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재미있게 볼 게 뭐 있을까 하다가 본 시트콤 키친 컨피덴셜. 시즌 1까지밖에 안하고 캔슬되어 버렸다. 난 되게 재미있게 봤는데, 미국 사람들 이런거 안 보고 대체 뭘 보는거지... 하긴 주방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시트콤 치고는 요리에 관한 부분 할당이 적긴 했다. 그래도 여러 가쉽이나 요식업산업과 미디어... 그런 부분을 재미있게 다뤄서 좋았었는데. 아쉬울 따름. 위 사진에선 존 조만 빼고 나머진 다 레귤러 멤버. 존 조는 가끔씩만 해물의 달인 다혈질 테드로 나왔다. 귀여워...

  요리의 달인이지만 음주가무에 빠져 제 일을 못하던 수석 요리사 잭 보데인이, '놀리타' 라는 새로운 식당에 수석 요리사로 채용되어 최고의 식당을 만들어 가며 생기는 에피소드. 잭 보데인은 놀리타의 오너인 피노(프랭크 란젤라)의 감시 아래 자신의 알콜중독 버릇을 이겨내야하고, 사고뭉치들인 다른 요리사들을 모으고 북돋아야하며, 피노의 딸이자 매니저인 미미와의 세력싸움도 해야 한다. 그 뿐인가, 연애도 해야하지!

  한 에피소드마다 놀리타를 둘러싼 소소한 사건들이 벌어지고, 잭은 그런 문제들을 해결해가며 연애도 해야한다. 연애 쪽의 비중이 요리 드라마 치고는 꽤 높았지만, 잭 보데인이라는 캐릭터의 성격이 원체 재미있어서 난 질리지도 않았다. 잭이 같은 요리사 동료인 베키(에린 헤이즈)랑 하는 연애 빼고는 다 좋았음. 베키는 레귤러는 아닌데 레귤러만큼 비중있고 많이 나왔었다. 난 별로 안 좋아했다. 남 뒷통수 치는 성격 짜증나서...

잭 보데인 (브래들리 쿠퍼)

  매력적인 수석 요리사. 알콜중독의 늪에서 헤매이느라 자기 커리어 다 날려먹고ㅋㅋㅋ 아무도 받아주지 않던 가운데 재활해가면서 어째어째 놀리타에 들어오게 된다. 피노 눈치보랴, 직원들 다독이랴... 나름 고생이 많지만 그래도 실력 하나는 있고 스캔들메이커로서의 재능도 있어서 놀리타를 어느 정도의 위치에까지 올려 놓는다.

  좀 놀았던 바람둥이 주제에 여자들에게 뒷통수 맞는 일도 꽤 있어서 보는 내내 재미있었다. 요리사들과 잔 다음에 점수 매기던 여자라던가, 같은 요리사지만 매번 잭 뒷통수를 치며 연애하는 베키라던가. 기본 바탕이 아주 막되먹은 놈이 아니라 그냥 놀기 좋아하는 타입.

  놀리타에 있으면서도 그렇게까지 성실한 타입은 아니고 여전히 자기 성격이 짙다. 빌빌 떨던 건 피노 앞에서만. 미미가 놀리타를 넘겨 받았을 때에는 놀리타가 자기 세상인 줄 알았다. 다른 데서는 허풍도 좀 있고, 허세도 있고. 어디서나 있을 법한 자신만만한 인간.

미미 (보니 소머빌)

   정말 안좋아했던 미미. 처음에는 뭔가 능력있는 사람일 줄 알았더니만 이건 그냥 찡찡대는 사고뭉치다. 놀리타의 총 매니저인 것도 순전히 아빠인 피노의 레스토랑인 탓. 나중에 아빠의 정부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놀리타를 인수받는다. 열정과 열의는 있는데 영 똘똘치가 않아서. 어느 정도냐면 라이벌 레스토랑의 요리사와 사랑에 빠져 놀리타를 말아 먹을 뻔 하기도. 이러니까 잭한테 무시당하지... 항상 잭의 위에 있으려고 하지만 그게 잘 안된다. 막판 가서 로맨스 라인이 조금 생겼지만... 시즌 종료.

스티븐 데듈러스 (오웨인 요먼)

  영국 출신의 부주방장. 잭이 신임하는 요리사고 실력도 있지만, 손버릇이 좀 안좋았다. 요리 재료 트레이드를 불법으로 하고 막... 사실 그 점 때문에 잭이 얘와 친했던 거. 하지만 새롭게 태어난 잭이 절대 하지마! 라고 말리자 깨끗이 버릇을 털어내더라. 의외였다.

  성격이 단순하고 그냥 여자와 놀기 좋아하는데... 느끼한 동시에 귀여운 성격이었다. 중간에 베키와 '누가 먼저 자달라고 하나' 하는 내기를 벌이는데 그 꼴이 가관. 서로 폴로라이드로 야한 사진을 찍어 건네기도 하고, 전화로 온갖 음란한 전화를 하기도 하는데 결론은 베키에게 물먹었다.

  별거 아닌데, 난 오웨인의 영국 발음이 진짜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영국인이라길래 놀랐다. 그리고 아직도 얘가 채식주의자라는게 안믿겨...

세스 리치맨 (니콜라스 브렌던)

  파티쉐 담당. 세스에 관해서는 엄청 다혈질이고 짓궂은 성격이라는 거가 기억난다. 중간에 다혈질인 테드가 나갔을 때, 테드 대신 들어온 요리사를 괴롭히는 꼴이 장난이 아니다. 칼로 막 찌르고. 전에 있던 레스토랑에서는 자기가 반한 여자를 다른 요리사가 채갔다는 이유로 그 요리사를 폭행했다. (하지만 사실은 테드가 채 간 거였다...)

  타냐를 좋아하는 데 눈치가 좀 없는 편. 나중에 짐이 세스에게 '타냐에게 제가 데이트 신청을 해도 될까요' 하자, 마구 비웃으며 해 봐! 하고 허락해버렸다. 사실 이 때 이미 짐은 타냐와 사귀고 있었고... 세스는 자기가 뱉은 말을 되돌릴 수도 없게 되어버렸다. 불쌍...

짐 (존 프란시스 데일리)

  유타에서 온 요리사. 잭이 채용한 요리사가 아니다. 놀리타 전에 있던 레스토랑이 망했을 때 딸려온 존재. 잭에게 유타 요리 먹어 보셨어요? 제발 돌려보내지 마세요! 하고 빌어서 남게 되었는데 재능은 글쎄... 노력은 하는데 주방에선 천덕꾸러기 취급에 대놓고 장난감. 성격이 나쁜 건 아닌데 멍청하고 눈치없고 그렇다. 나중에 어째어째 타냐와 눈이 맞아서 동정 딱지를 뗀다. 이 때 둘이 연애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타냐 (제이미 킹)

   나른한 느낌이었던 웨이트리스. 웨이트리스가 맞나. 플로어 매니저? 입구에서 손님들을 받거나 하는 일을 한다. 짐과 천생연분이라 할 정도로 눈치없는 짓을 하는데, 일단 예쁘고(!) 그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서 사랑받는 캐릭터. 나도 이 캐릭터 만큼은 되게 좋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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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고 나니 아쉽다. 시즌 2 보고싶어... 하지만 이제는 무리인 캐스팅. 브래들리 쿠퍼야 이 이후로 영화도 많이 찍고 뭐 되게 잘나가고 있고, 오웨인은 요새 멘탈리스트에서 릭스비 역할로 출연 중. 으윽 릭스비 넘귀여워... 니콜라스 브렌던은 크리미널 마인드에서 가르시아의 연인으로 나오는 걸 봤다. 존 프란시스 데일리는 본즈에서 막내로 나오고 있다고 한다. 존 조도 그야말로 잘나가고 있고...

  재미있었는데 아쉽다. 시즌 다 합해봐야 열 몇편이고 각 편당 짧기도 하니 미드 처음 접할 때 보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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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지(유연지), 신혜영(이혜영), 신구, 김을동, 선우은숙, 정수영, 신병진(이병진), 신월도(박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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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지(유연지), 엄현진(이현진), 엄기준, 신혜영(이혜영), 김산호

  거침없이 하이킥이 끝나고 시작한 시트콤, 김치 치즈 스마일. 하이킥의 팬이었던 내게 이 시트콤은 그렇게 기대되는 시트콤은 아니었다. 첫방부터 몇 번인가 지켜봤었지만 아무래도 톡톡 튀는 식이었던 하이킥하고는 많이 달랐으니까. 그래서 하이킥처럼 열혈적으로 챙겨보거나 하진 않았음; 그래도 몇 번 보게 된 에피소드는 꽤 재미있어서(엄기준의 고시합격 일화 같은 거ㅋㅋ 당장에 엄기준 검색하게 만들었음;) 할 일 없을 때 하면 앉아서 보는 정도? 

  그런데 아침에 엠비씨 드라마넷에서 일곱시 사십분 쯤 재방을 해주는데, 마침 내가 노닥노닥 밥먹을 시간대. 그래서 요새 좀 보게 되었는데ㅋㅋ 볼수록 스며드는 재미가 있다. 가족 시트콤이라곤 하지만 하이킥은 멜로라인이니 미스터리 라인이니 이것 저것 사건이 아무래도 많았는데, 김치스는 가족에 더 중심이 가 있음.

  근데 솔직히 나는 가족들 이야기보다 곁다리 애들이 더 재밌음; 엄기준은 말 할 것도 없고, 수영부 삼총사에서 최권 환상ㅋㅋㅋ 못생겼다고 엄마한테 전화해서 우는거 정말 슬펐다..., 김산호도 엉뚱한 게 재미있고. 신구씨나 이혜영은 그래도 어느정도 재미있는데, 남은 가족은 정말 아직 모르겠다;

  김치스 보면서 엄기준 때문에 미치겠음ㅋㅋㅋ 요새 좀 엄기준 중심으로 돌아가는데 이 남자 처음엔 구질구질한 고시생으로 나오더니, 인제는 아나운서가 되어 와인 바에서 '어쩌나 이 마음' 같이 감미로운 노래를 불러제끼는 멋진 모습으로도 나오고, 그러다가 막 이중적인 캐릭터로 막 망가지질 않나. 아 미치겠음ㅋㅋ 검색어에 엄기준 엄기준 치는 거부터가 쫌 어이 없었는데, 삐치는거 완전 귀엽고ㅋㅋ 비굴한 연기 쫭ㅠㅠ 경찰한테 매달려서 비는 장면 완전 배잡고 웃었음. 암튼 쳐웃겨orz

  김치스 시청률 낮다고 말 많던데, 아무래도 앞에가 하이킥이었으니 더 비교되는 거 같다. 근데 이제 슬슬 피치 올라가고 연기자들 연기도 물오르는데, 앞으로가 더 괜찮을 거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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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째 이렇게 산뜻하게 웃느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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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새 MBC 드라마넷에서 아침마다 안녕 프란체스카 재방송을 해줬다. 그리고 오늘 시즌 2종료. 내일부터는 아마 시즌 3가 시작될 테지만, 내게는 시즌 2가 종료인 것만 같다. 시즌 3부터는 두일이가 없고 새로운 패턴의 이야기가 되어버리는 거니까... 본방 할 때에도 시즌 3는 안봤었고. 이번엔 보게 될 것도 같긴 한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본방 할 때도 느꼈지만 시즌 2 끝부분 가서는 좀 늘어지는 부분이 있었지만, 그래도 참 소재가 특이하고 재미있는 시트콤이었다. 궁핍한 뱀파이어 가족의 생활상이라니. 소재 얼마나 특이해; 국내 공중파에서 이런 소재를 다룰 줄은 상상도 못했다. 고스족 가족들이 나올 줄이야. 거기다가 심혜진이 저런 차림을 하고 나왔었다. 얼마나 놀라웠었던지. 가족들의 캐릭터가 살아있어서 참 재미있는 시트콤이었다. 가족 외에도 박희진! 이나 핑크레이디 등 주변 캐릭터도 참 맛깔나게 그려져 있었고. 오십 여화 분량을 그리는 동안 처음에는 좌충우돌 뱀파이어들의 생활기였던것이, 가족들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훈훈한 가족 시트콤이 되어 있었다. 일주일에 한번만 해서 그런지 크게 팍팍 찍어 급조된 태도 거의 안났고.

  마지막 반전이 조금 아쉽긴 했다. 뱀파이어라는 소재의 한계를 심어놓은 꼴이 되어버렸으니까. 두일이 말고 새 캐릭터는 외국에서 날라오는 수밖에 없잖아. 사람을 새로 물어오는 수는 없게 되어버렸으니까 아쉽지. 그래도 이 방법을 통해 프란체스카 가족의 화합과 하나됨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오늘 본 마지막회를 보고 또 울었다. 두일이 죽는 거 알고 모두가 슬퍼하는 가족들(심지어 자긴 울지 않는다던 그 박희진 여사마저 눈물 짜지 않았는가), 두일이 씻겨주는 프란체스카의 모습, 땡깡만 부릴 줄 알았더니 사실은 두일이 죽는거 다 알았던 프란체스카... 너를 만나기 전엔 우리에게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이다고, 너를 만난 후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고... 앞으로도 그 시간은 흐를거라는 프란체스카의 말. 처음엔 뱀파이어 가족들이 이용만 해먹으려던 두일의 존재가 얼마나 커다란 존재로 자리매김 했는지 보여주는 말이었다. 너무나 슬펐다.

  두일은 떠났지만 뱀파이어 일당은 '가족'으로 남았다. 처음 그들은 단지 살기 위해 뭉쳐있다고밖에 볼 수 없었는데 어느새 가족간의 정을 싹틔워 버린 것 같았다. 두일의 무덤에서 내려오는 길, 손에 손 잡고 내려오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가족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에 프란체스카의 손을 꼭 잡은 두일의 두툼한 손을 보며. 두툼한 정을 느꼈다. 정말이지 가슴이 뭉클한 장면이었다.

  좋은 시트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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