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 사랑과 전쟁 본 줄 알았네... 만남/불화/화해/입양/양육/성장배경과 극복할 수 없는 성격차이로 인한 갈라섬/양육권분쟁/결별인줄...은 요새 다들 하는 드립이고 일단 재밌었다ㅋㅋㅋㅋㅋㅋ 근래에 본 수퍼히어로물중에서 가장 재미있었음. 물론 조금씩 묘사가 촌스러운 장면이 있긴 하지만 전개가 미친듯이 빨라서 다른 생각할 틈이 없고, 액션도 좋고 간간히 들어가는 개그씬들도 대부분 마음에 들었다. 즐겁게 보았다.
엑스맨 시리즈를 (울버린 빼고) 다 보긴 했지만 사실 나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2, 3편에는 흠좀-_-이러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는데 과거로 회귀한 이 프리퀄은 놀라울 정도로 흥미로웠다. 엑스맨 시리즈에서 적대적인 관계였던 프로페서 X/찰스 자비에(제임스 맥어보이)와 매그니토/에릭 렌셔(마이클 패스벤더)가 함께 했던 젊은 시절 이야기라느 흥미로울 수밖에. 시리즈 내 캐릭터들 중 가장 멋진 캐릭터로 손꼽을 수 있는 레이븐/미스틱(제니퍼 로렌스)의 과거 이야기까지 더해져서 더 좋았다. 미스틱이 시리즈 내에서 찰스나 에릭보다 한참 어렸었는데 어떻게 요 프리퀄에 나오나 싶었지만 그것도 나이가 다른 사람에 비해 덜 늙는다, 로 스무스한 설명과 함께 넘어가 주더라. 반가운 얼굴이 하나 더 있는데 그건 바로 비스트. 사실 (포스터에 있음에도) 이 인물이 (특히나 어떤 방식으로) 나올 지 몰랐기 때문에 꽤 반전이었다.
새로운 캐릭터들을 다루는 방식도 좋았음. 나찌의 과학자 세바스찬 쇼우(케빈 베이컨)는 어느 면에서 촌스러운 캐릭터였다. 사고 방식이 돌아가는 꼴이 꼭 옛날 영화에서 나오는 그런 캐릭터. 그런데도 보는 재미가 있는 이 느낌은 뭔가... 악역 쪽의 단순함이 너무나 명쾌한 나머지 오히려 다른 이야기에 더 집중도 할 수 있고, 그 쪽 이야기도 영 지루한 것은 아니어서 좋았음. 닥터 엠마 프로스트(재뉴어리 존스)가 오히려 세바스찬보다 더 영리해 보이는 게 흠이라면 흠이었을까. 이 캐릭터도 나름 좋았다. 찰스와 에릭이 찾아낸 뮤턴트는 대부분 10대였는데 그렇기에 그 애들을 가르칠 때 더 느낌이 좋게 느껴졌다. 천재인 행크 맥코이(니콜라스 홀트)의 반전에서부터 시작된 뮤턴트 찾기는, 하복/알렉스 서머스(루카스 틸), 다윈/아만도 무노즈(에디 가테지), 밴시/숀 캐시디(케일럽 랜드리 존스), 엔젤(조 크라비츠)들을 찾아내는 걸로 이르는데 이 캐릭터들 나름대로 괜찮았다. 다 철없는 십대인지라 활기찬 것이 보기 좋더라. 얘들이 하나하나 배워나가는 과정들도 참 재밌었고 이 과정에서 나오는 깨알같은 재미들도 빠뜨릴 수 없었다. 다만 다윈이 그렇게 허무하게 가버린 것은 참 아까워... 세바스찬 편의 아자젤(제이슨 플레밍)이나 립타이드(알렉스 곤잘레스)도 나름 괜찮은 캐릭터였는데 영화 내 활용도는 좀 적었다. 아무래도 캐릭터가 많다 보니...
찰스와 에릭의 케미스트리가 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했는데, 찰스의 텔레파시 능력을 통한 공감과 이해가 사실 나로서는 마음에 드는 방식은 아니었고, 찰스의 태도도 그랬지만... 여튼 두 배우의 조합이 참 좋았다. 같이 울면서 하는 장면에서 헉 함. 그리고 에릭..ㅎㅎ 힘 쓸때 얼굴 빨개지는데 두피까지 빨개져서 깜짝 놀람. 마이클 패스밴더 연기 참 잘하데. 그리고 두 역할들이 말하는 각자의 논리에서 어느 쪽에 힘을 실어야 한다면 나라면 매그니토 쪽을 택할 것 같았다. 그렇게 한 순간에 자신들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어버리는 사람들 앞에서 선한 마음씨를 유지하는 것도 큰 일일 것 같더라. 그래서 저라면 매그니토요.
빼놓을 수 없는 까메오. 뮤턴트들을 찾는 과정에서 울버린을 보여준 것도 좋았고, 난 보면서는 잘 몰랐는데 거기에 사이클롭스랑 스톰의 어린시절도 있었다고 하더라. 미스틱이 나이든 모습으로 변신할 때 레베카 로메인 나왔던 것도 재미만점.
뮤턴트 아닌 캐릭터 중 나름 중요했던 CIA의 닥터 모이라 맥타거트(로즈 번)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네요. 이 여자의 등장이유는 찰스를 불구로 만들기 위함이었을까.... 음?
재밌게 봤다. 새 시리즈로 리부트 하려나 싶긴 한데ㅎㅎ 울버린 캐릭터가 아쉽긴 하지만 그것도 나름 재밌을 듯. 아, 찰스가 대머리 개그할때 빵터짐. 이모저모 앞선 시리즈를 보고 보는 게 더 재미있을 것 같은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