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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패션 산업을 다룬 것 때문에 많이 주목받은 것 같다. 하지만 그보다는 악마같은 상사 아래에서 일하게 된 사회 초년생과, 처음에는 징징대기만 하던 그녀가 성장해가는 모습에 관객들이 동화된 듯. 물론 의상도 시선을 휘어잡는 데 한 몫을 하긴 했지만.
미란다(메릴 스트립)는 런웨이의 식구들, 특히 앤디(앤 해서웨이)에게 있어서는 악마같은 존재이다. 까다로운 취향과 독선적인 스타일은 주변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녀는 최고의 실력을 가진 권력자. 이 까다로운 여자의 비서로, 심지어 관심도 없는 패션산업에서 버텨야만 하는 앤디는 보통 힘든 게 아니겠지. 그런데 이 미란다를 미워하기 힘들다. 까다롭고 독선적이지만 그녀는 분명 실력을 가지고 있고, 인간미가 없어보이는 마지막의 마지막에 있어선 어느정도의 인간미도 보여줬다. 다른 사람의 인격을 짓밟는 방식은 좀 그렇지만 나머지 부분에 있어서 까탈스러운 건 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내 상사면 죽이고 싶겠지만.
앤디는 사회초년생 티가 난다. 앤디가 겪는 힘든 일들은 미란다의 탓도 일부는 있다. 하지만 대부분 그녀 스스로 자초한 일들이다. 사회에서 학교때와 같은 어설픔이 통할리가 없다. 그녀는 패션 잡지사에서 일하면서 모두가 입지 않은 옷을 입었었고, 일을 할 때 지켜야할 규칙들을 어기곤 했다. 그것과 미란다라는 악마가 합쳐져 더욱 큰 효과를 내게 된 것이겠지.
생각보다 조연들이 눈에 들어오는 영화다. 미란다를 돕기도 하지만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는 나이젤(스탠리 투치). 섬세한 캐릭터였다. 마지막에 그렇게 되어서 좀 슬펐다. 제 1비서인 에밀리(에밀리 브런트)는 밉살맞으면서도 귀여운 면이 있어서 좋았다. 그녀 역시 자기 일을 알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골빈 여자가 아니었다. 앤디의 남자친구인 네이트(아드리언 그레니어)는... 보면서 좀 속터졌다. 물론 연인으로서 자기 생일에도 오지 못하고 일하면 서운하기야 하겠지만, 그건 진짜 일인 건데. 그거 이해 못해준다는 게 속상했다. 하지만 네이트의 마음도 또 이해가 가서... 이런 문제는 솔직히 극복하기 어렵다. 안보이면 멀어진다. 크리스찬 톰슨(사이몬 베이커)은 처음부터 느끼해서 싫었는데 끝에서 물먹어서 재미있었음. 하지만 그 역시 앤디에게 그렇게 잘못한 건 없다고 생각한다.
배우들 연기는...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고 메릴 스트립은 진짜 환상적이더라. 그런 캐릭터를 그렇게 매력적으로 연기할 수 있다는게 멋있었다. 중간에 피로에 지친 모습은 정말... 삶에 치인 여자의 모습이라 놀랐다가도 또 그 다음 장면에선 금방 바뀌고. 그런 이미지에 스타일까지 딱 맞아떨어져서 아무튼 그냥 멋있음. 그리고 또 한명... 스탠리 투치. 터미널에서 까탈스러운 역할로 봤다가, 이렇게 섬세하면서 부드러운 역할 보니까 이것도 너무 잘어울리더라. 연기 폭이 넓은 배우 같았다.
(이런 표현 웃긴거 같지만)스타일리쉬하고 동시에 재미있는 영화였다.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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