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그녀의 아찔한 연애코치
감독 마이클 레만 (2007 / 미국)
출연 다이앤 키튼, 맨디 무어, 가브리엘 매치, 톰 에버렛 스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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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비에서 하길래 생각없이 앉아서 봄. 제목을 보니 적당히 가족이야기가 섞인 연애담이겠거니 했는데... 아 그냥 황당했다. 그냥 서글서글한 조니(가브리엘 매치) 얼굴 보는 맛에 봄. 로맨틱 코미디라기엔 별로 우습지도 않고, 가족애가 강조되어있다기엔 서로에게 짜증나는 역할을 강요하고 있는 영화.

  홀엄마인 대프니(다이안 키튼)에게는 세 명의 딸이 있다. 뭐 일단 걱정없이 잘 살고 있는 딸인 매기(로렌 그라함), 매(파이퍼 페라보)가 있고, 연애를 가장 못해서 걱정하고 있는 딸인 밀리(맨디 무어)가 있다. 딸들한테 집착이 되게 심한 엄만데 어느정도냐면 딸 연애 상담을 들어주다 못해 딸 남편감을 찾겠답시고 인터넷에 글을 올린다.

  이게 정신머리가 있는 엄마야?; 아니 남자를 구해도 주변에서 구하는 게 아니고 인터넷에 올리다니. 영화 보다가 이건 왠 싸이코야 싶었다. 게다가 자기 눈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철썩같이 신뢰하는 그 태도 하며. 짜증나 죽는 줄. 제이슨(톰 에버렛 스콧)을 철저하게 신뢰하는 그 태도는 제이슨의 직업과 배경에서 나온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단 한 번 만난 걸로 딸내미의 남편감으로 확신하는 엄마도 진짜 웃긴다. 대프니가 밀러 남편감을 찾아 만났던 수십번의 미팅장소에서 제대로 된 사람은 딱 한명이었다. 딸들에게서 독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던 정신과 의사. 아쉬운건 대프니가 그걸 거절했다는 거지.

  게다가 이 연애담에서 제일 짜증났던건 엄마인 대프니가 뜬금없이 조니의 아버지인 조(스티픈 콜린스)와 엮여서 자기가 여태껏 말해오던 모든 것들을 와르르 무너뜨린다는 거. 줏대가 없어도 정도껏이고, 사랑에 빠지게 되는 우연 또한 필연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이건 뭐하자는 거냐고.

  문제는 딸도 그다지 똑부러지고 판단 잘하는 타입이 아니라는 거다. 연애 이전에 엄마한테 제대로 벗어나지 못했다. 엄마 싫어! 간섭하지마! 를 외치면 뭐하니. 진짜로 거기서 벗어난 적이 없는데. 결국은 엄마한테만 죽도록 의지하고 있고. 주변 사람이 입만 안 열면 딱인데, 라고 말할 정도로 말솜씨가 좋질 않은데 본인도 그걸 안다는데 더 짜증이 났다. 알면 좀 고쳐!

  게다가 얼치기로 자기도 연애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주제에 두 남자를 왔다갔다 하는 것까진 좋다 이거다. 관심이 가면 만날 수도 있지 그래. 제이슨에게서는 제이슨만의 매력이 있고, 조니에게선 조니 만의 매력이 있으니까. 근데 자기 마음은 조니에게 있다는 걸 확실히 알고 있으면서도, 제이슨을 놓지 못하고 있던 이유는 너무 뻔하잖아. 게다가 단순히 데이트만 했니. 약혼할 지경까지 가서도 아무것도 결정 못했다는 건 이 여자가 머저리라는 거밖에는 설명이 안된다. 우유부단은 상대에게 폐 안끼칠 정도로만 부려야 하는 건데, 자기 상처받은 기억은 그렇게 많으면서 배운 건 하나도 없으니. 쯧.

  한 마디로 엄마나 딸이나 진짜 짜증나서 누구에게도 공감 못하겠다는 거다. 영화 내내 공감할 상대가 없으니 짜증나고, 볼 수 있는 캐릭터라고는 조니 하나 뿐이었다. 사실 조니도 완벽하게 매력남라기엔 뭐한데, 영화 내에선 가장 좋은 사람이었음. 아들인 라이오넬(타이 패니츠)도 귀엽고. 그리고 제이슨도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눈 안이 텅비었다느니 뭐라느니 헛소리 집어치웠으면. 그 정도면 괜찮은 남자 아니던가?

  시간 낭비. 심지어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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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감독 낸시 마이어스 (2003 / 미국)
출연 잭 니콜슨, 다이앤 키튼, 키아누 리브스, 아만다 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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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블에서 되게 자주 해주더라. 제대로 앉아서 본 건 처음이었지만... 진득히 앉아 볼 정도로 러브 스토리를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잭 니콜슨이 나와서 그대로 앉아서 봤다. 이상하게 매력적인 사람이란 말이야.

  해리 샌본(잭 니콜슨)은 처음엔 진짜 재수없는 남자였다. 평생 20대 여성만 사귀어 온 60대의 성공한 남자. 매너좋고 하는 말 하나하나 매력적이라지만 60대인데 20대만 사귄다는 게 다소 이해가 되지 않기도 했다. 해리는 그렇다 쳐도 그 여성들이. 해리 말로는 젊은 그녀들은 알고 있다고, 이 관계가 가볍다는 걸. 이라는 식으로 말하지만... 그가 만나는 여자 모두가 그렇게 가벼운 것도 아니고. 그래도 해리 캐릭터를 보면 조금은 이해되긴 하더라. 진짜 매력적인 남자긴 하니까. 말투 하나하나가 거슬리면서도 신경쓰이게 하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에리카(다이앤 키튼)도 처음엔 해리를 재수없어 하다가 점점 마음에 들어하게 된 거겠지만.

  에리카는 난 진짜 좋던데. 마음을 예쁘게 열어가는 모습이라던가, 실연한 뒤의 행동들은 설득력 있었고. 매력이 충분하지 않나? 에리카가 잃은 자신감은 나이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너무 오랫동안 혼자였던 바람에 잠시 자신의 매력을 잊어버린 것 뿐.

  마린(아만다 피트)은 별로 기억에 남지 않는다. 그냥 적당한 수준의 조연이었다. 행동들이 다소 어린애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모르겠다 내가 마린처럼 부모님의 이혼을 겪은 것은 아니니까. 그래도 그 정도 이혼 가정이면 좀 완벽한 모습 아닌가... 역시 좀 어린애 같은 구석이 있었다. 줄리안(키아누 리브스)은 솔직히 진짜 완벽한 남자다. 특히 에리카에게 있어서 너무나 완벽한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그녀를 완벽하게 사랑해주고, 보듬어주고. 젊고 총명하기까지 한데 근성이 부족해. 나같음 해리한테 양보 절대 안한다. 부족한 게 없는데 왜? 끝까지 그녀를 너무 배려했다는 느낌이다.

  다들 연기가 좋았지만, 다이앤 키튼의 연기가 너무 좋았다. 실연 뒤에 시도 때도 없이 우는 모습들이 진짜같았어. 담담하고 슬며시 스며드는 사랑의 감정도 잘 표현한 것 같다.

  우리나라랑 정서가 다른 부분이 좀 있다 이 영화. 특히 모녀 관계. 마린(아만다 피트)이 엄마에게 데이트하던 남자를 양보하던 데에서 기겁. 섹스는 안했다고 양보하는 모습에서... 그리고 그걸 받아들이는 에리카의 모습이... 너네는 섹스만 안하면 단가요?! 아 이건 다시 봐도 내 정서로는...

   결말은 해피엔딩을 위해 다소 억지스럽지 않았나 싶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영화였다. 아주 깔끔하게 잘 빠졌다고는 생각 안한다. 좀 진행이 어색하지 않나 싶은 부분이 있었으니까. 뭐 그래도 괜찮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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