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 탄생 : 울버린
감독 개빈 후드 (2009 / 미국)
출연 휴 잭맨
상세보기

  음 이거 왜봤지...랄까 이미 평이 나쁜 걸 알고 보기 시작해서 그렇게까지 실망은 안했는데, 역시나.. 하는 상황? 사실 초반부 시작만해도 그렇게 나쁠 거란 예상은 못했는데 진행되는 동안 굴곡이랄 게 그다지 없다. 있어도 저게 뭐야 싶고... 울버린(휴 잭맨)의 숨겨진 과거를 파헤친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을 것 같았는데, 그걸 나쁜 방식으로 보여준 느낌. 왜냐하면 내가 아는 울버린은 이미 현실에서 기억을 모두 잃고 있으니까. 그게 이 프리퀄에선 반전이 되는 게 아니라 이미 스포가 되어버리는 거다. 이야기가 아무리 진행되어도 긴장감이 없을 수 밖에 없는게 결국 울버린은 살거고, 이 모든 것들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게 너무 뻔한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시간이 지날 수록 그게 슬플 지경이었음.

  캐릭터들을 다루는 방식도 빈약한 편이었다. 뮤턴트라면 무조건 좋아하는 게 아닌데. 뮤턴트로서의 고민이 많이 보이지도 않고, 대체 형제애가 있긴 한건가 너의 논리는 뭔가 고민하게 만드는 세이버투스(빅터 크리드)가 가장 심했고. 울버린의 여자친구인 케일라(린 콜린스)도 미적지근하긴 마찬가지여서... 그런식으로밖에 할 수 없었니.

  그나마 좀 매력있나 싶었던 초반 등장 뮤턴트 무리들이 얼마 나오지 않아서 더 슬펐다. 나으 웨이드(라이언 레이놀즈)를 돌려줘... 볼트(도미닉 모나한)도 초반에 처리되어버고(나 아직까지 얘가 왜 죽어야 했는지 모르겠어...), 블롭(케빈 두런드)은 잠깐 즐겁긴 했다만 뭐 완전 소소. 레이스(윌 아이 엠)는 갔습니다 허무하게 갔습니다...ㅎㅎ 에이전트 제로(다니엘 헤니) 무심하게 깐죽대는 것도 마음에 들었는데 그것도 얼마 안갔어... 재미없는 세이버투스만.... 갬빗(테일러 키취)은 거의 무존재라 하게습니다. 악역인 스트라이커 대령(대니 허스튼)도 넘 단면적이어서 재미가 없었다.

  데드풀과 싸우는 장면이 울버린과 세이버투스가 싸우는 장면보다 더 지루했다는 게 슬픈 이야기ㅜㅜ 뭐... 기대도 안했다만 좀 밋밋하고 그렇다. 여러가지로 아까움ㅋㅋㅋ... 근데 울버린의 그 어떤 과거가 나오든지간에 그건 기억상실로 이어진단 점에서 패망의 원인이 있는 것도 같다... 프리퀼 말고 그 후의 이야기를 해보지ㅎㅎ 과거 파헤치기 이런거ㅋㅋㅋㅋ 이미 지난 이야기네...

베니스의 상인
감독 마이클 래드포드 (2004 / 미국,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영국)
출연 알 파치노, 제레미 아이언스, 조셉 파인즈, 린 콜린스
상세보기

  샤일록 너무 불쌍해...... 감상 끝.

...이 아니고, 아니 그래도 진짜로 너무 불쌍했다. 마이클 래드포드의 베니스의 상인은, 주인공이 샤일록(알 파치노)이라고 해야 옳았다. 다른 이들은 거의 눈에도 들어오지 않는다. 안토니오(제레미 아이언스)와 베사니오(조셉 파인즈)의 눈물겨운 우정이니, 베사니오와 포시아(린 콜린스)의 사랑이야기니, 포시아가 남자로 변장해 판결을 내려주는 기지고 나발이고 샤일록만 불쌍하다.

  원전을 그대로 잘 해석했다는 평이 많지만 원전 자체가 불평등한 모습을 담고 있는 관계로 영화조차 불편하게 느껴졌다. 예나 지금이나 종교차별은 꼴사납다. 애당초 유태인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고서 고리대금업을 한다고 몰아세우는 작자들이 제대로 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을 거 같진 않지만 말이다. 차별의 근본조차 내겐 와닿지를 않아서. 내가 보기엔 어차피 한 뿌리인 것을(...)

  알 파치노의 샤일록 해석이 너무 좋았던 관계로 샤일록이 나오지 않는 장면에선 오히려 재미가 떨어지는 신기함이. 처음부터 유태인 지구를 나누고 빨간 모자를 씌워 유태인을 차별하더니, 안토니오는 더러운 고리대금업자라며 자신을 개라 부르고, 돈 빌리러 온 주제에 이자는 낼 수 없대서 살덩이 하나 걸고 돈빌려줬다. 끝까지 꼿꼿한 이 크리스천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마음에 들지 않는데, 딸년 제시카(줄레이카 로빈슨)는 그 크리스찬 로렌조(찰리 콕스)와 눈이 맞아 돈을 훔쳐 떠나버렸으니... 나라도 그런 복수심을 품을 것 같았다.

  나머지 캐릭터들의 설득력이 너무 떨어져서 샤일록에게 더 눈이가고 그랬다. 흥청망청 있는 재산을 탕진하고 친구의 돈과 살덩이를 걸고 아내를 맞으러(!) 떠나는 베사니오가 제일 꼴보기 싫었다. 그다지 능력있는거 같지도 않았고... 도대체 포시아는 어느 부분에서 베사니오에게 매력을 느꼈던 걸까? 알 수가 없다. 베사니오와 포시아의 시종인 그라티아노(크리스 마셜)와 네리사(헤더 골든허쉬)도 주인들처럼 한눈에 반했으니 딱 어울리는 주인과 하인의 짝들이다. 안토니오도 그렇지, 아무리 우정이 중요하다 한들 베사니오같은 치에게 돈을 빌려주다니. 안토니오와 베사니오의 관계는 둘만 있을 때에는 너무 노골적인 동성애가 들어있어서... 그래 뭐 사랑으로 감싸안으신건지.

  샤일록의 딸도 너무 마음에 안들었던게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둘러싸고있는 상황을 알면서 어떻게 그렇게 아버지를 떠날 수 있느냐다. 그래 이것도 뭐 사랑으로 감싸안았겠지. 그래도 너무 짜증이 났다. 중간 중간 망설이는 듯한 모습이라던가, 영화 마지막에 가서는 후회나 회한에 찬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런 모습을 보여준다 한들 용서가 안 되는 캐릭터더라.

  하이라이트인 법정 모습에서는 주변을 둘러싼 패들이 모두 샤일록을 욕하며 자비를 베풀라 말하는게 너무 가소로웠다. 먼저 자비를 베푼 적은 한 번도 없으면서 어떻게 그렇게 하대하며 멸시했던 자에게 자비를 바라는 건지 그 심리가 우스웠다. 자신들이 강할때는 자비를 주지 않으면서 약할 때에는 자비를 베풀라 간청한다니? 모든 상황이 변장한 포샤로 인해 뒤집혔을때 바닥에서 온 몸을 끌어안고 끅끅대는 샤일록의 모습은 세상 누구에게라도 동정심을 불러 일으킬 것 같았다. 자비, 그 놈의 자비를 백번은 외치다가 상황을 뒤집어놓고서 그런 자비를 베풀지 않는 자들의 모습은 어떻고? 돈을 빼앗고, 목숨을 구걸하게하고, 종교까지 앗아가는 그들의 자비에 역겨움으로 속이 메스꺼웠다. 끝까지 유태인은 들어라, 라는 식으로 '유태인'으로 규정하는 것도 너무 이상했다.

  요새 제레미 아이언스가 너무 좋아서 본 거였는데 도저히 공감이 안 가는 캐릭터라서 보다 지쳤다. 법정에서 살덩이 베어내기 준비할 때, 기절하듯 쓰러지는 장면이 아름다웠다는 거 정도만 내 마음의 위안(...) 알 파치노는 연기 잘한다 잘한다 했지만서도 여기서는 진짜 사무쳤다. 빗속에서 딸 이름을 부르면서 우는 모습, 기독교인들에게 유태인들은 기독교인과 같지 않은가 하며 몰아붙이던 모습, 법정에서의 모습들. 모두가 완벽했다.

  연기도 좋았고 원전도 잘 살렸지만 내용에 있어서 내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부분이 많아서 보면서 힘들었다. 카타르시스가 아닌 스트레스가 쌓이는 영화라니.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