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행동의심리학말보다정직한7가지몸의단서
카테고리 자기계발 > 인간관계 > 인간관계심리
지은이 조 내버로 (리더스북,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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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있어 보여서 산 책. 나중에 보니 이런 식의 바디랭귀지 책이 꽤 많던데... 비교하고 살 걸 그랬나 싶기도 하네. 이미 샀으니 어쩔 수 없지ㅎㅎ 책이 재미 없었던 것도 아니고.

  가볍다. 일전에 읽은 책 얼굴의 심리학 (바다출판사, 2006)의 경우엔 좀 더 전문적이고, 이걸 실제 생활에 활용할 수 있겠냐.. 싶은 점이 있었다. 그런데 이 책 같은 경우엔 아 실제 생활에 응용할 수 있을 것 같은 동작들 위주다. 설명하고 있는 동작과 그걸 해석하는 방식이 너무 단순해서, 너무 가볍지 않나 싶은 느낌이 설핏설핏 들 정도다. 곧 동시에 직관적이어서 보통 사람들이 읽으며 흥미를 느끼기도, 그걸 이용하기도 쉬울 것 같았다. 의자에 앉는 자세, 팔짱을 끼는 자세, 이런 게 일상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모습이다 보니까 보면서 흥미로웠음. 어렵지도 않았고...  얇고, 가볍고 읽기 편하다. 전문적이진 않지만 아주 얇지도 않은 정도. 약간만 더 분량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재밌음! 좀 더 세세한 책 읽어보고 싶네ㅋㅋ
어둠의왼손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 SF소설
지은이 어슐러 K. 르귄 (시공사,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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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은 지 좀 됐는데 주요 인물 둘 빼고는 이름이 잘 기억이 안나서(...) 볼라 그래도 텔이한테 책을 빌려줘서ㅋㅋㅋㅋ 리뷰를 쓸까 말까 하다가 어쨌든 쓰기 시작. 설정이 너무 미치겠어서 바로 샀었다. 난 진짜 이런 소재 굉장히 좋아한다. 성 다뤘거나, 인간 심리 다뤘거나 해서 약간 특이한거. 약간인가... 이런 소재 보면 아무튼 돌아버림. 근데 이건 완전 이런 거 다루고 있잖아? 안 볼 수가 없어...

  그래도 SF소설이라서 처음에 좀 걱정했는데, 이 소설의 판타지 세계관은 낯설고 어색한 것이라기 보단, 신기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러니까 배경이 이야기 속에 잘 녹아난다는 이야기. 배경 설정의 특이함과 세심함에 놀라긴 하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고, 단순히 이 세계관이 배경으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그런 세계관을 통해 불러 일으키는 주제의식이 놀랍다. 예를 들면 '어둠의 왼손'에서 게센인은 양성이고, 발정기인 케머 기간이 따로 있다. 이걸로 일반적인 사람들이 가진 성별에 대한 편견이 깨지는 부분이 있었다. 케머 연인에 대한 설명에선 진솔된 사랑에 대한 감각이 되살아난다. 잠깐 생각나는 대사가 있는데, 확실친 않지만... 카르하이드의 왕이 헤인인인 겐리에게 발정기가 따로 없다는 걸 듣고, 그럼 만년 발정기냐고 변태들 아니냐고 묻는 거. 묘하게 신선했다.

  행성 겨울(게센)에 외교관계를 맺으려 찾아온 에큐멘 연합의 겐리 아이가 주인공. 그리고 그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이 카르하이드의 에스트라벤. 겐리 아이가 겪는 난관 부분도 재미있지만, 역시 가장 보면서 흥미진진했던건 겐리 아이와 에스트라벤이 함께 하는 빙하지대 통과인데... 이건 진짜 엄청난 고난이었지만, 인격을 가진 두 생명이 서로를 밀고 당기며 함께하는 모습이 참 안쓰럽고도 좋았다. 극한 상황에서 피어나는 신뢰, 우정, 혹은 사랑 같은 것들이 마음 깊이 다가와서 좋았다.

  결말 즈음 가서는 좀 울었다. 이런게 판타지라면 이런 소설 많이 읽고 싶더라.
바다위의주유소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최대환 (문학과지성사,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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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다는 걸 듣고 사긴 했는데 생각보다 좀 덜하다고 해야하나. 뭐라고 하지. 아예 판타지는 아닌 것 같은 게 많고, 현실과 환상을 교묘하게 걸치고 있는 분위기가 있었다. 이야기들이 서로 조금씩 이어지는 연작 소설. 물론 단편으로서의 완성도도 있지만 이 소설들은 하나로 묶어 읽어야 그 의미가 더 나올 것 같다. 솔직히 하나만 읽으면 좀 허전하다 싶은 단편들도 몇 개 있었다.

  이 허전함은 뭔가 일상적인 소설의 소재들에서 기인하는 듯 하다. 그 일상에 판타지가 녹아내린 것은 재미가 있고, 또 어떤 것들은 아 이거 너무 일기같다. 싶기도 하고. 커다란 사건이랄 게 별로 없는데, 그 덤덤한 일상 속에서 조금씩 의미를 찾아갈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외로움이나 그리움, 그런 것들이 눈에 띈다. 특히 주유소 부분에선 그리움이 너무 묻어나서 애잔하기까지 하다. 이렇게 무덤덤하면서도 무척 애잔한. 사무치는 그런 그리움이라기보다는 일상에서 간간히 느껴지는 그런 감정이 보이는 것 같았다.

  전체적으로 약간 싱거운 기분이 있긴 했는데, 그렇게 치열하진 않다는 점에서는 또 마음에 든다. 나는 판타지가 마구 섞여있던 부분보단 오히려 현실의 이야기같다 싶었던 것들이 더 좋았다. 간간히 마음을 건드는 구석도 있는 뭐 그런 소설집. 확 취향이랄 것도, 아니랄 것도 없었다.

분홍리본의시절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권여선 (창비,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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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집. 처음에 '가을이 오면'을 읽을 때만 해도 이게 단편집이라고 생각을 안하고 읽어서, 끝났을 때 어!? 했다. 내가 좋아하는 소재라던가, 그런 느낌은 전혀 아닌데도 재미 있다고 생각했다. 말투같은 게 굉장히 현실적이었다. 묘사들도 참신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확 튀지 않으면서 공감은 심하게 되는 것들이었다. 여튼 안정감이 있었다. 내가 소설 읽는다는 느낌을 들지 않게 하는(좋은 의미로) 그런 문체였다.

가을이 오면
분홍 리본의 시절
약콩이 끓는 동안
솔숲 사이로
반죽의 형상
문상
위험한 산책

  단편들이 전부 뭔가에 매여있는 치밀한 기억, 뭔가에 알게 모르게 집착하거나 매여있는 주인공들이 나오는 것 같았다. 사람사이의 관계를 자연스레, 그러나 엄청나게 연관된 느낌으로 그리고 있는데 그게 독특하고 좋았다.
 
  '가을이 오면'에서 나왔던 엄마와의 관계에 매여있는 여자주인공은 좀 안쓰러웠다. 그런 기억에 매여 지금 당장 눈 앞에 있는 행복을 못잡고 넘기는 모습이 슬펐다. 남자가 여자에게 말했던, "너 진짜 못됐고 집요하다"라는 말은 내가 들은 것처럼 꽂히더라. 그 말과 여자의 구구절절 집요한 심정 때문인지 이 소설집 하면 이 소설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 같다.

  '분홍 리본의 시절'의 선배 부부는 독특했던 캐릭터. 개인적으로 선배같은 남자 타입은 안좋아하지만, 그 선배의 부인도 썩 마음에 드는 존재는 아니었다.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 침묵하다가 터트리는 사람. 오히려 더 나약해 보였다. 그게 마지막 몸짓인 것처럼. '나'의 존재는 글쎄... 참견하지 않으면서도 사건을 기다리는 그 모양새가 이해가긴 했다.

  '약콩이 끓는 동안'은 뭔가 치밀하지 않은 듯 하다가도 불쾌감을 자아내는 그런 면이 있었다. 노교수의 행동부터 그 아들들의 행동까지 스멀스멀하게 '나'를 얽매는 느낌. 그런 나에게 갑작스레 들이닥친 불행은 충격적인 것이었다.

  '반죽의 형상'은 흥미로웠다. 살짝 엇나간 친구관계를 이런 식으로 그린 소설은 처음 봤다. 그것도 한 쪽은 전혀 모르고 있는 상황이라는게 재미있었는데, 이 다른 한 쪽이 덤덤하게 풀어내는 말들은 실제로는 전혀 덤덤하지 못한 것들이라서... 뭔가 사소한 부분이 문제가 되는 그런 점을 잘 짚어내고, 또 그런 감정도 잘 설명한 듯한 느낌.

  '문상'에서의 여자는 물론 달가운 존재는 아니었지만, 그여자가 가지고 있었을 내면의 상처가 잠시나마 드러난 듯한 모습과 외적으로 보여지는 모습의 갭 때문에 동정심이 들었다. 남자주인공이 문상을 갔으면 좋겠지만.

  '위험한 산책'은 이 소설집 안에 그려진 불행 중 가장 끔찍한 불행을 다루고 있지 않은가 싶은데... 그 전까지 묘사되던 그야말로 쏘쿨하던 여자의 삶과 대비되어 더 충격적이었다. 그런데 그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보단... 아 이게 당연한 일처럼 그렇게 느껴져서.. 그게 좀 묘했다.

  확 취향은 아닌데 재미있다.

퀴즈쇼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김영하 (문학동네,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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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하 장편 소설은 처음 읽었다. 대체로 소재가 어두워 보여서 선택하고 싶지 않았었다. 이건 다른 소설들에 비해 가벼워 보였고 그래서 샀었다. 예상대로 질척이게 무겁진 않았다. 단편의 재기발랄함이 묻어나면서도 호흡이 길다는 느낌이었다. 나쁘진 않았다. 진짜 하고 싶은 말을 꺼내기 위해 반절이 넘도록 끌어가던 서사들이 마음에 들었다. 촘촘하단 느낌은 덜했지만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았다. 딱 좋은 정도.

  주인공 이민수는 딱 철딱서니 없는 20대다. 그것도 살아온 방향이 나랑 좀 비슷한 거 같아서 읽으면서 울컥했다. 때려주고싶어서. 가진 건 쥐뿔도 없으면서 자기 능력 파악은 하지도 못하고, 그 와중에 자존심이나 내세우고. 뭐가 앞이고 뒤인지 구분도 못하는 거 같아서 속이 터졌다. 적당히, 생각없이 실제로 삶에 관련된 일은 생각치도 않고 무의미한 스펙을 쌓으며(아 이건 아니려나, 민수는 제대로 쌓지도 않았지) 실제 문제 앞에서는 도망치기만 하는 이민수. 얄밉지만 차라리 빛나 같은 애가 실속있게 사는 걸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민수는 모든 것을 잃은 상황에서도 도망칠 궁리만 꾀한다. 민수가 하는 행동들이 다 그렇다. 목표가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기실 목표도 없고, 그를 위한 노력도 없다. 간단히 말하면 좀 철이 없다. 궁지에 궁지에 몰려도 그랬다. 그런 민수가 유일하게 몰입하는 게 퀴즈. 근데 이건 사실 별 거 없다. 퀴즈를 통해 '벽 속의 요정' 지원을 만나고,  퀴즈를 통해 퀴즈를 위한 '회사'에 스카웃되어서 거기 생활을 한다거나 하는 일이 있긴 하지만... 퀴즈 자체에 커다란 의미가 있다고 생각친 않았다. 거기에 의미가 있다면 비상구로써의 의미 정도일까. 결국 중요한 건 민수가 퀴즈를 통한 도망에서 벗어나 현실세계에 입성하게 되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도망치지 않을거야, 라던 민수의 말이 이번에는 제법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성장소설이다. 그것도 이십대를 위한. 마치 내 치부를 들추는 듯 부끄럽고 화가 났지만 그래도 썩 괜찮았다.
캐비닛제12회문학동네소설상수상작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김언수 (문학동네,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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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 작가들이 취향인건지, 이거 엄청 재미나게 읽음. 시작과 진행에 비해서 결말이 약간 부족한 거 같긴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즐겁게 읽었다.

  최근 읽은 여자 작가들 소설은 집요하고 세세하고, 감성을 톡톡 잡아내거나 혹은 서늘한 느낌이었는데... 남자 작가들은 대부분 그런 거 없었다. 넉넉거나 위트 가득, 혹은 메말랐지만 장대한 느낌. 꼭 성별로 이러하다, 라고 말하자는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내가 받은 인상이 그랬다. 취향에 따라서 가겠지만 나는 너무 꽉 막히거나 몰아세워지는 기분 안좋아해서... 남자 작가들 소설이 좀 더 취향이었던 듯. 뭐 요새 내가 읽은 작가들 성향이 그런 거 같긴 한데... 여하튼.

  무료함에 빠진 직장인 공대리가 13호 캐비닛을 열어 그 안에 있는 '심토머', 징후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관리하게 되는 게 큰 바탕. 일반적인 인류라기엔 뭔가 특이한 부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야이기. 이게 해괴하기 짝이 없는 예가 대부분이라서, 요런 상황 자체는 현실성이 제로다. 손가락에 은행나무를 키우는 남자라던가, 마법사, 혀 대신 도마뱀을 키우는 여자. 이런 사람들이 나오니까...

  재미있는 건 이런 다양하고 특이하고, 있을 수 없는 사람들을 말하는 챕터마다 있는 현실과의 접점들은 뼈저리게 현실 같다는 거다. 그들이 겪고, 느끼는 현실은 내가 지금 느끼는 현실과 같다. 소재를 보면서는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에 놀라고 재미있어 하면서도, 또 동시에 그 안에서 느껴지는 현실의 모습에 깜짝 놀라게 된다.

  큰 이야기는 뭐... 캐비닛의 원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권박사와의 관계나, 비대한 몸을 웅크리고 사는 손정은씨 이야기가 좀 있는데 전체적으로 연관성이 그다지 긴밀해 보이진 않았다. 그게 유일하게 아쉬운 부분이다. 세 챕터 중 마지막 챕터는 큰 이야기에 거의 쏟아부었는데도 이 간극이 잘 메워지지 않더라. 근데 이거 진짜 작은 단점이고... 충분히 즐거웠다.

  즐거웠다. 동시에 생각할 것도 많았고. 이렇게 양 쪽을 다 채워주는 소설 흔치 않다.

"다시 태어난다면 여자로 태어나고 싶습니까,
아니면 남자로 태어나고 싶습니까?"

"저는 이 폭력적인 이분법의 세계에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아요."

'네오헤르마프로디토스', 『캐비닛』, 김언수, 문학동네, 2006, p.195

"(…) 인간은 육체와 정신을 통째로 빌린다 해도 결코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가 없어요. 타인의 입장이라고 착각하는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그러니 함부로 타인을 이해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바로 거기서 끔찍한 폭력이 발생합니다."

'다중소속자', 『캐비닛』, 김언수, 문학동네, 2006, p. 237
얼굴의심리학우리는어떻게감정을드러내는가?
카테고리 인문 > 심리학 > 감정/학습심리 > 감정과정서
지은이 폴 에크먼 (바다출판사,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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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드라마 라이 투 미 의 박사 이야기 같은거래서 샀었다. 이거 읽으면 표정 읽을 수 있나? 하면서 웃으며 샀지만.. 그럴리는 없고ㅋㅋ 그냥 아 이게 이런 표정이다, 이럴 때 이런 표정이 나온다 정도는 알 수 있다. 인간 감정을 그리 쉽게 읽을 수 있다면 모두가 멘탈리스트! 그리고 표정이라는게 여기서 나오듯 미세표정 이런게 있어서 이런건 웬만한 눈썰미가지고는 읽지 못할듯. 아주 타고나지 않은 이상은...

  재미가 썩 많지는 않았다. 학술서적을 쉽게 풀어놓은 거 같은 느낌이 있었다. 길고 쉬운 논문 읽은 기분? 초반 연구 이야기 이런건 흥미롭긴 했는데 몰입할 정도는 아니었고. 뒤에 감정표현에 관한 부분은 적절히 재미 있지만 내 실생활에 크게 적용 못할거란걸 알아서 그런가 흐흥.. 이러면서 읽음. 오히려 화났을 때 감정표현 어떻게 제어하면서 하는 지에 대해 설명한 부분이 더 와닿았다. 근데 그 부분은 연구에 관한 게 아니지. 그냥 표현방법을 사람으로서 약간 제시해준 것 뿐...

  난 사서 읽었는데 별로 사길 추천하진 않음ㅋㅋㅋ 내가 꾸역꾸역 읽어서 그런가? 그리고 책제목이 좀 거짓말.. 이건 심리학이 아니잖아... ㅋㅋㅋㅋㅋ 요샌 뭐만 하면 제목을 저딴 식으로 붙이더라? ~의 심리학. 출판사들 반성좀...
사육장쪽으로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편혜영 (문학동네,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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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새 읽은 소설집이 다 왜 이러지. 취향에 썩... 이것도 나중에 되파는 목록에 올려야지.

  이 작가 읽을 때 든 느낌이, 꼭 천운영 명랑 처음 읽을 때 같았다. 불쾌하고 스멀스멀한 기분이 막 드는 소설집 읽는 기분. 나오는 주인공들이 모두 덫에 걸려 있고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치지만 썩 성공정이지 않는 거. 그래도 천운영은 아 그래도 요 부분은 취향이다, 이런 게 있었는데 편혜영은 내게 그런 게 없다. 그냥 막 불쾌하고 다시 보고 싶지가 않다. 글은 참 잘쓴다. 정말 잘쓴다. 문장 연습 하고 싶으면 베껴보라고 추천하고 싶을 정도. 되게 정돈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근데 내 취향은 아니다. 소설이 은근히 사실적이다. 아니 대놓고 사실적... 너무 사실적이라서 보고 싶지가 않은가 보다.

  전반적으로 소재들이 독특하고 특이하다기보다는 우리 현실세계에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다. 평소에 잘 보면 볼 수 있는 건데, 잘 안봐서 모르는 이야기들. 그래서 읽다 보면 이거 내 이야긴데, 아 이거 주변 이야긴데... 싶은 기분이 든다. 현실같은데 소설에서 느껴지는 감정이라는게 죄다 절박하고, 급하고, 답답한 것들이니 읽는 나까지 불쾌해진다. 이건 순전히 취향의 문제다. 이런 게 취향이라면 진짜 재미있게 읽었을텐데. 하다못해 천운영 소설의 소재들처럼 그로테스크 하면 내가 아 이거 취향이네... 했을거 같은데 이건 읽으면서 아 답답해 아 답답해... 이러고 있었으니 이거 재미있을 수가 있나. 어쨌든 꾸역꾸역 읽긴 했다만, 역시 다시 펼칠 거 같진 않네.

  아쉽다. 이렇게 좋은 작가의 좋은 소설이 내 취향이 아니라서. 꼭 명작 영화 보고 지루해... 하고 읊조리는 기분.
솔라리스
카테고리 소설 > 장르소설 > SF소설
지은이 스타니스와프 렘 (오멜라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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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읽는데 꽤 오래 걸렸다. 글이 안읽혀서가... 아 맞구나... 재미가 없어서... 영어본을 중역한 거던데 그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문장도 당췌 눈에 들어오지 않는데다가 내용도 영 께름측하고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고 그랬다. 뭘 말하고자 하는건지 감만 잡히고 확실히 알진 못하고 책장을 넘겼다는 느낌?

  솔라리스라는 행성에 연구하러 간 과학자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1인칭이라 그 심리가 잘 드러나 있긴 하다. 솔라리스의 바다에서 느껴지는 두려움, 경이 같은 것들이 확 다가왔달까. 그 바다에서 만들어진 존재들, 이를테면 켈빈의 죽은 약혼녀 레야의 등장같은 것들은 내 일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더 불쾌했던 것 같다. 그래도 그 점 빼고는 내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부분이 거의 없었다. 난 애당초 SF나 근미래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데 왜 이 책을 샀는지 그 때의 자신에게 되묻고 싶은 심정. 판타지인 어둠의 왼손은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아... 어째서 인간 심리를 이토록 꿰뚫는 이 책은 이렇게 끔찍했는지 모르겠다.

  레야라는 존재가 영 별 거 없이 가버린 것 같아서 아쉽다. 물론 그게 작중의 '나', 켈빈에게는 엄청난 일이지만... 제 3자의 입장에서 보기엔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는 소리. 하긴, 그게 레야의 본질인가. 켈빈에게 거대한 의미로 다시 다가오는 것. 처음에는 그 레야를 떼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던 켈빈이, 레야가 떠난다는 사실을 견디지 못하는 것을 보는 건 흥미로웠다. 초반 부분에서 강렬하게 남았던 부분이 있는데, "사랑해요"라고 말하는 레야를 두고 난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라고 표현하는 부분. 이랬던 주인공의 감정이 레야를 떠나보내지 못하게 변했으니 내 기분이 어땠겠어.

  확실히 흥미롭고, 인간 자체를 잘 파고들었지만... 아... 이 묘하게 불쾌한 기분 덕분에 또 읽을지는 모르겠다.
까트린이야기
카테고리 소설 > 프랑스소설
지은이 빠트릭 모디아노 (열린책들, 199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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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 자끄 상뻬의 그림을 아주 좋아해서 샀던 책. 중학교 때인가...? 아무튼 내용같은거 하나도 안보고 그냥 오 상뻬 그림이다, 하면서 샀던 책 같다. 그래서 그런지 내용을 지지부진하게 읽었었고 그 뒤론 책장에 처박아두기만 했던 기억. 이번에 외출할 때 짧게 읽을 책이 필요해서 꺼내들었다. 책 무지 얇고 읽는 것도 빠르게 읽을 수 있다.

  회상하는 느낌이고, 아빠와의 생활을 말하고 있어서 일상의 이야기를 읽는 듯한 편안함을 준다. 어린아이의 시점에서 묘사되고 있어서 자세한 현실의 상황을 전해주진 않는다. 그렇지만 대충 아, 어떤 사정이 있구나 정도는 짐작할 수 있는 정도. 이 애매모호함이 꿈속을 보는 것처럼 희망을 주기도 하고, 안타까워지기도 하고 그렇다. 그래도 전체적인 분위기에 잘 맞는다.

  아빠 조르쥬 세르띠뛰드는 확실히 딱부러지는 타입은 아니고, 좀 엉뚱하고 애처로운 모습도 있다. 그렇지만 까트린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는 확실히 보이는 그런 아버지였다. 아빠 성격이 잘 보이는 에피소드가 많다. 발레학원을 다니는 까트린이 거기에서 만난 여자애 오딜의 집에 초대받았던 에피스드가 기억이 난다. 까트린이야 어려서 그렇다쳐도, 아버지가 어떻게든 허세를 부려보려고 노력한다던가 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부끄러우면서도 짠했다. 그 뒤에 아빠가 파티에서 만난 르네 따벨리옹 씨에게 계속해서 연락을 시도하는 모습도 그랬다. 분명 소설을 보는 나는 아빠가 너무 순진하다, 안쓰럽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조르쥬는 여전히 그 사람에게 무슨 문제가 생겨 연락을 못받는 것이라 믿고 있었으니까. 조르쥬는 그런 사람이다.

  아빠의 동업자 레옹 카스트라드씨는 확실히 건방지고 마음에 안드는 어른이지만 그래도 천성이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았다. 그저 좀 허세가 있을 뿐... 주변에 있으면 피곤하지만 도움을 주기도 하는, 뭐 그런타입? 이 둘과의 에피소드만으로도 아기자기하고 모양새가 괜찮았다.

  이건 까트린 이야기라기보단 조르쥬 이야기 같기도 하다. 까트린이 지켜보는 세상엔, 학교나 학원의 이야기보다 아버지와의 이야기가 더 많다. 아... 또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까트린의 발레선생님인 갈리나 디스마일로바의 이야기. 러시아 출신 발레교사로 이상한 러시아 억양을 구사하는 디스마일로바가 사실은 프랑스 출신 오데뜨 마르샬이었다. 이 사실을 아빠가 까트린에게 살짝 말해준다. 발레리나였던 까트린의 어머니 탓에 그녀를 이전에 본 적이 있었던 거. 그 사실을 밝히라는 까트린의 말에 조르쥬가 대답해주는 태도가 좋았다.

  「너는 내가 <안녕, 오데뜨…… 생 망데의 부모님은 안녕하신가요?> 하고 말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빠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이렇게 덧붙였다.
  「아니야……. 나는 그녀에게 그렇게 할 수가 없었어……. 그녀가 꿈을 꾸게 내버려둬야 해. 그녀와 그녀를 찾아오는 고객들의 꿈을 깨뜨리면 안 되는 거야……」

『까트린 이야기』, 빠트릭 모디아노, 열린책들, 1996, p. 89

  낭만적인 작은 동화. 누가 읽느냐에 따라 또 느끼는 게 많이 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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