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고 싶은 말은 오베론(레니 제임스) 이 샹샹바야... ㅋㅋㅋㅋㅋㅋㅋㅋ

  음... 세잌스피어 리톨드 시리즈 중에서 가장 판타지적인 요소가 많았고 또 가장 연극적인 각색이었다. 맥베스에서도 약간 환상적인 면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그건 전체 스토리에 엄청나게 영향을 주는 요소는 아니었는데, 한 여름 밤의 꿈에서는 이 판타지적인 요소가 없으면 이야기가 굴러가지 않는다. 원작에서도 요정왕 오베론과 요정여왕 티타니아(샤론 스몰), 요정 퍽(딘 레녹스 켈리)가 없으면 안됐었는데 각색본에서도 이 부분은 마찬가지. 하긴 사랑의 묘약을 다루고 있으니 별 수 있으랴만은. 중간중간 끼어드는 퍽, 혹은 오베론의 설명은 굉장히 연극적이다.

  사랑의 본질 의미 뭐 이런거 추구하는 건데 워낙 우연도 많고 주인공들 말도 설득력이 떨어져서 그런 부분으론 전혀 감흥이 없었다. 테오(빌 패터슨)와 폴리(이멜다 스턴톤)의 딸 헤르미아(조 태퍼)가, 어릴 때부터 함께 있어온 제임스(윌리엄 애쉬)와의 약혼식 당일에 진짜 연인 젠더(루퍼트 에반스)를 데려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여기에 헤르미아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속으로 제임스를 좋아하고 있었던 헬레나(미쉘 보나르)까지 합세해서 누가누가 커플이 될 지 보이게 된다. 다만 이 과정이 하룻밤 새, 그것도 사랑의 묘약을 통해서 풀어가려는 수를 쓰다보니까 보는 입장에서는 좀 황당해지는 전개가 나오는거지. 티타니아가 약혼식 유원지의 개그맨 보턴(조니 베가스)과 사랑에 빠지는 것도 좀 뜬금없고 그건 화나기까지 하더라. 오베론 이 샹샹바가... 마누라에게 수치심을 느끼게 하자고 그런 짓을 하냐... 입만 딱벌어짐. 게다가 자기 혼자 북치고 장구치더니 혼자 깨닫고 사과하러 옴... 이게 뭐야...

  가볍게 보면 그냥 하룻밤 사이의 가벼운 소동으로 끝낼 수 있는 이야기고 재미도 고만고만한데... 개인적으로는 네 개의 시리즈 중 가장 별로였다. 젠더가 부자라니, 부자라니! 제임스가 헬레나한테 다시 고백하는 건 귀엽다 생각하면서도 아 뭐냐 싶고. 주요한 캐릭터가 다른 것들에 비해 많아서 그런가 어디에 집중해야 할 지 모르겠더라. 난 별로.

  셰익스피어 소설 중에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서 보기 전에 망설였다. 괄괄한 여자를 '길들인다'는 거 자체가 좀 거부감이 있어서... 풍자극이라고 해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많이 걱정하면서 켰다. 괜찮은 듯 하면서도 내가 생각했던 불편한 점도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편이었다.

  전체적으로 과장된 로맨틱 코미디를 노린 것 같은데, 캐릭터들의 과장도 대단하다. 현대극이니 그 과장된 부분이 더 눈에 띄기는 하는데 페트루치오(루퍼트 스웰)는 그나마 괴짜 짓을 하는 '그나마 현실적인' 건달 날백수로 보이는 반면, 캐서린 미놀라(셜리 헨더슨) 쪽은 현실에 저런 사람이 있을 리가 있나 싶은 캐릭터가 되어 있었다. 툭하면 화내고 성격 더러운 서른 여덟의 하원 의원. 말만 들으면 현실적인데 캐릭터 묘사가 너무 불같다. 의원직을 가지고 있으면서 저 정도로 말도 안되는 일에 화내는 사람이 있을 리가 있나, 싶고. 가운데 손가락 욕에서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귀여운 면모도 있긴 했지만 워낙 기본 캐릭터가 그래서 그런가 현실감각이 떨어져버렸다. 둘이 투닥대면서도 결혼에 이르는 장면도 억지스러워서 저 상황에서 누가 결혼하겠냐! 싶고. 신혼 여행지 가서는 좀 낫긴 했는데... 지친 기색이 역력해져서 뭔가 맘을 놓아버리는 캐서린 탓에 좀 멀쩡해 보였던 것 같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둘이 사랑에 빠지는 게 약간 불명확해 보였다.

  연예인인 비앙카(제이미 머레이)의 연애는 뭐 그냥저냥 심심했다. 공항에서 만난 말도 제대로 안통하는 이탈리아 청년 루첸티오(산티아고 카브레라)와 연애하는 게 좀 뜬금없이 느껴졌다. 스타니까 엉뚱한 짓을 할만하다 싶기도 한데 사랑보다는 애완동물을 바라보는 그런 느낌... 그래도 이런 캐릭터 매력있긴 하더라. 자기 자신을 똑부러지게 알고 있어서. 매니저이자 엉뚱한 결혼의 원흉인 해리(스티븐 톰킨슨)는 약간 찌질해 보였다. 순정남이니 뭐니 치장해도 그건 변하지 않는다. 막판에 자매들의 엄마(트위기)와 사귀게 된 데서는 더 깼다.

  캐서린이 사랑에 빠지게 된 거 좋지만서도 이야기 마지막에 혼전계약서에 관해 이야기 할 때는 너무 싫었다. 남편을 띄워주는 수준을 넘어선 말들에 기분이 나빠짐. 중반 이후로는 그래도 이 드라마에 적응하고 있었는데 막판에 기분이 상했다. 난 농담으로라도 그런 식의 말이 싫으니까.

  모르겠다. 재미 없는 건 아닌데 다룬 소재가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반대되는 것이 있어서...

  어우 이거 뭐 이리 불편하냐... 맥베스가 원래 비극이어서 불편할 줄은 알고 있었는데 이런식으로 자기파멸에 이르는 내용을 현대담으로 보고있자니 더 묘하게 현실적이었다. 고전으로 볼 때보다 소름 끼치는 느낌이었다. 내용이 엄청 복잡스럽진 않은데도 팍팍 이해되는 구조라서 그런가 난 좋게 본 편. 그래도 뭐 다시 보고 싶진 않은 느낌이네. 난 비극 안 좋아해서...

  이제 막 미슐랭 별점 3점을 획득하게 된 레스토랑의 주방장 조 맥베스(제임스 맥어보이). 레스토랑이 이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조의 힘이 컸지만 레스토랑의 소유권은 조가 아닌, 조에게 아버지나 다름 없는 던칸 도허티(빈센트 레건)에게 있다. 게다가 던칸은 레스토랑 일에 크게 관여하지 않기에 던칸만 없으면 조가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상황. 야망있는 아내이며 레스토랑의 지배인인 엘라(킬리 호위스)가 계획을 짜고 부추켜 조는 결국 던칸을 살해하게 된다. 모든 계획은 엘라가 짰지만 실제 살인을 저지른 것은 조이기에 조는 죄책감에 휘둘리면서 모든 것을 예민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전에는 노래와 시가 함께 하던 주방의 분위기는 점점 안 좋아지고, 죄책감과 성공에 대한 열망이 뒤섞인 광기 안에서 조는 중심을 잃고 절친한 친구 빌리(조셉 밀슨)를 부하 조니(그레고리 치즘)를 시켜 살해하기에 이른다. 오랜 시간 레스토랑과 함게 한 웨이터 맥더프(리처드 아미티지)와 던칸의 아들이며 견습생인 말콤(토비 켑벨)은 뭔가 잘못 되었음을 눈치채고... 뭐 이러니 저러니 해서 점점 조는 미쳐간다. 어느 정도냐면 그렇게 강한 엘라 또한 자살햇는데도 그걸 전해주는 로디(베리 워드)에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조는 조 때문에 가족을 잃은 맥더프에게 살해당하고, 레스토랑은 말콤에게 다시 넘어가고, 빌리의 아들들이 그 레스토랑을 이어갈 것 같은 분위기로 끝.

  ...인데 묘사를 왜 했나 싶구나. 아니 뭐 고전과 비교하시라고. 스토리 자체가 대단한 것은 아닌데 앞서 말했듯 배경이 현대인데다가 진행 이해가 잘 되는 단순한 구조면서 재미도 있어서 좋았다. 빌리 너무 훅 간거랑 중반부까지의 진행에 비해 후반부가 약간 허술한 느낌이란 게 아쉽긴 하다. 연기들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제임스 맥어보이 점점 미쳐가는 게 보기 재밌었다. 이 사람은 순한 얼굴로 웃는 것도 어울리는데 이런 역할도 참 잘어울리는 듯. 야망 어린 엘라를 연기한 킬리 호위스도 좋았고. 근데 킬리 호위스 보면서 어디서 봤는데 어딘진 모르겠고 이 기분 나쁜 이미지는 뭘까... 고민했더니만 티핑 더 벨벳의 키티였어ㅋㅋㅋㅋㅋ 으 싫을만 했네ㅋㅋㅋㅋㅋㅋ

  볼만함. 결말 대충 알고 보면서도 괜찮게 봤다.

  BBC의 셰익스피어 작품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셰익스피어 리톨드 시리즈를 보기 시작했다. 첫 작품이 헛소동. 원수가 된 사이인 베아트리스(사라 패리쉬)와 베네닉(데미안 루이스) 한 커플과, 또 사랑에 빠져 있으면서도 돈(데렉 리들)의 방해로 인해 결혼 앞에 큰 고난을 맞게 된 히어로(빌리 파이퍼)와 클로드(톰 엘리스) 커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깨알같이 웃긴 건 전자. 후자 쪽 커플은 너무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커플의 느낌인지라... 그래도 둘 다 나름 픽션적인 부분이랑 현실적인 부분이 섞여있는 판에 후자 쪽 현실이 더 가혹하고 현실적이긴 했다.

  기본 베이스는 말랑말랑하고 달콤한 느낌. 그래서 그런가 현실적인 면을 가미해도 아 그런가 싶은 느낌이 있긴 했다. 밝은 이야기라 그런가 보는 데는 무리 없고, 약간 손발이 오그라들긴 해도 로맨틱 코미디로 보면 좋았다. 주변 사람들이 베아트리스와 베네딕을 서로 착각하게 만드는 건 좀 참견이 지나치다고 느꼈지만 뭐 드라마니까. 그나마 둘이 티격태격하면서도 애정이 남아있는 상태니 망정이지... 히어로와 클로드는 너무 빨리 사랑에 빠져서 그게 좀 헷갈렸음. 이건 뭐 데이트 신청하더니 금방 결혼잡네... 히어로 성격이 밝고 착한 아가씨인 건 알겠는데 난 마음에 들진 않았다. 클로드가 오해한 게 히어로 탓이란 건 아닌데, 돈같은 싸이코패스는 일찌감치 떼놨어야죠. 알아보는게 쉽진 않겠지만. 클로드는 멍청이. 오해했더라도 결혼식 장에서 그렇게 깨버리는 건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상대에게 잘못이 없을 거라는 생각은 1퍼센트도 하지 않았단 말이냐... 히어로는 나중에라도 클로드 받아주진 마세요. 돈은 감옥 보내고 싶은 지경^^ 착각은 적절히.

  그냥 밝고 명랑한데 좀 얼기설기 고전 베이스에 맡겨버리고 쉽게 간 부분이 있는 듯 해서 아까웠음. 그냥 밝고 유쾌하긴 하다. 보는 데 질려서 못보겠다 이런 느낌도 없었고.


  1981년 영국 드라마.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데, 난 작품을 알게 된 게 제레미 아이언스를 검색하다가... 제레미 아이언스가 동명 소설을 읽은 보이스 북으로 책을 알았고, 책을 검색하다가 드라마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었다. 흥미를 느껴서 바로 찾아 봄. 나온 지 삼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명작으로 이름이 나 있던데 대체 어떻게 만들었는가 궁금하기도 했고. 총 11화로 이루어져 있는데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봤다. 다 본 감상은 잘 다듬어진 고전 명작을 읽은 느낌이다. 본 게 아니라 읽은 느낌. 서두르지 않았고 고전 소설을 읽을 때의 그 느낌 처럼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좋았는데 좋고도 슬퍼서 원작은 읽고 싶지가 않아졌다. 보통 이런 원작 있는 영활를 보면 소설이 절로 읽고싶어지는데도.

  홀아버지 밑에서 자란 찰스 라이더(제레미 아이언스)가 옥스퍼드에 진학해, 학교의 괴짜 세바스찬 플라이트(앤소니 앤드류스)를 만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이다. 너드 스타일이었던 찰스가 세바스찬을 만난 뒤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참 신기했다. 찰스는 밝아지고, 건방져졌으며 좀 더 다른 인물이 되었가는데 두 쪽 다 매력이 있었다. 다만 끝까지 약간 우유부단한 태도는 변하지 않았던 것 같다. 천성은 안 변하는 거지. 세바스찬은 처음부터 매력이 팡팡 터지는 캐릭터인데 찰스가 첫눈에 반할 만 했다. 곰인형을 들고 다니며 짓궂은 장난을 일삼는 성인 남자가 매력적일 수 있다니. 그런데 그럴 수 있었다. 그들의 첫만남은 찰스에게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을망정 불쾌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 이후에 세바스찬과 친해지는 과정도 보는 내내 유쾌하고 즐거웠다. 그러나 다시 찾은 브라이즈 헤드에서 씁쓸하지 않은 건 그 둘이 같이 있을 때 뿐이었다.

  찰스가 플라이트 가문의 가족과 섞이게 되면서, 세바스찬이 예견하며 슬퍼했던 대로 찰스는 이 가족과 깊게 연관되었고 그 때부터 불행이 시작된 것 같다. 사실 이렇게 독특한 캐릭터인 세바스찬이 무너질만한 기반은 완벽하게 완성되어 있었는데, 찰스가 끼어들고 그의 다소 어리석은(내눈엔 그랬다) 태도가 섞이어 더 좋지 않은 길로 빠져든 것 같기도 했다. 찰스가 좀 더 세바스찬을 말렸더라면, 혹은 그에게 약간만이라도 강압적인 태도를 보였더라면 세바스찬은 쉽게 돌아왔을 것 같은데. 이건 내가 친구를 대하는 태도가 그런 편이라 그런지 찰스를 보며 답답함만 늘더라. 세바스찬은 너무 자유로웠으나 그는 억압되어 있었다. 그를 이끌어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던 듯 하다. 모나코에서 찰스가 세바스찬을 끌고가지 않을 때 굉장히 안타까웠었다. 둘 사이에 사랑의 감정이 있었단 건 분명하다. 세바스찬의 아버지 로드 마치메인(로렌스 올리비에)의 정부 카라(스테판 오드랑)가 언급한 것처럼, 육체적인 것은 아니더라도 둘의 사랑은 정신적으로 강했다. 그 강한 유대감도 그렇게 쉽게 흐트러져버린다.

  플라이트 가문 사람들은 세바스찬이 왜 그런 캐릭터를 형성하게 되었는지 그 근원이 되는 사람들이다. 플라이트 가문은 아버지를 제외하고는 전원이 어머니인 레이디 마치메인(클레어 블룸)의 뜻을 따라 가톨릭을 믿고 있다. 영국에서 가톨릭이니 이교도인 셈인데, 큰 아들인 로드 브라이즈헤드(사이먼 존스)와 막내인 코델리아(피비 니콜스)는 굉장히 신실하나, 세바스찬과 그 아래 여동생 줄리아(다이애나 퀵)은 형식만 따르는 신자. 둘 다 어머니에 대한 반감이 조금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아버지는 가톨릭을 믿지 않는데다가 어머니를 피해 베니스에서 정부 카라와 살고 있기에 이 가족은 완전히 모계 위주의 모습을 보여준다. 겉으로는 완전한 듯 하나 그 안에서 썩어가는 것들이 고스란히 보여서 씁쓸했다. 어머니를 좋아하면서도 또 몹시 증오하는 세바스찬이 갈피를 잃을 수 밖에 없었던 배경은 모두 가족에게서 나온다. 특히 어머니 레이디 마치메인을 볼 때마다 나까지 가슴이 답답해졌다. 상냥하고 고상한 말투로 다정하게 세바스찬을 다루지만 본인의 룰 아래에서 아이들을 키우려 했던 것 같다.

  형제들은 첫째 브라이디는 다정한 부분만 제외하면 그야말로 레이디 마치메인과 꼭 닮아 있었다. 게다가 종교 이야기만 나오면 다소 무례하기까지 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코델리아는 그냥 철없는 아가씨 같았다. 그 코델리아가 나중에 성장하여 차분해진 모습을 보면 저절로 신기해진다. 줄리아의 경우 세바스찬 만큼이나 중요한 캐릭터였다. 초반에는 굉장히 좋아했는데 후반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나로서는 갑자기 선해지고 또 마찬가지로 플라이트 가문의 여자가 되어버린 이 캐릭터의 변화를 참을 수 없었던 것 같다. 난 회의주의자인 찰스의 눈으로 줄리아를 봤을런지도. 렉스 모트람(찰스 키팅)과 사귈 당시의 줄리아는 철없었으나 그래도 자신만의 강단이 있었던 것 같은데. 10년 후 찰스와 재회한 뒤의 줄리아까지도 괜찮았는데... 이혼을 거쳐 막상 찰스와 살게 되자 그녀 안에 있던 레이디 마치메인의 피가 살아난 것 같았다. 하긴 그 로드 마치메인 조차도 죽음에 이르러서는 다시 종교인이 되었으니 플라이트 가문의 것이라 해야 할까. 세바스찬도 외국에서 종교에 귀의한 것 같으니. 아 쓰고 보니 이 소설 굉장히 종교적이다. 근데 맞았다. 회의주의자 찰스도 로드 마치메인의 죽음 앞에서는 기도를 했다.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아쉬웠다. 그러고보니 찰스는 그 때도 줄리아를 붙잡지 않았는데 이런 부분에서도 찰스의 우유부단함이 드러나는 것 같았다. 찰스는 본인의 이혼을 실행할 때만 빼고는 항상 남에게 모든 것을 맡겨 버렸다.

  이상하게 고통스러운 후일담. 그런 소설을 읽은 기분. 그러나 기쁘고, 슬프고, 온갖 먹먹한 감정들이 다 있었기에 좋았다. 이런 게 고전이다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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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드라마 넷에서 아침 일곱시 반쯤에 대장금 재방송을 해준다. 오늘 방송한게 49화였으니, 얼마 남지도 않았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나면 TV를 키는데, 대장금보다 앞에 하는 거침없이 하이킥을 보다가 대장금으로 넘어가곤 한다. 사실 대장금은 방영할때 심심치 않게 찾아보던 드라마였지만, 방영할 때 막판을 제대로 못봤었는데... 기회려니 하고 보고 있다.

  지금은 악역들의 처단(?)은 다 끝났고 이것저것 연애 노선같은게 정리되는 시기인데... 히야, 민정호(지진희) 너무 귀엽다. 장금이(이영애) 자신을 좋아하는 내색을 잘 하지 않다가 이제서야 슬슬 하기 시작하니까, 그걸 가지고 사람 놀리기나 하고. 완전 유치해! 그러더니 또 내색하니까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고향에서 자기는 서당 내고, 장금이보곤 작은 약방 내라고 어줍잖은 프로포즈하고... 장금이가 거기다 대고 막 울먹이면서 큰 약방 내달라고 하니까 막 당황하고.. 내가 파일만 있음 캡쳐해서 막 글적어넣고 싶었다. '크, 큰 약방? 이 여자 욕심이...!' 이런 대사. 낄낄. 암튼 연애질 하는거 귀엽다. 월~금에 해주니까, 다음 주면 끝나겠다. 그 담엔 뭐해주려나. 상도 해주면 좋겠는데.

  잘 몰랐는데, 다시 보니까 이영애 말투가 조금 어색해 보인다; 나 연기같은거 잘 지적 못하는 편인데...'ㅂ'(후한 점수 주는 편) 연기 엄청 못해! 이런건 아니고, 대사들이 그 특유의 이영애톤으로 나와서... 다 비슷비슷하게 들린다. 겁먹은 대사도 겁먹은거 같지 않고. 뭐 엄청 거슬리는건 아니지만 조금 아쉬움. 

  지진희는 아 정말 부드러운 이미지. 영화 '수'에서 강렬한 변신을 시도했다지만 그건 아직 못봤고, 아무튼 이런 이미지 참 좋다. 요샌 원빈이나 장동건같이 깎아지른 얼굴들보단 지진희처럼 편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인상이 좋다. 인제는 정말 나도 나이가 들었나봐. 철들었다는건 아니고.

  그 동안 내 아침에 즐거움을 불어 넣어줘서 고마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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