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
감독 데이빗 핀처 (1995 / 미국)
출연 브래드 피트,모건 프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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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흑 왜 파이트 클럽 같을 줄 알았지... 내가 뭘 믿고. 생각보다 재미 없었다. 특유의 분위기나 편집방식은 좋았지만 스토리 면에서는 약간 짐작가는 것도 있고 해서 좀 단순하다, 싶었는데. 스토리 진행이 약간 보였던 게 같이 본 언니도 그렇게 생각했다고 하니까 뭐 나만의 생각은 아닌듯. 그렇다고 엄청 나쁜 건 아니었고 내 기대치가 좀 컸던 것 같다.

  그래도 영상미라고 해야하나 그런 부분은 꽤 좋았다. 나름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일곱가지 죄악에 기반한 살인 사건들은 흥미롭긴 했다. 범죄 그 자체보다는 범죄가 꾸며진 모습들에서 드러나는 상징과 의미들이 재미 없었다고는 말 못하겠다. 여전히 스토리 상으론 심심하단 느낌을 받았지만서도... 꾸며진 건 역시 참 잘 꾸며 졌더라.

  캐릭터도 영상처럼 흔한 캐릭터들을 멋지게 잘 포장했다는 느낌. 존 도(케빈 스페이시) 빼고는 설정 자체는 흔하지 않나? 사실 그 존 도 조차 너무 뻔한 사이코 캐릭터 느낌이라 난 좀 그랬다. 이 당시에는 신선한 캐릭터였을지 뭐였을 지 몰라도. 주인공인 열혈의 젊은 형사 데이빗 밀스(브래드 피트)와 생각 깊은 노형사 윌리엄 서머셋(모건 프리먼)의 조합은 흔하디 흔하지. 그래도 흔하다는 걸 재미없게 부리진 않았지만... 데이빗의 아내인 트레이시(기네스 펠트로)의 경우엔 역할의 용도가 좀 보여서 보면서 안쓰럽다기 보단 짜증이 났다.

  잘 모르겠음. 그 많은 살인과 그 많은 꾸밈수에도 불구하고 존 도가 그렇게 훌륭하고 짜여진 범죄자처럼 보이지 않아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마지막 택배 박스를 받아보았을 때의 브래드 피트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는 거 외엔 내겐 이 영화가 크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스토리 상으로 흥미를 크게 못느껴서 그런가...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
감독 브래드 버드 (2011 / 미국)
출연 톰 크루즈,제레미 레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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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너무 보고싶었는데 기회가 되어서 봤다. 멜버른만 그런진 모르겠는데 여기선 토요일엔 영화값이 싸져서 딱 맞춰서 가서 봤음. 그래봤자 13.5 달러...ㅜㅜ 큰 관이라 참는다... 영화가 액션이라서 자막없이도 내용 이해는 됐는데 말이 빨라지거나 전문용어 나오거나 하면 엉? 하면서 봐서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진 못했다... 그래도 감상.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워낙에 좋아해서 일단 호감을 갖고 시작했는데 내용도 실망하지 않았다. 2편보다 당연히 나았고, 3편만큼 재밌었다. 1편의 오래된 감각이 여전히 1위긴 하다만 그래도ㅎㅎ 에단 헌트(톰 크루즈)라는 주인공을 여기까지 써먹을 수 있을 거라고 별로 생각 안했었는데 이젠 참 안정적이다. 거의 원맨플레이 위주다가 이번 편에서는 팀워크를 보여주는데 그게 또 쏠쏠하니 재미있더라. 처음 팀원이 어떻게 보면 참 빤한 구성이었던 게, 컴퓨터 다루는 까불거리는 캐릭터 벤지(사이몬 페그)와 매력적인 여성 요원 제인(폴라 패튼) 둘이 남아 있었으니까. 근데 요기에 정보분석가인지 뭔지 암튼 브랜트(제레미 레너)가 끼어들면서 꽤 재미있는 구성이 되었다. 구성이 복잡하진 않은데 아주 단순하지도 않게 캐릭터들 사이에 밸런스가 좋았다.

  액션들도 전편들에 쳐지지도 않았고 신선하니 좋았다. 에단 헌트의 두바이 빌딩 액션도 좋았고, 후반부에 있는 브랜트의 공중부양ㅎㅎ 신선하고 즐겁게 보았다. 멋진 캐릭터 하나 더 투여된 것 만으로도 이리 즐거워질 수 있다니. 브랜트 캐릭터가 특히 좋았던 게 초반에 시침 뚝 떼고 얌전하고 순딩이인척 하다가, 또 자기는 그냥 헬퍼일 뿐이라고 깐족대다가, 또 본격적으로 액션하고 이런 변화들이 보기 재미있었다. 벤지 같은 캐릭터야 내가 원래 좋아하는 캐릭터고... 제인은 약간 모르겠다. 좀 한 방이 더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아무튼 막판에 다같이 합동해서 일할 때 느낌이 넘 좋았다. 지구멸망에 가까운 일이 한 발치 앞에 있는데 다들 끝까지 포기하지않고 다다다다 달려나가는 모습들이ㅎㅎㅎ 긴박하고도 좋았다. 거기다가 그런 주제에 이 밝은 느낌은ㅋㅋㅋ 뭘까 싶을 정도로 암울하지 않았다. 음 이건 마치 엑퍼클을 볼 때의 느낌이야... 이전까지의 무거운 느낌이 감소되긴 했는데 그 나름의 맛이 있어서 즐겁웠긔.

  액션만 믿고 머리를 아주 안 쓴 각본도 아니어서 난 참 아기자기하고 재미나구나 그 생각을 했다. 아기자기한 부분은 벤지만 믿고 가고ㅎㅎ 보면서 사람 한 눈 팔지 않게 하는 각본이었다. 물론 숨떨리게 하는 부분들은 거의 액션에서 나왔지만서두 스토리가 보잘것없는 것이 아니라서더 집중하게 하더라.

  난 재밌었다. 아 간만에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다 다시 보고 싶네....ㅜㅜ

  순전히 노만이 나와서 보기 시작한 영화. 아 근데 킬 때부터 당연하게도 B급의 냄새가 폴폴 나서 당황했다. 1998년 영화라고는 믿기지 않는 그런 화면에 초반 스토리 진행에서부터 아 이건 망했다 이런 느낌. 그래도 노만이 예쁘니까...ㅜㅜ... 그냥 음성 끄고 노만 얼굴만 봐도 될 그런 영화.

  나름대로 반전을 준비해놓고 좋아 이건 멋진 반전이야! 이걸 드러내주는 좋은 시나리오만 쓰면 된다! 하고 신나했을 누군가가 보이는데 그 좋은 시나리오에서 대실패한 영화였다. 소재는 좋았다. 그걸 어떻게 엉망으로 잇는지 보여주었을 뿐... 대사들도 되게 뜬금없는 것이 많고 전체적인 연결이 미흡해서, 복선을 열심히 깐 게 눈에 보이는데도 눈물날 정도로 재미가 없었다. 그리고 반전을 다 알고 난 후엔 좀 황당하다 뿐이지 아 이 영화 대단하다 이른 느낌도 안 든다... 왜냐면 캐릭터들에게 당위성이랄 게 없거던!

  특히 데이빗(알란 릭맨)은 용서할 수가 없는 캐릭터였다. 그냥 젊은 남자(노만 리더스)를 끌어들일 필요도 없는 일을 이렇게까지 벌인 건 결국 돈때문이잖느냐.... 알렉시스(폴리 워커)는 무슨 죄인데. 유혹에 넘어간 죄? 그러 수도 있겠는데 이미 한 번 잘 거절한 걸 사람의 약점을 끄집어내어 그런 상황을 만든 게 가장 어이가 없었다. 여기서 가장 나쁜 놈은 너예요... 젊은 남자 캐릭터는 많은 설명이 될 게 없다. 옴므 파탈 쯤으로 여기면 되나.... 네... 뭐 노만에게 마릴린 먼로 분장을 시킨 데 큰 점수 드리겠습니다. 그 이상은 엄서... 더 이상 드릴 점수가 엄서... 알렉시스에게는 묵념.

  뭐 그냥 황당함ㅋㅋㅋ... 하지만 노만 리더스를 좋아하신다면 꼭 보세요 두번 보세요 너무 예뻐..ㅜㅜ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감독 나카시마 테츠야 (2006 / 일본)
출연 나카타니 미키,에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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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개봉 당시에 보려고 했던 거 같은데 언제나 그랬듯 이제야 봤다. 전작인 불량공주 모모코를 꽤 재밌게 봐서 이것도 그런 식으로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으 이거 무슨... 그냥 잔혹동화. 알록달록 예쁘게 환상적으로 꾸며놓았기에 받아들일 때 직접적인 고통이 덜하지만, 오히려 더 기괴하게 비틀어진 채 슬퍼보이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보기 힘들어.

  한 마디로 카와지리 마츠코(나카타니 미키)라는 여자의 인생이 어떤 식으로 망가져 굴러떨어졌는지 보여주는 영화였다. 이미 카와지리 마츠코가 죽은 시점에서 조카인 쇼(에이타)가 그녀의 죽음 이야기를 들어가는 과정이라서, 결말이 정해진 탓에 보는 게 더 고통스러웠다.

  아무리 사랑과 희망이란 말로 포장을 해도 내겐 와닿지가 않는단 말이다. 주는 것이, 베푸는 것이 그 사람의 뭔가를 나타내주면 뭐하냐. 본인은 버려지고 채이고 얻는 게 없는데. 게다가 아픈 여동생(이치카와 미카코)만 아끼는 아버지(에모토 아키라)의 애정에 목말라 그런 성격이 형성되었다고 한들, 이 여자가 만들어가는 인생은 자기가 자초한 게 너무나 크다. 한 번 상처 받을 때 배우는 것도 없고, 계속해서 사랑을 위해 살아가는 모습이 진짜 보기 힘들 지경이었다. 문제 해결 방식도 그랬고. 솔직히 초반부에 류 요이치(카가와 테루유키)와 관련하여 사건이 벌어졌을 때 처신만 잘했어도 학교에서 쫓겨나진 않았을 텐데 고 부분에선 본인 성격 탓이 너무나 커서 짜증이 폭발. 그 땐 동정도 안갔다...

  그 뒤 남자들 만나고 생활하면서 상황 판단하는 방식이 애처로울 지경. 우째 이렇게 최악의 남자만 골라서 만난단 말이냐. 작가였던 첫번째 남자 야메가와 테츠야(쿠도 칸쿠로)와의 관계는 그렇다 쳐. 폭력이나 저지르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처음이잖아. 근데 두번째 샐러리맨 남자(게키단 히토리)부터가 완전 꼬였다... 그 남자한테 차였다고 업소 여자가 되는 것도 그렇고, 건달 오노데라(다케다 신지)랑 살다가 살인까지 저지르는 것도 완전 본인 탓이지 않느냐... 이건 온전히 남자 탓만 할 수가 없다고. 그나마 착한 이발소 남자(아라카와 요시요시) 만나면 뭐해. 한 달 살고 잡혀가는데... 감옥에서도 이 남자 하나 바라보고 미용사 자격증 따는 것도 난 좀 웃겼다. 삶의 모든 이유가 애정이야. 이래서야 행복할 수가 없잖아 싶고. 기껏 사귄 친구 사와무라 메구미(구로사와 아스카)도 외로움을 이유로 쳐내버리고... 모든 진행이 안타까움. 현재가 지옥이니 더 나빠질 게 뭐 있느냐며 야쿠자가 된 옛 제자 류와 관계를 시작하는 것도, 그걸 기다리는 것도 모두 바보스러웠다. 이후 진행이야 말할 것도 없었고..

  그런고로 이 영화에서 받은 교훈은 하나도 없다. 진심으로 하나도 없다. 그냥 비참한 이야기를 특별한 형식으로 본 게 신기한 정도. 불쌍하고 애처로와. 근데 그게 끝이야. 이런 꿈도 희망도 없는 듯한 이야기를 보며 대체 뭘 느껴야 하는거냐. 남에게 베푸는 사람이 되라고? 꺼져. 그래서 마츠코가 얻은 게 뭔데? 자기가 만든 정신학대? 그걸 가리는 자기만족?

  형식은 재밌고 영상도 즐거웠지만 그냥 불편했다.



엑스맨 탄생 : 울버린
감독 개빈 후드 (2009 / 미국)
출연 휴 잭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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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이거 왜봤지...랄까 이미 평이 나쁜 걸 알고 보기 시작해서 그렇게까지 실망은 안했는데, 역시나.. 하는 상황? 사실 초반부 시작만해도 그렇게 나쁠 거란 예상은 못했는데 진행되는 동안 굴곡이랄 게 그다지 없다. 있어도 저게 뭐야 싶고... 울버린(휴 잭맨)의 숨겨진 과거를 파헤친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을 것 같았는데, 그걸 나쁜 방식으로 보여준 느낌. 왜냐하면 내가 아는 울버린은 이미 현실에서 기억을 모두 잃고 있으니까. 그게 이 프리퀄에선 반전이 되는 게 아니라 이미 스포가 되어버리는 거다. 이야기가 아무리 진행되어도 긴장감이 없을 수 밖에 없는게 결국 울버린은 살거고, 이 모든 것들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게 너무 뻔한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시간이 지날 수록 그게 슬플 지경이었음.

  캐릭터들을 다루는 방식도 빈약한 편이었다. 뮤턴트라면 무조건 좋아하는 게 아닌데. 뮤턴트로서의 고민이 많이 보이지도 않고, 대체 형제애가 있긴 한건가 너의 논리는 뭔가 고민하게 만드는 세이버투스(빅터 크리드)가 가장 심했고. 울버린의 여자친구인 케일라(린 콜린스)도 미적지근하긴 마찬가지여서... 그런식으로밖에 할 수 없었니.

  그나마 좀 매력있나 싶었던 초반 등장 뮤턴트 무리들이 얼마 나오지 않아서 더 슬펐다. 나으 웨이드(라이언 레이놀즈)를 돌려줘... 볼트(도미닉 모나한)도 초반에 처리되어버고(나 아직까지 얘가 왜 죽어야 했는지 모르겠어...), 블롭(케빈 두런드)은 잠깐 즐겁긴 했다만 뭐 완전 소소. 레이스(윌 아이 엠)는 갔습니다 허무하게 갔습니다...ㅎㅎ 에이전트 제로(다니엘 헤니) 무심하게 깐죽대는 것도 마음에 들었는데 그것도 얼마 안갔어... 재미없는 세이버투스만.... 갬빗(테일러 키취)은 거의 무존재라 하게습니다. 악역인 스트라이커 대령(대니 허스튼)도 넘 단면적이어서 재미가 없었다.

  데드풀과 싸우는 장면이 울버린과 세이버투스가 싸우는 장면보다 더 지루했다는 게 슬픈 이야기ㅜㅜ 뭐... 기대도 안했다만 좀 밋밋하고 그렇다. 여러가지로 아까움ㅋㅋㅋ... 근데 울버린의 그 어떤 과거가 나오든지간에 그건 기억상실로 이어진단 점에서 패망의 원인이 있는 것도 같다... 프리퀼 말고 그 후의 이야기를 해보지ㅎㅎ 과거 파헤치기 이런거ㅋㅋㅋㅋ 이미 지난 이야기네...
2010/09/12 - 잉베를 사랑한 남자 (Mannen Som Elsket Yngve: The Man Who Loved Ynge, 2008)


  본지 일주일 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 한데 일단 써보자. 한국에 개봉한 건 아니고... 잉베를 사랑한 남자의 주인공 '얄레 크렙'이 8년 뒤에 겪는 이야기. 철딱서니 없던 열일곱의 소년은 스물 다섯의 대학생이 되어 있다. 배경은 1997년. 스물 다섯 대학생이 된 얄레는 이상하게 잉베를 사랑한 남자 때보다 더 철이 없는 느낌이다. 그나마 그 땐 십대 소년이기라도 했지, 지금은 스물 다섯인 대학생인 주제에 철이 없다! 와 이거 속터진다고. 물론 이 시리즈가 얄레 크렙의 성장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전편을 본 사람으로서 스무살이 넘도록 이러고 있는 얄레를 보면 속터질 수 밖에. 게다가 잉베는 나오지도 않아... 엉엉 야 너 잉베 그꼴로 만들고 넌 이러고 살기냐ㅠㅠ

  그래 뭐 젤 친한 친구가 죽어도 굴러가는게 인생이더라, 해서 여튼 얄레의 이번 고난은 이렇다. 여자친구 하디스(잉그리드 볼세 베르달)와도 잘 지내고, 대학에서 마르셀 프루스트에 대한 졸업논문을 쓰며 보내고 있는 얄레. 평화로이 잘 살고 있는 얄레에게 열일곱 당시에 파티에서 딱 한번 잤던 여자애 아넷(마테 아세스)에게서 편지가 온다. 난 너무 지쳐서 휴가가 필요한데, 내 딸을 맡아줄 사람이 없다. 근데 그 딸은 사실 네 딸이기도 하더라. 그러니 일주일간 맡아달라... 황당해 죽겠는데 유전자 검사를 해봐도 내 딸이 맞대. 기가 막힌 일이긴 한데 이 때 얄레의 거부 반응이 어찌나 심한지 쥐어박고 싶을 정도.

  어쨌든 애 엄마가 애를 혼자 얄레에게 보내고 휴가를 떠나버린 탓에 얄레는 울며 겨자먹기로 샬롯 이자벨, 약칭 로테(아미나 엘레오노라 벨그렘)을 떠맡는다. 혼자서 얄레가 사는 곳에 도착한 로테는 딱 고나이 또래의 아기 아가씨. 처음 보는 아빠가 낯설기도 하고, 낯선 장소에 적응하려 애쓰는 그런 애기다. 처음엔 그나마 얄레와 잘 지내나 했었는데 이런 스토리가 그러저러하듯이 사건이 생긴다. 그것도 제법 평범한 사건. 얄레는 여자친구에게 차였다고 애를 옆집 여자에게 맡겨놓고 놀다가 술이 떡이 되어 오고, 그런 옆집 여자에게 책임감 문제로 뺨을 맞고, 로테는 실망하고, 얄레는 자기 논문 문제로 너무 바쁘고... 뭐 그런반복적인 실망의 서클. 그런 일들에서의 회복은 얄레의 엄마가 이야기에 진입하면서 어느정도 수습이 되는 편인데 이게 얄레 스스로 변하지 않았단 점에선 좀 실망스러웠다. 로테가 한 번 크게 폭발하였을 때에도 그걸 해결하는 건 얄레가 아닌 얄레의 엄마였다. 어떻게 사람이 한번에 변하겠느냐마는 그래도 이건 좀 내 정서에는 맞지 않았다. 로테의 생일에 맞춰 아넷이 돌아오고 아넷과 얄레가 잘 되어갈 조짐을 풍긴다. 그 뒤는 뭐 그냥 평범무난한 스토리. 사실 스토리라인 자체가 잉베를 사랑한 남자보다 평범했고, 또 그 감정을 다루는 방식들도 전편보다 더 단순해지고 재미없었다고 본다. 로테 보는 재미는 쏠쏠하였지만...

  그렇다고 뭐 마냥 재미없는 않았고 그럭저럭하게 보았음. 얄레가 가족이라는 유대감을 다루는 방식에서 좀 더 성장했다는 것과, '생각하는' 일을 하는 대학에서의 마지막 과정을 무사히 끝마치고 성장하였다는 점 두 가지가 자연스레 다루어진 것은 괜찮았다. 마지막 돌아오는 차 안에서(이런 마지막 장면의 처리는 꼭 전편과 같은 게 난 마음에 들었다.) 얄레가 훔치는 눈물은 그 두 성장 과정에서 벌어지는 성장통을 뒤늦게, 또 한번에 느낀 것 처럼 보였다.

  그래서 잉베는 진짜 이제 더 이상 안 나오는거냐... 흑흑 얄레 크렙 이야기는 또 나올 것도 같던데.

행오버
감독 토드 필립스 (2009 / 독일,미국)
출연 브래들리 쿠퍼,에드 헴스,잭 갈리피아나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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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향 타는 저질개그란 소리를 듣고 보기시작. 아 근데 나 이런거 취향인가봐... 엄청 재밌든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절친한 친구인 필(브래들리 쿠퍼), 스투(에드 헬름스)가 친구인 더그(저스틴 바사)의 총각파티를 하기 위해 라스베가스로 가서 겪는 이야기. 여기에 친구는 아닌데 어쩌다가 섞여들게 된 더그의 처남 앨런(자흐 갈리피아나키스)가 있다. 시작부터 빵빵 터지는데 뒤로 갈 수록 답이 없다. 뺀질한 애, 머린 좋지만 어딘가 부족한 애, 아예 대책없는 애 셋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케미컬이 너무 웃기다. 더그는 나름 결혼식의 주인공인데 거의 안나옴. 막판에 발견되기까지 혼자 고생 하고 있더라...

  밤 새도록 뭔가 큰 사고들을 치고 다닌 결과만 덩그러니 남아있는데, 정작 호텔방에 남아있는 셋 중 누구도 지난 밤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게 가장 큰 고난. 밤 사이에 호텔방엔 호랑이가 있질 않나, 정체 모를 아기가 있질 않나, 차는 경찰차로 바뀌어 있고, 본인들의 행적을 뒤쫓다 보니 스투는 짜증나지만 여자친구 멜리사(레이첼 해리스)도 있는데 제이드(헤더 그레이엄)란 여자와 결혼까지 했대. 오, 라스베가스시여. 술이시여. 거기다가 당장 오늘 결혼해야 할 친구는 보이질 않고... 친구를 찾으며 지난 밤을 더듬어 가는데, 지난 밤의 행적들도 웃기거니와 그 과정의 일들도 웃기다. 이 모든 상황을 웃으며 즐기는 필도 재밌고, 이빨 하나 잃고 졸지에 유부남 된 스투도 귀엽고, 갑자기 도박 마스터 된 앨런도 웃기고, 미스터 초우(켄 정)는 어쩔것이야ㅎㅎ

  좀 뜬금 없다 싶은 개그장면들도 많지만(타이슨이라니!) 그래도 영화 자체가 원체 엉뚱해서 되게 웃으면서 봤다. 애들 지난 밤 사진 돌려볼 때 나오는 컷들 쩔어... 내가 저렇게 놀았는데 저걸 하나도 기억 못하면 억울해서 살겠냐...ㅎㅎ 음 뭐 다른건 별 거 없고 스투는 제이드랑 잘 됐으면 좋겠더라. 생각없이 엄청 웃으며 봤음ㅋㅋㅋ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
감독 데이빗 예이츠 (2011 / 미국,영국)
출연 다니엘 래드클리프,루퍼트 그린트,엠마 왓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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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일에 보고 왔다. 나의 유년기가 끝나버린 이 느낌ㅋㅋㅋ... 인데 뭐 슬프고 그런 건 아니고 기분이 약간 미묘하긴 했다. 영화는 재밌게 보았다. 마음에 안드는 구석이 있었지만 뭐 큰 기대도 안했고, 원체 긴 이야기니까 요약본을 보는 기분으로 보았다. 중간 중간 개그컷들도 괜찮았고(아 사랑스러운 네빌(매튜 루이스)!) 요약도 괜찮게 되었다. 연애감정이 너무 축약되어서 헤르미온느(엠마 왓슨)와 론(루퍼트 그린트)의 키스 장면, 해리 포터(다니엘 래드클리프)와 지니(보니 라이트)의 키스 장면 모두 뜬금없다 싶게 진행되긴 했지만... 나는 뭐 이미 책을 봤기에ㅋㅋㅋㅋ 귀엽네 하고 말았다.

  작년에 개봉했던 1부에 이어지는 편이라서, 작년에 이어진 클라이맥스이며 시리즈 전체를 아우르는 클라이맥스인지라 2부는 정신없이 빨리 진행되더라. 사건 해결의 연속. 상영 시간 내내 눈을 뗄 수가 없는 스토리 진행이었다. 여태까지 나왔던 캐릭터들은 전부 출동하고, 비밀들이 밝혀지고, 싸움이 일어나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죽고... 하는 쉼 없는 진행이 나는 좋았다. 중반 까지는 계속해서 나오던 개그 컷들이 이야기에 집중해야 하는 부분에 와서는 전혀 나오지 않게 되는 것도 좋았고.

  캐릭터들을 다루는 방식들을이 길게는 다루지 않더라도 각자의 장점을 확실히 살려준다는 점에서 좋았다. 짧은 단역들도 낭비되지 않고 쓰였다. 교수님들과 학생들 모두의 캐릭터가 그 짧은 과정에서도 톡톡히 드러나더라. 주인공들은 길게 보아야 하는 캐릭터였으니까 생략하고, 음... (내 생각에) 가장 중요한 캐릭터였던 세베루스 스네이프(알란 릭맨)는... ㅎㅎㅎ 좋았다. 아 진짜 엄청 울음. 다 아는 장면인데도 왜이렇게 슬프니. 회상 하는 장면에서부터 펑펑. 역시 세베루스께서는 이 시리즈의 진짜 주인공이 아닐까... 순정남ㅜㅜ

  진행이 너무 휘몰아쳐서 볼드모트(랄프 파인즈)가 죽고 사건이 모두 해결된 직후의 진행이 허무하다는 느낌도 있었다. 그런데 그 허무함은 이 시리즈가 끝나버리고, 모든 사건이 종료된 것에서 비롯한 것이기도 한 듯. 뭔가 참... 아 이제 끝이구나... 뭐 그런 느낌을 주인공들 뿐 아니라 나도 느꼈다. 근데 19년 후 모습은ㅋㅋㅋㅋㅋ빵터짐... 제발 분장 좀....ㅋㅋㅋㅋㅋㅋ

  해리 포터 시리즈에 단점이 없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그렇게 말할 수도 없고. 이번 영화에서는 슬리데린 학생들을 전부 가둬버리는 맥고나걸(매기 스미스)의 태도에 약간 발끈하기도 했으니까... 근데 그건 원작에서 발현된 성격이라 말하기도 그렇네. 하여튼 선악을 다루는 기준점에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참 즐겁게 보았다.

  재미있었다. 1편이랑 이어서 또 보고 싶네...

트랜스포머 3
감독 마이클 베이 (2011 / 미국)
출연 샤이아 라보프,로지 헌팅턴-휘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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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야로 보고 왔다. 평이 워낙 안좋아서ㅎㅎ 집에 모든 기대를 놓고 갔다. 그래서 좀 덜 실망한듯. 실망 안했다는 건 아닙니다. 일단 로봇 싸우는 거 보러 가는 영화니까 3D로 봄. 내 돈.. 내 돈...

  내 감상을 세가지로 요약하자면 1. 너무 쓸데없이 길어. 2. 차라리 인간 나오지마... 3. 나의 미카엘라쨔응을 돌려줘 로 요약 가능. 혹은 이것은 장편 미국 홍보영화인가... 싶은 뭐 그런 기분이었다.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많은 기대를 하면 안되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1편의 그 재기발랄했던 느낌이 사라졌다는 게 너무 아쉽다. 이모저모 모든 것은 미국과 관련되어 있고...ㅎㅎ

  샘(샤이아 라보프)은 왜 그렇게 정나미 떨어지는 청년으로 자랐는지 모르겠다. 과거의 영광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을 보는 것 같았다. 복사나 하란 말이에요? 하면서 면접보는 회사의 브루스(존 말코비치)에게 대드는 걸 보면서 아니 그럼 신입사원이 뭘 한단 말인가? 하고 되묻게 하질 않나. 여자친구 칼리(로지 헌팅턴 휘틀리)와의 관계에서도 영.. 칼리도 말이지, 이렇게 무매력한 여자 주인공은 처음 봤다. 뭐야 하는게 없다... 시몬스 전직 요원(존 터투로)도 이전에 비하면 역할이 하잘것없어졌고, 켄 정은 그래... 개그하러 나왔겠지. 그래도 싸구려 게이조크 좀 지겹지 않나. 국방부쪽 인물인 샤롯 미어링(프란시스 맥도맨드)는 답답의 극치라서 이게 뭐야 싶었고. 보는 사람이 이게 뭐야 싶을 정도인데 대체 시나리오 쓰는 사람은 무슨 생각을 했단 말인가. 인간 쪽 악역이었던 딜런(패트릭 뎀시)은 그 상황은 이해가 가면서도 뒤로 갈수록 역할 이상으로 찌질해졌다는 느낌. 많이들 등장하는 군인들은.... 음... 그래요 수고하셨습니다. 아 그리고 가족 좀 제발 안나왔으면 했다. 엄마(줄리 화이트)고 아빠(케빈 던)고 대체 왜 나왔는데...? 아 내가 인간 나오는 거에 질려버렸나.

  그러나 이것은 로봇이 싸우는 영화가 아닙니까. 아무리 인간이 삽질을 해도 로봇끼리 싸우는 장면만 많으면 괜찮다 이거야. 근데 이건 뭐 중반까지 지루의 극치를 달려서 참 그랬다. 그 이후의 싸움장면도 썩ㅎㅎ 나의 옵티머스는 그런 냐냐냥이 아닌데 말이죠.

  센티널 프라임(레너드 니모이)가 등장하면서 뭔가 활기차지려나 했는데 엉엉 이런 허접한 배신자 컨셉 좋지 않아. 게다가 센티널 덕에 메가트론(휴고 위빙)의 역할이 엄청 눈물나게 되어버렸고, 옵티머스(피터 쿨렌)가 이끄는 오토봇 쪽의 사상도 썩 이해가 되진 않아서 슬펐다. 아 그래, 인간 쪽에서야 참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지. 근데 내가 오토봇이라면 센티널 쪽에 긍정하지 않았을까...ㅎㅎ 너무 정의만 내세우는 것도 좋지 않아요. 게다가 막판 마무리..를 확실히 해 준 건 좋은데 그닥 설득력도 없고, 재미도 없고...

  감상만 보면 총체적 난국이네요. 아 근데 실제로도 그랬지!

사랑을 카피하다
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2010 / 프랑스,이란,이탈리아)
출연 줄리엣 비노쉬,윌리엄 쉬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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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에 코파카바나 볼 때 같은 영화관에서 하길래 관심 좀 생기네 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보게 되었다. 감독이름을 참 많이 들어서 그렇기도 했고, 줄리엣 비노쉬도 뭐 데미지에서의 연기를 잊을 때라는 생각도 들어서. 그땐 역할이 워낙에 뻣뻣해서 매력이 진짜 반감됐을거라고 생각하기도 했다만...

  근데 이 영화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진행의 영화더라. 요컨대 비포 선라이즈/선셋 타입의 두 남녀가 만나서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길을 걷는 그런 영화. 그래서 처음 시작하고 십분쯤 만에 아 난 죽었다, 하긴 했으나 그럭저럭 재밌게 보았다. 영국인 작가 제임스 밀러(윌리엄 쉬멜)이 자신의 책 '기막힌 복제품'의 강연 차 이탈리아에 들렀다가 팬인 엘르(줄리엣 비노쉬)와 만나며 진행되는 이야기. 엘르가 하루동안 근교의 시골 지역을 소개해주겠다고 하여 그 곳에 들러 많은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는데 그 부분에서부터 두 사람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더라. 다소 철학적인 담론일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개인의 경험 차이에서 묻어나는 간단한 대화일 수도 있지만 두 사람은 참 달랐다. 가볍게 보면 남녀차이일 수도 있겠고.

  비포 선라이즈/선셋 시리즈와 달랐던 거라면 중간부터 펼쳐지는 역할극. 이게 또 재미난데 15년간 산 부부처럼 역할극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극은 실제와 교묘하게 맞물려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아닌지 헷갈리게 만든다. 무엇이 사실이어도 상관없겠지만 연기와 진행되는 내용이 맞물려 처연한 기분을 내는 데 참 묘하더라. 식당에서 립스틱을 바르던 엘르의 모습은 여느 사랑에 빠진 여성 같아서 귀여웠고, 침대에 누워 가지 말라고 애원하던 모습은 차분하면서도 깊게 슬펐다. 제임스는 똑똑하면서도 어눌한 느낌이 있었는데 그런 서투름이 마음에 들었지만, 뭐 9시 기차 이야기로 단호함을 엿볼 수도 있었지. 사랑 이야기로 보려면 그렇게 볼 수도 있고, 아니라고 해도 별 상관없는 그런 이야기. 다만 두 사람이 나누던 수 많은 대화 안에서 나는 오히려 제임스의 쪽에서 생각하게 되는 걸 보니 이전부터 그랬듯 내 사고방식도 참 남성쪽에 가깝구나 하는 생각은 했다.

  촬영이 좀 신기한 게 이야기를 하게 될 때면 내가 말하는 상대방을 보게 되는 촬영방식을 택했다. 예를 들면 엘르가 말을 할 때면 나의 시선은 제임스가 보고 있는 것을 담고 있는 것. 몰입하는 데에는 도움이 됐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담론을 좋아한다면 추천. 연기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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