 보기엔 좀 답답하겠는데 영화에서 보니까 재미나는 캐릭터였다.

  엘사가 목적이 있어서 나치에 협력하는 거라 뭐라 했지만 그 전까지의 모습이 썩... 설득력이 있지는 않았네요. 도노반에게 가짜 성배를 골라주는 것 정도가 그런 의도에서 기반한 걸로 보일락 말락. 결국 그 성배 때문에 죽었으니까 성배를 아끼는 마음은 있었던 거 같긴 한데, 그 또한 자기가 자초한 재앙이라서. 뭐 그래도 2편의 윌리보다는 훨씬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얘랑 인디아나랑 처음 잘 때 느끼해서 죽을 뻔 하긴 했지만...

  아, 액션은 2편 정도로 활기차고 괜찮았다. 탱크 위에서 싸우는 장면들은 참 웃기고 신났다. 자동차로 비행기 따돌리고 이러는 건 약간 황당하긴 했는데 그래도 이 정도면 뭐. 헨리가 우산으로 새 날려보내서 비행기 추락시키는 것도 황당하긴 했는데 웃겼음ㅋㅋㅋ

  인디아나 세계관에 다 적응하고 나니까 볼만했다. 가장 즐겁게 봄.

인디아나 존스 - 마궁의 사원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1984 / 미국)
출연 해리슨 포드,케이트 캡쇼우,키호이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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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아나 시리즈 중 최악이라더니 왜 그런지 감히 짐작할 만 하다. 아무리 오락영화라고 하더라도 이 영화의 오리엔탈리즘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것이라... 보는 내내 아 참자, 참자. 이거 백 번은 외친듯.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최대 약점이 오리엔탈리즘이라고 어디서 줏어듣긴했는데 2편에서 나타나는 건 너무 심하다. 20년도 전의 영화라 치더라도 이건 좀 아니잖아. 궁에서의 식사 장면에선 재치가 느껴지기보다는 얼굴이 찌푸려졌음.

  구성도 1편에 비해서 재미없다. 물론 이리저리 모험적인 장면을 많이 넣긴 했다. 광산에서 쓰는 철도를 타고 벌이는 추격이라던가, 하늘다리에서의 장면은 흥미롭다. 사람이 쉴 새 없이 이리저리 사건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비단 그게 상카라 돌을 찾는 모험이 아니더라도, 인디아나 존스(해리슨 포드)와 윌리(케이트 캡쇼우)의 침실 줄다리기를 보면 긴장감과 재미가 같이 있다.

  그러나 이런 장점들이 2편에서 찾아볼 수 있는 유일한 미덕인 것 같다. 극이 다루고 있는 내용은 타깃 독자들에 비해 너무 어둡다는 생각이 들고(가족 영화인데 어린애한테 채찍질 하지 마라...), 너무 몰아치니까 오히려 소모적이라는 느낌도 들고. 아쉬웠다. 그리고 캐릭터도 원래 1편에서 인디아나 존스의 태도가 좀 건방지고 약은 캐릭터였지만, 여기선 이런 무뢰배를 보았나! 싶을 정도로 얄밉고 별로였다. 거기다 도입부 장면도 너무 멍청하다고 소리지를뻔. 윌리와 만나니 더더욱 안좋아. 윌리도 좋지 않았던 게 역할이 뭐냐 싶을 정도의 전형적인 옛 헐리우드 영화의 여자 캐릭터. 윌리가 소리 지를 때마다 나의 스트레스는 올라만 가... 캐릭터 중 가장 좋았던 건 역시나 쇼트 라운드(조나단 키 쿠안). 밝고 명랑한 요 소년 덕에 극이 좀 더 활기를 얻었던 것 같다.

  아, 1편에서 느꼈던 판타지의 황당함은 2편에선 아예 도입부부터 이건 판타지다... 하고 생각하고 봤더니 괜찮더라.

  하여튼 나는 되게 별로였다. 난 샤이아 때문에 4편을 봐야하는데...
 
레이더스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1981 / 미국)
출연 해리슨 포드,카렌 알렌,폴 프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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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이게 순수한 모험 영화인 줄 알았지... 막판 즈음에 나왔던 성궤를 연 후의 장면에서 할 말을 잃었다. 이게 진짜 고고학자의 이야기일 거라고 기대한 거 아니고, 모험 기대하고 본 거긴 한데... 근데 판타지까지 기대하진 않았어. 제발. 끝부분에서 너무 충격을 받아서 입 벌림. 아 그래, 캐리비안의 해적 같이 판타지를 가미한 거겠지. 하면서 이해하려고 해도 처음엔 그런 기미 보여주지 않았잖아... 난 너무 놀랐다고.

  고고학자(일까) 인디아나 존스(해리슨 포드)가 언약의 궤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 영화 초반에 라이벌 관계로 르네 벨로크(폴 프리먼)에게 물먹는 장면으로 그런 사람이 있다는 걸 깔아주고, 출발하기에 앞서 이 모험담에서 방해꾼이 누가 될 지는 확실히 점 찍어주고 간다. 대충 성격까지도 보이는 캐릭터로. 그리고 본격적인 여행담은... 음 그래요. 마리온(카렌 알렌)을 만나 동료로 삼고 이집트까지 가게된다. 마리온과 만나는 장면에서부터 모험이 넘쳐나더니, 이집트 가서는 본격적으로 마리온을 이용한 모험도. 다만 마리온이 죽었을 때(?)엔 살아있을 게 너무 빤해서 인디아나가 비탄에 잠긴 모습이 조금 재미있었음. 동료 살라(존 라이스-데이비스)의 도움으로 언약의 궤를 찾아내지만 네, 한번 빼앗겨 줘야죠. 나치와 벨로크에게 궤를 빼앗기고 위험에 처하고, 그걸 빠져나오고. 다시 또 궤를 되찾는 여행을 하고...

  뭐 이런 식으로 보호하고-찾고-뺏기고-빼앗고의 패턴의 반복이 영화 내내 가득하다. 볼 때는 그냥 괜찮았다. 엄청 스릴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모험영화로서 긴장감을 잃지 않게 하려는 게 보여서... 막판의 그 황당한 궤 속의 유령들만 아니었어도! 왜 거기서 그런 초자연적인 요소가 나와야 했는지 난 모르겠어, 아직도 모르겠어...
  
  사실 앞으로 나올 시리즈를 대비해서 보려고 마음 먹은 건데, 이대로라면 시리즈 전체를 포기해야 할지도... 그래도 2편까지는 보고 고민할까.

크리스마스 스타!
감독 데비 아이싯 (2009 / 영국)
출연 마틴 프리먼,애슐리 젠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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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랬습니다 저는 마틴 프리먼이 좋긴 하지만 마틴 프리먼의 팬은 아니었습니다... 이건 전형적인 예고편을 보면 끝을 알 수 있는 영화다. 그런 영화는 얼마든지 있고, 난 그런 뻔함을 무작정 싫어하진 않는다. 매번 무거운 거만 볼 순 없잖아. 내가 보는건 스토리 그 자체보단 매끄러움이나 전반적인 인상 같은 거. 근데 크리스마스 스타!는 그 부분에서 상상을 뛰어넘게 흐트러진 모양새를 보여준다. 전개가 뻔한 건 좋은데 너무 황당해서 중간중간 입을 벌림. 게다가 난 원래 내가 부끄러워지는 듯한 이런 사건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너무 이상해서 왜 그런가 했더니 애당초 각본 없이 즉흥적으로 만든 영화라고. 보면 그럴만 하다 싶다. 사건과 사건은 그냥 순간순간 튀어나오는 아이디어에 의지한 것 같다. 당연히 이음새는 엉망이고, 결말 또한 이 모든 사건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해피엔딩을 맞는다. 나는 헐리우드에서 제니퍼(애슐리 젠슨)가 돌아왔을 때 입을 딱 벌림. 혼자도 아니고 헬리콥터를 타고! 야 말이 되냐... 너무 하잖아.

  그래서 이 영화가 쓰레기냐, 하면 그 정도라고까진 말하고 싶지 않다. 난 평이 후하고 애들에게 약하니까... 에라곤 정도로 날 고문한 건 아니고, 진행이 덜걱거렸다 뿐이지 장면 장면은 귀여움이나 재치가 있긴 했음. 폴 매든스(마틴 프리먼)가 스스로를 궁지로 몰아넣는 것을 보면 내가 괴로워지긴 했지만 뭐... 그래 이건 해피엔딩이란 걸 알고 있었으니까. 아, 별개지만 미스터 파피(마크 우튼)는 내가 폴이었으면 벌써 목을 매달아버렸어...ㅋㅋㅋ 질투 많은 친구인 고든 셰익스피어(제이슨 워킨스)는 끝까지 악역은 아니고 막판에 다같이 좋은거 좋은거에요 찍었고. 그렇지.. 이 영화에 많은 걸 바라면 안되는 거지... 애들은 그냥 마냥 귀여움.

  자잘한 재미는 있지만... 흠. 많은 걸 바라지 않았지만 그래도 너무하다 싶게 날 실망시키긴 했다.

필립모리스
감독 글렌 피카라,존 레쿼 (2009 / 프랑스,미국)
출연 짐 캐리,이완 맥그리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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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화가 바탕인 이야기들은 언제나 힘을 가지게 된다. 실화라는 것만으로 이게 허구가 아니라는 믿음을 공고히 하게 되니까. 필립 모리스도 애인을 위해 몇 번이나 탈옥을 감행했던 죄수 스티븐 러셀(짐 캐리)의 이야기를 그런 실화 바탕의 영화. 실화라서 다행이다. 그것마저 아니었으면 이 영화는 너무너무 가벼워서 하늘을 타고 너풀너풀 날아갈 뻔 했다.

  장르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로맨틱 코미디. 이 영화는 스티븐 러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지만 그의 인생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다루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크게 진지해질 수 있는 입양 이야기나, 어머니를 만날 때의 이야기는 아주 가볍게 다뤄진다. 그가 받은 충격이 그를 어떻게 바꾸어놨다는 생각은 거의 들지 않았다. 오히려 교통사고로 인한 자기탈바꿈이 더 크게 다가왔다. 아내 데비(레슬리 만)와 헤어지고 지미(로드리고 산토로)라는 남자친구를 사귀어 게이로서의 인생을 즐기는 스티븐, 이게 그 인생에서 더 큰일 같았다. 입양에 관련된 일들보다는.

  사기에 탁월한 재능을 보이고(그마저도 여기서는 굉장히 가벼운 사건으로 그려져서 그게 중범죄른 느낌조차 안 든다!) 그로 인해 감옥을 가게 되는 스티븐. 거기서 운명의 연인 필립 모리스(이완 맥그리거)를 만나 그의 가석방을 돕고 둘은 알콩달콩한 살림을 차리게 된다. 여기서 끝났으면 좋겠는데 화려한 인생을 꿈꾸고 그걸 필립과 공유하고 싶은 스티븐의 욕망은 그를 다시 사기에 발을 들이도록 만든다. 여기엔 좀 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법 한데, 이 영화가 시종일관 유지하고 있는 발랄한 감성은 그렇게 두질 않는다. 끝까지도. 스티븐의 고민은 자신에 관한 것보단 필립 모리스에 연관될 때 더 강해지는 듯 하지만, 그마저도 뭐 진지함으로 무장되어 있진 않았다.

  영화는 철저하게 밝은 로맨틱 코미디를 유지한다.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장면조차, 뭔가 느낄라 치면 뭉개뭉개 구름처럼 보여지는 탓에 그게 좀 아쉽다. 그걸 빼면... 음 그냥 밝고 즐겁다. 사랑에 목숨 건 사기꾼과 그 사기꾼에게 언제나 넘어가고 마는 백치 연인을 보는 기분이었다. 스티븐의 세계엔 연애밖에 없는 듯한 느낌이고... 필립은 스티븐이 어떤 사람인지 깨닫기엔 너무 착하고 어리석다. 문제는 결말인데 이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탓에 오히려 거기에 발목을 잡혔다. 행복하지 않은 결말까지 가볍게 그려냄으로써 그 무게감을 벗어나긴 하지만, 마땅히 행복하게 끝났어야 했을 이 이야기는 갑자기 불행한 것이 되어버렸다. 마땅한 해피엔딩은 없다고? 그렇다면 이야기 전반을 이렇게 구성하진 말았어야 했다.

  재미 없는 건 아닌데, 이 실제 이야기가 담을 수 있었던 고뇌나 다른 부분을 생각하면 역시 좀 아쉬웠다.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아기자기한 맛은 강하다.
 
블레이드 러너
감독 리들리 스콧 (1982 / 미국)
출연 룻거 하우어,해리슨 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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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인지 요새 SF/판타지 계열을 많이 보고 읽는 느낌이 나네. 어 별로 그런 건 아니고 어쩌다 보니... 포스터는 일부러 이거 넣어봄. 옛 향기가 물씬 나네요. 1982년에 개봉했다가 1993년에서 디렉터 컷으로 다시 재개봉한 작품. 미래를 다루고 있는 옛 영화들에선 그 특유의 촌스러움이 있는데 이 영화는 상대적으로 그게 엄청 덜했다. 어떤 부분에선 이게 최근의 영화들보다도 더 미래상황을 멋지게 그려냈다는 느낌을 받았다. (설정 말고 화면의 미학에서 하는 말이다.) 특히 도심의 모습을 비춰줄 때에는 되게 현실적인 미래상 같았다.

  SF명작이라길래 봤다. 보면서 아 이거 너무 우울해서 이런 게 흥행했었나 싶었는데, 흥행한 건 아니고 SF팬들 사이에서 전설의 레전드ㅋ가 되고 그게 전해지면서 고전 걸작이 된 거더라. 그럼 그렇지... 막 액션영화처럼 화려한 것도 아니고, 침침하고 습윤한 분위기 속에서 우울하고, 운명적인(그래서 끝이 보이는) 이야기가 진행된다. 거기에 전개속도도 다른 비슷한 류의 영화들에 비해 좀 느리고 스토리에 큰 기복이 없는 편. 난 설정 즐기느라 느릿느릿 보면서 나름 재미있었는데 대중의 취향은 아닐 듯? 그래도 명작으로 취급받는 이유는 여전히 남아 있어서 보기를 추천.

  21세기초 타이렐사(The Tyrell Corporation)는 리플리컨트(Replicants: 복제인간)라고 알려진 사실상 인간과 동일한 진보적 넥서스 단계(Nexus phase)의 로봇 진화(Robot Evolution)를 이뤘다. 이중 넥서스 6(Nexus 6 Replicants)은 힘(strength)과 민첩성(agility)에 있어선 그들의 창조주인 유전공학자들(the genetic engineers)을 능가했고 지능(inteligence)에 있어선 최소한 그들과 대등했다. 복제인간들은 다른 행성(Off-world)들의 식민지화에 이용된 노예였는데, 어느 넥서스 6 전투팀(a nexus 6 combat team)이 식민 행성에서 유혈 폭동을 일으키자 지구로 잠입한 복제 인간들에겐 사형 선고가 내려졌고, 특수경찰대(special police squads)인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Units)는 복제인간들을 사살하란 임무를 하달 받는다. 그 임무는 사형 집행(execution)이 아니라 해고(retirement)라고 불리웠다.

  이게 영화 시작 때 나오는 기본 바탕이 되는 설정. 복제인간 스토리는 이미 다른 곳에서도 많이 봤지만, 블레이드 러너는 좀 달랐던 게, 여기서는 복제인간들이 가진 수명의 한계성이 비극을 강조한다. 겨우 4년의 수명을 가진 복제인간.

  인간과 같은 육체를 같고, 인간과 같은 (아니 더 뛰어난) 지능을 갖고, 이제는 감정까지 가지게 된 복제인간들을 인간과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가? 질문이 꽉꽉 이어지는 테스트 외에 그들을 가려낼 방법이 없다면, 인간과 복제인간을 나누는 기준은 어디에 남아있으며,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인간다움'은 무엇으로 가려질 수 있는가. 이런 철학적인 물음을 더 깊게 할 수 있는거다. 단순히 복제인간에 대한 것 뿐 아니라, 인간이 인간으로서 가지는 특질이 뭐가 있나 생각해보게 한다.

  블레이드 러너인 형사 릭 데커드(해리슨 포드)가 행성에서 탈출한 리플리컨트 넷을 잡는 게 스토리의 기본 뼈대. 거기에 복제인간을 만드는 회사인 타이렐 사에서 만난, 자신이 복제인간인줄도 몰랐던 복제인간 레이첼(숀 영)과의 관계가 추가되면 이야기가 끝난다. 릭 데커드의 추적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긴 하지만, 보면 볼수록 이 스토리의 주인공들은 블레이드 러너가 아닌 복제인간들이다. 캐릭터만봐도 데커드는 좀 심심하다.

  넥서스 6 전투팀 넷은 각자 강한 개성을 보여준다. 지휘자 격인 로이 베티(룻거 하우어), 전투용 레온(브라이언 제임스), 살인 훈련을 받은 조라(조안나 캐시디), 위안부용 프리스(다릴 한나). 모두가 도망자이며, 한정된 삶을 어떻게든 늘여보려 노력하고 있기에 그 모습이 꽤 처절하다. 그들을 대하는 인간들의 태도가 더욱 그들을 비참하게 만든다. 목숨을 늘이려 타이렐을 만나려던 그들이 추적을 거듭해 유전과학자 세바스찬(윌리엄 샌더슨)을 만났을 때, 세바스찬은 그들의 정체를 알고 "뭔가 보여줘." 라고 한다. 그들은 인간들과 다를 게 없다. 따라서 보여줄 것도 없다. 조라는 세바스찬에게 농담처럼 말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그들은 생각하고, 느끼고, 숨쉰다. 그리고 그들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여있다. 마치 인간처럼. 로이 베티를 만나게 된 타이렐 회장(조 터켈)의 반응은 한 술 더 떴다. 그들을 인간이라기보다는 자신이 만든 뛰어난 창조물 정도로밖에 보지 않았으니까. 그에게 아버지라 말하던 로이베티가 결국 그를 잔인하게 살해할 때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갔다. 존속살해의 느낌을 주던 이 장면은 잔인함보다는 오히려 슬픔이 느껴졌다.

  볼수록 데커드가 주인공이 아니었던 것 같았던 게, 결국 다른 넥서스 6를 모두 '해고'하고 로이 베티만 남게 되었을 때, 로이 베티가 보여주는 감정의 깊이가 데커드가 보여주는 것들보다 더 컸기 때문이다. 공포속에 살아본 적이 있느냐 묻는, 죽은 프리드를 애틋하게 끌어안는 그의 모습은 너무나 인간적이다. 데커드는 그저 무뚝뚝한 표정만 지을 뿐이니까... 게다가 그렇게 데커드를 쫓던 로이 베티가 그를 살려주고, 그 앞에서 정말이지 낭만적인 모습으로 죽어갈 때 그는 이미 이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참 안타까운 장면이었다.

  레이첼은 자신이 복제인간인지도 몰랐던 복제인간. 다른 복제인간들보다 더 인간에 감화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데커드와 함께하게 되는 것만 보아도... 여튼 데커드 쪽이 마음을 돌려먹었으니 같이 도망다니겠지. 데커드는 원래부터 좀 복제인간을 죽이는 데 회의감이 있었던 것 같은데(죽인 후의 태도를 봐도) 로이 베티의 죽음이 그를 가장 크게 변화시킨 듯 하다.

  감독이 개봉한지 십년도 넘어서 사실 데커드도 복제인간이었다. 라고 말했다더라. 하지만 뭐 꼭 그렇게 안믿어도 상관은 없을 듯. 보면서 데커드가 복제인간아냐? 이런 생각을 했기에 뜬금없진 않았다만, 꼭 그렇게 믿을 필요도 없는 느낌? 복선을 깔긴 깔았는데 그걸 확실히 드러내 준 것도 아니어서, 뭐 딱히 보면서 복제인간이구나! 하고 확신케 한 장면이 없다. 그리고 이런 모호함이 오히려 이 영화 속을 꿰뚫는 주제와 비슷해서... 인간과 복제인간을 구분케하는 특질은 무엇인가. 데커드가 복제인간이라면, 어떻게 그걸 구분해낼 수 있는가.

  설정이 심오하고 재미났다.

드래곤 길들이기
감독 딘 드블로와,크리스 샌더스 (2010 / 미국)
출연 제이 바루첼,제라드 버틀러,아메리카 페레라,크레이그 퍼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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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알같이 재밌네. 기대 안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나았다. 스토리는 평범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그걸 반듯하고 괜찮게 배열해놨다. 전형적인 영화들 볼 때마다 하는 생각이지만, 전형적인 거라도 어떻게 차려놓느냐에 따라 느끼는 재미는 천차만별이 되어버리는 것 같다.

  스토리 설명할 필요도 못느끼겠는데.. 일단 용들에게 빈번히 피해를 당하는 바이킹 마을이 배경. 히컵은 부족장 스토이크(제라드 버틀러)의 아들이지만, 전사로서는 거의 능력이 없다. 전사가 되고 싶어하는 히컵은 우연히 나이트 퓨어리를 상처입히는데 성공하고, 그를 죽이려 하지만 두려움에 휩싸여 죽이지 못한다. 대신 호기심에 그를 길들여가며 용의 습성을 파악하고 용들이 실지론 나쁜 존재가 아니고 그들도 두려움 때문에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을 알게되는데...

  해서 뭐 갈등상황이나 해결은 보이는 상황. 이거 되게 안전한 스토리였다. 아버지와의 갈등은 오해를 해결하며 풀리고, 용들과는 친구가 되고, 좋아하는 여자애 아스트리드(아메리카 페레라)와도 잘되고... 용들과 인간들이 힘을 합쳐 공공의 적을 해치우고 다같이 평화롭게 산다는 이야기. 따로 독특하게 빠질 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빤한 스토리를 진행하는 모양새가 매끄럽고 또 귀여운 부분은 잘 뽑아내서 보면서 즐거웠다. 용 길들이는 장면 보면서 내내 흐뭇흐뭇. 뭐 빤한 것도 소소하게 매꿔놓으니 볼만했다. 많이 기대 안해서 그런가 괜찮았음. 모든 애니메이션이 토이스토리 같을 수는 없겠지.

섹스 앤 더 시티
감독 마이클 패트릭 킹 (2008 / 미국)
출연 사라 제시카 파커,킴 캐트롤,신시아 닉슨,크리스틴 데이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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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을 되게 좋아해서, 보러 가야지 했으면서도 못봤던 영화. 문득 생각나서 보기 시작했다. 소소하게 재미는 있었지만 영화관에서 안보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를 본 사람에게는 재미있을 구석이 좀 있긴 하고, 뒷 이야기를 엿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봐서는 그림이 잘 안나왔다.

  드라마에서 간간히 보여지던 패션에 관한 이야기들은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이걸 두시간 반에 가까운 영화로 보니까 곤욕스러웠다. 드라마에선 패션에 대한 이야기가 여자들의 삶과 관련되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다. 그런데 영화에선 대체 이 장면이 왜 있는걸까, 싶은 장면들이 과다했다. 담겨있는 이야기는 에피소드 2개, 길게 늘려봐야 3개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텐데 그 이상의 길이로 가다보니 오히려 거추장스러워졌다.

  게다가 드라마 판에서는 그렇게 매력적이던 언니들이 여기서는 약간 빛을 못 발하더라. 근데 또 캐릭터만 따로 떼 놓고 보면 원작이랑 차이가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스토리 때문인가?

  캐리(사라 제시카 파커)와 빅(크리스 노스)는 이번엔 결혼식으로 성대한 민폐를 벌인다. 근데 원래 그렇게 살던 분들이셔서 그런가 큰 충격은 없더라. 샬롯(크리스틴 데이비스)의 순수한 점은 여기서도 보여진다만. 약간 짜증나기도 했다. 미란다(신시아 닉슨)가 원래 애교 없는 캐릭터인 건 맞는데 그래도 섹스리스 6개월은 너무하지 않나! 너는 스티브(데이비드 아이젠버그)가 바람 피운 걸로 그렇게 말하면 안됩니다... 물론 피운게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스티브 캐릭터를 알다 보니까 좀 그랬다. 사만다(킴 캐트럴)는 보는 내내 아 이건 아닌데, 이건 아닌데 했는데 막판가서 스미스(제이슨 루이스)에게 난 널 사랑하지만, 나를 더 사랑해. 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딱 알겠더라. 영화 내내 보여지던 사만다는 사만다가 아니었으요. 막판에선 바뀌어서 좀 다행이었다. 그래도 스미스랑 깨진건 침대칠 정도로 아까웠음..ㅠㅠ 스튜어트(윌리 가슨)랑 안소니(마리오 캔톤)가 잘 된 건 좋았는데 과정이 안 나와서 아쉽. 영화판에 잠깐 등장한 캐릭터인 캐리의 비서 루이즈(제니퍼 허드슨)는 참 매력적인 사람이었다만, 너무 물흐르듯 스토리가 진행된거 같았다.

  드라마 봐서 그런가 그래도 후일담 보는 기분으로 봤는데... 그냥 영화만 보면 참 아까울 느낌. 난 나름 드라마판을 아꼈는데도 별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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