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말이지 연기같은 삶을 살고 있는 배우 줄리아 램버트(아네트 베닝)의 이야기. 전체 진행 방식도 다분히 연극적이고 영화적이고 그렇다. 중간 중간 줄리아를 배우로 키워준 지미(마이클 갬볼)가 환상처럼 출연하고 그러니까.
사십대에 접어든 연극 배우 줄리아에겐 일상이 지루하다. 남편 마이클(제레미 아이언스)과는 서로를 자유롭게 풀어주는 사이이고, 연기에는 탁월한 재능이 있지만 지치고 힘들 때가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줄리아는 젊은 미국인 청년 톰(숀 에반스), 티.오.엠, 을 만나서 장난스러우면서도 불꽃같은 연애를 하게 된다. 이런 불륜은 아슬아슬한 모습은 거의 없이 자유분방하게 그려져서 보는 사람들도 산뜻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뭐 이런 연애의 끝이 으레 그렇듯 톰은 젊은 연극 배우 애비스 크라이튼(루시 펀치)에게 빠져 줄리아를 떠나게 되고, 줄리아 또한 질척이는 것 없이 관계를 끝내준다. 상처를 받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심지어는 자신의 새 연극에 배역을 얻길 원하는 애비스 크라이튼과, 또한 그것을 바라고 있는 톰을 위해 기꺼이 자리를 내어준다. ...여기에서 끝났으면 이건 줄리아의 이야기가 아니지.
줄리아는 싱그럽고 살아있는 캐릭터다. 이 배우는 자신의 삶에서도 연극적인 태도를 취하고있고, 그 때문인지 몰라도 그녀의 삶까지도 다분히 연극적이 되어버리는 것 같다. 아들 로저(톰 스터리지)까지도 줄리아에게 줄리아의 삶과 연기가 너무 합쳐져 있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을 정도니까... 어쨌거나 줄리아는 사랑을 할 때는 생동감이 넘치고, 슬플 때엔 비 맞은 짚단마냥 축 처지고 그런 왔다갔다 하는 감정표현을 자유로이 보여줘 지루할 새가 없었다.
이야기 자체는 어떻게 보면 뻔한 구석이 있지만 줄리아란 캐릭터가 워낙에 살아있다 보니 영화까지 힘을 얻는 거 같았다. 어떻게 보면 천방지축에 거만하고 가끔은 재수없기까지 한 배우인데, 이렇게 귀여워 보일 수 있다니. 영화 내에서도 그런 줄리아의 캐릭터가 매력이 있기는 한지, 찰스(브루스 그린우드)같은 진정한 친구도 있고, 틱틱대면서도 자기를 도와주는 이비(줄리엣 스티븐슨)도 주변에 있다. 부러운 여자로다...
애비스 크라이튼에 대한 깜찍한 복수는 그저 마냥 귀여웠다. 그 복수를 할 때 마이클과 톰의 표정이 볼만하다. 비.이.엔.을 외치던 줄리아가 너무 귀여웠다. 톰 못나가게 은근히 막는 로저도 완전 귀여웠고... 이 아들 캐릭터 꽤 마음에 들었다. 비중이 큰 건 아닌데 뭐 생각깊고 그런 역할이었다. 저런 부모 사이에서 이렇게 정상적이고 훈훈하게 자랄 수 있다니... 정말 줄리아는 모든 걸 다 가졌구나.
그냥저냥 유쾌했다. 커다란 의미를 찾으라면 뭐 그런 건 없는데... 소소하게 보면서 재미있었던 영화였다.
'마음의 양식 > 때때로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더 (Mother, 2009) (0) | 2010.06.09 |
---|---|
카사노바 (Casanova, 2005) (0) | 2010.05.30 |
킹덤 오브 헤븐 (Kingdom Of Heaven, 2005) (0) | 2010.05.24 |
데이브레이커스 (Daybreakers, 2009) (0) | 2010.05.21 |
아이언 맨 2 (Iron Man 2, 2010) (0) | 2010.05.18 |