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11 - 오 민음사 이벤트 당첨ㅎ.ㅎ


  민음사 이벤트로 받은 초대권으로 은자랑 같이 뛰는놈 위에 나는놈(아이고 자꾸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이렇게 띄어쓰고 싶다)을 보러 갔다. 장소는 대학로 낙산 씨어터. 역에서 가까워서 좋더라. 연극은 아무래도 자주 보는 타입은 아니니까, 오래간만에 보는 거라 설렜다. 낙산 씨어터 안에 들어갔을 땐 관이 생각보다 작아서 좀 놀랐다. 내가 봤던 연극 중에서 관이 가장 작지 않았나 싶다.

  연극 정보를 찾아보고 간 건 아닌데, 아무래도 제목이 제목이다 보니까 반전이 많이 있겠구나 싶었음. 그리고 그 예상대로 계속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연극이었다. 그런데 반전이라는 게 보통 있을 지 모르다가 허를 찔려야만 효과가 큰 건데, 이 연극은 그런 느낌은 크게 없어서... 아 그랬구나. 싶은 정도의 감각이었다. 

  망나니 리샤르(최재현)와 그에게서 벗어나려는 귀부인 프랑소와즈(정주희), 가정부인 루이즈(양선영)와 그녀의 남자친구이자 리샤르의 동생이라는 설정의 착한 캐릭터 미쉘, 뭔가 좀 변태스러운 변호사 싸르토니(곽태영). 이 캐릭터들이 극을 이끌어 나가는데, 뭐 극을 보면 어느 쪽과 어느 쪽이 서로 편으로 묶이는 지는 잘 알 수 있는 편. 그 중에서도 혼자 동떨어진 캐릭터가 프랑소와즈로 보였는데... 결국 다른 팀/프랑소와즈의 대립으로 이어지더라. 수사반장 캐릭터(박병욱)와 형사(손세경) 캐릭터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극의 반전을 만들어 내는 데 역할을 맡고 있기는 했다.

  계속 반전과 반전이 일어나는 탓에 일일이 적기도 그런데, 뭐 보다 보면 어느 정도는 거의 예상할 수 있는 반전이 대부분이다. 가장 큰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가장 마지막 반전은 글쎄. 극을 비극으로 만들지 않기 위한 억지스러움이 있어서 크게 와닿지는 않았달까. 딱 마지막 반전 전까지는 그래도 이해는 돼.. 였다가, 제일 마지막에 가서는 어.. 이건 좀.. 이라는 느낌이 들었었다. 하긴 그대로 끝났어도 엄청 찝찝했을 테지만.

  배우들 연기의 질과는 상관 없이, 연극 자체가 굉장히 잘 만들어졌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앵콜 공연까지 뛸 정도로 좋은 연극이다. 라고 하면 잘 모르겠다. 위트있는 대사들도 있었지만 그것도 빈번한 것은 아닌지라.

  그래도 뭐 실제로 보는 연극의 맛은 살아있어서 좋았다. 외국 작품의 번안이라 배우들 이름이 죄다 외국어였는데도 연극 배우들 발음이랑 발성이 좋아서 거슬리지 않았다. 가정부 루이즈역의 양선영씨가 특히 발음이 또박또박 들려 좋더라. 다른 분들도 좋았지만 이 분이 가장 눈에 띄었음. 초반에 극 소개해주시던 재미있으신 분이 극에 형사로 등장하셔서 좀 놀랐음ㅋㅋㅋ

  그렇게 재미있는 극은 아니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것은 치밀함을 필요로 하지만, 동시에 관객이 그것을 전혀 예상치 못하고 있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한데다가, 잦은 반전은 되려 지겨움을 만들어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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