팅커테일러솔저스파이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지은이 존 르카레 (열린책들,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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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류님이 빌려주셔서 읽음. 도서관에 신청해놨는데 왜 반납일이 이주가 넘도록 반납하질 않니...? 진짜 매너좀ㅡㅡ 예약 걸었던거나 취소해야지...

  사실 이걸 보려고 이전 작들인 죽은자에게 걸려온 전화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를 본 셈이었는데 나름 만족스러웠다. 사람들이 스파이 소설을 볼 때 이런 부분을 많이 기대하지 않을까 싶었다. 감정 이입하게 하는 이야기는 추운나라에서 온 스파이였지만, 이 소설이 짜임새나 트릭, 머리 쓰게 하는 구조는 더 빡빡하게 들어가 있었다. 이 소설 쪽은 감정이입보다는 복잡한 트릭과 음모를 파헤치는 재미가 있었다. 둘 다 장점이 다른 거라 뭐가 낫다고 말하기 힘들다. 다만 복잡한 트릭과 스파이 용어들의 등장 덕분에 자꾸 헷갈려서 혼났음. 원래 내용을 몰라도 앞장을 다시 들춰보거나 하지 않고 쭉 보면서 이해하는 편인데 이 소설은 그게 안되어서 곤란했다. 스파이 용어가 특히 자꾸 헷갈려서 다시 들춰보고 들춰보고 그랬다. 뒤에 쭉 정리되어있는데 책 읽을땐 몰랐지. 여튼 위치크래프트라는 고급 정보의 명칭과 멀린이라는 고급 정보원의 코드네임이라는 말만 알면 대충 헷갈리진 않을..듯... 아마도... 아닌가 나만 그런가; 나 넘 대충읽었나...

  영국의 스파이 조직인 서커스 내부에 침투해 있는 '두더지' 즉, 이중스파이가 누군지 파헤치는 내용이다. 전작에서 많이 등장했던 조지 스마일리가 등장해 또 침착하면서 괜찮은 모습을 보여준다. 피터 길럼의 경우 이전엔 굉장히 여유로운 느낌이었는데 이 소설에서는 많이 감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어서 좋았다. 독백 같은 것들이 특히. 리키 타르는 난 왜 배역이 클 줄 알았지... 뭐 얘 덕분에 컨트롤의 사망 후 덮힌 문제가 드러난 격이라 중요하지 않은 배역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큰 느낌도 모르겠더라; 이번 소설은 아무래도 조지와 피터, 그리고 짐 프리도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라는 제목은 영국 동요에서 차용한 것인데 소설 안에서는 스파이 축출 작전에서 다섯 명의 의심되는 요원을 가리키는 비밀암호로 쓰인다. 소설 안에서는 팅커, 테일러, 솔저, 푸어맨, 베거맨. 현 서커스 수장인 퍼시 올러라인(팅커), 현 서커스의 새 조직인 런던스테이션의 소장 빌 헤이든(테일러), 정보탐문 에이전트 램프라이터 대장 토비 이스터헤이스(푸어맨), 런던스테이션의 2인자 로이 블랜드(솔저), 그리고 조지 스마일리가 베거맨으로 다섯 명의 후보자가 나온다. 이 중에서 누가 스파이일지는 읽다 보면 아 이 사람밖에 없다... 는 감이 온다. 이게 웃긴게 그냥 감이야... 느껴져. 조지는 딱 아니다 싶고, 둘은 너무 가볍고 권력추구적이고, 한명은 뭔가 존재감이 없다. 그리고 남은 그 한 명의 존재감이 진짜 너무 커서... 아니면 좋겠다 싶으면서도 이 사람밖에 없다는 느낌이 확확 온다. 근데 그 캐릭터가 매력적이지 않은 것도 아니어서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다른 캐릭터들은 그런 일말의 동정심이랄까 관심도 안가는데 말이다. 소설 안의 인물들도 미심쩍인 부분들을 그 사람에게 발견하면서 동시에 믿고싶지 않았던 것 같다... 증거를 찾아가는 과정을 좇다 보면 모두 씁쓸히 괴로워하는 느낌이다.

  여전히 차분하게 증거를 되짚어가는 스파이 소설인데 다른 소설들보다 좀 위기감이 느껴져서 그건 좋았다. 내가 그 사람을 알고, 그 사람이 나를 아는 상황에서 이중간첩을 잡아낸다는 게 정말로 쉽지 않은 느낌이었다. 내용도 짜임새 있고 그렇다고 여태 전작들에서 다뤄졌던 스파이 개인의 삶이 드러나지 않은 것도 아니어서 난 만족스럽게 봤다.

  마지막에 그 '두더지'가 그렇게 약해진 모습이었던 게 또 이상하게 기분이 묘하더라. 등장 인물들도 그랬겠지.

추운나라에서온스파이(세계추리걸작선6)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지은이 존 르 카레 (해문출판사,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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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테일이에게 빌려서 읽음. 이건 열린 책들 판이 아닌 해문 버전으로 읽었는데 아무래도 번역이 좀 별로였다. 그래도 내용 이해하는데는 지장이 없으니까 읽긴 했는데 열린책들 판본으로 다시 읽을까 생각 중... 인데 내가 추리 소설을 다시 읽을 리가 없구나.

  죽은자에게 걸려온 전화보다 더 스파이 개인의 삶의 삶과 심리를 파고 든 느낌이다. '죽은자~'에서 등장했던 조지 스마일리, 문트, 피터 길럼이 모습을 보이는데 주연급은 아니고 반가운 얼굴로 등장하는 정도. 문트가 그나마 모습을 드러내는데 이상하게도 전편보다 밉살스럽더라... 이 소설의 주인공은 알렉 리머스. 독일에서 첩보활동을 벌이다가 실패하여 요원들을 전부 잃고 영국으로 돌아온다. 돌아온 후 관리인에게 문트를 무너뜨리기 위해 잠입하라는 명을 듣는데 요컨대 이중 스파이 같은 것이었다. 본격적으로 독일로 가기 전에 보여지는 알렉의 삶이 사건 자체보다 흥미로웠다면 아이러니일까. 정부로부터 버림받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사건을 일으키고 교도소에 들어가고, 마음에 드는 리즈라는 여자를 만나면서도 그녀에게 다른 말은 하지 못하고 떠나야하는 알렉의 심정이 담담한 묘사 속에서도 뜨겁게 느껴졌다. 리즈를 향한 마음은 독일에서 일을 하는 도중에서도 아주 잠깐씩 드러나는데 그 잠깐의 무게가 굉장히 크더라.

  독일에서의 활동은 대단한 첩보활동이라기보단 속고 속이고 속지 않도록 노력하는 머리싸움이 도드라졌다. 그것도 꽤 차분한 어조라서 긴박함은 없었는데 긴장감은 크더라. 문트 바로 아래에 있는 2인자 피들러와의 대면은 각자 굉장히 애쓰는 느낌이었다. 피들러가 싫진 않았는데 논리를 따라서 냉철하게 움직이는 느낌이어서 그랬다. 전후 독일로 돌아온 철저한 유태인의 모습이 그랬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뭐... 하여튼간에 피들러가 그동안 의심해오고 또 그 자리를 노리기도 했던 문트에게서 마음을 돌렸으며, 적절한 증거를 끼워맞춘 터라 리머스의 일은 순순히 풀려간다. 거의 종반까지. 하지만 이렇게 잘 풀리면 추리소설이 아니겠지...ㅎㅎ 문트 쪽의 반박과 그 후에 드러나는 진상은 사실 예상 가능한 면도 있지만, 놀랍기도 하다. 요건 이 소설 하나만의 힘이 아니라 아마 전편에서 밑밥을 잘 깔아준 덕이 아닐까 싶다.

  후에 동독을 빠져나올 때 리머스와 리즈가 벌이는 설전은 스파이 개인의 고뇌를 다시 한 번 담아낸다. 그래서 난 이 소설의 가운데 알맹이보다는 초반과 결말부가 마음에 들었다. 결말부에 이르러서 리머스 또한 리즈 만큼 혼란스러운 듯 한데, 정부가 지시한 일이라 할 지라도 본인의 사상과 맞지 않는 일에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정부의 사상과 개인의 사상이 교집합이 있을 순 있어도 합집합일 수 없고, 개인이 곧 정부일 수 없다는 것 같은 당연한 사실들을 사건을 통해 보여주니까 씁쓸하기도 하고. 마지막 리머스의 행동은 그런 틀 안에서 자아를 지키려는 발버둥 같기도 해서 좀 슬펐다.

  그럭저럭 괜찮았다.
죽은자에게걸려온전화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지은이 존 르카레 (열린책들,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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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근처 도서관에서는 요 책이 없어서 테일이에게 부탁해서 빌려 본 소설.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도 같이 빌려오긴 했는데 일단 순서대로 이거부터 읽었다. 사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때문에 읽은 소설이다. 영화 개봉하기 전에 원작을 보고 싶었고, 원작을 보려고 보니 앞에 시리즈랑 어느정도 주인공이 겹치고 연계되는 부분이 있다길래. 책 초반부에 조지 스마일리에 대한 묘사(와 그리고 어느정도 등장할 것도 같은 앤 서콤과의 관계)가 제법 있어서 읽길 잘한 것 같다.

  스파이 소설이라고 하지만 화려한 첩보물이 아니라 끈질긴 인내를 요구하는 실제 스파이의 생활을 그린 듯한 소설이었다. 난 추리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가 소설 안의 비밀에는 사실 몰입하지 않았는데, 조지 스마일리의 성격과 사고방식을 묘사한 것에는 꽤 매력을 느꼈다. 이 소설은 스파이 생활이 많은 매체에서 그려지듯 매력적이고 화려한 것이 아니라는 걸 확실히 보여주는데, 얼마나 한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하는지, 상급자인 매스턴과의 관계를 통해 보이듯 그 사회가 다른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얼마나 경직되어 있고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여주는지를 담담하게 그려낸다. 존 르카레 본인이 스파이였기에 가능한 생생한 그래서 빛바래 있으면서도 힘있는 묘사들이었다. 책에 있는 묘사를 본다면 조지 스마일리를 떠올렸을 때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은 지치고 힘든 중년 회사원의 모습이다.

  조지 스마일리가 조사했던 새뮤얼 페넌이 자살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당연하게도 스마일리가 조사할 수록 새뮤얼 페넌이 자살하지 않았으리라는 정황사정이 드러난다. 죽은 그에게 모닝콜이 온 것을 스마일리가 받게 되면서 시작된 의심은 뒤에 숨어있는 스파이의 정체까지 닿는데... 뭐 사건 자체는 앞서 말했듯 난 그다지 신기하진 않았고 흥미롭게 읽을만은 했다. 이 해결 과정에서 페넌 부인, 조지가 스파이 활동을 할 당시에 협조했던 독일의 디터 프라이, 또 디터와 함께 일한 문트 등이 사건에 연관된 인물로 드러나는데 디터 프라이에 대한 묘사가 괜찮았다. 문트 사실 별 관심 없었는데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에 등장하는 인물이길래 한 번 더 살펴보는 정도긴 했다.

  조지를 돕는 인물로 멘델과 피터 길럼이 있는데, 멘델이 힘있는 육체파의 느낌이라면 피터는 좀 차분하면서 영특하게 머리를 굴리는 느낌이었다.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에서 피터 길럼 역을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맡았기에 대입해서 읽었더니 더 그런 느낌이더라... 여튼 두 캐릭터 다 소란스럽지 않게 마음에 드는 캐릭터들이었다.

  시작 치곤 나쁘지 않았다. 존 르 카레 소설을 읽을 거라면 아무래도 순서대로 다 읽는 편이 괜찮을 거 같으니... 근데 요거 하나만 읽으라고 하면 내 취향일 것 같진 않고. 더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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