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좋은방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지은이 E. M. 포스터 (열린책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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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보다 재밌진 않았다. 그래서 좀 의외였다. 가장 대표작이라서 엄청 재미있을 줄 알았는데, 모리스가 훨씬 재미있었다. 모리스를 읽을 때의 두근거림을 느끼고 싶었는데 이건 그것보다는 새침하고 가벼웠다. 낭만적이고 밝은 소설이라는데 그렇긴 하다. 여기 깔린 문화 바탕을 알고 원문으로 읽으면 좀 더 나을 것 같기도 하고... 물론 난 번역된 거만 읽을 수 있으니까 해당사항 업스요.

  이탈리아 여행을 하던 루시 허니처치와 그녀의 사촌 언니 샬럿은 여행지에서 전망 좋은 방과 자신들의 안 좋은 방을 바꿔주겠다는 에머슨 씨와 그의 아들 조지 에머슨을 만나게 된다. 시종일관 그야말로 '싼티'나는 에머슨 부자인 탓에 그들을 멀리하였지만, 루시는 이탈리아에서 목격한 끔찍한 일을 계기로 조지와 감정을 통하게 되고... 어떻게 영국으로 돌아와 세실과 약혼하게 되었지만 결국은 조지와 이어진다는, 뭐 간단하게는 그런 이야기.

  에머슨 부자가 합리적이어서 난 꽤 좋아했다. 조지는 좀 우울한데다 엉뚱한 구석이 있어서 앞에 있으면 좋아하진 않을 것 같다만, 에머슨 씨는 친구하고 싶은 뭐 그런 성격이더라. 허니처치가 사람들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허니처치부인도 그 정도면 무난했고, 동생은 귀엽고. 루시도 답답하긴 한데 막 대놓고 밉진 않았다. 그냥 귀여운 허영이나 허세로 보았음. 샬럿 쪽은 좀 짜증나긴 하더라. 그래도 샬럿 또한 아주 나쁜 사람은 아니었으니 고만고만. 세실은 그냥 불쌍했다. 난 세실도 악역이나 완전 나쁜 사람으로 안보였던게 그 마초적인 근성은 어느 정도 자신이 받은 교육에 입각한 거기도 했고, 끝까지 젠틀했잖아. 어찌보면 루시에게 아까울 정도로 훌륭한 신사였다.

  처음 읽을 때 좀 배경이나 인물이 감이 안 잡혔는데 두어 번 더 읽어봐야 할 듯. 문제는 그만한 재미가 있냐는 건데... 그 시간이면 난 모리스를 한 번 더 읽지 않을까 싶긴 하다.
내아들의연인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정미경 (문학동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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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포스팅을 안해서 포스팅 할 게 쌓였네요. 그와 별개로 기억은 점점 흐려져서 이거 내용이 확실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게 슬픈 일. 그래도 뭐 대략적인 감상만 말해보자면...

  여성적인데 굉장히 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동시에 들었다. 아무리 화자가 남자여도 문장에서 느껴지는 것들이 되게 여성적이었는데, 그와 별개로 다루고 있는 소재나 표현하고 있는 감정들은 현실의 극에 치달아 있다는 느낌이 있었다. 꽤 편한 감정은 아니었스요. 그래도 잘썼다는 생각을 했다. 단편집이라지만 단편에 따라 각각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었는데, 뭐 그 호불호 이전에 소설 자체는 꽤 괜찮고만. 그랬음. 너무 통속극 스럽지 않나? 했던 것들도 따지고 보면 뭐 그래 그 통속극이 우리 사는 일상이니까. 있을 수 있겠네. 그런 생각을 하게 되고... 빤한 소재 가지고도 괜찮게 썼어서 적어도 읽고나서 후회하진 않았다

  기억나는거만 몇 개 말하면... '너를 사랑해' 같은 경우엔 진짜 소설집의 처음을 장식하는 단편인데도 썩 맘에 안들었었는데, 그 소재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이런 식으로 비참하다 싶은 남녀 짝이 벌이는 일들은 결말이 좋지 않을 것만 같아서 즐기지 않는 편이라서. 근데 또 막상 다 읽고나면은 얘네의 감정에 꽤 이입하게 되어서 나쁘지 않았음. '내 아들의 연인'은 진짜ㅋㅋㅋㅋ 이거 뭐야 드라마야? 하면서도 좋았다. 부유한 중년 여성의 시선에서 보여지는 아들의 가난한 여자친구. 담담한 묘사 안에서도 억눌린 감정의 틈새가 조금씩 보여서 좋았다. 나는 여전히 아들 녀석이 핑계대는 짓거리가 유치하고 또 어이없다고 생각한다. 꾸미지 않는 편이 좋다. '매미'는... 이런 건 솔직히 내가 좋아하는 스토리라 할 말이 없다. 내가 공연 후에 이명을 꼭 겪는 편이라서 그런가 약간 더 공감하기 편하기도... 그리고 인문계 남자의 현실 같은 것들도 좋았고, 여자와의 관계에서 나오는 그런 것들... 밑에서 헤엄치고 있는 어두운 것들이 막판에 튀어나온 것이 좋았다. 뭐 그게 희극적인 결말을 낳진 못하더라도. '시그널 레드'는 그냥 정신적으로 장애있는 남자 보는 것 같았고. '밤이여, 나뉘어라' 같은 경우엔 뒷부분에서 소름이 쫙쫙 끼치는데 주인공이 그 친구를 만나지 않았다, 그런 기억이 없다 하며 뒤돌아서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내가 한 평생을 쫓으며 이기자고 했던 천재가 그런 식으로 살고 있다면 나라도 잊을 것 같다. 그가 몰락한 게 기쁘기 이전에, 그를 쫓는 열망을 잃어 몰락하는 날 보는 게 더 슬플 것 같다.

  나쁘지 않았다. 엄청 좋진 않았고.
프랑켄슈타인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 영미소설일반
지은이 메리 W. 셸리 (열린책들,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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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고 내린 결론은 빅터 프랑켄슈타인 이 개새끼야....

  뭔가 내가 상상했던 프랑켄슈타인이랑 달라서 놀랐다. 난 괴기영화에 나오는 이미지에 익숙해져있어서 프랑켄슈타인이, 정확히는 이름도 가지고 있지 않은 '이 것'이 이런 생물일 줄은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만들어지는 것도 중반부 이후의 일일 줄 알았었다. 근데 그게 아니고 초반에 후딱 만들어지고 그 이후의 상황으로 가더라. 참고로 프랑켄슈타인은 이 이름없는 괴물을 만든 사람의 이름. 빅터 프랑켄슈타인. 그에게는 이름조차 없다.

  초반엔 1인칭으로 시작되는데도 불구하고 주인공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느끼는 모든 감정들에 이입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것'의 입에서 나오는 진술을 듣게 되면 그가 저지른 모든 잘못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것에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오로지 겉모습만으로 창조자에게 버림받고, 사람들에게 오해받고, 사랑의 한 조각조차 얻지 못하는 그 것을 볼 때면 가슴이 아파진다. 그가 아무리 믿을만한 말을 내뱉어도 아무도 그를 믿어주지 않는다. 그의 창조자조차 그의 생김새때문에 그를 혐오하는 마당에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단지 이해받고 기댈 곳이 필요했던 그가 세상에 분노하게 되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창조자인 빅터가 그를 혐오하고, 마을 사람들이 그를 혐오하는 데에는 오직 외모라는 이유 하나만 존재할 뿐이다. 더군다나 '그 것'이 가지고 있는 지적 수준과 마음씨를 본다면 그를 동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리 빅터가 수많은 핑계를 대도 그렇다.

  쫓고 쫓기는 막판의 상황은 오히려 '그 것'에게 삶의 이유를 주었을 것 같다. 자신을 찾는 유일한 단 한사람 빅터가 죽게 됨으로써 그로서도 더 이상의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게 된 것이겠지. 여튼지간에 읽는 내내 이런 식으로 서술자가 아닌 객체에게 이입하게 된 소설도 흔치 않을 듯.

  뭐 괜찮았다. 생각만치 괴기소설은 아니다. 오히려 그냥... 좀 안쓰럽고, 그렇다.
대기불안정과그밖의슬픈기상현상들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 영미소설일반
지은이 리브카 갈첸 (민음사,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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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재도 특이하고 진행 방식도 흥미롭고, 그렇다고 감정 묘사가 부족한 것도 아니어서 난 엄청 재밌게 읽었다. 어느 날 집에 들어갔더니 아내의 모습을 하고 있는 도플갱어가 앉아있더라, 그래서 아내를 찾아 나서는 정신과 의사 레오의 이야기. 정신과 의사 아니랄까봐 정신의학, 분석학에 관련된 묘사가 생겨난다. 거기에 자칭 왕립기상학회 회원이라는 레오의 환자 하비의 이야기가 섞여들면서, 기상학에 관한 이야기까지 나온다. 기상학 이야기가 나오며 기상학자인 츠비 갈첸이 소설 속으로 기묘하게 융합된는데, 이 츠비 갈첸은 작가 리브카 갈첸의 아버지라는 점에서 한 번 더 웃게 만드는 소재였다.

  굉장히 즐겁게 봤는데 쓰려니까 뭘 써야할 지 모르겠다만... 모든 보이는 것은 '가짜 레마'가 '진짜 레마'임을 말함에도, 레오가 진짜 레마를 찾아나서는 과정이 가장 흥미로우며 또 주목해야 할 부분 같다. 레마의 모습과 레마의 기억을 가지고 있음에도 레오는 주관적인 판단 하에 현재 옆에 있는 레마가 가짜라고 믿는다. 현실과 비현실의 구분, 실제와 가상의 구분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도 의문을 갖게 하고, 또 내가 인식하는 타인에 관한 부분이 얼마나 맞을 수 있는지, 내가 인식하는 데 문제가 생긴다면 타인의 존재가치 또한 내 안에서 다른 방식으로 변화할 수 있는가 뭐 그런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가오게 하는 소설이었다.

  근데 뭐 철학적인 이야기 안해도 그냥 재밌다. 난 판타지로 시작해서 현실로 끝나는 이 결말까지도 좋았다. 약간 서스펜스 읽는 느낌도 들었고ㅋㅋㅋ 좋았음. 근래 읽은 소설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다.
명예
카테고리 소설 > 독일소설
지은이 다니엘 켈만 (민음사,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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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피가 흥미로워서 샀던 소설. 컴퓨터, 인터넷, 전화 등의 소재를 통해 '나'를 규정하는 게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교묘히 뒤틀려 있어서 그 부분도 흥미롭다. 맨 처음 소설을 읽고 당황했던 게 이게 단편집이었나? 였는데, 서로 연결된 부분이 있으면서 또 각개의 소설로서도 말이 되는 연작 소설 모음집이더라. 그래서 그런가 크게 가로지르는 주제는 비슷한 듯 하다. 소재는 전부 다르고 각개의 소설로서도 매력이 있다.

  모든 단편들이 다 만족스러웠다 말하긴 힘들지만, 내게 엄청 매력적으로 다가온 단편들도 있어서 좋았다. '토론에 글 올리기'와 '내가 어떻게 거짓말을 하며 죽어 갔는지'는 정말 마음에 들었다. 전자의 경우 남 이야기 같지 않은(...) 트롤의 모습에 감탄했다. 인터넷과 현실 사이에서의 갭이 그리 크지 않은 캐릭터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이중적인 캐릭터보다는 이렇게 적당히 약점에 빠진 캐릭터가 좋다. 후자의 경우엔 모든 사람들이 쉽게 빠질 수 있는 거짓말과 그에 따른 결과들이 폭풍우처럼 몰아닥치는 점이 아주 좋았다. 파멸밖에 남지 않은 미래를 앞둔 주인공의 태도도 마음에 들었고. 그 외에 마음에 들었던 건 '탈출구'와 '목소리' 정도. 이 두 소설은 소설집 안의 소설 중에서도 꽤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되는데, 두 소설이 떠맡고 있는 주제가 '나'를 만드는 부분을 파고든다는 점에서 비슷했던 것 같다. 전화를 통해서 랄프가 될 수 있었던 에블링이나, 이미테이션 랄프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를 의심하고 또 잃게 되는 랄프의 이야기나 둘 다 재미있었다. 나머지 단편들도 무난무난하게 괜찮았지만 썩 취향이랄 건 없었고... 여튼 난 이런게 좋더라.

  구성이 가장 흥미롭고, 소재도 괜찮고. 마음에 든 편이었다.
중세는살아있다그어둠과빛의역사
카테고리 역사/문화 > 서양사 > 서양사일반
지은이 장 베르동 (길,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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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역사 이런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외우는 게 싫으니까) 서양 중세, 근대 생활사가 궁금해져서 이거 찾아서 봤다. 어렵지 않고 그냥 그럭저럭한 흥미+지식 충족용으로 괜찮았다. 나같은 초보에게는 딱 걸맞는 책. 전공자나 이미 역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좀 부족하지 않나 싶다.

  봉건사회에 대해서 나는 머리로는 알아도 그 생활은 잘 알지 못하니까 쉬이 공감하지는 못하는데, 요건 개인의 생활사를 담고 있어서 그런가 소설처럼 읽을 수 있었다. 몇 가지 재미있는 파트도 있었고, 몇 가지 역겨운 파트도 있었고 뭐 그랬다. 근대 부분도 이런 생활사 책 있으면 읽어보고 싶다. 아 그리고 이 책은 프랑스의 중세 생활사에 대해서만 나와있어서 다른 나라에 관한 거라면 또 다른 책을 보아야 할 듯 하다. 이런 건 길잡이가 좀 필요한데ㅎㅎ... 나중에 친구한테 물어봐야지.

  적어도 내가 필요했던 부분은 얻었다. 좀 더 자세한 건 알고 싶지 않고, 다른 나라나 다른 시대에 관한 거라면 좀 알고 싶네. 근데 소설처럼 읽었다고 하더라도 소설 아니라고 진도 무진 안나가더라... 역시 나는 흥미 위주의 독서밖에 못하는 사람...ㅎㅎ
나는전설이다(밀리언셀러클럽18)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 공포/추리소설
지은이 리처드 매드슨 (황금가지,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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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흘도 전에 읽은건데 지금 감상을 쓰는걸 보면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없다는걸 알 수 있구나... 하여튼 다류한테 빌려서 읽음. 전부터 읽어보고는 싶었는데 도서관 가기는 귀찮고 사기는 왠지 돈아까울 거 같아서... 장르문학은 안읽는 건 아닌데 사는 건 좀 망설이게 되더라. '나는 전설이다'가 중편으로 맨 앞에 있고, 뒤에는 단편들로 배치. 다 읽었는데 아무래도 '나는 전설이다'가 가장 재미있었고, 단편들은 그럭저럭하게 읽었지만 대부분은 취향이 아니었다. '매드 하우스'만 조금 재미있었다. 호러 소설은 썩 취향이 아닌 것 같다. 나는 전설이다 쪽은 호러라기 보단 나름의 고찰이 있어서 좋았지만. 설정 만든것도 지금 읽어도 재밌고.

  나는 이런 좀비물이 딱 질색인데, 원체 디스토피아물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그런 막연한 두려움을 공감하기가 싫기 때문이다. 살아남기 위해 아무리 발버둥쳐도 결말이 허무로 끝난다는 걸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주인공의 비참함을 즐기는 타입도 아니고... 비참함이 있는 건 좋은데 언제나 행복한 결말이 좋고, 혹은 주인공 본인이 담담하게 넘겨버리거나 받아들이게 되는 상황을 좋아한다. 그런 점에서 좀비물 같은 건 거기와 완전 동떨어져 있다. 주인공들은 꼭 살아남으려 발버둥치고 그 끝에 구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나는 전설이다'의 중편이 꽤 마음에 들었는데 네빌이 가진 삶에 대한 욕구가 일단 마음에 들었고, 네빌이 죽는 과정까지도 꽤 낭만적이었기 때문이다. 몇몇 판단이 아쉽기는 했지만 네빌은 자신의 삶에 충실했고, 과거를 무작정 그리워하지 않았고, 미래를 받아들였다. 그런 일련의 사고과정이 나름의 설득력이 있었다. 그렇게 지구 최후의 마지막 세대가 된 네빌의 사고를 공유할 수 있었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그 끝이 구원은 아닐 지라도 뭔가... 의미있지 않은가. 새로운 인류의 전설이 된 게.

  좀 편식하는 편인데 장르 소설치고 느낌이 좋았다. 다만 다른 단편들은 별로.
별에서온아이
카테고리 소설 > 세계문학 > 영미문학선
지은이 오스카 와일드 (웅진씽크빅,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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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은 아이를 위한 동화가 아니니라. 그것만은 확실했다. 동화집이지만 오히려 내용 안에서 현실적인 면이 너무나 많이 들어가 있어서 끝을 보고서 이게뭐야, 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그런 놀라움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이야기를 내 머릿속에 남기는 데에는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이 이야기들이 동화라는 걸 생각하고 그 독자를 고려했을 때, 딱히 내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진 않았다. 가장 유명하면서 동시에 이 소설집의 가장 첫번째에 있는 '행복한 왕자'를 읽을 때부터도 씁쓸했는데 거의 모든 동화가 현실과 뒤범벅되어서 낭만적이고 달콤한 환상을 보여주고 있지 않다. '헌신적인 친구'나 '공주의 생일' 같은 것은 읽으면서 꽤 괴로운 느낌이었다. '공주의 생일'에서 마음이 부서져버린 난쟁이를 보면서 참 한숨이 나오더라. 그나마 좀 교훈적이면서 편안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 '자기만 아는 거인'과 '어린 왕'일까... '별에서 온 아이'는 굉장히 교훈적인 이야기였으나 결말 한 줄로 모든 것을 뒤집어버렸다. 깜짝 놀랐음. '어부와 그의 영혼'은 전개가 좀 의외였는데, 난 영혼을 없앤 어부가 더 나쁜 사람인 줄 알았기에... 뭐 요것의 결말은 그나마 좀 나은가.

  동화들을 읽으면서 오스카 와일드가 진짜 섬세한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도 꽤 즐겁게 읽었지만, 동화 쪽에서도 그런 비슷한 느낌을 갖게 될 줄은 몰랐다. 희곡은 내 취향 범위가 아니어서 일단 패스해뒀는데 나중에 읽어보고 싶단 생각이 들더라. 글들이 되게 섬세하다. 번역된 것인데도 찔러온다. 내용이 마음 아픈 것들이라 그런가 더 그랬다. 이거 쓸 당시의 오스카 와일드를 생각하면 좀 슬퍼진달까.

  좋았으나 슬펐다. 여러모로.
2011/03/01 -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 페르디난트 폰 쉬라크 (갤리온, 2011)

어떻게살인자를변호할수있을까.2
카테고리 정치/사회 > 법학 > 법학일반 > 법학일반서
지은이 페르디난트 폰 쉬라크 (갤리온,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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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을 재미있게 읽었기에 2가 나왔다는 소리를 듣고 삼. 사실 이렇게 빨리 살 생각은 없었는데 인터폴 앨범 다 주문하면서... 인생을 불살라버렸다. 네 이러려고 돈버는 거예요.

  근데 뭐 딱히 할 말이 없다. 1편과 마찬가지로 소설 같은 이야기들이다. 다시 생각해도 이 이야기들을 보면서 법정드라마의 급박함을 기대해선 안된다. 그저 인생극장을 보는 것처럼 때로는 달콤하고, 때로는 씁쓸한 인생의 이야기들을 보면 될 뿐. 1편에 비해서 짧은 이야기들이 더 많이 실려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가 난 좀 더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짧은 일화들이라고 해서 그 무게가 가볍다 말하고자 하는게 아니라, 다만 1편의 이야기들에 비해서 긴장감이나 생각할 거리를 덜 주는 부분이 있었다. 그 부분이 약간 아쉽지만... 뭐 전반적으로는 1편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1편이 마음에 들었던 사람들이라면 추천하는 편. 인생의 씁쓸함이 느껴지는 실화들을 볼 때면 분노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럭저럭 만족. 근데 역시 도서정가제 풀리기 이전에 살 책은 아닌거 같아...
오후네시
카테고리 소설 > 프랑스소설
지은이 아멜리 노통브 (열린책들,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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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 후 조용한 곳에서 여생을 살기 위해 <우리집>에 정착한 에밀과 쥘리에트 부부는, 매일 네시에 자신들의 집을 찾아오는 베르나르뎅 씨를 만나게 된다. 이게 반가운 이웃이면 모르겠지만 팔라메드 베르나르뎅은 괴짜에 가까운, 같이 있으면 한없이 괴로운 이웃이다. 예의가 몸에 밴 에밀은 그를 거절하지 못하고, 몇 번 피하려고도 하지만 그러한 시도들은 쉽사리 무너진다. 그 이후 만나게 되는 팔라메드의 부인 베르나데트는 지능이 떨어져 보이는 괴물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에밀은 한없이 베르나르뎅씨를 피하다가 그의 무례로 제자를 잃을 지경에 처하자 예의를 잃고 폭발하고, 그 일로 그를 떼어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후에 이러난 베르나르뎅씨를 '구해서' 오히려 고통에 빠뜨리게 되는데, 해서 결말까지의 진행은 너무나 노통브식.

  결말 보고 정말 전형적인 노통브식 해결방법이네 하고 허허 웃어버린 소설. 나쁜 건 아닌데 워낙 앞에 읽은 것들이 있으니까 그런가 신선하진 않았다. 자기해석이 너무 강하지 않나 싶기도 했고... 이 작가 세계관도 진짜 견고하구나. 아직 사놓고 안읽은 거 두 권인가 남아있는데 그것도 이런 식의 결말이라면 좀 실망할 것 같다. 이번 소설도 신선하지 않았던 게 결말이 너무 아멜리 노통브식 결말이었거든. 난 이 작가의 생각의 진행 방식이나 서술 방식은 꽤 마음에 들어하지만... 자기 복제같아서 좀 지루했다. 소재 자체는 읽었던 것중에 가장 신선하긴 했다만, 그렇다고 해서 팔라메드 베르나르뎅 씨의 행동의 이유가 명쾌하게 설명된 것 같지도 않고, 원인보다는 사건의 진행과 결과 이런 것들에 더 치중했더라. 나는 원인도 궁금한데.

  그리고 에밀의 사고방식이 다른 소설들에 비해 조금 공감하기 어려웠다. 항상 예의를 차리던 인간이 한 순간 핀트가 나간 것까지는 좋은데, 뭔가 높은 수준의 사고방식을 가지고서 자신에 맞게 끼워넣은 느낌도 있었다. 이게 노통브의 생각일수도 있겠지만... 소설은 소설이니 거기까지 나가면 안 되겠지.

  이미 노통브의 소설을 몇 권 읽은 후라서 그런가 아쉬움. 재미없는 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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