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9일 토요일. 영국 런던.

  유로라인은 버스라 화장실도 못가고 아무래도 불편하다. 그 동안 불평을 쏟아냈던 야간열차가 그리워 질줄은 몰랐다.기사가 굉장히 불친절했다. 초반부터 아예 작정하고 여기는 레스토랑이 아닙니다. 이렇게 말하는 기사였다. 성격 말 다했지(..) 버스타고 이동하다가 계속 깨야 했다. 입국심사 하느라고 깨고, 버스 채로 페리 안으로 들어가고 이동해서 가는건 알고 있었는데, 페리 도착해서는 페리 안에 또 내려야 했다. 소파를 찾아 헤매다가 거기서 잠깐 잤다. 페리는 두시간 반 정도 탄 듯. 거의 두시간 간격으로 깬 셈이다. 잠을 제대로 못자고 런던에 도착하고 나니 시간은 아침 여섯시 반. 어쩌자는거임...?

원데이 트래블 카드

  여섯시 반에 빅토리아 역 근처 도착, 바로 지하철을 타러 갔다. 교통카드는 원데이 트래블카드를 삼. 호스텔은 런던 브릿지 역 근처에 있는 곳이었는데 도착하니 거진 일곱시 반 정도였다. 초반에 숙소 위치를 좀 헷갈렸는데 숙소쪽에서 나오던 여자애가 길을 알려줬다. 착하고 예뻤다... 카운터에서 여권 달라고 하는데, 다른 나라에선 다 알아듣던 발음을 영국에서 못알아들었다(!) 파스폿? 그..그게뭐야... 이러고 있다가 두번 듣고서야 줌. 아놔. 아침을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아침 주길래 행복하게 먹었다. 이 숙소가 마음에 들었던 게 여성용 숙소가 따로 있어서. 시설도 그럭저럭 무난했다. 카드키가 자꾸 망가지는거 말고는...

이거 그냥 신호등 앞에 있는 표시기? 인데 신기해서...

  숙소에 짐을 두고 다시 빅토리아 역으로 이동. 버킹엄 궁전 보려고... 아홉시 반 쯤 버킹엄 도착. 전시하는거 들어가려고 표사려고했더니, 직원이 근위병 교대식 보고 사는게 나을거래서 그거 보러 감. 

여왕의 갤러리 입구...인데 뭐 금방 나왔으니.

근위병 교대식!


  열한시 반 쯤 시작하는 교대식이지만 사람들이 좀 있었다. 고 앞에 뻗어서 잠시 잤다(...) 열시 반 쯤부터 제대로 기다린 셈이었는데, 어느새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져 있었음. 인파 속에서 치이고 밀치고 기다리다보니 근위병 교대식 시작. 사실 초반에 반복 동작이 많아서 나중엔 지겨워졌다. 군악대 나오면서 그나마 좀 즐겁게 봄. 사람들 때문에 진빠지고 워낙에 지친터라 그냥저냥 본 듯. 그 와중에 옆자리 외국 여자애랑 싸울 뻔. 은자한테 걔가 자꾸 민다고 시비걸어서ㅡㅡ 여기있는 사람 다민다고 말했더니 입다물더라. 아니 애당초 우리가 민것도 아니라고... 거기서 안미는 사람이 어딨어 사방간데서 밀어대는데..ㅡㅡ

  버킹엄 여왕의 전시관인지를 보러가야했지만 너무 배고파서 그냥 일찍 빠짐. 내일 은자만 보기로. 나는 어차피 전시물 관심없어.

공원에 이런 종류의 새가 많아서 깜짝...

아직도 이 건물이 뭔지 모르겠어


  공원 가로질러 걷다 보니 트라팔가 광장에 갔는데 사자가 아주 큰 거 말고는 그닥 인상적인 것도 없었다...

  점심은 레스턴 스퀘어 근처의 이탈리아 식당에서 먹었다. 싸다고 광고하더니만 결국은 한사람당 1.50 파운드의 팁이 강제로 붙는다. 별로 해주는 것도 없더만....? 그냥저냥 깔끔한 음식점. 간이 맞는다는 거 정도가 봐줄만한 부분이었다. 특별히 실망하진 않았고 그냥 서비스비용 안포함 되었다고 크게 찍은 영수증이 웃겼음.

  점심 먹고 대망의 타워 레코드 찾기가 시작되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보이는거다. 자신의 길찾기 능력을 이미 믿지 않았기에 내가 못찾는 것이겠거니.. 하고 아이스크림이나 사먹으며 직원에게 타워 레코드를 물었는데, 그런거 모른대서 헐... 근데 뒤에서 기다리던 여자분이 타워레코드 없어졌다고 말해줌. 또 헐... 제일 크다며... 그래도 근처에 HMV 큰데가 있어서 거기 갔다. 들어가자마자 춤을 추었다. 은자 말로는 여행 중 네가 그렇게 행복해 보이는 모습은 처음봤다고.

  들어가자마자 씨디를 막 골랐다. 킹스 씨디 여기는 박스셋에 더 싸서 울뻔. 네덜란드에서 내가 왜샀지.. 그래도 다른 씨디들 할인하는거 참 많아서 진짜 막 골랐다. 내거 열장 정도 고르고, 친구들 사다줄 거 문자해가면서 고르고. 친구들 건 따로 돈 받을거라서 카드로 긁음. 쇼핑 다하고 나서 진이 빠져서 숙소로 돌아왔다. 걷기는 참 많이 걸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을 탔는데 타자마자 무슨 이상한 나라에 빠진 줄 알았다. 그리스 인이니 잭 스패로우 선장으로 분장한 사람들이 잔뜩 타고 있었음. 너무 놀랐는데 알고 보니 연극배우들. 그 중 한명이 와서 말걸었는데 걘 또 호주애였다. 연극 하려고 영국 왔다고... 뭔가 웃기는 사람들이었음. 걔 뭔가 말은 많이 했는데 말을 반정도밖에 못알아들어서 아쉬웠다. 즐겁게 사는고나. 나도 저렇게 살고 싶어짐.

  숙소는 참 깨끗하고 좋았다. 뭔가 위트 있는 숙소였다. 화장실 갔더니 네가 배낭여행중에 아름다울 수 없을 거라고 누가 그래? 블론드는 멍청하지않아, 나는 블론드지만... 뭐 이런 문구로 벽이 장식되어 있었다. 여자용 숙소라서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귀여웠다. 하지만 난 씻지도 않고 저녁 여섯시 반에 그대로 뻗어버렸다.

소비금액: 원데이 트래블카드 5.60파운드
              점심 12파운드
              CD 35파운드
              아이스크림 3파운드
              음료+물 1.8파운드

총 금액: 57.40파운드


8월 10일 일요일. 영국 런던. (이 날의 사진들은 모두 은자가 찍은 것. 나는 카메라를 아예 놓고 나갔다.)

  일찍 일어남. 일찍 일어날 수 밖에 없지(..) 아침은 좋았다. 주스도 빵도 맛있었다. 은자는 일찍 버킹엄의 영국 여왕 물품 전시하는거 보러가고, 나는 샤워하고 뒹굴거렸다. 열두시 반에 토튼햄 코트 역에서 보기로 함. 샤워 후 느긋함을 즐기다 1층에 있는 인터넷 카페에서 인터넷 해야지 하면서 내려갔다. 무려 2파운드. 하지만 아깝지 않아! 이러면서 신나서 컴퓨터를 켰는데 헐... 한글이 깨져.... 아무리 해도 안되길래 결국 포기. 이게뭐야. 홈페이지에 글만 쓰고 포럼 좀 돌다가 방에 다시 올라가려는데 어... 카드키가 없다?! 두고 내려온 거였다. 아놔. 엄청 당황해 있다가 리셉션하는데 내려가서(건물이 따로 되어있다) 민망하게 말했다. 직원이 따라와서 문열어줌. 죄송합니다...

  이걸로 끝났으면 좋았는데 난 이와중에 은자한테 "쟈기 나 카드키 두고나왔어ㅠㅠㅠ" 이러고 문자를 보냈는데.. 답장이 왔다. 은자 아버님에게서.... "문자 잘못보내셨습니다"라고....OTL 당황해서 번호도 잘못 누른거였음. 아놔. 죄송합니다 아버님.. 전 이상한 여자가 아니에요...

은자가 보았던 여왕의 갤러리.
 
  열시 반쯤 토튼햄으로 출발. 은자를 기다리는 새 Borders라는 서점, 비디오, 음반 가게를 찾아 나섰다. 근데 런던 역 출구 번호 없어서 막.. 모든 방향으로 나가서 찾고 돌아오고 찾고 돌아오고 이걸 세 번이나 반복해서 찾았다. 여기서 씨디 세 장을 더 사고 행복해짐...


  은자를 무사히 만나서 밥을 먹으러 감. 가기 전에 슈퍼에서 체리콜라 샀는데 너무 맛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파나? 넘 좋았다. 밥먹으러 간 곳은 그냥 지나가다 본 인도음식 카게. 맛있었다. 입맛에도 맛고 그냥 맛있었다... TAS레스토랑 이라는 덴데ㅋㅋ 좋았음. 그리고 계산을 하다가 내가 십파운드 잃어버린걸 깨달음. 오늘 사고의 연속... 보더스에서 신나게 돌아다니다가 어디 흘린 모양. 씨디 두 장 살 돈을 잃었네ㅠㅠㅠ 하면서 울며 대영 박물관으로 갔다.

무료라서 더 좋은 대영 박물관


  이게 대영 박물관인지 이집트 박물관인지(...) 그리스는 심지어 파르테논 신전을 그대로 쪼개와서 놀랐다. 불쌍한 이집트와 그리스. 박물관에 관심없는 나이기에 대충 봤다. 어차피 질릴만큼 본 박물관. 여긴 그래도 무료라서 다행이었지... 무료 아니었으면 안갔을 것 같다. 둘째 날 내가 얼마나 막장이었냐면 사진기도 안들고 나감. 우왕ㅋ

  대영 박물관 보고 쇼핑을 하겠다고 옥스퍼드 서커스로 이동. 결론은 길을 잃고(...) 다시 토튼햄 코트로 돌아왔다. 토튼햄 코트 가는길에 또 HMV가 있길래 또 들러서 울면서 씨디를 삼. 친구 줄 씨디를 어제는 못찾았던 거 여기서 찾아서 또 사고. 그리고 토튼햄에서 워렌 스트리트까지 걸어갔다. 도중에 슈퍼마켓에 들러서 저녁거리를 삼. 남은 돈이 정말 적어졌다. 딱 저녁에 공연 볼 돈이랑 차비만 빼고 다 쓴 셈이었음.

  밥먹으러 그린파크 갔다가 20펜스 주음. 웃겼다. 하이드 파크에서 쉬다가 너무 추워서 영국 날씨를 실감했다.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 부슬부슬한 비였다. 우산을 쓸 수도 없고 오는 지도 긴가민가한 비가 왔다. 그래ㅐ도 추워... 좀 버티다가 결국 둘다 지하철을 탔다. 휴스턴에서 갈라져 은지는 숙소로 가고, 나는 공연 보러 Chalk Farm으로.

  공연 장소인 클럽 Barfly자체는 찾기 어렵지 않았는데, 막상 공연 시작시간도 모르겠고(우와) 술한잔 사 마실 돈도 없어서 버스 정류장에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냈다. 외국에서 시간 죽이기 쩔음. 골때리는 게 mp3건전지도 딱 떨어진 참이었다. 그냥 지하철 타고 돌까 하다가 이것도 영 귀찮아서...

  말이 나와서 말인데 영국 지하철 그동안의 유럽 지하철 중 중하위권 수준. 체코,빈>독일>런던>이탈리아>프랑스 정도? 이탈리아 지하철은 역도 어둡고 무서웠고, 프랑스는 그냥 더럽고. 체코나 빈은 진짜 깨끗했고... 런던지하철은 한 여름에 안타서 다행. 에어컨 그런 거 없고 좁고 광고에.. '더위를 피하는 법' - 물을 갖고다님, 더우면 타지 않는다 이딴 게 적혀있어서 어이가 없었다. 웃기긴 했음...

  여행의 마지막의 마지막. 아빠 선물 못산 게 안타까움. 백화점이 안 보였음. 면세점을 노릴 뿐... (이거 버스정류장에서 쓴 건데 점점 센치해지네ㅋㅋㅋㅋㅋㅋ) 빗방울이 굵어지니 우울해짐. 공연이고 뭐고 숙소가서 잠이나 잘까 이생각을 천번쯤 함. 그래도 아까워서 기다렸다.
 
  기다려서 공연 시작 쯤 들어갔더니... 으아, 공연 7파운드야! 나 집에 어떻게가..? 이러고 있다가 에라 나중에 생각하자 하고 돈을 내버렸다. 하하. 카드가 날 돕겠거니... 공연은 세 밴드. Ryco Saints + Foxtrot Bravo + Zemitones. Ryco Saints가 메인, 나머지 밴드가 서브인 느낌이었다. 메인 밴드가 45분 공연하고, 나머지 밴드들은 30분씩 공연. 공연 간 15분식 정리타임이 있었다. 공연이 재밌긴 했는데.. 어 혼자라 약간 민망했음. 구석에 처박혀서 봄. 난 공연 볼때 즐기는 거 좋아하는데... 아무래도 작은 극장에 다 지인들이 온거같은 분위기라ㅜㅜ

  첫 시작은 Zemitones. 개인적으로 세 밴드 중 가장 좋았다! 보컬이 라티노? 아무튼 백인은 아니었는데 이름이 크리스토퍼인듯. 사람들이 이름을 막 부름ㅋㅋ 혼자 무대에서 잘 놀고 그루브 쩌는 사람이었다. 다른 셋은 그냥 그랬는데 워낙에 노래가 신나고 보컬이 재미있어서 공연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씨디 사고 싶었는데 공연 끝나고 드러머가 일일이 말걸며 팔긴하더라. 근데 나한텐 말 안걸었어.....

  두번째로는 Foxtrot Bravo. 노래는 사실 그닥 내 취향이 아니어서 좀 지루하게 봤다. 그래도 되게 열심히 하는 느낌. 기타와 베이스가 나이가 좀 있어보였는데 공연대 활발하게 뛰놀더라. 제일 놀란건 보컬. 공연 전엔 그렇게 수줍어 보이던 여자가 공연 시작과 동시에 돌변. 무대 체질이신듯... 연극 하면 잘하겠다 싶었다.

  마지막이자 메인이었던 Ryco Saint는 처음에는 보컬이 누군가 헷갈렸다. 왼쪽에 있던 기타가 노래를 부르길래... 결국에는 가운데 있던 애가 제일 부르긴했는데, 기타도 1/3은 노래한듯. 보컬이 털없는 애덤 리바인 같았다... 잘생겼더라. 근데 난 웃긴게 기타 목소리가 더 좋았음. 취향이시여. 노래가 확 취향은 아니었고 보컬이 얌전해서 썩 즐기진. 드러머가 뭔가 카사비안의 이안 생각남.

  베스트는 제미톤즈. 나쁘진 않은 공연이었는데 내일 차비는 어쩐다...!

  저녁에 돌아와서 런던 브릿지 보려고했는데 은자도 자고 있었고 나도 피곤해서 그냥 잠. 뭐 이런 년들이 다있지.

소비금액: 원데이 트래블카드 5.60파운드
              인터넷 2파운드
              CD 28파운드 (보더스 15파운드, HMV 13파운드)
              분실 10파운드
              코카콜라 1.39파운드 (은자가 잔돈 0.03파운드를 줌)
              점심 27.51파운드 (아마도 반씩 부담)
              저녁 5.97 파운드 (오렌지 주스 1.02파운드x2, 오렌지 탄산음료 0.80파운드, 오렌지 0.49파운드x2, 샌드위치 2.15파운드)
              공연 7파운드

총 금액: 70.685파운드 (지만 이렇게 잔돈이 나왔을린 없고 뭔가 적어둔게 틀림)


8월 11일 수요일. 영국 런던.

  아침부터 비행기 타러 가야해서 별로 쓸 건 없고, 마트에서 뭐 사려다가 안샀고. 지하철은 기계에서 카드 긁음. 피카딜리 라인 타고 히드로 공항으로 감. 면세점에서 초콜렛 삼. 잔돈처리용. 아빠 기념품을 드디어 샀다. 지갑. 카드 긁음... 아놔. 구찌가 너무 예뻤는데 사십만원ㄷㄷㄷ 바로 튀어나옴. 엄마랑 비슷한 가격대로 지갑 샀고, 동생꺼는 로션 하나 사옴. 안사려다가 불쌍해서...


8월 12일 목요일. 한국 도착.

  비행기에서는 놀랍게도 안잤다. 자는게 더 피곤한 케세이 퍼시픽 의자인지라, 드라마랑 영화 줄줄히 보면서 견뎌냄. 그리고 홍콩에서 한국 오는 비행기에서는 기절. 공항에서 은자와 무사히 여행을 끝냈노라고 포옹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 천국...

  집에 오니 엄마가 왜 내건 안사왔냐고 함. 그건... 제가 집에오자마자 씨디를 빼서 숨겨놓았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엄마는 내가 컵받침 하나 내껄로 사온줄알고 슬퍼함. 죄송합니다... 하지만 가격을 알면 절 패실 걸 알기에 저는 모든 것을 비밀로 묻어두겠습니다.


여행 돌아보기

  간단한 유럽여행 감상은... 그냥 한줄로 표현하면 좋았다. 나로서는 이십 몇살이나 먹어서 처음 가는 해외여행이었다. 이거 가려고 얼마나 아르바이트를 했던가ㅠㅠ.... 대차게 벌어서 완전 탈탈 털고 왔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냥 놀고 온 것 뿐이었지만 이 또한 내게 정말 좋은 경험이 되었다.

  유럽도 사람 사는 곳이다. 그래도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른 느낌. 개성있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어서 즐거웠고, 새로운 것들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 말을 해보는 것도 처음이었고... 그렇게 길을 많이 잃은 것도, 대책없이 외국을 돌아다니며 실수한 일들도, 은자와 싸움 비슷한 것을 한 것도, 그만치 집이 그리웠던 것도, 부모님과 낯부끄러운 문자를 주고받은 것도, 다 처음이었다. 모두 내게 도움이 되는 일들이었다.

  사실 가기 전에는 좀 거창하게, 아 가서 뭔가 느끼고 미래를 열어야지. 하는 같잖은 마음이 있었는데 거기까진 물론 아니고, 새로운 세상을 본다는 점에서는 좋았다. 재미도 있었고, 힘들 때도 있었다. 서울에 돌아왔을 때 크게 달라진 건 없었고, 크게 불편할 것도 없었지만.. 아쉬운 건 사람들이 가진 여유로운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거. (뭐 이렇게 말해도 난 타인의 부지런함은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긴 하다만.) 공원에서 한가로이 점심을 먹던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르고 그런다.

  내가 어떤 나라에서 살아야 한다면 프랑스나 독일에서 살고 싶었다. 인상이 굉장히 좋았던 두 나라였다. 심지어 독일은 거기서 그런 고생들을 했는데도 별로 나쁘지 않았다. 체코는 기대도 안했는데 인상이 좋은 편이었고, 오스트리아도 마찬가지. 이탈리아는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다. 내가 여행 때 날씨를 탄다는 걸 처음 알았다. 스위스는 막상 큰 기억이 없다. 몹시 아팠고 지쳤다는 게 기억난다. 그냥 너무 깔끔하고 동화책 같아서 좀 재미가 덜했을지도 모르겠다. 네덜란드는 예상치 못하게 최악이었고... 영국은 그냥 영국이었다. 여행 중 만났던 남아공 아저씨가 말했던 것처럼 another big city였다. 하지만 내가 여행 막바지라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게 더 많았을 것 같다.

  이 여행 계획은 짜는데 공을 들이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더 찾아본 자료도 없고, 여행 자체도 플래너의 계획에 따라 잤고 거기서 갈 건 책에서만 대충 짚어서 갔으니까. 사진도 뒤로 갈수록 지쳐서 찍지를 않았다. 돌아와서 많이 후회를 했기에 내가 스웨덴 여행을 갔을 땐 더 섬세하게 계획을 짰던 것 같다. 사진도 한 장이라도 더 찍으려 들고. 뭐 남들이 보기엔 뭐 저런 여행이 다있냐, 싶은 여행이었지만 나 스스로는 배운 것도 많았고 느낀 것도 많았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갔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래도 내겐 더 남은 시간이 있으니까.

  여튼 좋았다고. 또 가고 싶다. 또 다른 나라들을, 많이. 난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성격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고, 오히려 방구들에 누워있는걸 사랑하지만... 한 번 갔다 오고 생각이 많이 바뀐 편이다. 고등학교때 선생님이 내 사주보고 너 역마살있다ㅋㅋㅋ 했을때 뭥미-_-ㅋㅋ 나같은 사람한테 말이 됨? 그랬었는데. 어.. 이젠 조금 말이 되는 것 같기도.

  즐거웠습니다. 같이 여행해줬던 은자에게 정말 감사함. 은자가 없었으면 내가 첫 여행을 어떻게 했을 지 상상도 안간다. 우리 둘다 서로를 배려하며 여행했지만, 내가 좀 변덕이 심해서 더 까탈스럽고 롤러코스터같은 기분을 보여줬으니까. 사.. 사.. 좋아한다구ㅎㅎ

  이걸로 여행기 끝! 쓰느라 지겨웠다!
8월 7일 목요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마지막 야간열차. 처음으로 3층을 썼다. 이게 의외로 다른 사람들이랑 부딪칠 필요도 없고 참 좋더라. 다음에 혹시나 쿠셋 쓰게 되면 3층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3층, 1층, 2층 순으로 좋은 듯. 여행자인 남아공 아저씨를 만났는데 자기 여행갔던 이야기 해줘서 재밌었다. 남아공에 자기 집 짓고 있다고 사진보여주고... 근데 여행 어디 또 가냐길래 런던? 했더니 런던 최악의 도시라고ㅋㅋㅋㅋ 그냥 도시일 뿐이라고 막 까서 웃겼음. 서울을 알려드리고 싶다.

회수권 스트립펜 카르트.

  네덜란드 도착해서는 아무래도 트램을 이용해야 했다. 표를 사야하는데, 일전에 한국 여행자분께 받은 회수권 스트립펜 카르트가 있었다. 두번인가 세 번 탈 수 있을 만큼이었나, 아무튼 그만큼 남아있었다. 은자랑 나랑 그거 타고 숙소까지 감. 트램 처음 타봐서 긴장했는데 뭐 그냥.... 땅위를 다니는 전철이라는 느낌.

  도착한 숙소는 글쎄. 내부는 안들어가서 모를 때에도 카운터와 플로어 만으로도 충분히 소란스럽고 야단스러운 곳이었다. 하루밖에 안묵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짐을 맡겨놓고 은자와 아침을 먹으러 나갔다. 그냥 고 근처 돌다가 카페에서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시킴. 토스트, 후라이, 콩, 소시지, 베이컨... 엄청 배불렀다. 

꽃시장. 모종시장인가...


  먹고 나서는 슬금슬금 담광장으로 이동. 사실 은자와 나는 여행 막바지라 지쳐있어서 크게 많이 돌아다닐 생각을 안했다. 산책하듯 볼 생각으로 나갔는데... 가는 길에 꽃시장을 우연히 들렀다. (원래 가려던 곳이지만 우연히...) 근데 생각보다... 규모가 참 작았다. 그냥 모종 파는 건 우리나라랑 다를 것도 없었다. 생긴건 그냥 양파, 생각, 마늘 같은 모종들.

널디넓은 찻길. 트램이 다니는 길도 홈으로 패여있다. 건물들이 다닥다닥.

나는 운하가 되게 멋있을 줄 알았는데 그냥 물비린내 뿐이야...

담광장 앞의 왕궁.


  담광장에 갔는데 어.. 별거 없었다. 그냥 히피가 있는게 약간 신기했다. 왕궁 건물도 그냥저냥 봄. 밀랍인형 박물관도 지나가면서 봤는데 들어가진 않았다. 담광장에서 머문 시간은 십분도 안 됐고, 그뒤로는 그냥 진짜 돌아다니니기만 했다.

  담 광장 근처에 명동같은 쇼핑가가 있다. 거기만 돌아다님. 여기에도 역시나 있는 H&M. 들어가서 구경하다가 독일에서도 살까 말까 망설였던 블랙 드레스 샀다. 마음에 들어서 신이 남. 그냥 쇼핑하듯 봤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백화점같은 데는 없었다. 아빠 기념품 사야하는데... -_-;; 내일 더 탐색을 하기로 함.

  돌아다니다가 너무 지쳤는데 숙소엔 들어갈 수가 없어서(시간이 안됐으니) 카페에 들어갔다. 걍 카푸치노 시켰는데 입이 워낙 깔깔했던 터라 맛있게 먹고... 잠이 들었다. 나 원래 한국에서도 카페에 들어가서 잘 자니까 별로 이상할 일은 아니었지만ㅋㅋㅋ 외국에서 그러니까 기분이 묘했다. 자고 나니 HP가 20 회복되었습니다. 뭐 이런 기분. 커피 더 마시고 싶었는데 또 사마시긴 그래서 참았음. 지나다가 음료 하나를 샀는데 오렌지주스인줄 알고 샀는데 요거트맛 음료. 맛없는건 아닌데 기대한 게 아니라 실망.

안네 프랑크 하우스 가는 길에 봤던 성당? 같은데였는데 앞에서 동성애자 관련 전시를 하고 있었다.


  은자와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안네 프랑크 하우스. 원래 별로 갈 생각 없었는데ㅋㅋㅋ 워낙 할 일이 없어서 갔다. 학생할인도 없이 요금은 8.5유로. 루브르가 9유로였던걸 생각하면 좀 비싸단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들어갔다 나올 땐 생각이 좀 바뀌었다. 여러 영상물이나 자료같은 것들이 많고, 그걸로 인해 생각할 게 많았다. 중간중간 뭔가 센티멘탈해짐. 비슷한 역사가 있어서 그런가... 느낄 것도 많고 생각할 것도 많았다. 전시물들과 영상보다 더 크게 다가오는 건, 아무래도 박물관 자체가 안네 프랑크가 살았던 집이라는 거. 비밀 집의 구조와 방 크기를 보면 거기서 살았을 십대 아이의 심정이 고생이 보였다.

암스테르담의 집들은 이렇게 다닥다닥 작게 붙어있다. 옆집과의 소음은 괜찮은가요...?


  지나가다 음반가게 있어서 들렀다. 여기서 킹스 오브 리온 1~3집을 샀음. 16유로. 왜 네덜란드에서 샀지. 이 땐 그냥 사고 싶었다.

  숙소 돌아왔는데 아... 1층이고 믹스드 룸이다. 약간 난감했지만 뭐 별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같은 방에 있는 게 일행인 남자애 둘+여자애 그룹에, 여자애 하나였음. 남녀무리가 시끄러워 보였다. 저녁에 세탁을 하러 무인 세탁가게에 갔다. 근데 기계가 돈을 먹음... 그리고 우린 기계의 설명을 제대로 안본 탓에 계속 돈을 넣었고, 결과로 세탁비만 10유로 들었다. 둘이 합해서가 아니라, 나 혼자서만... 이게 뭐지! 나중에 주인이 왔을 때 설명했지만 증명할 수 없어서 돌려받지도 못했다. 악몽이었다...

  너무 지쳐서 저녁을 진짜 호화롭게 먹기로 작정했다. 그동안 점심을 배부르게, 저녁은 간소하게 먹고 일찍 잤는데 지쳐서 그런가 뭔가 먹으려고 작정을 함. 그래서 스테이크 먹으러 들어갔다. 이번 여행에서 제일 비싼 밥을 먹었다. 스테이크에 콜라. 다행히 고기는 아주 맛있었고 배부르게 먹었다. 기분이 좀 나아져서 숙소에 돌아옴.

  숙소가 이탈리아에 비견할 정도로 악몽이었다. 1층이라 그런가 여행에서 처음으로 모기에 시달렸고, 남녀 애들이 너무 시끄러워서 잠들기까지도 고난. 제일 황당했던 건 남은 침대 하나의 여자였는데... 중간에 남자가 하나 더 들어와. 걔 애인이! 같은 침대에서! 잔다! 아니 이건 뭐야! 여행비 아끼려고 몰래 숨어든거였던거 같다.... 아 소란의 극치였다. 믹스드룸의 안 좋은 기억. 어쨌건 그래도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버틴 기분.

소비금액: 아침 10유로 (팁까지 포함)
              H&M 블랙드레스 29.95유로
              카푸치노 2.30유로
              요거트맛 음료 1.50유로
              안네 프랑크 하우스 8.50유로
              CD 16유로
              세탁비 10유로
              저녁 25유로 (스테이크 20.95유로, 콜라 2.25유로, 나머지 팁.)

총 금액: 103.25유로


8월 8일 금요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열시 체크아웃인지라 아홉시 반에 숙소에서 나왔다. 이번 숙소는 진짜 별로. 아침마저도 별로였다. 으 뭔가 싫다. 그리고 믹스드룸을 다시 쓰고 싶지도 않다.

  이번엔 다시 숙소로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고 캐리어를 들고 나왔다. 담광장 쪽으로 쭉 올라갔다. 별 목적없이 왜 갔는지 모르겠는데 어찌 그렇게 갔다. 가다가 길에서 웃기는 청년을 봄. 거지같았는데... 옆에 개를 끼고 있었는데 리코더를 정말 슬프게 불었다. 빛바랜 하얀 리코더를 부는데 진짜 표정이 설명할 수가 없다. 너무 슬프게 너무도 구슬프게 혼을담아서...ㅋㅋㅋㅋㅋㅋㅋㅋ 리코더를 그렇게 거창하게 연주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빵터짐.

  담광장 위쪽으로 의미없이 올라가 보다가 섹스 박물관을 우연히 발견했다. 단돈 3유로. 당연히 들어갔다. 사실 가보고 싶었는데 위치 몰라서 안간거였음. 입구는 좁아보였는데 내부가 생각보다 넓었다. 과연 네덜란드의 집이도다. 폭은 딱딱 좁은데 생각보다 넓다. 게다가 4층짜리 박물관.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춘화부터가 19금이었다. 장식물이나 마네킹, 그림, 사진까지 정말 다양한 섹스에 관련한 물건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1900년대 이전의 사진까지 있어서 인간의 역사와 성은 함께하는구나 싶었음. 흑백이라서 야하다기보단 뭔가 그냥 고전이구나, 싶은 느낌이었다. 여기에 게이 포르노까지 있어서 다양한거 보여주는구나 싶었다. 정말 옛날 조각부터 현대적인 것까지 다양했다. 18세 이상이라면 관람 추천. 구경하기도 재밌고 가격도 싸니까.

  섹스 박물관을 지나 홍등가 쪽으로 쭉 돌아 내려오는데 정말 섹스토이샵, 비디오샵, 심지어 홍등가 여자들까지 대낮에 보여서 기분이 묘했다. 암스테르담은 밤문화가 상당히 발달해 있다고 했는데 막상 접하니까 기분이ㅋㅋㅋ 애들 정서는 괜찮냐고 묻고싶었다. 그 아래로 내려가다가 이상한 냄새가 나는 가게를 봤는데 마리화나 샵이었다. 오.. 신기한 나라란 말이지. 이러면서 지나감.

  외곽으로 걸어나갈 수록 정말 변두리라는게 느껴졌다. 암스텔 역까지 걸어오는 동안은 레스토랑도 거의 없었고, 가게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길 잃어버리나 싶었는데 어떻게 역까지는 잘찾아왔다. 거의 두시간을 캐리어 들고 꼬박 걸은 셈이었다. 암스텔 역 바로 앞의 레스토랑에 들어감. 햄버거와 스프라이트 시켜 먹었다. 커다란 수제버거. 반면 스프라이트는 고작 0.2리터짜리 병. 그래도 맛있었다.

그냥 맛있었습니다.

짐이랑 바꾸는 보딩카드

이게 표


  암스텔 역 도착해서 스무디 하나 사서 유로라인 탈 시간 될 때까지 기다렸다. 역에서 좀 졸면서 있다가 화장실 한 번 갔는데 처음으로 유료 화장실 썼다. 깔끔하고 괜찮다. 유룐데 더러우면 열받았겠지... 잔돈 소비를 하고자 작은 매니큐어를 샀다. 그냥 무난한 색. 커피가 간절한데 가게에 커피가 안보여서 돈을 허공에다 뿌린 셈이었다. 저녁으로 간단한 패스트푸드 사먹고.

  다른나라에 비해 네덜란드는 의외로 자기색이 부족해 보였다는 느낌. 여행 막판이라 내가 지쳐서 그런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좁은 집, 환락가... 정도가 신기했다.

  유로라인 이야기는 런던 편에서.

소비금액: 섹스박물관 3유로
              점심 (햄버거+스프라이트) 14.6유로
              스무디 1.80유로
              매니큐어 2.50유로
              저녁 2.95유로
              화장실 0.5유로

총 금액: 25.35유로
8월 6일 수요일. 독일 퓌센.


  거의 열두시간 잔듯. 꿈도 안꾸고 참 잘잤다. 일어나보니 숙소 모습이 제대로 보였다. 여태까지의 도미토리 숙소 중 가장 마음에 들 수밖에 없었던 게, 화장실과 샤워실이 한 방에 딸려있고 침구류도 가장 깨끗했다. 아침식사도 꽤 만족스러운 수준. 중앙역에서 약간 멀긴했지만 걸어올 수도 있고, 아니면 S반 타면 되니까. 참 좋았음.

  어제 끊은 표를 가지고 퓌센에 가기 위해 중앙역으로 출발. 27번 플랫폼에서 기차를 탔다. 룸식으로 6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였는데, 일본인 세가족, 우리, 중국인 아주머니 한 분이 같이 타서 뭔가 한중일이ㅋㅋㅋㅋ.. 다같이 모여... 아무말도 안하는 그런..ㅋㅋㅋㅋ 퓌센까지는 한 시간 정도 가야했다. 마냥 가깝지만은 않은 느낌.

기차를 타고 가는 길은 그냥 시골 풍경이었습니다.

퓌센역.

  퓌센 역에 내려서는 버스를 타야한다. 노이반슈타인, 호엔방가우를 보러 간거라 그 쪽으로 이동해야 하니까. 버스는 편도 1.80유로. 바로 앞에서 다들 타니까 뭐... 길잃을 염려는 없이 가이드투어 매표소까지 도착했다.

  하지만. 우리의 퓌센행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목에 퓌센을 괄호 안에 집어넣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가긴 갔는데...ㅡㅜ 아... 우리의 퓌센행은 참 허무하게 끝났거든. 결론이 허ㅋ무ㅋ 이걸 참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제의 그 티켓파는 언니 덕에 싼 티켓을 끊은 건 좋았는데, 우리 출발시간은 늦어지고 3시에 뮌헨으로 돌아가는 기차티켓을 산거야. 그게 발목을 잡았다. 일단 매표소 근처에도착하자마자 점심거리를 샀다. 그리고 가이드투어 매표소에 갔는데.. 사람이 진짜 많았다. 우리 말고도 많은 관광객이 있었으니까. 매표소에서 한참 시간을 잡아먹고 난 후에야 우리는 가이드 투어를 포기했고, 마차를 기다리다가 노이반슈타인 성을 포기했으며, 열차 시간에 쫓겨 결국은 호엔방가우까지 포기! 우왕ㅋ 굳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게뭐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성은 멀리서만 보고왔다는소리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여행 초반에 일어난 일이었으면 화가 났을 텐데, 은자나 나나 여행 중반인 데다가.. 포기 과정도 여러 번에 걸쳐 순차적으로 포기하게 되니까 그냥 웃겨ㅋㅋㅋㅋㅋㅋㅋ 둘이 그냥 웃고 말았다. 크게 낙심하진 않아서 다행인데ㅋㅋㅋ 아 다시 생각해도 넘ㅋㅋㅋ웃겨ㅋㅋㅋㅋㅋㅋ 마침 독일에서 편히 쉬어서 기운회복이 된 터라 다행이었던 거 같다. 저녁에 맛있는거나 먹고 놀자면서 모든 것을 넘겨버렸다. 열차 시간까지 퓌센역에서 노닥거리며 시간을 보냄.

저멀리에 있는 성을 보고는 왔어요.... 정말 보고만...


아니! 이 사진 보기 전까진 여기서도 아이스크림 먹었다는 걸 기억도 못했는데... 초콜렛은 걍 마켓에서 산 초콜렛..
+ 아 은자가 자기만 먹은거란다 아항.. 초콜렛은 나만 먹었군.
 
남의 사진은 왜 찍었을까...

흑흑 왠지 슬픈 기차ㅋㅋㅋ

  8월 6일 수요일. 독일 뮌헨.

지하철 표.

  그렇게 뮌헨으로 돌아와 영국 정원으로 가자고 U반용 숏티켓을 끊음. 그리고 역에서 내려서.. 길을 잃었다. 분명 두 방향중 한 곳이야. 이랬는데.. 걷다보니 마리엔 광장이 나오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놔 진짜ㅋㅋㅋㅋㅋㅋㅋ 이 길치들ㅋㅋㅋㅋㅋㅋㅋㅋ 독일은 뭔가 계속해서 일정이 꼬이는듯. 글도 딱히 맘상하진 않는다는게...ㅎ

  마리엔 플랫츠에서 U반으로 갈아탈 때 이상한 남자애들 무리를 만남. 무려 손에 1리터짜리 맥주잔을 들고 있는 술취한 애들 무리... 우리가 엘레베이터 타고 U반 타는 데로 가고 있었는데, 거기 타서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근데 뭐라 하는건지 잘 모르겠어서 음? 이런 표정 지으니 다른 애가 또 같은 말을 함. 얘 말은 알아듣겠더라. 근데 그 질문이란 게 U반 타는거 이쪽으로 가는거 맞어? ㅋㅋㅋㅋㅋㅋㅋ그걸 우리한테 왜물어봐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튼 대답해줬더니 걔가 되게 우쭐해서 웃겼다. "것봐, 얜 영어 못하지? 난 잘하니까!" 이러는ㅋㅋㅋㅋㅋㅋ아 그래.. 집에가서 발이나 닦고 자렴... 그래도 유쾌한 애들이었음.

이거 길 잃고 마리엔 광장으로 가는 길...(...)

뭔가 의미 있을 법한 광장이었다ㅋㅋㅋ



  마리엔으로 돌아와서는 그냥 마음을 놓고 레스토랑에 들어옴. 무슨 스테이크 같은 거 먹었다. 수프랑 프레츨이랑도. 평범했다. 하지만 결코 맛없지 않았어...

  엄마 기념품 사기 위해 백화점 같은데 들어감. 귀고리 사고 싶어서 보는데 너무 비싸서..ㅡㅜ 아 좀 낮은 가격대는 없나 고민고민하다가 직원한테 엄마 나이대랑, 예산 말해주니까 그 귀고리들을 찾아서 보여줌. 가넷이랑 레알 작은 다이아몬드랑(다이아몬드인가) 금으로 된 귀고리를 샀다. 내가 여행 와서 가장 크게 쓴 돈인듯. 생각보다 예산이 남아서 엄마 아빠에게 각각 이십씩 쓰기로 작장했는데(평생 이런 적이 없으니 좀 신나기도ㅎㅎ) 아빠에겐 뭘 사주어야 할 지 모르겠어서 다음 나라들에 가서 고르기로 했다.

  짐을 찾으러 다시 숙소로. 짐 찾으러 숙소 가는 길에 은자가 아버님 드릴 골프장갑 산다고 골프 관련 가게로 들어감. 되게 한산한 가게였다. 장갑 사이즈를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다가ㅋㅋㅋ 내 손 좀 커서... 직원한테 내 손보다 크고, 당신 손보다는 작아요. 이렇게 설명하고 장갑 샀다ㅋㅋㅋ 다행히 잘 맞으신다고.

  그러고보니 이 길 가는 길에 여행자인듯한 남자애들 무리 만났는데... 서로 음 여행자군-_- 이러고 지나쳤었다. 그리고 나서 골프장갑 사고 숙소로 돌아오니.. 걔네가 있었어. 웃긴게 그쪽 무리나 우리나 서로를 알아보는데ㅋㅋㅋㅋㅋ 심지어 서로 어 쟤네 아까 봤던애들이다, 이런 이야기 하고 있는걸 알고 있는데ㅋㅋㅋㅋㅋ 서로 말은 못알아듣는 상황. 웃겼다.

  숙소엔 오전엔 카운터에 예쁜 언니가 있었는데 이번엔 너무나 게이라고 아니 말할 수 없는 오빠가 있었다. 가지런히 묶은 머리에 아이라인, 어딘가 곱상하게 꾸민 마초 삘. 은자에게 돈을 거슬러주는데 그 손짓을 잊을 수가 없다!

  짐을 가지고 기차 시간까지 맥도날드에 시간을 때우러 들어감.주문때 밀크쉐이크 말하는데 못알아들어서 죽는줄... 왜.. 어려운 발음인가...? 내 발음이 그렇게 후진가? 주문하다가 싸울뻔. 그래도 주문 성공.

  자리에 앉아 있으니 옆에 앉아있던 약간 껄렁한 라티노 애 둘이 말을 걸었다. 처음엔 I love japan 이러길래ㅋㅋㅋㅋ 어.. 우리 일본인 아니고 한국인임. 했더니 I love south korea라고ㅋㅋㅋㅋㅋㅋ 걍 십대 애들인거 같았다. 귀여워ㅋㅋㅋ 뭔가 계속 말을 걸고 싶어했는데 우리가 너무 우리 둘의 이야기에 치중해서ㅋㅋㅋ 말을 잘 못거는 듯 싶었다. 미안... 중간에 한번 테이블 치길래 봤더니 종이 내밀며 자기 이름을 한국어로 써달래서 써줌. 빈센트. 그래 이제 가서 공부하렴..

  맥도날드에서 은자랑 살짝 부딪침. 사실 여태까지 지내면서 안싸운게 더 신기한 거였는데, 진짜 사소한 걸로 맘상해서 울었다. 근데 이게 막상 은자의 일은 아니고 나의 일도 아닌..? 내가 왜 울었는지 지금 생각하니 진짜 모르겠음. 그냥 여행때문에 지쳐서 그랬던 것 같다. 은자가 잘 이해하고 넘어가줌. 맥도날드에서 여자애 둘이 울고 끝난 훈훈하고 병맛나는 스토리.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야간열차를 타러 갔다.

소비금액: 퓌센 버스표 2장 3.60유로
              점심 5유로
              초콜렛 0.62유로
              U반 지하철 숏 표 1장 1.20유로
              저녁 13.80유로
              엄마 기념품 귀고리 95유로
              밀크쉐이크 2.20유로
              큰 물 1유로

총 금액: 121.80유로
8월 5일 화요일. 독일 만하임

  새벽 네시 반 만하임에 도착. 여기서 또 기차를 갈아타고 뮌헨으로 가야했다. 문제는 뮌헨행 기차는 6시 반에 있다는 거. 만하임역에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만하임역은 새벽이라 그런가 좀 추웠다. 다섯 시인데도 문 연 가게가 있었다. 빵과 샌드위치를 파는 가게였는데 유럽 와서 이렇게 일찍 여는 가게는 처음 본 거라 신기. 한국이었으면 안 신기. 빛이 있는 곳이라 고 앞에 있는 벤치에서 꾸벅꾸벅.. 졸면 좋겠는데 자지도 못하고OTL 걍 떨고 있었다. 한시간이 넘는 기다림은 시간으로 따지면 뭐 그리 긴건아니었지만, 새벽인데다가 몸이 피곤해서 고됐다.

  그나마 핸드폰이 터져서 위안. 아빠의 꽉꽉 찬 답문자가 좋다. 평소에는 문자 하나 보내지 않는 우리 부녀인데. 대부분은 건강유의, 몸조심, 많이 보고 많이 배우기... 뭐 그런 건데 평소에 듣던 말도 여행지에서 들으니 남다른 기분이 들었다.

  야간열차 안에서 잠을 설친 탓에 꿈을 좀 꿨는데, 깨기 전 꿈이 친구들을 만나서 기념품을 나눠주는 꿈이었다. 너무 생생해서 깬 직후에 내가 야간열차 안이란 걸 알고 좀 놀랐다. 너무 진짜같아서... 아마도 전날 유네 문자를 보고 잔 탓인듯 싶었다. 슬슬 친구들이 보고싶다.

  뮌헨행 기차는 여섯시 반에 탄다. 그걸 타면 아홉시 반에 도착.

퓌센행 티켓.오래 되어서 빛이 바래버렸다.

  원래 첫날에 퓌센을 가려고 했는데 그러기엔 체력이 끝장나 있었다. 그냥 내일자 열차 티켓만 샀다. 두 명에 30유로인 티켓. 카운터의 언니가 친절하게도 더 싼 티켓을 알려줬다. 우리가 원래 예정했던 시간보다는 한시간 늦은 티켓이긴 했지만.


8월 5일 화요일. 독일 뮌헨

  표를 사고 숙소 도착. 숙소는 중앙역에서 한정거장 떨어진 곳의 Meininger. 맞나? 시설이 꽤 깔끔한데다 열두시인가 통금이 있어서 인상이 좋았다. 그러나 룸에는 3시부터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피곤한데... 엉엉. 어쩔 수 없지.

  러기지룸에 짐을 내려놓고 마리엔 광장으로 향했다. 유레일 티켓이 있으면 S-Bahn은 무료. 다행이었다.

난 이 시청사 건물이 유럽여행 중 본 건물 중에서 제일 예뻤다.


  마리엔 광장은 사람이 아주 많았다. 신시청 건물이 화려해서 눈에 띄고, 장식된 빨간 꽃이 아주 예뻤다.


  배가 많이 고팠던 터라 신시청사 앞의 바이에른 음식점 donisl에 들어감. 메뉴는 독어뿐인 불친절...(근데 영어 메뉴가 있냐고 물어보지도 않았다). 메뉴 사진이 있어서 그거 보고 고름. 대충 닭이 있고 감자와 무언가를 섞어 만든 듯한 덩어리가 있는 메뉴가 나옴. 훈제된 닭이 아주 맛있었고, 감자는 약간 미묘. 그래도 총체적으론 만족. 은자건 고기가 닭이 아니었는데 정체를 모르겠다.

너머엔 마리엔 광장.

경찰차ㅋㅋ

  독일 건물은 다른나라들처럼 전통적 느낌이라기보단 기묘하게 현대식 건물도 많았고 그게 또 어울렸다. 특별히 보고 싶은 곳이 있는 건 아닌데 그냥저냥 여유롭고 깨끗하고 좋은 느낌에 걸어다녔다. 날씨는 기막히게 좋았다. 햇볕은 딱 적당한 정도고, 바람이 시원하게 불었다. 마리엔 광장 주변은 큰 번화가...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좀 여유.

  지나다가 마켓에서 사이다를 한 병 샀는데 여기는 페트병마다 사이다값 외에 돈이 0.15 유로가 붙었다. 정작 사이다 값은 0.85인데 합쳐서 1유로인 셈. 페트병 반환하면 돈주는 거 같았는데 뭐 계속 이동하니까 반납할 일이 없었음.

시장이 섰던 곳. 꽤 여러 가게가 있었다.

야채가 외국 야채야... 당연하지만ㅋㅋㅋㅋㅋㅋ 아 뭔가 우리나라와 달라...

여기서도... 역시 아이스크림 기행이라니까ㅋㅋㅋ

  호프브로이 하우스 위치를 미리 확인하려고 찾아다니다가 독일의 시장을 발견해서 구경했다. 우리나라 시장과 크게 다를 건 없었지만 훈제고기 가게나 소시지 가게, 생과일 갈아주는 가게가 인상에 남았다. 그리고 치즈가게도. 활기찼다.

  호프브로이 하우스 찾기는 왜 이리 어려운가. 우린 정말 한참을 헤맸다. 삼십분 정도? 알고 보니 Parking 표지판을 따라 가느라고 헷갈린 거였다. 때맞춰 지나가시던 어떤 노신사분께서 친절히 우리를 호프브로이 하우스 앞까지 데려다 주시지 않으셨다면, 정말 끝까지 못찾았을 것 같다.

  호프브로이 하우스 위치 찾기를 완료하고, 마리엔 광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마리엔 광장의 쇼핑몰을 구경. 워낙 번화가라 쇼핑하긴 좋아 보였다. 좀 둘러보다가 신시청사 바로 앞의 카페 Rischart에 들어옴.



  스무디 Paris와 Florentiner Apfelschitte를 시킴. 딸기스무디와 애플케이크였다. 막상 나온 스무디는 생각보다 훨씬 달아서 곤란했다. 딸기 자체의 신맛을 가리기 위해 시럽을 잔뜩 탄 것 같았음. 나쁘진 않았는데... 너무 달아. 애플케이크는 케이크라기보단 파이 느낌. 사과가 한입한입 물려져서 기분이 좋았다. 겹겹이 슬라이스 된 사과와 맨 위는 아몬드 슬라이스가 올려져 구워진 파이. 뫄이쪙.

  여기 카페 풍경 보면서 신기했던 게 우리나라는 시내의 카페에 가면 아무래도 젊은 애들이 많은데, 여기는 진짜 집 앞으로 마실나온 듯한... 중년 이후의 사람들이 더 많았다. 노인의 비율이 또 압도적이었고. 그게 좀 신기했음.

이게 아마 프라우엔 교회.

그 앞에 있던 연..못..?

이거 관광객 용 같았는데ㅋㅋㅋ

이..게 뭐더라..

  카페 이후는 또 쇼핑하다가 시간을 다 보냄. 슬쩍 간 프라우엔 교회는 별건 없었다. 하도 그전에 화려한 성당을 많이 봐놔서 그런가 내부도 그냥 그랬고.



  성당보고 호프브로이 하우스로 이동. 맥주 하나가 1리터라서 그거 시켰더니 아놔, 1리터짜리 잔으로 나옴. 깜짝이야... 소시지는 주문할 때 이거만 시키냐고 물어보길래 뭔가 했더니 딱 하나 나와서 나중에 또 주문했다. 맥주랑 소시지 둘 다 맛있었다. 맛있었는데 난 술 약해서 조금만 마시고도 홍당무됨.

  내 얼굴이 너무 빨개져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사람들 시선이 느껴졌다. 야 나 오백도 안먹었어 이사람들아..ㅡㅜ 흑흑 그래도 술기운이 올라서 숙소 돌아와서는 씻지도 않고 바로 뻗었다. 잠깐 쉬려던 건데 스르륵 잠이 들었음. 참, 숙소는 정말 깔끔하고 좋았다. 이 숙소 마구마구 추천하고 싶음.

소비금액: 퓌센행 티켓 30유로 (절반씩 부담)
              점심 9유로 (요리 7.95유로, 팁) 
              사이다 1유로
              스무디 음료 4.80유로
              케이크 3.20유로
              호프브로이 하우스 18.50유로 (맥주 6.90유로, 구운 소시지 6.50유로, 오리지널 뮌헨 소시지 5.10유로. 9.20유로 부담)

총 금액: 42.20유로
8월 4일 화요일. 체코 프라하.

  체크아웃 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 체크아웃. 바로 체코 중앙역으로 향했다. 웬만하면 유인보관소에 짐을 맡기려했는데, 그런거 안보여... 그래서 그냥 코인락커행. 고 앞에 어떤 아저씨가 지키고 계시긴 하더라만은. 좀 불안한 마음이 없잖아 있었다. 어제 지하철에서 봤던 짐 한개당 비용은 물어봤더니 그런거 안내도 된대서ㅋㅋㅋ 신나서 지나감.


  구시가 광장으로 출발. 가는 길에 유대교 사원도 보고, 기념품가게도 많이 보았다. 위에는 유대교 사원. 아마도 마크를 보니...

체코에도 트램이 다닙니다. 안 타서 가격은 모름. 어우 난 트램은 뭔가 어렵더라.

화약탑! 크게 별건 없었는데 벽돌 색이나 건물 모양이 마음에 들었다.


  구시가 광장으로 가는 길에 화약탑과 여러 풍경을 보았다. 여기도 중간중간 볼 게 많은 거리라 좋았다.

한산한 길 풍경

구시가 광장과 시계탑. 당연하게도 주변에 식당이 많았다.


  구시가 광장에 딱 도착했을 땐 마침 열두시 오분 전. 열두시가 되면 천문시계에서 나오는 장식을 볼 수 있다...만 그다지 자세히 보이진 않았고, 좀 작았다. 실망. 뭐 시계만으로도 예쁜 모습이기는 했다.

시청사. Nová radnice가 시청사라는거 보니까 맞을듯...

여기도 석상은 대두....

  헤매다가 우연히(...) 새 시청사 앞을 지나감. 그냥 생각보다 평범한 건물이었다. 고 앞의 건물 석상은 또 대놓고 대두상이라 또 웃었다. 

이리저리 방황하다 도착한 프라하 강.


까를교 바로 앞. 연이은 성상들의 향연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공사중인 것도 많고...


  그 쪽에서 헤매다가 보니 어느새 까를교 근처에 도착. 체코 프라하 강은 스산한 날씨에 더 예쁘게 보였다. 까를교 정문(?)의 성상은 무슨 비율이 호빗인줄. 귀여웠다. 까를교도 공사중이라 몇가지 성상은 못봄. 그래도 행운을 준다는 성 요한 네프무크 성상은 만졌다. 사람들이 많이 만져서 빤질빤질했다.

  아무 밥집이나 갈까 하다가 가지고갔던 여행책에 나온 밥집을 찾아보기로 함. 가려고했던 가게 후보 두 곳 중 하나는 망해 있었다(...) 그래서 남은 가게 중 가까운 Bar Bar라는 가게를 갔다. 반지하층에 위치했는데 그런거 치고는 밝은 분위기.

한 가족이 밥을 먹고 있었다ㅋㅋ 애기 넘 귀여웠어...

은자의 콩수프

나의 고기수프


체코맥주. 맛있다!

바..밥이시여


너무 맛있었던 타르트 타틴

초콜렛 핫케이크ㅋㅋ


  수프와 메인디쉬, 음료가 나오는 런치메뉴를 시켰다. 나는 Beef Broth Soup with Vegitable, 은자는 Lentil Soup with Ginger 수프를 골랐고, 메인 메뉴는 똑같은 Grilled Port Cutlet on Mushroom Sauce. 거기에 맥주랑 스프라이트도 시킴. 주문받는 아저씨가 왠지 친절했다. 수프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국 같이 느껴지는 수프. 내건 고깃국같았고, 은자건 콩수프인데 하이라이스 같은...? 그래도 프랑스의 악몽 양파수프같이 맛없진 않았다. 스프라이트는 레몬이 띄워져 나왔고, 체코맥주는 향이 남다른데 맛있었다. 나 맥주 별로 안좋아하는데도 맛있었음. 메인메뉴는.. 고기니까ㅋ... 가 아니고 그냥 자스민밥+커틀릿. 오래간만에 밥을 먹어서 그냥 좋았음. 체코 음식은 간도 맛고 좋네요. 밥먹으니 집가고 싶었다.

  밥먹고도 왠지 디저트 먹고 싶어서 나는 Tarte tatin이라는 걸 시킴. 은지는 초코 핫케이크. 랄랄라랄라. 타르트는 보들보들한 베이스 위에 고구마 무스가 올려져 있었는데 뭔가 뒷맛이 새콤했다. 곁들여진 아몬드 크림도 아주 맛있었음.

  돌아다니면서 남은 체코화 쓸 궁리를 했는데 어정쩡하게 남은 터라서 뭘 사야할지. 가게만 마구 돌다가 컵받침 하나 샀음. 처음으로 나를 위한 기념품을 산 듯. 걍 적당히 쓸 것 같았다. 여기 무슨 빨간 보석이 특산물인거 같았는데 예뻤다. 엄마거 사려다가 그냥 다음으로 미룸.

  구시청사 광장과 화약탑을 지나며 중앙역으로 되돌아가고 있다가... 또 길을 잃었다.... 정신차리니 Floerce 역 앞. 사람들에게 중앙역 가는 길을 물었지만 죄다 바로 앞의 메트로를 타라고만 그랬다. 하지만 지하철을 탈 수는 없어. 이 시점에서 내 손에 남은 돈은 1회분 교통비 18크로나 뿐이었다. 탈수가 없다고...OTL

  어째어째 길 잃기 전까지의 장소로 돌아와 더듬더듬 중앙역을 다시 찾아감. 너무 걸어서 모든 체력이 고갈되어버렸다. 지쳐서 야간열차에서 너무나 잘 잘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베네치아에서 길 잃어서 울뻔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만하임행 열차 안에서는 재미있는 한국 여행자분을 만나서 열시에나 겨우 잤다. 평소엔 아홉시면 자던 착한어린이. 아무도 안 앉은 자리 의자 접기가 뭐해서 하나접고 거기에 은자와 내가 잤는데, 열한시에 탄 커플이 나 깨워서 옆자리로 가라고 하더라. 그냥 아무데서나 자면 안됐니... 너네도 같은 좌석으로 쓰는게 편했을텐데. 피곤에 젖은 밤이었다.

소비금액: 지하철 표 롱 1장 26크로나
              지하철 표 숏 1장 18크로나
              코인락커 이용비 30크로나
              점심 235크로나 (식사메뉴 120크로나, 디저트 95크로나. 팁 20)
              네스티 살구맛. 32크로나
              기념품 컵받침 125크로나
              저녁용 빵값.. 32크로나정도? 기억 안남.

총 금액: 498크로나.
8월 2일 일요일. 체코 프라하.


  빈에서 체코 프라하로 도착했을땐 날씨가 꽤 안좋았다. 게다가 보여지는 풍경도 뭔가 이전 도시들보다 낙후되어 있어서 좀 긴장했다. 그래도 이 도시의 숙소는 도미토리가 아닌 투룸! 여기에 모든 희망을 걸며 도착한 도시였다. 관광? 그런거 상관없어... 둘만 쓸 수 있는 숙소라면...

  도착했을 땐 당장 지하철을 탈 돈이 없어서 환전을 했다. 여기서 최소금액만 환전했어야했는데 또 생각없이(...) 해버렸다. 그냥 오스트리아에서 환전할걸. 당장 도착했을 때의 생각을 못했다. 당연히 역에서 환전하는건 환전율도 안좋고 커미션이 꽤 크다. 호텔로 와보니 노커미션에 환전을 해주고 있어서 더 어이가 없었음... 흑흑. 어쩔 수 없지.

  지하철은 오스트리아랑 비슷한 시스템. 종이처럼 된 표를 사서 그걸 개찰구에 알아서 찍고 들어가는 거다. 여긴 그래도 감시하는 거 같은 사람이 있는 것 같기도. 지하철 표는 5정거장을 20분동안 이용할 수 있는 18크로나짜리 표와, 75분에 26크로나인 표가 있었다. 어차피 우리 숙소는 5정거장 이상이라 75분권 발권. 첫인상과는 달리 지하철은 깨끗하고 좋았다.

  역에서 내려보니 비가 많이 오고 있었다. 왠지 암울한 분위기였으나 호텔방에 들어선 순간 좋아서 울 뻔. 승리의 트윈룸..ㅜㅜ!!! 너무 편하고 시설도 프랑스 트윈룸보다 훨씬 좋았다. 밖에 안나가고도 행복해서 뒹굴뒹굴.

  짐 풀고 긴장 풀고 있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주변이 번화가는 아니어서 가게가 많지도 않고, 그냥 KFC갔다. 여기서 문제 생길 줄은 아무도 몰랐어. 은자와 나는 징거버거 세트를 주문했다. 계산은 따로 따로 한명씩 했다. 근데 주문을 받은 서버가 내 징거버거 세트를 주고 한참이 지나서도 은자 것을 주지 않는 거였다. 그래서 물어보니 '이미 줬잖아?' 이런 반응......야 싸울래요? 대체 왜 기다린거라고 생각한거야; 말하니까 영어 못알아듣고 그쪽은 체코어로 나불대고 미친느 줄. 한참 따지니까 매니저가 와서 물어보고, 우린 또 설명하고. 매니저가 당황하며 영수증을 줄줄이 뽑아대고 나서야 은자와 내가 계산한 영수증을 찾았다. 이렇게 황당했던 적이 없었어... 나중에 물어보니 은자에게 매니저가 할인쿠폰을 준다고 했던듯. 근데 우린 여기 다시 안올거거든... 어쨌든 소란피우고 시선받고 나서야 해결이 되었다.

  그 와중에 숙소에서 먹은 징거버거는 맛있어서(...) 감자튀김도 담백하고. 흑흑 역시 먹는 게 해결되어야 즐거운 여행이 되느니라. 트윈룸의 편안함에 젖어 잠은 참 잘잤다.

소비금액: 지하철 표 1장 26크로나
              징거버거세트 109크로나
              물, 콜라, 사이다 85크로나

총 금액: 220크로나


8월 3일 월요일. 체코 프라하.

  다시 한번 트윈룸의 위대함. 그리고 아무리 후져도 호텔이 최고야... 아침 여덟시까지 방해없이 잘 자고 나니까 그동안 쌓인 피로가 좀 가시더라.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더니 간소한 부페식이라 또 감동함. 햄 맛있어ㅜㅜ 요거트도 맛있어ㅜㅜ... 맛있었고 배불리 먹었다. 그래서 방에 들어와서 또 잠(...) 열한시 반에 간신히 깨어나서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날씨도 좋고. 거슬리는 거라곤 핸드폰 로밍 안되는거? 은자는 SKT꺼라 됐는데 나는 KT라 로밍이 안됐음.

  지하철을 타고 프라하 성이 있는 Malostranka역으로 출발. 이번엔 두 정거장이라서 short ticket 샀다. 프라하의 자하철이 특이한 게 짐 한개당 짐값을 받는다. 어젠 몰라서 안냈는데, 내일 지하철 탈 때는 물어봐야 할듯. 짐이 뭐 인간이라고 돈을 내래...

프라하 성 올라가는 길에서 찍은 프라하 풍경


  역에 도착해서는 바람 잘 불고 좋은 날씨였다. 뒤쪽으로 돌아서 프라하 성 정문으로 가는 언덕길을 올랐다. 그야말로 궁이 아니라 성이란 느낌이었다. 그래도 풍경은 참 좋았다.

죄인을 때려잡는 느낌의 석상...


  프라하성 입구 도착. 문에 있는 석상이 죄인을 때려잡는 느낌이라 신선(...)


  그리고 표를 샀다. 26세 이하는 125크로나. 특별히 신분증 검사도 없었다.


  표를 사고 나니 비가 내려서 일단 성안의 레스토랑으로 이동. 성 안이니까 당연히 비쌀텐데 환전한 돈도 있고 해서 신경안썼다. 감자가 겹겹이 쌓여져있고 그 사이에 계란과 베이컨이 든 요리(baked sliced potatoes with smoked bacon bits)와 빵 사이에 양념고기가 채워진 요리(Tranditional Castle Beef Goulash in a Bread Boat), 주스를 먹었다. 다 맛없는 건 아닌데 뭔가 겪어보지 못한 음식을 먹는 데서 먹는 미묘함이 느껴졌다. 특히 고기요리.



  밥먹고 본격 프라하 성 구경. 성 비트 성당부터. 겉모습이 화려한 성당이었다. 들어가니 색유리 창문이 예뻐서 기분 좋았다. 마구마구 화려하다기보단 어딘가 절제된 멋이 있는 성당이었다. 내부가 안정적이었다. 아직도 미사보는건지 마이크가 중심에 있더라. 빈에 이어 대두석상(...)이 눈에 띄었다.

뭔 건물인지 기억이 안나네요

얘도 마찬가지.. 이게 뭐더라.

비교적 좁았던 길도 있고...

불사조를 닮은 갑옷



  성 비트 성당 다음에는 황금소로로. 작은 길이래서 크게 기대 안했는데 이게 웬일. 기념품 상점에서 타격. 너무 예쁘고 너무 싸다. 보석가게와 시계가게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특히 시계 가게 안의 향수병들이 너무너무 예뻤다. 하필 유로를 다 두고 온 터라서 마음대로 사지도 못하고 발을 굴렀다. 여기서 지누 생일선물로 향수병을 샀다. 화려하고 예뻤다. 늘어선 기념품가게 중 한 곳에선 사촌동생들 줄 목공예연필 샀고. 기념품 가게들이 참 좋았고 그 건물들 2층을 쭉 연결한 곳에 있는 갑옷 전시가 좋았다. 만화 정글고의 불사조 닮은 갑옷이 있어서 좀 웃었다.

감옥입구. 지하로 내려가야함!


  황금소로를 나오는 길에 지하감옥이 있어서 거기로 갔다. 몇가지 고문기구가 있었고 생각보다는 규모가 적었다. 그냥저냥 구경 잘 했다. 프라하 성 구경이 다 끝났다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구왕궁을 안봐서 그 쪽으로 발을 옮겼다 가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먹음. 여기도 이탈리아 젤라또의 충격은 없었다.

구왕궁 전경

  구왕궁은 뭐랄까... 왕궁이라기엔 너무나 소소했다. 프랑스에서 봤던 그 화려한 궁, 다른나라의 궁과는 달랐다. 새로운 충격이었다. 그냥 큰 집같은 느낌이 더 강했다. 소소했음.

여긴 무슨 전시하는 데 같았음.

지나가던 근위병

성당?

그냥 찍음ㅋㅋ

  이렇게 프라하 성 구경을 끝. 가장 좋았던 곳은 의외의 황금소로. 표를 네 군데 가는 것을 사긴 했는데(두 군데에서 검표를 안하더라) 표의 의미를 알 수 없는 프라하 성이었다.

  숙소 근처에서 큰 물을 하나 사옴. 숙소에서 환전을 더 했고, 나가서 저녁으로 먹을 바게뜨 샌드위치를 사왔다. 이 가게 언니들도 영어를 전혀 못하는 것 같았는데 훨씬 친절했다. 손으로 짚어가면서 고르니까 다 확인하고. 사온 샌드위치도 간도 맞고 맛있는 샌드위치였다. 행복.

소비금액: 지하철 표 2장 36크로나
              프라하성 입장권 125크로나
              점심 490크로나. (계란감자요리 150크로나, 고기요리 200크로나, 주스 2잔 140크로나. 절반씩 부담.)
              향수병 기념품 200크로나
              목공예연필 기념품 78크로나
              아이스크림 90크로나
              물값 13크로나 (절반씩 부담)
              바게뜨 샌드위치 79크로나

총 금액: 859크로나
  8월 2일 일요일. 오스트리아 빈.

 빈은 참 들렀다기에도 뭐하게 베네찌아보다 당일치기 느낌. 빈에는 여덟시 삼분에 도착. 빈 서역에 도착했을 땐 전날 야간열차의 악몽에 짜증이 가득했다. 프라하로 가는 표를 일단 예약하고(이건 서역이 아닌 남역에 가서 타야한다.), U반을 타고 신왕궁쪽에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서 타야 했는데, 어떤 아저씨 무리가 엘레베이터를 잡고 기다려 주셨다. 약간 술에 취하신 듯 했지만 친절했다... 그렇게 지하로 내려갔는데, 헐. 바로 타는 곳이 나오는 거다. 황당했다. 우리 표 없는데...?

빈 지하철 티켓

  당황해서 어떡하지, 이러고 있으니까 아까 그 아저씨들이ㅋㅋㅋ 친절히도 무슨 문제있냐고 물어와서, 표 없다구 했더니 위에까지 데려가서 표끊는걸 도와주셨다. 윗층의 자동발권기에서 끊어야 하는거였는데, 1회권을 두장 샀다. 뭔가 유쾌한 아저씨들이었다... 친절하기도 친절했지만 되게 재미있었다. 어디서 왔냐길래 South Korea요, 했더니 아무래도 한국을 모르시는 듯 했다. 그런데도 내 팔에 자기 팔을 대 보며 South?!라고. 남쪽인데 왜 까맣지 않냐는 뜻이었던듯ㅋㅋㅋ 아무튼 신왕궁 쪽의 volkstheather에서 내릴 때까지도 기막히게 신경써주시더라. 사실 지하철에서 내리기 전 까지만 해도 이거 소매치기 아냐? 하고 좀 걱정했었는데...ㅋㅋㅋ 빈 인상이 이 아저씨들 덕분에 한번에 좋아졌다.

  역에서 내릴 때에도 하차하는 개찰구가 없어서 당황했다. 그저 스스로 개표하는 시스템인것 같다. 대신 걸리면 벌금이 어마어마하겠지? 난 새가슴이니까 그냥 표끊고 다닐듯.

자연사 박물관. 커서 다 안잡혀...
  

  내리고 보니 바로 앞이 자연사 박물관이었다. 물론 이른 아침인데다가 관심도 없어서(...) 들어가진 않았지만, 건물만으로도 꽤 예뻤다. 옆으론 오스트리아 미술관 건물도 보였다. 바로 앞엔 마리아 테레제아 광장. 산뜻한 정원이라는 느낌. 그 안의 분수 뭔가 희롱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미술사 박물관 쪽으로 가는길의 석상이 나체인데도 중요부위가 다 가려져 있어서 좀 웃겼다. 여태까지 나라는 전부 발가벗겨놓아서 여기가 오히려 독특해ㅋㅋㅋ 그리고 뭔가 석상들이 다른 나라보다 머리가 컸다...

신왕궁 모습. 썩 '신'왕궁 같아 보이진... 헉...

이게 신왕궁 바로 옆의 구왕궁 가는 길...? 그런거였음 아마도...


  쭉 걸어서 말발굽 모양의 건물인 신왕궁에 도착했다. 건물 자체의 양식이 다른 나라들과는 또 달라서 신기했다. 또 건물에 있는 석상 색이 바래져 있어서 그것도 신기... 구왕궁은 멀리서 슬쩍 보고 말았고... 왕궁 정원은 인상적이었다. 일요일 아침이데도 누워서 쉬는 사람이 꽤 있었다. 오스트리아 날씨도 따뜻하면서 시원해서 좋았음. 왕궁안으로 조깅하는 사람이 있어서 신기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경복궁에서 조깅하는건가...

이게 아마 오페라 하우.. 맞나..? 맞나? 그냥 찍은건가?

대체 뭔가 신기했던 신호등.


  이건 그냥 지나가던 길들. 적막했다. 일요일 아침의 걱정을 가지고 번화가쪽으로 이동.

  오페라하우스를 지나서 케른트너 거리로 옴. 빈의 번화가는 우리나라의 명동 같았다. 물론 그보다 길이 넓고 더 밝은 느낌... 쇼핑거리고 카페도 많았다.



  중간의 한 카페에 들어가 비엔나의 커피인 멜랑에와 딸기케이크를 먹었다. 직원이 썩 친절한 느낌은 아니었는데ㅋㅋㅋ 케이크가 맛있어서 괜찮았다. 딸기는 항상 승리한다.

머물렀던 카페

윽 반짝반짝 한것이 멋이 났다!

하지만 밑에 벽돌은 역시 색이 이상했음.

공사중..ㅜㅜ

건물은 다양한 각도에서 봐야 하는 것 같다. 이쪽은 되게 섬세했다.

관광객을 위한 마차가 여기에도 있었다.

  슈테판 성당은 공사중. 까만 건물이라 신왕궁때처럼 탄건 줄 알았다. 궁전도 그렇고 여기 석재가 좀 변하는 성질인듯. 성당 자체는 뭔가 화려한 모양새였다. 바로크풍? 조각조각이 섬세한 느낌이었다. 안엔 안들어갔다.

  빈에서도 젤라또를 사먹었다. 근데 이탈리아의 그 젤라또가 아니었다. 그냥 아이스크림..보단 좀 더 담백한? 아쉬웠다.

오스트리아엔 캥거루가 없지 말입니다.

  빈 역시 프랑스처럼 일요일엔 각를 안 여는 건지 카페와 기념품점, 초콜렛 가게를 빼고는 가게가 거의 닫혀 있어 아쉬웠다. 겨우 반나절 들리는 거라서 더욱 더. 기념품은 클림트와 모차르트에 관련된 것이 많았다. 다양하고 예쁜 것들이 있어서 빈 out이 아닌게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no kangaroo in austria 라고 적힌 티셔츠들이 웃겼다ㅋㅋㅋㅋㅋ 서너시간 본 것 뿐이었지만 꽤 마음에 드는 도시였다.


  프라하행 기차를 타러 남역으로. 구내에 있는 간이식당에서 점심으로 먹을 피자를 샀다. 은지는 또띠아 같은 걸. 이탈리아에서 먹은 피자보다 맛있었다. 간이 맞으니까요.

  열차는 또 역방향. 내부가 꽤 더웠다. 자다가 더워서 깰 정도. 게다가 어찌 된 건지 우리자리 쪽 창문은 열리지도 않아서 꽤 난감했다. 죽어가고 있을 때 은자가 콜라를 사와서 먹고 살아났다... 그렇게 약간은 악몽같은 기차 여행이었다. 프라하로 갈 수록 점점 시골로 가는 것 같았고, 프라하 근처까지 와서도 풍경은 변하지 않았으며 또... 날씨가 안좋아지는 걸 느꼈다.

소비금액: 지하철 표 2장 3.60유로
              빈-프라하 구간 표 7유로
              피자 1/4 조각 2.7유로
              젤라또 기억안남

총 금액: 13.4+α유로
7월 31일 금요일. 스위스 인터라켄.


  야간열차에서 눈을 뜨니 벌써 스위스였다. 풍경이 아기자기하고, 뭔가 차분하고 아름다웠다. 산에 걸린 구름과 에메랄드 빛깔 바다가 인상적이었음. 프랑스의 집들이 깔끔. 하양 이런 느낌이었고, 이탈리아의 집들이 황톳빛이었다면 여기는 작고, 아기자기하고.. 세모 지붕이 많이 보이는. 그런 느낌이었다. 딱 봤을때 집들이 너무 귀엽고 예뻤다.


  내리는 시간을 연착된 시간을 더해서 생각하면서 은자와 나는 아침을 맞이했다. 그러다가 기차가 어느 역에 스길래, 아 아직 시간 남았지.. 이러고 있는데 같이 탔던 칸의 커플이 내리는거였다. 잘가 잘가, 이러고 있는데 그쪽 커플의 남자가 물었다. "그런데 너넨 어디까지가?" 우린 천진난만하게 대답했다. "로잔." 남자애는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 여기가 로잔인데...."

  ...감사합니다. 기차가 연착되어도 제 시간에 도착하는 거였네요. 누구보다 빠르게 짐을 챙겨서 내렸다. 어찌 되었건 간에 무사히 로잔 도착. 남은건 취리히-빈 구간의 예약 문제였는데, 떼르미니역에서처럼 안될 것 같아서 진짜 긴장했다. 근데 의외로 순탄하게 너무 바로 되는 것이 아닌가! 너무 기뻐서 얼굴에 방긋방긋 웃음을 띄우며 예약하는 언니에게 고맙다를 연발하니까 언니는ㅋㅋㅋ 애들이 너무 기뻐하니 영문도 모르고 같이 웃어주기만. 여튼 그거 예약을 하고 기차 시간표를 찾아서, 로잔에서 인터라켄 가는 기차를 확인까지 하니 마음이 너무나 풍요로웠다. 걸리는 시간은 두시간 정도.

  풍요로운 것까진 좋았는데. 아놔 실수를 안하면 우리가 아니지. 베른 역에서 내려서 갈아탔어야했는데, 그걸 그대로 타고 취리히 HB 역까지 가버렸다...^_T? 시간 낭비 돋네. 시간표에 로잔-베른-인터라켄 이렇게 되어있었는데 그게 그대로 인터라켄 까지 가는 줄 알았던 거였다. 아오 바보들. 어쩔 수 없이 다시 베른 행 열차를 찾아 타고, 또 거기서 인터라켄으로 가기로. 왜 change라는 글자를 그 땐 보지 못했나ㅋㅋㅋ 다행히 첫날 일정은 시내구경이었던지라서 크게 무리는 없을 듯 했지만, 참 지친 와중에 기차 타려니까 더지쳐.

  인터라켄으로 가는 길의 풍경은 초록색 들판의 연속. 인터라켄 자체가 원래 도심지라기보단, 융프라요우 가기 위한 시골 도시라서 크게 번화하진 않다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풍경도... 가는 길의 도로에 큰 승합차들이 많이 보였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소형차, 오토바이(특히 이탈리아) 이런게 많았는데  여기는 큰 차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들판에 여유 작작한 모습으로 뒹굴고 있는 소들이 많이 보인다. 왠지 캔디 생각나서 웃었음.

숙소. 레알 펜션 분위기.

  머물게 된 숙소는 발머스 하우스. 아 근데 역에서 꽤 멀었다. 여태까지의 숙소들은 역에서 꽤 가까웠어서.. 짜증이났다. 잠을 설잔 데다가 기차에서 지쳤고, 짐은 무겁고. 걷는데 현기증이 확확 났다. 동역 옆에 있는 coop에서 1.5리터 짜리 물을 미리 사왔는데 이게 웬 걸, 인터라켄의 수돗물은 식음이 가능하단다. 아까운 돈. 발머스 하우스는 약간 펜션 풍이었다. 이탈리아의 너무 우울했던 숙소와 비교가 되었음. 시설 자체도 그보다 약간 더 나았다.

  발머스 하우스에 도착했을 땐 시간이 거의 두시 반이어서 배가 너무 고팠다. 적당히 옆에 있는 식당인지 뭔지 피쩨리아? 그런데서 햄버거와 콜라를 먹었다. 특별히 맛없진 않았고 맛있지도 않은 그냥저냥 단순한 버거였다. 먹을 때부터 어지러움이 너무 심했는데, 숙소에 돌아와 씻을 생각도 못하고 바로 뻗었다. 너무 아팠다. 서러웠음ㅋㅋㅋㅋ 이래서 외국에선 아프면 안돼.

  두시간 정도 자고 일어났더니 좀 나아졌길래 은자와 서역 쪽으로 산책을 갔다. 이 때엔 현기증이 거의 사라져서 그럭저럭 기분도 좋았다. 인터라켄은 워낙에 작은 마을이라 한시간 정도면 온 마을을 다 돌 수 있을 것 같았다. 시골길을 걷는 걷 마냥 한적하고, 또 예쁜 동네였다. 예쁜 꽃들로 장식된 세모지붕의 집들. 도착하고 보니 8월 1일은 스위스 국경일이라고 하더니, 스위스 깃발도 꽤 눈에 띄었다. 

국경일이라 집마다 꽃장식. 예쁘다.


  서역에 도착해서는 migros라는 큰 슈퍼마켓에 가서 오렌지 주스와 기성품 빵을 샀다. 은자는 바나나와 초콜렛과 요거트 음료를 샀고. 남은 프랑이 얼마 없다. 기차 예약하느라 원래 예정한 돈보다 많은 돈을 써버려서 내일 환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국경일이라 휴일인게 좀 문제...

  인터라켄은 조용하고 산도 많고 풍경도 좋아서 가족끼리 오면 좋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런 조용한 동네에도 캬바레나 섹시바가 있어서 좀 웃겼다. 숙소로 돌아와서는 세탁을 했다. 동전 넣는 세탁기가 숙소에 있어서... 근데 멈추고 문이 안열리길래 이게 뭐야 하고 헤맸는데, 알고 보니 돈을 더 넣으면 되는거였어 그냥. 뭐야 시스템이... 허무하기 짝이 없었다.

  컴퓨터는 무료사용으로 5분을 할 수 있고, 그 외엔 30분에 5프랑. 아까워서 참았다.

소비금액: 취리히-빈 구간 예약 45프랑
              물 0.30프랑
              햄버거 7.59프랑
              음료 3.50프랑
              오렌지주스+빵 2.55프랑
              세탁비 2프랑
              음료 0.90프랑

총 금액: 60.94프랑


8월 1일 토요일. 스위스 인터라켄.

  악몽의 환전. 국경일이라 은행도 안열어서 그냥 역에서 바로 환전을 했다. 50유로를 했는데 71.2프랑. 써야 할 돈의 두배를 바꾼 셈이 되었다. 너무 화가나서 열내고 있느라 은자가 고생을 좀 했다. 난 한번 화나면 앞에 아무것도 안보여서 열만 내고 있는데... 아 내 거지같은 성격..ㅡㅜ 하지만 이 땐 진자 융프라요우고 뭐고 짜증나서 아무것도 안 보였다. 여튼... 동전 안남기고 적절히 써서 남은 지폐를 또 유로로 환전해야 했다.

티켓. 펀치는 검표 표시.

융프라요우 기차 시간표.


  여튼 융프라요우 기차표를 샀다. 꽤 코스가 길어서, Interaken Ost-Lauterbrunner(20분)-Weagen-Kleine Scheidegg(46분)-Jungfraujoch(52분) 이렇게 역이 있다. 정차할 때마다 기차를 갈아타야 한다. 이번에도 내가 앉은 기차는 역방향. 지하철이면 지하철, 기차면 기차.. 이게 내 운명인가. 올라가는 풍경도 예쁘고 좋았다. 하이킹 하는 사람도 많았고. 내 체력엔 무리. 아, 티켓은 갈아탈 때마다 잘 검표하더라. 뭔가 귀찮기도 했지만 철저했다.



  융프라요우는 내 생각보다 훨씬 멋졌다. 사실 난 K.I Scheidegg에서부터 이미 고산병 때문에 메스꺼움과 씨름해야했지만, 설경만큼은 너무 예뻐서 고산병을 잊을 지경이었다. 특히 여름에 보는 설경이니까. 눈을 만지고 그러는데 더 특별한 기분이었다. 기차로 오르는 길의 산 모습도 참 예뻤으니 고산병만 아니었으면 더 즐거웠겠지 싶었다. 고산병 탓에 너무 고생을 했다... 가족끼리 온 사람들이 많아서 조금 부럽기도 했다. 쿠폰까지 써서 127프랑이었지만 가격값을 했다. 고산병 감안하고서라도 와볼만 하다. 아, 쿠폰으로 먹을 수 있었던 컵라면은 수급이 잘못되어 떨어졌다고..ㅡㅜ 그냥 초코바로 대신 받았다. 그래도 맛났음.

  생각보다 안추웠다. 나시에 긴팔, 얇은 가디건 하나 입고 갔는데 얼어죽겠단 기분은 안들고 그냥 서늘하단 느낌. 오히려 통로 쪽에 있을 때가 더 추웠다. 바깥에 있을 땐 그냥저냥 견딜만. 필수품인 건 선글라스. 난 안가져갔는데, 밖에 나갔다 오니까 우와 시야가 망가졌다. 자외선이 눈에 반사되어 너무 많은 빛을 본 거였다. 색이 요상하게 보여서 기묘했다. 점점 나아지긴했지만.

  은자는 고산병이 전혀 없었는데, 막상 돌아다니다가 내려올 때쯤 갑자기 나보다 더 심각하게 몸이 안좋아졌다. 난 서서히 와서 오히려 적응할 차에, 은자는 더 안좋았던 듯. 무섭다 고산병.

  돌아올 때에는 Jungfraujoch-K.I Scheidegg-Grindeluald-Ost.로 내려왔고, 여전히 풍경은 아름다웠다. 내려올수록 기분이 나아지더라.

  스위스는 인상이 그냥 그랬던게, 물론 아기자기하고 풍경은 아름답고, 자연의 모습도 좋았지만... 약간 심심했다. 물론 여기서 다양한 레저스포츠를 즐기면 다를 거다. 여긴 참 다양한 종류의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다. 다만 내가 즐기지 않을 뿐이야.

  저녁에 숙소에 들러 짐을 찾고, 다시 베른 행 기차를 탔다. 취리히로 가려면 거기서 갈아타야한다. 물론 어제 겪은 일 탓에 익히 잘 알고 있다. 내 기차는 또 역방향. 취리히에 일찍 도착해서는... 별로 할 일이 없었다. 주변이나 돌아볼까 했지만 짐을 맡길 락커룸도 보이지 않고, 주변 자체가 약간 떨어진 역 주변이란 느낌...? 그래서 그냥 대기실에서 은자랑 노닥대면서 보냈다. 대기실 가는 길에 한 무더기의 이모키드를 봤는데 오.. 신기.

  이번 야간열차는 악몽에 가까웠다. 어떤 인솔자가 이끄는 청소년 무리와 방을 썼는데, 청소년 무리가 그렇다시피 몇몇은 예절발랐지만, 나머지는 극히 시끄러웠다. 내가 청소년일때도 그랬겠지만 얘들도 여행가니 얼마나 신나겠어. 좀 이해해야겠지. 근데 밤 열한시 넘어서의 쿠셋 안이라면 사정이 다르거든?! 피곤해 죽겠는데 잠을 설치게 만들더라. 거기다 도대체 우리 칸 안에 짐을 몇개나 두려는건지, 인솔자가 자꾸 짐을 통로도 없게 짐을 넣어서 결국 인솔자에게 말했다. 좀 빼달라고. 근데 이 인솔자가 개념을 어따 팔아먹은건지 안들린다는 제스춰를 취해서 저절로 입에서 이런 씨X새끼가.... 욕하며 싸울뻔. 내 표정이 너무 험악해져서 그런가 오히려 애들이 알아서 짐을 뺐다.

  우리 칸에 같이 자게 된 애들이 좀 안쓰럽긴했다. 내가 빨리 안자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듯 창문 커튼 다내리고 문닫고 커튼치고 별짓을 다해서...ㅎㅎ.. 여자애들은 뒤로 욕을 하는건지 뭔지 대체로 얌전했고, 남자애 한 명이 되게 나대는 성격이었다. 쿠셋 안이 좀 더워서 그런가 모포가 없길래 내가 승무원에게 모포를 부탁했을 때, 승무원이 더운데 필요해? 이러고 물었는데 자기가 그러게 말이에요. 이런 식으로 대답해서... 시비걸려다 귀찮아서 참음. 가장 소란스러운 야간열차였다.

소비금액: 융프라요우 기차. 127프랑
              음료 0.9프랑
              빵+오렌지 음료 2.35프랑
             
총 금액: 130.25프랑
7월 30일 목요일. 바티칸 시국

  바티칸 시국을 가기로 한 날. 열시 반쯤 숙소를 출발했다. 간단히 점심할 거리를 슈퍼마켓에서 사서 바티칸으로 출발. A선 Ottaviano역에서 내리면 바티칸이 코 앞이다. 길을 헤맬까 걱정했지만 사람들을 쭉 따라가니 길찾기 수월했다. 찾은건가 따라간 것인가... 여튼 그렇게 가다가 바티칸의 싼 삐에뜨로 광장에 도착했다.



  넓고 탁 트인 정경도 좋았고, 겉에서 보는 싼 삐에뜨로 성당의 모습도 진짜 멋있었다. 이탈리아 와서 본 가장 멋진 풍경이었다.


  광장에 토착해서 처음 한 일은 우체국 들리기. 도착해서 우표를 열 장 샀다. 사는데가 어딘지 몰라서 좀 두리번 거리다 물어봤는데, 내가 말 못알아듣는다고 짜증내는 직원이 싫었다... 한 번 더 말해주기가 그리 힘들더나. 우표는 한장 당 0.85유로. 우표가 사뭇 예뻤다. 그렇게 사서 그냥 고 앞의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 편하네.

  광장에서 밥을 먹고, 싼 삐에뜨로 성당에 입장했다. 역시 옷 차림새를 좀 보긴 하던데, 생각보다 복장검사를 꽤 철저하게? 하길래 좀 놀랐다. 신기했음.



  성당에 들어가니 역대 교황들의 무덤이 차례로 있더라. 거긴 사진 못찍음. 아마도... 사진이 없는 걸 보니 그랬던듯. 아무튼 요전번 돌아가신 요한 바오로 2세의 무덤 앞에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다. 나야 뭐 종교 없으니까 그러려니 하고 봤는데, 사람들 표정이 진짜 진지해서 오... 인상적이었다. 내가 가톨릭 신자였다면 나도 남다른 기분이었겠지.


  아, 스위스 용병들도 봤다. 귀엽고 훈훈했다. 호박바지 귀여웡.


  파란 옷 입은 분들도 뭐 지키는 분들 같은데 뭔지 모르겠음.
 
  성당을 나와서는 바티칸 박물관으로 출발. 오늘도 젤라또를 먹었다. 젤라또는 이탈리아 음식 중 유일하게 사랑하는 것일듯.

바티칸 박물관 입장권. 카드형식.

과일 종류가 아무래도 새콤달콤하니 맛있다. 제일 좋아하는 건 딸기. 레몬.

  바티칸 박물관 입구는 꼭 던전같았다. 게임 캐릭터가 된 것 같아서 웃겼다. 일반은 14유로. 학생은 8유로였는데 국제 학생증 있었으니까 할인 잘 받았다.

  보는 내내 그럭저럭 볼만하네...(난 정말이지 미술 작품에 관심이 없다) 하면서 돌아보다가,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최우의 심판을 보고서는 좀 벙쪄버렸다. 그 커다란 그림에 압도되어서... 뭔가 참 기분이 오묘했다. 박물관의 다른 부분은 촬영이 가능했지만, 그 곳만은 촬영도 불가능하고 사람들이 조용히 하도록 계속 제제를 하더라. 그래도 워낙 사람이 많으니 잘 되진 않았다. 촬영도 플래쉬만 안터트리지 다 하는 분위기였다.



  가톨릭 쪽 박물관이다 보니가 워낙에 그 쪽 작품이 많았고, 그 쪽 신자라면 가보면 느끼는게 더 많을 것 같았다. 아, 여기도 어김없이 이집트 물품이 있어서(...) 이집트의 수 많은 유물들에게 애도를..ㅋㅋㅋ


7월 30일 목요일.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을 다 둘러보고 나서는 해골사원으로 향했다. 기부제라지만 미니멈이 1유로라고 붙여놨더라. 1유로만 냈다. 사원 자체는 상당히 작았지만, 으스스하고 기괴한 분위기가 괜찮고 구경할 만 했다. 음악도 스산하고. 사람 뼈로 만든 장식들이다 보니까 좀 신기하고... 발상도 특이해보이고. 뼈들 보면 오싹하기도 하고, 저 뼈가 어디 뼈인가 생각도 해보고 그랬다. 워낙 작아서 10분, 15분이면 다 볼 수 있다.

  떼르미니로 돌아와 숙소에서 짐을 찾고, 저녁은 식당 찾기도 귀찮고 짠 음식에 질려서 맥도날드로 갔다. 외국이라 햄버거 크기가 클 까 했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다만 콜라는 컸다. 0.6~0.7은 되지 않을까 싶은 크기였다 이탈리아 와서 먹은 유일한 짜지 않은 음식이었다. 맛있었다... 하지만 감자튀김만큼은 짰다OTL

콜라가 약간 큼

소금돋네!


  먹고 나서 노닥대다가 스위스 로잔행 야간열차를 타러 갔는데, 우왕. 연착되었다는 소식이 화면에 떴다. 거의 한시간? 역시 이탈리아구나 싶어서 좀... 떼르미니에 볼 쇼핑몰은 많아서 시간 때우기는 편했다. 이 때 은자랑 나랑 대화했었는데, 은자가 나한테 "그럼 한시간 늦게 도착하나?" 라고 물어봤었고... 나는 한심하단 표정으로 "그럼 기차가 빨리가냐?" 했었다. 결과는 다음 편에.

  이번 야간열차는 저번 것과 달리 시설이 꽤 좋았다. 같이 탔던 이탈리아 커플의 성격도 좋았고, 밤에 춥지도 않았고, 물도 주고 아침밥도 주고 커피도 줬다. 헤헤...

소비금액: 지하철 표 3장 3유로
              점심 샌드위치 2.20유로
              바티칸 우표X10 8.50유로
              젤라또 5유로
              바티칸 박물관 8유로
              해골사원 1유로
              맥도날드 6유로

총 금액: 33.70유로
7월 29일 수요일. 이탈리아 로마

이탈리아의 지하철 티켓

  더워서 잠을 설쳤다. 새벽 네시 반에 일어나서 방황하다가 또 잠들고... 더위에 너무 쥐약이라서 이 나라는 걱정이 태산이었다. 오늘 일정은 잘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하며 아침을 맞이했다. 은자는 밥먹고 아침잠을 잤다. 나는 더워서 잠도 오지 않아...

  아홉시 쯤 포폴로 광장으로 출발. 어제처럼 햇볕이 쨍쨍대는 곳이 아니어서 체력이 좀 나았다. 그래도 뭐 상대적인 거고... 포폴로에서 내려오는 길에 옷가게가 굉장히 많았음. 시슬리 옷이 너무 싸서 하나 사고 싶었지만 막상 입으니 너무 길어. 내가 한국에서 작은 키는 아닌데...ㅡㅡ 흑흑.



  포폴로는 넓은 광장이지만 뭐... 느낌은 그냥 그랬다. 그냥 광활하기만 한 느낌. 좋았던건 오히려 이 뒤의 광장. 스페인 광장.



  스페인 광장 가기 위해 길을 따라 내려오는 길에 상점이 참 많았다. 옷가게들. 스페인 광장 쪽이 훨씬 좋았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느낌이었다. 계단들도 하얗고 아름다웠고. 위에 있는 성당? 같은 데 들어가려니까 옷차림새 주의하라고 써있어서 난 안들어갔는데(더워서 나시티) 들어갔던 은자가 모두다 옷 상관없이 입고 있다고ㅋㅋㅋ 들어오래서 들어감. 상관없더라.

이거 무슨 건물인진 모르겠는데 예뻐서 찍음.

이게 Palazzo di Giusizia

Castel sant Angelo
 

  스페인 광장에서 본래는 판테온으로 갈 예정이었지만, 어쩌다보니 강을 건너서 그 쪽에 있는 유적도 좀 보았다. Palazzo di Giusizia는 공사중이었는데(진짜 수선중인 건물 참 많았다), 그래도 가면 여러 석상이 배치된 건물은 볼 수 있었다. 신기해 보였다.  그 옆으로 더 가면 있는 Castel sant Angelo는 아마 성 인것 같았는데,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이는 듯 싶었다. 괜찮았음.

정면에서 봐야 멋있는 판테옹

  바로 나보나 광장으로 가려다가 길을 잘못 들어서(...) 헤맸고 어떻게 판테온까지 찾아가게 됨. 판테온은 뒷모습부터 보면서 찾아갔는데 그땐 좀 이게 뭐야... 하다가 앞에서 보니까 인상적이었다. 내부로 들어가면 천장에 동그란 구멍이 뚫려있는데 그게 좀 멋있었다.

참 시원해 보이는 나보나 광장

  이어서 간 나보나는 시원하고 청량... 해야했지만 보이기만 그래 보였고 사실은 태양이 날 죽이려고 작정한 곳 같았다. 고난... 이어서 식당을 갔다. 길에가다가 분위기 괜찮아보여서 들어갔음. 주변에 워낙 식당이 많아서 뭘 골라야할 지 난감한 지경이었다.


  들어가서는 까르보나라와 피자를 시켰다. 그리고 역시나 짰다! 이탈리아 음식이 짜다는걸 은자와 나는 세번의 고난 끝에서야 깨달았다. 망했어. 나와서는 역시나 젤라또를 사먹었다. 젤라또 너무 좋아.

  오는 길은 다시 포폴로 쪽으로 돌아서 왔다. 완전 지쳤다. 슈퍼마켓에 들러서 과일과 물을 사옴. 숙소로 돌아와 보니 발에 물집이 잡혀 있었다. 여행 초반인데 벌써 물집잡혀서 약간 짜증이 났음. 내일은 더군다나 바티칸인데... 뭐 별 도리는 없으니.

  저녁때 세탁소 가서 세탁을 했다. 도미토리를 이용하다보니까 거기서 빨래를 할 수가 없었다. 은자랑 나랑 합치니 빨래거리가 꽤 되어서 빅사이즈 세탁을 했다. (스몰이랑 빅 두가지 있었음.) 드라이까지 다 하는 코스로 이용했는데, 11유로. 절반씩 부담했다. 세탁소에서 컴퓨터를 15분간 쓸 수 있어서 잠시 사용했었고. 홈페이지로 애들에게 짧게 글 썼었음. 오래간만에 컴퓨터 하니까 설레였는데 세탁소 아저씨가 15분만 이용할 수 있어요. 이렇게 계속 눈치를 줘서 짜증이 났음. 나도 알어... 써놨으면서 뭘 그렇게 걱정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숙소에서 너무 더워서 늘어져 있는데 식당 쪽의 방에는 에어컨이 틀어져 있었다. 거기서 은자랑 같이 쉬었음. 시원한 곳이라 떠나고 싶지 않았다. 다른 나라 아이들도 거기서 노닥거렸는데, 한 커플을 보고 은자랑 나랑 경악을 했다. 야 너네 신발....안 신고 다니니? 발이 완전 까만 수준을 뛰어 넘어 있었음. 처음엔 경악하다가 한참을 웃었다. 걔들은 우리가 자기를 보고 웃었다는 걸 모르겠지. 차라리 알고 씻어줬으면...

  여튼 자기 위해 방으로 돌아옴. 밤에 동유럽 쪽에서 온 듯한 여자애 둘이 샤워하느라 들락달락거려서 좀 열받았다. 밤 늦게 그러는 건 어쩔 수 없는데 어찌나 조심성이 없는지 쿠당탕탕탕.. ㅡㅜ 더워서 잠도 설자는데.

소비금액: 지하철 표 2장 2유로
              물+사이다 3유로 (나는 2유로 부담)
              까르보나라+피자 (각자 팁까지 9.50유로)
              젤라또 2.50유로
              과일+물 4.74유로 (큰 물이 0.49유로, 작은 물이 0.29유로X2. 사과 0.97, 오렌지 1.09, 자두 1.55, 봉투 값으로 0.06유로 였다. 나는 2.74유로 부담)
              세탁비 11유로 (나는 5.50유로 부담)

총 금액: 24.24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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